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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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 땐

주방으로 도망쳐

<냉정과 열정 사이>의 공동 저자인 츠지 히토나리는 아내와 이혼하고, 열 살 된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대디가 되었다고 합니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살던 어느 날, 문득 "나도 아이도 잘 먹지 않고 있었다"(264)는 걸 깨닫습니다. 점점 더 나빠지는 건강, 웃음을 잃어버린 아들의 얼굴! 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주방으로 도망쳤습니다. 매일 아침 "부옇고 차가운 물 속에 손을 넣고 쌀을 박박 씻으면서 '지지 않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지. 그러는 동안 '지지 않을 거야'는 점점 '맛있게 할 거야'로 바뀌었어"(24).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는 츠지 히토나리가 그렇게 아들에게 해주었던 프랑스식 가정요리 레시피를 담은 책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수하는 아버지만의 비법 요리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싶은 건, 인생에 도피처 하나쯤은 만들어주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힘들 땐 언제든 이곳으로 도망쳐 오렴. 있잖아, 주방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23).

아들이 맛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아버지의 사랑 때문일까요? 요리는 먹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드는 것이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자신이 먹었던 아버지의 모든 요리들이 얼마나 힘찬 응원이었던가를 깨닫고 가슴이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곁에서 지켜본 저의 가슴도 이토록 뜨거우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아들을 먹이며 '하루가 즐거우려면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소리없이 아들의 몸과 마음에 채워주었습니다. "무엇이 맛있는지를 아는 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일이야. 그게 인생을 풍요롭게 하니까. 나는 네가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아, 이건 농부들이 열심히 시간과 애정을 들여 키운 음식 재료지!' 하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152).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는 프랑스 가정요리 레시피 북이지만, 재료들이 그리 낯설지 않아 요리 초보들도 도전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요리를 좋아하고, 또 요리를 잘 하는 '츠지'만의 비법을 공개하며 요리는 응용이고, 독창성이라는 것을 배워갈 쯤, 제과만은 레시피를 확실하게 지키지 않으면 실패하게 된다는 사실을 눈이 떠졌습니다. 그래서 츠지는 "제과에서 레시피는 신"(251)이라고 강조하는데,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실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와 신선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레시피들은 아빠표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먹어왔던 엄마표 집밥이 모두 추억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지금도 그 집밥을 맛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엄마의 음식들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덜컥했습니다.

나 따위 어차피 불행하다고, 삐뚤어지지 마.

불행에 익숙해지거나 불행을 만들면 안 돼.

작은 행복을 긁어모아서 즐거운 미래를 그려.

행복은 행복을 부르고 불행은 불행을 부르니까(188).

혹시 지금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주방으로 가서 요리를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다시 기운을 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왕이면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맛있는 음식에서 맛있는 하루가 시작된다는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 내 안의 불행한 감정은 점점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며 요리를 하는 것도, 우리 일상에 행복을 불러오는 초능력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으니까요. 지금 힘든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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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막의 세계 - 구약학자가 풀어낸
김경열 지음 / 두란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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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성막을 알아야 하는가?

 

 

"성막에 대한 바른 이해는 기독교 신앙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비로운 임마누엘과 성육신 사상의 모범이 바로 성막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는 새로운 성전(성막)이기 때문에 성막 연구는 교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성막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리는 수단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 (성막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성막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하심을 드러내는 계시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8).

 

그런데 문제는 "성막 자체에 대한 설명과 정밀한 재구성의 시도에 너무 소홀하거나, 몇몇 재구성된 성막 모형들과 시설, 비품들 중에 매우 잘못된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 성막 본문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상세한 설명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책들이 성막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들을 거의 설명하지 않은 채, 비품과 건물의 각 요소들에 온갖 해석들만 갖다 붙이며 아전인수 격으로 풀어내고 있다"(9)는 것입니다.

 

