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를 읽다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지음, 우리글발전소 옮김 / 오늘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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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고향은 대지이지만 우리 고향은 관념이야. 너희에게 위험은 감성의 세게에 빠지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위험은 메마른 공간에서 질식하는 거야. 너는 예술가이고 나는 사상가이지. 너는 어머니 품에 안겨 잠을 자지만 나는 황야에서 깨어있다. 내게는 해가 비추고 있으나 네게는 달과 별이 비추고 있지. 네 꿈속에는 소녀가 보이지만 내 꿈속에는 소년이 보인다네"(57).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착한 것이야."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 길이야." "넌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해." 이렇게 일방적으로 주입된 삶의 방식이 전부인 줄 알고 살다가, 어느 순간 그동안 알아왔고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뿌리째 흔들리는 진동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쌓아올렸던 삶의 조각들이 모두 무너져내리는 충격이었습니다.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고,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옳은 것이 아니었고, 이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자각 때문에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그렇게 제 삶은 다시 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헤르만 헤세를 읽다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이 책에도 알을 깨고 나오듯 잠에서 깨어나 삶을 다시 살기 시작하는 청춘이 등장합니다. 그 혼란과 방황은 지루하다 할 만큼 계속되고, 오래되지만, 그가 알을 깨고 나온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데미안>과 함께 가장 많이 읽히는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라고 합니다. 작가연보를 보면, <데미안>이 발표된 것이 1919년이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출간된 것은 1930년인데, 저에게는 이 두 책이 쌍둥이처럼 읽힙니다. <데미안>에서, 부모님의 보호 속에 경험하지 못했던 바깥 세계와 맞닥뜨린 뒤, 눈이 먼 것처럼 헤매 다니며 피폐해져갔던 '싱클레어'는 '골드문트'와 닮아 보이고, 싱클레어에게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이 결합된 신성, 곧 아브락사스의 이름을 알려주었던 '데미안'은 잠자고 있는 나르치스를 깨워주었던 '나르치스'와 겹쳐보입니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헤르만 헤세' 자신을, 아브락사스의 존재를 알려준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에게 정신분석학적으로 깊은 영향을 끼쳤던 '융'을 상징한다면, 이 책에서는 골드문트가 헤르만 헤세를, 인간과 그 인간의 운명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르치스는 융을 상징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

