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42가지 생각
마크 버논 지음, 윤성원 옮김 / 청어람장서가(장서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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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모든 해답은 마흔 두가지이다?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슈퍼컴퓨터 ’깊은 생각’(Deep Thought)이 "인생과 우주, 그리고 사물에 대한 해답은 마흔 두 가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 서문 중에서- ]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42가지 생각>에서 ’42’라는 숫자는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42’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차용하여, 지성인들의 격언 42가지를 매개로 사용한다. 그 42가지의 격언을 철학자들의 사상과 연결시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찰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철학적 고찰을 통해 인생의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42가지 생각>은 42개의 격언을 다시 7개의 주제(The Happy Life, The Everyday Life, The Examined Life, The Working Life, The Social Life, The End of Life, The Greener Life)로 나눠 묶었다. 심오한 철학을 우리 생활 깊숙히 연결시켜주고 있다. 이 책은 인생의 해답을 직접 전달해주기 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는 듯 하다. 책을 읽는 자로 하여금 사색하게 하는 힘이 있다. 아무 의미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행했던 일상적인 행위들까지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평범한 문제가 아니라, 인생을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플라톤-(117)

인생을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색에서 해답을 찾고 있으나, 사실 철학자들마다 답이 다르다! 저자는 한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인생을 직접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121)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살수록 더 모르겠다.

2010년의 트렌트를 예측한 책을 읽으니 내년에도 우리의 ’정서적 허기’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고 한다. 정서적으로는 퇴행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물질적으로 아무리 누리며 살아도 정서적인 허기에 시달리는 삶,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삶은 꼭 행복해야 하는걸까? 생각의 미궁에 빠진 듯,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을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일까?"라는 문제에서 나는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42가지 생각>에서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풍요로운 삶을 위해 내가 물어야 하는 물음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42가지의 질문을 얻었다. 그리고 그 ’42가지’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나의 생각’이 시작되었다. 기술과 물질은 풍요로울지 모르나, 마음과 영혼을 잃어버리고 사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리라.

"여행은 정신을 넓혀준다고 하지만, 우리는 먼저 정신부터 가져야 한다."-G. K. 체스터튼-(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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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트렌드 웨이브 - MBC 컬처 리포트
MBC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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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 대중문화의 ’주요장면 미리보기’


MBC가 2010년 한국 대중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고 분석한 트렌드 서적을 내놓았다. "방송의 소비자인 5천만 인구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것에 관심을 갖게 될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MBC는 이 책이 "2010 대중문화의 흐름을 짚어줄 예상 답안지가 되기를 바라며,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획거리를 제공하고, 콘텐츠 공급자에게 기획에 직접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트렌드 서적이 되기를 바라"는 야심찬 의도를 가지고 기획했다.

객관적이고 생생한 결과 도출을 위해 ’발로 직접 뛰며’ 조사했다고 한다. 설문조사, 표적 집단 면접,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정서적 허기’, ’디지털 네이티브’, ’뷰티풀 루저’, ’콘셉트 워킹’, ’일상적 안심, ’집단지성’, ’아트 넥스트 도어’, ’착한 저항’, 신 남녀공학’, ’세컨드 라이프’, ’체감형 시대’, ’코드 그린’, ’쌩얼의 시대’ , ’한식 한류’, ’손바닥 IT’, ’게릴라 크리에티브’라는 16개의 주요 트렌드 범주 안에 54개의 키워드를 도출하여 정리했다.

<머리말>을 보면, 2010 트렌드 퍼즐을 완성한 큰 그림에서 세 가지 특징적인 현상을 예측하고 있는데, 첫째는, 2010년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안 코드’를 담은 현상들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갖가지 충격파로 인해 한껏 높아진 심리적 경계의 벽이 2010년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둘째,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의 단절로 인한 병리현상의 꿈틀거림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으로 치닫는 여론몰이와 온라인 공간의 잔인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셋째는, 정서적으로 퇴행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IT 전문가들은 2010년이 그동안 축적됐던 기술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화려한 꽃을 피울 ’테크놀로지 빅뱅’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이 책의 강점은 잡지처럼 유행의 물결을 관람하듯 단순히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의 방향을 감지하고 그 방향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특별히 16개의 주요 트렌트마다 각계각층의 최고 전문가 30인의 심층 인터뷰를 실어주고 있는데, 그들의 분석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다. 