이에 구약학자가 풀어낸 <성막의 세계>는 성막 건물과 비품들의 설계와 제작, 형태를 철저히 탐구하여 '원형'을 복원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복원된 '원형'은 하나님께서 본래 의도하신 성막에 숨겨진 '의미'가 무엇인지 그 본래의 뜻을 비로서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막의 세계>를 읽으며, 가장 큰 충격으로 와닿았던 사실은 "원래 성막은 가난한 광야 피난민들의 초라한 이동식 천막 예배당이었다"(9)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임재의 영광으로 가득한 성막을 한 번도 이런 눈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제국의 엄청난 신전들과 비교할 때 너무 작고 불품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고대 국가들은 신의 위대함을 나타내기 위해 최대한 크고 웅장하게 신전을 지은 것에 반해, 왜 온 우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은, 신전으로는 너무 초라하고 작은 '성막'을 하나님의 처소로 설계하신 것일까요? 너무나 작고 초라한 천막 예배당이었던 성전은, 우리가 지은 그 무엇으로도 하나님의 위대함은 다 담아낼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규모면에서 보잘것없었던 성막의 위대함은, 그곳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으로만 영광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그동안 '대형' 교회를 하나님의 부흥이요, 축복으로 오해해왔던 한국 교회가 가슴을 치며 회개해야 할 하나님의 음성이라 믿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뜻하신 하나님의 설계도대로, 하나님의 영에 온전히 사로잡혀, 즐거이 헌신할 때, 온전하게 세워질 수 있었던 '성막'을 보며, 오늘날 한국 교회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제사장 복장의 전체적인 형식과 옷의 재료들 그리고 특히 대제사장 옷의 고급스런 장식품들을 살펴보면 성막에 들어간 재료들이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09).

 

<성막의 세계>를 읽으며, 가장 감동적으로, 또 가장 신선하게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대제사장의 화려한 의복'이었습니다. 대제사장의 관복은 일반 제사장의 관복보다 훨씬 화려하고 대단히 정교하며 장엄했는데, 특히 성막의 모든 물건 중 유일하게 금실이 섞일 만큼, 대단히 비싼 재료들로 특별하게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제사장의 옷이 성막과 병행을 이룬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마포 실로만 제작된 반포 예복은 성전의 마당에 해당하며, 가장 비싼 청색 염료로 염색을 했으며, 매우 비싼 금방울들이 달려 있고 석류 장식들로 수놓아진 겉옷은 성전의 내성소에 해당하며, 자미막으로 에봇 세트는 지성소레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대제사장의 옷이 성막의 축소판이요, 그가 걸어다니는 '성전'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먼저, <성막의 세계>는 "당시 백성을 대표하는 대제사장의 위상과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새롭게 이해하기 해줍니다. 그리고 나아가 장엄한 옷을 입고 성전에서 일했던 대제사장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분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에서부터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입혀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옷 입혀 주시는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대제사장에게 가장 비싸고 화려한 옷을 입혀 주신 것은, 그만큼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몸값이 비싸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231). 이제 우리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답고 존귀한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대제사장만 1년 한 번 입장할 수 있었던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로 어느 때에든지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이 새삼 얼마나 큰 은혜인지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성막의 세계>는 그림과 사진, 그리고 도표를 통해 성막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동안 '성막'을 연구하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왜 그런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지, 또 잘못 이해되고, 잘못 해석되어 왔던 부분은 어디인지, 그리고 새롭게 이해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상당한 분량의 책이지만, 그림과 사진 등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성막'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히는 책이고,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 마구 떠도는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 잡아주는 백과사전적인 역할을 해주는 책입니다. 성막을 이해하는 데 기준점이 되어줄 것입니다! 성막이 열리니, 교회가 열리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열리는 듯합니다! 2022년 꼭 읽어야 할 '올해의 책'으로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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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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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올 새로운 생명들, 새로운 세계들에 비록 나는 존재하지 않을 테지만,

몇 가지 나의 글, 나의 언어들이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그들의 마음속에서 씨앗이 되고, 불씨가 되고,

그리고 작은 터널 속 빛과 같은 것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떠날 때의 모든 절망 속에서 남기고 가는 희망으로

오늘 이별을 얘기합니다(52).

 

이어령 선생님의 유고집 <작별>은, 이어령 선생님께서 "내가 없는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인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쾌하고, 기발하고, 뜨거운 <작별>이라니요! 역시 이어령 선생님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없는 세상에 내가 남길 것은 무엇인가?"를 얼마나 뜨겁게 고심하셨을까요? 그런데 그 귀중한 시간을 하는 이별 얘기를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라는 노래로 시작하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집합 기억'이라는 말을 설명하시며, 선생님이 "평생 겪은 것을 담아낼 가장 중요한 DNA 같은 말"(11)을 찾아내셨습니다. 그것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하여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를 걸쳐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어린 시절의 노래였습니다. <작별>은 선생님의 80년 동안의 경험을 이 다섯 가지 키워드(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로 정리하며, 그것이 어떻게 '백두산'과 이어지는 지를 들려줍니다. 재밌는 것은 '백두산'을 제외하고는 다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와 다르게 생긴 사람, 낯선 외국인, 그게 "원숭이"입니다. 그런데 '원숭이 엉덩이'이 숨겨진 우리네 정서는 잘났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업신여기는, 일종의 오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오기가 그 많은 외압과 외래 문화 속에서도 우리를 지켜온, 한국 사람들의 단점이기도 하면서, 오늘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원동력이라고 설명합니다.