아버지의 권고로 수도원에 들어오고 될 수만 있다면 수도원에 계속 남아 그의 일생을 하나님께 바칠 마음을 갖고 있었던 골드문트와, 그보다 두세 살 나이가 많을까 말까한 매우 젊은 수도원의 교사 나르치스는 모든 점에서 서로 반대인 것처럼 보입니다. 나르치스가 사상가요 분석가라면 골드문트는 몽상가요 동신의 소유자였으며, 니르치스가 지성으로 사는 사람이라면, 골드문트는 사랑으로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혼란과 비애가 뒤섞인 묘한 우정을 형성해갑니다. 인간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던 나르치스는 잠자고 있는 골드문트를 깨우고 그를 껍질에서 해방시켜 본래의 성격을 되찾아주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 여겼고, 그런 나르치스에 의해 골드문트는 지금까지 자기 인생의 꿈도, 자신이 믿고 있던 일체도, 또 자신의 천명이요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일체도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나 골드문트가 예술에 봉사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알았던 나르치스의 직관(?)대로 골드문트는 끝내 조각가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골드문트에게 이 우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원이자 치유였습니다. "나는 네가 완전한 골드문트가 되기를 원할 뿐이야"(55).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사랑의 빛 속에 영혼과 영혼의 새로운 결합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경건하고 금욕적인 동시에 남자다운 이상을 추구해오던 골드문트를 흔들어, 방탕한 생활이 성자로 가는 생활에 가장 가까운 길의 하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나르치스와의 관계는, 싱클레어와 데미안, 헤르만 헤세와 융의 또다른 모형이라는 점에서 헤르만 헤세의 또다른 자전적 소설이요, 정신분석학적 요소(공허한 우상에 지나지 않은 아버지, 억압된 기억 속에 갇힌 어머니, 유년시대와 어머니의 꿈 등)가 짙은 작품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언젠가 <데미안>이 아름다운 청춘소설이 아니라, 자신의 이교도 신앙을 전파하기 위한 헤르만 헤세의 매우 사적인 프로젝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했던 후유증이 이 소설을 읽어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데미안>보다 더 강렬하게 와닿았던 것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의 형상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신성한 것을 추구하면서도 악마적이고, 악마적이면서도 신성하고자 하는 우리 안의 두 모습말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헤르만 헤세를 읽다>라는 것이 새삼 흥미롭습니다. 헤르만 헤세라는 대문호의 내면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듯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사적인, 감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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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K팝
서병기 지음 / 성안당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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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들을 흉내 낼 수 있지만 누구도 그들이 될 수 없다!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이름은 방탄소년단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아미(ARMY)라고 하지요. 누군가의 댓글에서 본 것처럼 저는 아미라기 보다 애미에 가깝습니다. 방탄소년단 관련 영상이나 기사를 보면 늦덕을 했다는 '어르신'들의 고백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덧글 분석을 보면 3-40대 이상의 팬들이 압도적일 때도 많습니다. 이미 방탄소년단은 10대들만의 아이돌이 아니라,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연령층을 아우르는 글로벌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제가 방탄소년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이돌에게 관심이 1도 없는 동생이 어느 날부터인가 그들의 군무는 급이 다르다며 계속해서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을 언급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러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청년들이 그곳에서 부는 K팝 열풍, 특히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얼마나 놀랐는지 증언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방탄소년단의 무엇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도 잘 분석되어 있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달랐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비슷한 멜로디 비슷한 춤이 아니라,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했고, 그들의 노래에는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이 있다는 건 바로 아티스트라는 의미다"(42). 시를 읽고 감상하듯 그들의 노래를 들었고, 많은 팬들이 마치 감상문을 쓰듯 뮤직비디오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분석해놓은 영상을 보며 그들을 알아갔고, 그렇게 그들을 알면 알수록 고유의 색깔을 가진 7명의 소년들에게 빠져들었습니다. 나의 최애는 누구랄 것도 없이, 사이좋은 7명 모두를 애정하게 되었답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메시지의 승리, 스토리텔링의 승리, 소통의 승리, 아미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담긴 진심의 승리라고 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아미들은 이 책에 분석된 내용보다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방탄소년단이 가진 세계적인 영향력에 놀라며, 한국어로 떼창을 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신기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인터뷰에서 리더 RM이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겉으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즐기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K팝의 역사를 새롭게 쓴 그들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말처럼 지금과 같은 인기와 신드롬에도 요동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걸어가며, 지금까지처럼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BTS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더불어, RM이 팀을 대표해 말했던 것처럼, 인기는 축제처럼 누리되, 진실했던 순간이 모여 영원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BTS가 되기를 또 바래봅니다! "축제란 준비는 엄청 많이 하지만 금방 지나가고 쓰레기는 많이 남는다. 삶이 그런 게 아닌가. 행복은 금세 지나간다. 그러니 스스로 사랑하자. 인생은 축제여야 한다. 짧은 순간을 즐기자"(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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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믿음을 찾아서 - 미지의 섬이 확신의 섬으로
앨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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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섬이 확신의 섬으로!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이름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지적 만족에 취한 과학적 무신론자였으나 자연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옥스퍼드대학에 들어갔다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복음이 왜 진리인가를 누구보다 열심히 탐구한 세계적인 지성이자, 신학자로 이름이 높았으니까요. 이 책에도 자신이 어떻게 과학적 무신론의 허위를 깨닫고 "뜻밖에"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가 짧게 고백되어 있습니다. 그의 고백을 들으며 참된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은 인간 이성과 인간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진실되게 추구하는 자라면 결국 '복음'과 대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의미는 참이나 거짓으로 입증할 수 없지만,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우리 모두는 결국 어떤 믿음과 가치에 동의하고 충성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믿음을 찾아서>는 믿음이라는 미지의 섬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신경'(사도신경, 니케아신경)을 지도삼아 기독교 신앙의 풍경을 탐색해볼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입니다. "신경은 초기 교회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포착하려고 애쓰던 중에 합의하여 신중하게 선택된 말이다. 그 말들은 간략한 지도가 풍경을 묘사하듯 기독교 신앙을 묘사한다"(71).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는 결국 '나'와 '이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을 날카로운 논리로, 그러나 그 진리가 그려내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탁월하게 깨닫게 해줍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인격을 마음으로나 머리로나 온전히 믿는다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나님의 압도적인 사랑에 우리가 드러내는 즐거운 반응이다. "교리적 명제들에 대한 우리 지성의 동의일 뿐 아니라, 신실한 창조자이자 자비로운 구원자의 손에 우리의 전 자아를 맡기는 것이다"(월리엄 템플). 우리는 믿음을 통해 하나님을 받아들이고, 그분과의 이 신뢰 관계 덕분에 가능해지는 존재의 변화를 수용한다"(97).

