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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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 땐

주방으로 도망쳐

<냉정과 열정 사이>의 공동 저자인 츠지 히토나리는 아내와 이혼하고, 열 살 된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대디가 되었다고 합니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살던 어느 날, 문득 "나도 아이도 잘 먹지 않고 있었다"(264)는 걸 깨닫습니다. 점점 더 나빠지는 건강, 웃음을 잃어버린 아들의 얼굴! 이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주방으로 도망쳤습니다. 매일 아침 "부옇고 차가운 물 속에 손을 넣고 쌀을 박박 씻으면서 '지지 않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지. 그러는 동안 '지지 않을 거야'는 점점 '맛있게 할 거야'로 바뀌었어"(24).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는 츠지 히토나리가 그렇게 아들에게 해주었던 프랑스식 가정요리 레시피를 담은 책입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수하는 아버지만의 비법 요리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싶은 건, 인생에 도피처 하나쯤은 만들어주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힘들 땐 언제든 이곳으로 도망쳐 오렴. 있잖아, 주방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23).

아들이 맛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아버지의 사랑 때문일까요? 요리는 먹는 사람을 생각하며 만드는 것이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자신이 먹었던 아버지의 모든 요리들이 얼마나 힘찬 응원이었던가를 깨닫고 가슴이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곁에서 지켜본 저의 가슴도 이토록 뜨거우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아들을 먹이며 '하루가 즐거우려면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소리없이 아들의 몸과 마음에 채워주었습니다. "무엇이 맛있는지를 아는 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일이야. 그게 인생을 풍요롭게 하니까. 나는 네가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아, 이건 농부들이 열심히 시간과 애정을 들여 키운 음식 재료지!' 하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152).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는 프랑스 가정요리 레시피 북이지만, 재료들이 그리 낯설지 않아 요리 초보들도 도전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요리를 좋아하고, 또 요리를 잘 하는 '츠지'만의 비법을 공개하며 요리는 응용이고, 독창성이라는 것을 배워갈 쯤, 제과만은 레시피를 확실하게 지키지 않으면 실패하게 된다는 사실을 눈이 떠졌습니다. 그래서 츠지는 "제과에서 레시피는 신"(251)이라고 강조하는데,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실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와 신선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레시피들은 아빠표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먹어왔던 엄마표 집밥이 모두 추억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지금도 그 집밥을 맛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엄마의 음식들이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덜컥했습니다.

나 따위 어차피 불행하다고, 삐뚤어지지 마.

불행에 익숙해지거나 불행을 만들면 안 돼.

작은 행복을 긁어모아서 즐거운 미래를 그려.

행복은 행복을 부르고 불행은 불행을 부르니까(188).

혹시 지금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주방으로 가서 요리를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다시 기운을 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왕이면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맛있는 음식에서 맛있는 하루가 시작된다는 단순하지만, 아주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 내 안의 불행한 감정은 점점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며 요리를 하는 것도, 우리 일상에 행복을 불러오는 초능력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으니까요. 지금 힘든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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