 

외국 문화와 우리 문화가 접촉할 때,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먹거리'인데, "사과"는 바로 그것을 상징합니다. '복숭아'가 우리의 것이라면, '사과'는 서양 문화를 상징하는데, 아담의 사과(선악과)로부터 시작하여, 파리스의 사과, 뉴턴의 사과, 윌리엄 텔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사과, 튜링의 사과까지, 서양 문화는 '사과' 하나로 다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과의 특징은 '접목'이라는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바나나"는 그 수많은 과일 중에서도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그 무엇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좁은 환경에서는 체험할 수 없었던, 씨가 없는 바나나! 바나나는 겉은 노랗지만, 껍질을 벗기면 속은 하얗게 서양인이 되어가는 우리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먹거리는 문명으로 이어집니다. "기차"는 모든 문명을 상징하는데, 개화기의 기차는 우리에게 이별의 상징이었고, 빼앗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기차는 우리의 희망을 꺾은 역사로부터 출발하지만,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가 나누었던 '삶은 계란'의 정이 우리를 다시 살게 했노라고 일러줍니다.

 

원숭이와 먹거리와 문명,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문명 단계의 제일 마지막은 "비행기"입니다. 우리는 날개가 없지만 날고 싶어하는 꿈을 꾸지 못했고, 비행 실험을 하다 떨어져 죽은 모험가도 없지만, 종이비행기를 만들고 그글 띄우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요즘 뜨는 사람이 많은데, 뜬다와 난다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난다는 것은 자기 날개를 달고 자지가 가고 싶은 데를 향해서, 목표를 향해서 가는 것인데, 자기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떴어도 금세 고꾸라진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향해서, 자기가 가고 싶은 데를 향해서 가려면 자기만의 튼튼의 엔진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죠.

 

 

내가 없는 세상에서 새로운 키워드들이 만들어지려면

지나간 나의 이야기, 다섯 개의 키워드, 역전의 드라마로서,

우리가 이제는 세계를 향한 발신자로서 세계와 친구가 되고,

외국인이 더 이상 원숭이가 아니고, 더 이상 사과나 바나나나 기차나 비행기가 남의 것이 아닌

우리 것이 되어버린 이 근대화 100년 속의 그 슬기가 필요해요(66).

 

<작별>은 이렇게 우리 것이 아니었던 개화기의 다섯 가지 키워드가를 통해 이제 다음 세대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가르쳐줍니다. "백두산부터는 우리가 다섯 개의 키워드가 아닌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시대가 온 것예요"(65).

 

그리고 선생님은 "내가 없는 세상의 새로운 이야기"를 위해, '백두산'에서 생겨난 "반도 삼천리"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우리에게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지금은 대륙과 바다 사이에 끼어 반도성을 다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앞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만들어진 세상 속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반도성의 회복'이라는 것입니다.

 

이 '반도성의 회복'은, 지고 이기는 것밖에 없는 서양의 양자택일 방식이 아닌, 우리의 가위바위보의 지혜와, 남들은 못 쓴다고 내다 버리는 것들을 그냥 '버려둠'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5G, 누릉지, 묵은지, 우거지, 콩비지, 짠지) 우리의 '버려둬'의 철학과, 그리고 선생님이 계속 강조해왔던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하나되는 디지로그의 세계, 서로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어울리는 눈물 한 방울의 세계, 바로 생명자본의 세계 속에서 꽃피게 될 것이라고 예언 같은 지혜를 남겨주십니다.

 

 

잘 있어라, 하는 '잘'은 디지로그의 생명자본, 눈물 한 방울입니다.

이걸 여러분에게 남겨놓고 가기 때문에 여러분이 잘 가, 하고 손을 흔들 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잘 있어, 틀림없이 너희들은 잘 있을 거야, 잘 있어, 하고

떠날 수 있는 것입니다(142).

 

이 시대의 지성이라 불린 이어령 선생님은 <작별>을 통해 어쩌면 평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일깨우기 원하셨던 바로 그 지혜를 우리의 기억 속에 새겨주고 가셨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고향은 오스트리아였는데, 이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잘 못 알고, '호주댁'이라고 부르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6.25 전쟁 때 제트 비행기를 '호주 비행기'라고 불렀던, 그렇게 '어리숙했던' 우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어령 선생님의 노고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우리의 언어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이야기로, 우리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주셨던 것이지요.