2010년 트렌드의 웨이브에서 내가 특별히 관심있게 읽은 것은 ’정서적 허기’와 ’뷰티풀 루저’ 트랜드이다.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해야 할 일이 넘치는 시장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서적 허기’를 느끼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위기 때문에 괜한 불안을 느끼며, 앞으로 점점 더 진정한 관계를 통한 정서적 허기를 메울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그렇지 않아도 허기만 나의 마음을 더욱 허기지게 한다. 관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점차 자신에게 집중하며 유령 위장을 달려보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안스럽다. 누군가는 테크놀로지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기도 했지만,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개인을 더욱 개인으로 고립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10년도에는 서로의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그 무엇이 혜성처럼 나타나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일까. 

어쩌면 ’뷰티풀 루저’ 문화는 한 명의 성공자와 다수의 실패자를 양산하는 사회에서 나름대로 숨통을 트여보려는 발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째튼 원하는 결과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삶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박수해줄 수 있는 긍정의 힘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겉절이 중 으뜸인 ’쩌리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어쩐지 조금 씁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1인자에게만 집중되었던 조명에 반기를 들었던 2인자, 그리고 넘버 쓰리의 서열을 지나 ’쩌리짱’도 행복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존의 존(Zone)이 확대되는 현상이라 보고 싶다.

서른 살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더욱 위기로 내몰리는 듯한 20, 30대 젊은이들이 팔팔한 젊음의 기운을 회복하는 2010년이 되었으면 한다. "컴퓨터만 하고 공부는 언제할래?"라는 꾸중을 듣고 자랐던 디지털 네이티브는 역사상 가장 진화된 인류로 여겨진다고 하니, 가장 진화된 인류의 파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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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5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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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선생님,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 선생님의 곱고 고운 나뭇잎 편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나뭇잎 편지는 다 읽고 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풀내음도 나고, 꽃내음도 나고, 농부의 땀내음도 흠뻑했던 지난 번 편지와는 다르게 신음소리가 있고, 아픈 눈물이 있네요.

다정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무서워지고 있는 것을 저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요. 처음 선생님을 뵐 때, 요란한 세상을 피해 자연으로 숨어들었나 싶었습니다. 돈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에 등을 돌려 흙으로 돌아가셨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곳에서 땀 흘리시며 어지러운 세상,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세상, 돈 때문에 병이 깊어진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뜨거운 마음으로 울고 계시네요.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오는 내내 험한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겁 많고 어리석은 권력의 ’엄정한 법 집행’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고 한탄하시는 선생님은 그늘에서 먹는 시원한 국수 한 그릇에도 체할 것 같다 하셨는데, 저는 그저 제 입으로 들어가는 맛난 것만 생각하며 살았네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는 게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갈수록 힘든 세상입니다."(80) 
"농민은 분노도 없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인가 보다 할 만큼, 농민의 소리는 세상에서 참 작습니다. 농촌의 위기는 우리 사회의 속없는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15)
"이미 세상은, 가난한 사람과 억울하고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어지 않은 지 오랩니다".(31)
"죽음을 파는 일도 가능한 세상에서 우리가 사는 거지요."(38)

이런 세상에서 돌아앉고 싶은 건 오히려 저였나 봅니다. 그래서 모른 척, 안 들리는 척, 안 보이는 척,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살았습니다. 선생님 계신 마을에는 어디서나 밥보다 술에 먼저 손이 가는 이들이 마을에 두엇 더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결같이 여리고 순한 사람들이라 하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아침부터 밥이 아니라 술을 먼저 찾았다고. "세상 사람들보다 술기운이 더 따뜻하고 살가웠던가 봅니다"(19) 하시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술기운보다 못한 이웃인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작은 것들, 마음도 모으고 몸도 모아서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하셨지요. 그렇게 제 작은 마음도 모으고 싶습니다. 무명이 허명보다 낫다 하신 말씀 마음에 새기었습니다. 상식 있는 선택을 하며 살리라 다짐도 해봅니다. "그이가 나를 보고 계신다는 생각으로 문득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것도 좋은 스승을 마음에 모시고 있다는 뜻입니다"(87) 하신 말씀처럼, 제 마음에 선생님의 글이 스승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험악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새겨주는 선생님의 나뭇잎 편지 읽으며, 마음 오래 쉴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맑은 공기 흠뻑 들어마셨습니다. 짙은 어둠속에 반짝이는 하늘의 별을 헤며, 초록 향을 맡으며, 날파리 한 마리 응원하는 선생님의 존재가 고마웠습니다. 

"힘내시자고요!" 하신 선생님, 힘 내기 위해, 그리고 저기 어두운데서 울고 있는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바라며 힘 내시라고, 선생님의 시 한편 기도문 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봅니다.

