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내 마음속에서 뒹굴어다니던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 말이다.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그 시간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감정에 휘말려 도저히 헤어나올 길 없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 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살면서 이렇게 증명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가장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지금 충만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모두 적절한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견딜 힘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겸손할 힘을 줄 테니까.
'신경숙-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프롤로그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