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과 되도록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간다고 믿어왔지만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오만의 대가는 어려움도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사랑에 대해서 이제 나는 크고 위대한 무엇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사랑도 그냥 삶 속에 있는 때로는 단단하고, 때로는 흩어지기 쉬운 느낌일 뿐이다. 다만 생각하기 따라서 다른 형태로 규정될 뿐이다. 어떤 사람은 운명으로, 또 어떤 사람은 우연으로, 나 같은 사람은 생활 속의 작은 위안거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 사랑은 내게 일종의 환각제 같은 것이다. 
 

#2. "내가 결혼한 이유는 잊어버렸고, 내 생각에 다른 사람들은 말이야, 사랑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결혼하는 거 같아. 그러니까 내가 지속하고 있는 그 사랑이 함께 나눈 이에게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어떤 제도 속으로 그와 나의 관계를 결박하고 법으로 그 사랑을 구속하고 싶어하는 거 같아. 그러니까, 어차피 얼마 못 가는 사랑을 최대한 지속시키고 구속시키는 방법이 결혼 아닐까?"
 "네 말은, 결국 사랑하지 않게 될 거니까. 지금 사랑을 보존하는 최소한의 방법으로 결혼한다 이거니?"
 "뭐 그런 거지. 하지만 다른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도 있어. 이를테면 돈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도 있고, 단지 외로워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또........아, 그래. 남들 다 하니까 하는 사람도 많겠다."
 이제는 사랑만 가지고 결혼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그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사직서를 쓴 뒤 먹고 살겠다고 아홉 가지 잡곡을 넣어 뚝배기에 밥을 지었다.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 한 숟갈을 퍼서 갈치 한 점 올려 먹었다. 가시를 발라냈는데도 목에 걸리는 것은 무엇인가. 수명은 치받쳐 올라오는 눈물을 눌러 내리느라 두 공기의 밥을 비웠다. 목 끝까지 밥으로 채운 몸은 밥과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하품을 뱉었다. 침대에 누워 창가 저 멀리 걸린 보름달을 보았다. 얼마를 더 수고스럽게 살아내야 인생을 관조할 수 있게 될까...,수명은 하루빨리 살아서 청춘을 벗어나고 싶었다. 열병처럼 앓는 사랑이 청춘의 전유물이 아닐진대 이 청춘이 하루빨리 시들기를 바랐다. 
 

#2. "잘 지냈냐고 아직 묻지 못했어요. 내일은 뭐 할 거냐고도 묻지 못했고, 크리스마스이브엔 누굴 만날 거냐고도 묻지 못했어요. 내가 안보고 싶었냐고 물어야 돼요. 수명 씨의 가을은 어땠냐고도 물어야 되고, 서른두 살의 계획에 혹시 나라는 남자와 사는 게 들어 있는지도 물어야 돼요. 쉰 살에 나와 둘이 유럽 여행을 갈 생각이 있냐고도 물어야 되고, 당장 내일 아침을 같이 먹지 않겠느냐고도 물어야 돼요. 묻고 싶고, 듣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어떻게 벌써 일어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9세, 내일모레면 마흔이 되는 독신자의 퇴근길은 기원을 알 수 없는 멜랑콜리로 가득하다. 반대 차선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내 눈을 깊이 찔러올 때나 정체 구간에서 한숨처럼 꺼졌다 이어졌다 하는 후미등을 바라볼 때, 나는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우울한 감상주의자가 된다. 내가 만났던, 나를 스쳐갔던 수많은 남자들의 담배 냄새와 땀 냄새가 일순 상기되면서 삶에 대해 가졌던 한때의 열망이 참으로 가소롭고 어처구니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 삶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 어디서 어떻게 멈추는 것일까. 그런, 우울의 클리셰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