 

<작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앉은 자리에서 내리 읽었습니다. 잘 읽히고, 재밌습니다.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이시며, 그 지혜는 끝을 모르겠습니다. 잘 가, 잘 있어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이 이렇게 뜨거운 인사였던가요. 이어령 선생님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슬퍼집니다. 이제 선생님이 남겨주신 '슬기'로 새롭게 열어가야 할 세상, 여기 그 새로운 세상을 주도할 강력한 키워드가 이 책 속에 들어있습니다. 특별히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비밀스럽게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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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영어 필사 낭독 BOOK 2 : King Solomon’s Wise Words 솔로몬 영어 필사 낭독 BOOK 2
박광희 지음 / 가나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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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13 Love erases all sins

 

10 An evil wink / gets you into trouble.

And foolish chattering / destroys you.

사악한 윙크는 너를 곤경에 빠뜨린다.

그리고 어리석은 잡담은 너를 멸망시키리라.

 

11 The mouths / of those who do right / are a fountain of life.

But the trouble / caused by what sinners say / destroys them.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입은 생명의 샘이다.

그러나 악인들의 말로 인한 고난은 그들을 멸망시키리라.

 

12 Hate / stirs up fights.

But love / erases all sins / by forgiving them.

미움은 싸움을 일으킨다.

그러나 사랑은 용서함으로써 모든 죄를 지운다.

 

13 Wisdom is found / on the lips / of those who understand / what is right.

But those who have no sense / are punished.

무엇이 옳은지를 깨달아 아는 사람들의 입술에는 지혜가 있다.

그러나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벌을 받으리라.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솔로몬 필사 낭독>입니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영어하고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영어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성인들에게도, 영어 울렁증이 있다는 대학원생에게도, 외국인 손님이 자주 찾아와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직장인들에게도, 그리고 교회 청년부 목장 나눔 교재로 <솔로몬 필사 낭독>을 적극 추천 중입니다. <솔로몬 필사 낭독>은 오랫동안 영어를 손에서 놓았던 분들도 영어 공부를 '부담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좋은 교재이면서, 동시에 <잠언> 말씀을 묵상하기에도 좋은 교재이기 때문입니다. 성경 말씀을 영어로 읽다 보면, 한글 성경만 읽었을 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은혜를 발견할 수도 있답니다!

 

<솔로몬 필사 낭독>은 구약성경 <잠언> 말씀을 '필사'하고, '낭독'하는 방법으로 '영어'를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잠언>은 격언과 금언처럼 간결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필사하기도 쉽고, 또 암송하기에도 좋은 운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량도 적당하기 때문에 매일 공부하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특히 바로 바로 영어 낭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어 말문을 틔우는 훈련을 하기에도 편리하답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분들은 '스터디'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새벽기도를 함께하는 제자들과 매일 아침 출근 전까지 <솔로몬 필사 낭독>을 한 챕터씩 공부하고 단톡에 필사 인증샷 또는 낭독녹음파일을 공유하는 스터디를 구성해볼까 합니다. 큐티 형식으로 잠언 말씀을 묵상하고 묵상한 내용을 나누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솔로몬 필사 낭독>으로 잠언 말씀을 필사하고 낭독하다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덤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영어 공부만을 목적으로 하다 보면, 성경의 지혜를 얻는 일은 놓치기 쉬울 수도 있으니 <솔로몬 필사 낭독>은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한 권을 가지고 여러 번 반복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필사하고 낭독하며 여유롭게 공부하다 보면, 영어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와 만날 수 있을테니까요.

 

<솔로몬 필사 낭독>으로 만난 <잠언 10:10-13> 말씀을 개역개정 성경으로 읽으면, "눈짓하는 자는 근심을 끼치고 입이 미련한 자는 멸망하느니라 /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이라도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 / 미움은 다툼을 일으켜도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리느리라 / 명철한 자의 입술에는 지혜가 있어도 지혜 없는 자의 등을 위하여 채찍이 있느니라"로 번역됩니다.

 

12절 말씀 중에 "사랑은 모든 허물을 가르느니라"는 구절을 <솔로몬 필사 낭독>으로 읽으면, "But love / erases all sins / by forgiving them."입니다. "사랑은 용서함으로써 모든 죄를 지운다"라고 번역됩니다. '용서'가 죄를 지워버린다는 말씀을 묵상해봅니다. 죄를 없앨 수 있는 방법(권세)이 우리에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도요.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하셨으니, 오늘 이 말씀을 제 마음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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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에도 색깔이 있다 게리 토마스의 일상영성 3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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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교회는 교인들에게

기도의 방법도 하나, 예배의 방법도 하나, 성경 공부의 방법도 하나라고 말해 왔다.