"저 깊은 데서, 저 어두운데서 누군가 울고 있고, 거기서 누군가 깊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거기서 꼭 우리들 같은 사람들이 어쩌면 가난하고 외롭고 
그리고 우리는, 그 깊고 어두운데 있는 이들의 현실과 현재를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면, 시대의 어둠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지요? 우리들 눈이 닿지 않고 우리 마음이 닿지 않는 저기 수많은 깊고 어두운 세계의 사람들 위해 짧은 기도라도 드리고 싶어지는 밤. 우리 마음이 그 깊은데 닿을 수 있기를."(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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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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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 그를 만나면 사랑을 믿고 싶어진다! 


기욤 뮈소가 또 한 편의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늘 우리가 살아가는 생생한 ’현재’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의 사랑 이야기는 ’환상’에 가깝다. ’과연 이런 사랑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생기다가도, 어느새 세상 어딘가에 이런 사랑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기고, 결국 사랑을 의심하는 나와 같은 사람도 또다시 사랑을 꿈꾸게 만들어준다.

<당신 없는 나는?>의 두 남녀 주인공은 1974년 생인 작가 기욤 뮈소와 또래이다. 1974년 6월 5일 프랑스 남부 앙티브 출생 마르탱 보몽, 1975년 12월 2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생 ’가브리엘’, 스물 한 살의 마르탱은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스무 살의 가브리엘에게 첫 눈에 반한다. 상처난 과거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였을까, 두 사람은 불꽃 같이 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유럽으로 여행을 간 남자 친구가 있었고, 마르탱은 프랑스로 돌아가야만 했다.

프랑스에 돌아온 마르탱은 이미 가브리엘이 없는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다.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는 가브리엘에게 편지와 함께 12월 24일 뉴욕행 비행기 표를 보낸다. "두려움 때문에 그 다리를 못 건너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내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게 해 줘. 약속을 해 달라거나 확답을 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신호 하나만 보내줘."(27) 그 신호를 보내는 간단한 방법으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근처에 있는 카페 드 랄로로 나와달라 부탁한다. (그때는 인터넷, 이메일, 인터넷폰, 메신저 따위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1995년 12월 24일, 마르탱은 하루 종일 그곳에서 가브리엘을 기다렸다. 마르탱은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녀는 오지 않았다. 왜 가브리엘은 왜 그날 그 자리에 오지 않았을까? 가브리엘은 그날 그 시간에 마르탱에게 가는 대신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브리엘을 포기하는 그 순간 마르탱의 얼굴에는 냉혹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그날 작가의 꿈을 접었다. 그리고 경찰리 되리라, 사냥꾼이 되리라 결심한다. "마르탱은 단지 사랑을 잃은 게 아니라 꿈도 희망도 함께 잃었다."(33)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내게 심장을 준 사람은 나의 아버지였지만 그 심장을 뛰게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245)

2008년. OCBC(프랑스 문화재 밀거래 단속국) 소속 경위인 마르탱은 3년 넘게 명화절도범 아키볼드를 추적해오고 있다. 아키볼드가 화가들의 사망일에 맞춰 그림을 훔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마르탱은 이번만큼은 아키볼드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다. 그는 더욱 병적인 집착으로 아키볼드를 뒤쫓는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 검사 출신의 오문진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그녀의 제안으로 마르탱은 아키볼드를 잡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다.

그런데 마르탱은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문진이 넘겨준 아키볼트의 신상 관련 서류를 읽으며 충격에 전율한다. 신출귀몰하는 세계 제일의 도둑 아키볼드가 사랑하는 여인 가브리엘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출생에 얽혀 있는 아픈 가족사를 알게 된다.

마르탱과 아키볼트는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가 되어, 자학에 가까운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가브리엘 앞에 나타난다.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가브리엘은 엄마와 아빠가 사랑했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게 된다. 가브리엘은 이제 방황을 끝내고 진심으로 행복하고 싶다. 그러나 가브리엘이 마르탱에게 가닿기도 전에 추격전을 벌이던 마르탱과 아키볼드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위에서 목숨을 건 최후의 승부를 펼치게 된다. 그리고 결국 ….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나니"(요한일서 4장 18절).

마르탱에게 가브리엘은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으나 아물지 않는 상처였고, 끝내 풀지 못한 수수께끼였고, 늘 추억이 되고 고통이 된 여인이었다(280). 가브리엘에게 마르탱은 "위대한 사랑"이었다(273). 그런데 그들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랑 앞에 두려워했다. 사랑받지 못했던 과거의 상처가 그들 안에 두려움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우리는 왜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랑 앞에 주저하고, 그 사랑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할까. 설레였지만 사랑 앞에 늘 두려웠던 나의 지난 날이 떠오른다. 사랑을 몰랐고,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고, 사랑을 줄 줄도 몰랐던 어설펐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늘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노래하지만 어쩌면 정말 사랑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욤 뮈소는 마르탱과 가브리엘을 통해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는다는 성경 말씀이 진리인 것을 증명해준다. 

