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랑에 대해서 이제 나는 크고 위대한 무엇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사랑도 그냥 삶 속에 있는 때로는 단단하고, 때로는 흩어지기 쉬운 느낌일 뿐이다. 다만 생각하기 따라서 다른 형태로 규정될 뿐이다. 어떤 사람은 운명으로, 또 어떤 사람은 우연으로, 나 같은 사람은 생활 속의 작은 위안거리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 사랑은 내게 일종의 환각제 같은 것이다.
#2. "내가 결혼한 이유는 잊어버렸고, 내 생각에 다른 사람들은 말이야, 사랑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아니까 결혼하는 거 같아. 그러니까 내가 지속하고 있는 그 사랑이 함께 나눈 이에게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어떤 제도 속으로 그와 나의 관계를 결박하고 법으로 그 사랑을 구속하고 싶어하는 거 같아. 그러니까, 어차피 얼마 못 가는 사랑을 최대한 지속시키고 구속시키는 방법이 결혼 아닐까?"
"네 말은, 결국 사랑하지 않게 될 거니까. 지금 사랑을 보존하는 최소한의 방법으로 결혼한다 이거니?"
"뭐 그런 거지. 하지만 다른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도 있어. 이를테면 돈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도 있고, 단지 외로워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또........아, 그래. 남들 다 하니까 하는 사람도 많겠다."
이제는 사랑만 가지고 결혼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랑이 없다면 어떻게 그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