구원의 길이야 당연히 하나(예수 그리스도)지만,

우리의 복된 구주를 예배하고 사모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 한국어판 서문 中에서

 

 

한국 교회는 '영성'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분들 중에 자기 '영성'을 자랑하는 분들이 많음을 봅니다. '영성'을 신령한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은 기도 중에 주님의 특별한 음성을 들었다거나, 성령께서 무엇인가를 은밀히 보여주었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간혹 교회 안에서 영성 배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주님을 향한 열정을 다른 성도와 비교하여 '계급화' 하고 있다면 우리 신앙이 심각하게 병들었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게리 토마스의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는 영성의 개념을 바로 일깨우며, 참된 영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인도해줍니다. 먼저, 게리 토마스는 '영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하나님과 관계 맺는 방식, 그분과 가까워지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35). 그러니까 영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신령한' 것을 나타내는 어떤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방식'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게리 토마스가 주목하는 문제는,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데, 그동안 교회는 이것을 획일적으로 교육해왔다는 점입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듯, 영성에도 다양한 '영적 기질'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획일적인 방법 안에 가두어두다 보니, 교회 안에서조차 영적 공허로 고생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다가가는 길을 좁히지 말라(27).

 

게리 토마스는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를 통해, 각자의 영적 기질에 따라 우리 가운데 크게 아홉 가지 영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예배당 안에서보다 피조 세계 안에서 하나님을 더 깊이 예배하게 되는 '자연주의 영성', 엄숙하고 장엄한 예배 의식이나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 속에서 하나님을 더 친숙하게 경험하는 '감각주의 영성', 훈련된 신앙 생활을 추구하며 전통(의식, 상징, 성례 등) 속에서 믿음이 더 깊어지는 '전통주의 영성', 주의를 산말하게 하는 모든 것을 치우고 고독과 침묵과 단순성 속에서 하나님을 더 친밀히 경험할 수 있는 '금욕주의 영성', 악에 맞서고 죄인들에게 회개를 촉구하며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예배라고 믿는 '행동주의 영성', 테레사 수녀와 같이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것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박애주의 영성', 마음껏 손뼉치며 '아멘'을 외치고, 흥겹게 춤추며, 하나님을 기뻐하는 '열정주의 영성', 베다니의 마리아와 같이 하나님의 발치에 앉아 하나님과 가장 순결하고 깊은 사랑을 나누기 원하는 '묵상주의 영성',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때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느끼며, 힘써 하나님을 알기 원하는 '지성주의 영성' 등이 그것입니다.

 

게리 토마스는 자신의 가장 두드러진 영적 기질을 분별하기 원한다면,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찾아보라"(48)고 조언하며, 아홉 가지 영성을 각각 대표하는 인물들을 소개해줍니다.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를 읽으며, 자기 기질을 분별하다 보면, 특정 유형에 강하게 공감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기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도 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윗이 전쟁에 능한 용사요, 통치권을 행사한 왕이요, 음악가이자 시인이었던 것처럼, 한 사람 안에 여러 가지 기질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기질을 통합하는 분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바로 우리 구주 '예수님'이십니다. 내가 가진 특정한 영적 기질 안에서 하나님을 마음껏 예배할 수도 있지만, 다른 영적 기질도 얼마든지 개발 가능하다는 것에 우리 마음이 열려 있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정 영적 기질만 고집하는 것도, 하나님께 다가가는 길을 좁히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를 읽으며, 자가 진단을 해보자면, 저는 '자연주의 영성'과 '감각적의 영성', '지성주의 영성'의 기질을 가진 듯 합니다. 자연주의 영성 기질 때문에, 교회 안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핀잔을 들은 적도 있도 있지만, 하나님의 피조 세계 안에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 볼 때"라는 찬양을 부르며 하나님과 만나는 일이 즐겁습니다. 아름답고 장엄한 예술이나 지식을 통해 하나님을 더 알게 될 때, 하나님께서 제 마음을 터치해주시는 것을 느끼며 하나님께 더 친밀히 나아가는 것을 즐기기도 합니다. 가장 약한 것은 '전통주의 영성'이며, 나에게 부족하나 갈망하고 있는 영성은 '행동주의 열성', '박애주의 영성'이라고 진단해보았습니다.

 

게리 토마스는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위대한 추구라고 단언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가까이 나아가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니, 하나님을 예배하면서도 아버지 하나님께 친밀히 나아가는 방법, 거룩하신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방법을 몰랐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양하고 고유하게 지으신 하나님의 자녀들을 통해, 우리 하늘 아버지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풍성히 예배 받으시기를 소원해봅니다. <영성에도 색깔이 있다>를 통해 크게 아홉 가지 영적 기질이 있음을 알게 되어 크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저는 '지성주의 영성'을 가진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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