사랑 앞에 겁을 내고 있다면, 당장 기욤 뮈소의 ’두려움 없는 사랑’에 빠져보시기를!  그의 이야기는 사랑의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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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민속기행 1 - 사라져가는 옛 삶의 기록, 최상일 PD의 신간민속 답사기
최상일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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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한반도의 등줄기를 답사하다!

저자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로 잘 알려진 최상일 PD이다.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한반도의 등줄기를 답사한 기록을 <백두대간 민속기행>이라는 2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책의 내용은 이미 20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내용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수려한 아름다움과 산에 사는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사진 보다 깨알 같은 글이 많아 당황스러웠다. 토속민요가 전공이라는 저자는 역시 ’소리’를 좋아하는가 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그대로 글자로 옮겨놓은 듯 산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나눈 정담이 소리 그대로 빼곡히 옮겨와 앉아 있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는 산맥을 말한다." 그 깊은 산줄기에 터를 잡고 사는 산(山) 사람들이 있다. <백두대간 민속기행>은 그 ’백두대간’을 터전 삼아 사는 사람들의 고유한 생활방식을 간직한 또다른 문화공간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지난 여름 포항에서 강원도 정선으로 지인을 찾아가는 길에 네비게이션으로 가장 빠른 길을 검색하여 다녀온 적이 있다. 네비게이션은 시원한 고속도로가 아니라 구비구비 산을 돌아나가는 국도로 우리를 안내했다. 계속해서 산을 오르고 내리며 정선까지 달렸는데, 참 신기하게도 어떻게 이런 산골짜기까지 들어와 사람이 살까 싶을 정도로 외지고 깊은 산 속에 잊을만 하면 꼭 ’집’이 한 채씩 보였다. 장관을 이루고 있는 험한 산세에 압도된 우리는 너무도 멋진 자연이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적막해보이는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싶은 마음에 괜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TV는 나올까? 인터넷도 안 될텐데’라는 걱정은 한 번도 ’틀’ 안에서 벗어나보지 못한 자칭 ’도시인’의 두려움이었으리라.

<백두대간 민속기행>은 마치 요란한 세상에서 한발자국 물러서 있는 듯한 산(山) 사람들의 생활과 먹거리를 이야기한다. 산촌에서 땅을 일구고, 문화를 일구어온 토박이 어르신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으며 산촌의 생활사를 기록했다. 저자는 "마을 단위의 생활민속이 주된 관심사"였다고 밝힌다. 저자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세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백두대간 자락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서 먹고살았는가? 둘째는,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가? 셋째는,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역시 자연에 ’고립’되어 보이는 도시인의 시각에서 나오는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용하는 ’민속’이란 말은 신앙, 습관, 전설, 전승문화 등보다는 생업 관행과 생활문화를 뜻하는 말에 더 가깝다"(5)고 밝힌다. 저자가 만난 마을의 토박이 어르신들은 자연과 더불어 먹고사는 이야기를 이제는 지나간 옛 추억과 함께 더 보태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들려주신다. 어쩌면 ’먹고사는 일’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는 그 생활이야기를 들으며, 복잡하게만 느끼지는 나의 일상과 우리네 살이가 아주 단순해지는 것을 느낀다. 

백두대간 자락은 때로는 세상의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땅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고마운 곳이지만, 깊게 패인 어르신들의 주름과 기름기 하나 없이 마른 몸, 그리고 곱은 손은 그곳의 생활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맑은 물과 맑은 공기가 있고, 아름다운 꽃이 지천으로 피고, 산마다 나무와 나물이 그득하지만, 지상낙원은 아니다. 땅 한 자락 내어준 거대한 자연에 순응하며, 때로는 힘겹게 막아서며, 나무를 잘라 숯을 굽거나 목기를 만들거나 산에서 나물을 뜯거나 약초를 캐거나 그렇게 계절따라 하루도 ’노동’ 없이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삶의 현장이다. 중노동이었을텐데 그래도 "일이라는 건 겁을 안 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순박한 목소리에 오직 정직한 노동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착한 삶이 담겨 있다. 

"와~ 아름답다. 멋지다" 하고 감탄해마지 않는 백두대간 자락에 힘겹게 삶의 터전을 다져오신 분들의 생활사, 이제는 사라져가는 옛 생활의 흔적이고, 우리네 산간민속이다. 연구자들에게 ’한국 민중생활사’의 의미를 지닐터이고, 나에게는 멀리지만 가까이 있고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가르쳐주었다. 진항 향수와 더불어 인생을 조금 단순하게 바라보며 살 수 있도록 거품과 욕심을 빼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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