<믿음을 찾아서>는 "나는 믿습니다"라는 이 단순한 고백 안에 담긴 기독교 진리가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신앙인은 그 "믿는 바"에 동의하고, 신뢰할 뿐 아니라, 헌신해야 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일깨웁니다. 믿는다는 것은, 우리 뜻(지성)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하나님에 대한 이해의 빛 아래서 우리 자신과 우리 세계를 본다는 뜻이며, 하나님께 닻을 내리듯 자신을 맡기고 온전히 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며 "믿음은 곧 인격적인 헌신"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곱씹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모일 때마다 소리내어 자신이 믿는 바(사도신경)를 고백합니다. 그런데 어느 새 이 고백은 아무 감동없이, 아무 결단없이, 습관처럼 행해지는 종교행위가 되고 있음을 봅니다. 한국 교회의 위기,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삶과 믿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높습니다. 어쩌면 복음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믿음을 찾아서>는 그 어떤 기독교 변증서보다 기독교 진리를 생생하고 아름답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논쟁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날카로워 진리를 깨닫는 희열이 무엇인지 충만하게 맛볼 수 있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진 복음이 얼마나 매력적이며, 놀라운 삶의 길인지를 감동적으로 깨닫게 해줍니다. 지금까지 배웠던 어떤 '교리', 어떤 '신경'(사도신경, 니케아신경) 강의보다 탁월하며 광대하고 풍요롭습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에밀 브루너의 말을 재인용하여) "복음은 늘 동일하지만, 복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항상 새로워져야 한다"(100)고 강조합니다. 복음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는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만들어주며, 진리 안에 있다는 확신을 더해주며, 무엇보다 믿음이 이론이 아니라, 연애사건에 가까움을 감동적으로 일깨워줍니다. 믿기는 하지만 감동이 없는 성도들,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탁월하고 매력적인 진리인지 맛보지 못한 사람들, 교리 공부가 지겨웠던 그리스도인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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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9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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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웅장한 고대 유적지와 푸른 지중해의 근사한 휴양지뿐 아니라 바다 위에 떠 있는 신비한 도시 베네치아까지 품고 있는 이탈리아로 떠나기로 했다."(프롤로그 中에서)

나는 오늘도 여행을 꿈꿉니다. 누군가 "삶은 여행"이라고 노래했듯이, 어차피 삶은 여행이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이 이탈리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속삭이는 듯 합니다. 유럽 여행 중에서도 이탈리아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여행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탈리아는 "팔방미인처럼 온갖 매력을 다 갖추고" 있는 여행지이니까요.

여행자들이 믿고 보는 해외여행 가이드북으로 유명한 상상출판의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은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불멸의 도시 로마, 바다 위의 낭만도시 베네치아, 연인들의 종착역 피렌체, 아름다운 디자인 도시 밀라노, 정말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나폴리, 최후의 날부터 멈춰버린 폼페이,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그 소렌토, 지상 낙원 포지타노, 해안 절벽 마을 아말피, 이드리아 해안의 작은 항구 도시 바리, 사랑스러운 동화 속 마을 알베로벨로까지, 모두 품고 있습니다.

 

 


 

"여긴 원래 그래요."

"볼 것 많고 할 것 많은 이탈리아에서의 1분 1초가 아쉬웠던 나에게 이때의 경험은 여행을 다시 생각하고 계획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이탈리아 여행이지만, 이탈리아 여행을 가장 망설이게 하는 요소는 아마도 소매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도 로마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지인들이 즐비하니까요. 낯선 해외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보다 더 당황스러운 일도 없을 텐데요,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은 소매치를 예방하는 법부터, 소매치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포함하여 이탈리아 여행 전에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을 꼼꼼하게 일러줍니다.

특별히 <이탈리아 여행 전 많이 묻는 질문 10가지>에 대답해주고 있는데,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이라 친절한 답변이 반가웠습니다. 이탈리아는 "여름에는 북부, 겨울에는 남주를 여행하기 좋아 사계절 모두 적기"라고 할 수 있는데,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는 온도가 급격히 차이가 나니 겉옷 혹은 카디건을 꼭 챙기자"는 친절한 팁도 일러줍니다. 기차 티켓은 여행 3-4개월 전에 예약하면 더 저렴하다는 것, 자유여행을 한다면 취향에 따라 현지 패기지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든지,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동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든지, 4월 21일은 로마 건국 기념일로 박물관 및 유적지가 일반인에게 모두 무료로 개방되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대부분의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가 문을 닫는다든지 하는 현지에서 당황하지 않고 실패가 없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습니다.

 


 

 

독일의 시인 괴테가 티볼리의 폭포와 경치를 보고 말했다.

"이곳을 알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 깊숙한 곳까지 풍요로워졌다."

로마 귀족의 휴양지였던 티볼리를 여행해보자(34).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의 저자는 "북부에 비해 가난한 남부는 위험다는 소문이 자자해 많은 사람들이 천덕꾸러기로 여기는 곳이지만 사시사철 따뜻하고 온화한 지중해서 기후 덕분에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24)고 알립니다. 이탈리아에 간다면 당연한듯 로마를 가봐야 할 것 같지만, 로마의 콜로세오, 바티칸 시국, 베네치아의 운하와 곤돌라, 베로나의 줄리엣의 집, 피렌체와 밀라노의 두오모, 아시시의 토스카나 평원, 알레로벨로의 전통가옥, 포지타노에서의 휴식, 고대 도시 폼페이, 친퀘테레의 하이킹 등 이탈리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많지만, 만약 이탈리아를 여행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여행 기회만 주어진다면 저는 낭만적인 소도시 여행을 택할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은 은근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이탈리아 남부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은 곳곳에서 이탈리아 여행 경험이 많은 베테랑 가이드 포스가 느껴집니다. 이 작가 분이야 말로 이탈리아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나 할까요. <이탈리아 셀프트래블>은 이탈리아 여행에 관한 모든 것, 특별히 이탈리아 여행을 망설이게 만드는 모든 염려와 고민을 날려버리는 상세하고도 친절한 정보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는 분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계시는 분들, 계획 없이 떠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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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여행 가이드북 -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
권다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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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엄마가 정리한 아이 여행 백과사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텐데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중에 가장 좋은 것을 무엇일까요? 언젠가 우연히 스치듯 본 방송 중에서 아이에게 "경험을 선물하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 삶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지혜는 다양한 경험에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중에 여행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시간과 경험을 선물하는 일이며,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 즐겁고 아름다운 아이의 기억 속에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상상출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아이여행 가이드북>은 바로 그러한 뜻을 가진 부모님을 돕는 책입니다.





<아이여행 가이드북>은 아이와 함께 다녀오면 좋을 여행지를 계절별, 지역별로 정리한 국내여행 가이드북입니다. 여행작가 엄마가 정리한 가이드북이라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부모님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고충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리고 가이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이가 카시트에 앉기를 싫어해서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 낸다든지, 아이가 걷기를 싫어한다든지, 자녀들의 성향이 너무 달라서 여행지를 고를 때마다 고민이라든지, 아이가 아직 어려서 기억하지도 못할 것 같은 여행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 짐 꾸리기만으로도 지치는 아이와의 여행에서 짐을 줄일 수 있는 꿀팁은 무엇인지 궁금한 부모님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기도 합니다. 여행작가 엄마가 아이와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물론 아이와의 소통이지요. 일상에서는 나누기 어려웠던 속마음도 여행에서는 의외로 툭툭 털어놓게 되니까요. 또 하나는 아이에게 여행문화를 가르치는 일이에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보다는 현지 구멍가게나 전통시장을 이용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테마파크보다는 때 묻지 않은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여행하는 방법을 먼저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이런 여행을 경험한 아이들 세대에는 우리나라의 여행문화도 한층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질 거라 믿어요(26).

<아이여행 가이드북> 中에서





<아이여행 가이드북>은 계절별, 지역별로 여행지가 정리되어 있어, '지금'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고민이 될 때 아주 유용합니다. 백과사전식으로 정리되어 있어 찾아보기 쉽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여행작가 엄마는 "아이 방에 커다란 지도를 붙여두고 매번의 여행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며 기록해"둔다고 합니다(25). 아이와 함께 "우리만의 여행지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지요. 이렇게 아이와 우리만의 여행지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이 책은 아주 유용합니다. 아이의 나이대에 맞게 어느 계절에 어느 여행지를 택하면 좋은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초록초록'한 여행지가 많습니다. 각종 박물관과 다양한 체험관도 소개되고 있지만, "솔방울 하나만 있어도 잘 노는" 아이들에게 자연만큼 좋은 여행지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위해 부모가 지루함을 견뎌야 할 필요도 없고, 아이를 위해 놀아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니까요. "'지금'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가 고민인 부모님들에게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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