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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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 그를 만나면 사랑을 믿고 싶어진다! 


기욤 뮈소가 또 한 편의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늘 우리가 살아가는 생생한 ’현재’를 이야기의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의 사랑 이야기는 ’환상’에 가깝다. ’과연 이런 사랑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생기다가도, 어느새 세상 어딘가에 이런 사랑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기고, 결국 사랑을 의심하는 나와 같은 사람도 또다시 사랑을 꿈꾸게 만들어준다.

<당신 없는 나는?>의 두 남녀 주인공은 1974년 생인 작가 기욤 뮈소와 또래이다. 1974년 6월 5일 프랑스 남부 앙티브 출생 마르탱 보몽, 1975년 12월 2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생 ’가브리엘’, 스물 한 살의 마르탱은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스무 살의 가브리엘에게 첫 눈에 반한다. 상처난 과거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였을까, 두 사람은 불꽃 같이 타오르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가브리엘은 유럽으로 여행을 간 남자 친구가 있었고, 마르탱은 프랑스로 돌아가야만 했다.

프랑스에 돌아온 마르탱은 이미 가브리엘이 없는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다. 두려움 때문에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는 가브리엘에게 편지와 함께 12월 24일 뉴욕행 비행기 표를 보낸다. "두려움 때문에 그 다리를 못 건너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내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게 해 줘. 약속을 해 달라거나 확답을 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신호 하나만 보내줘."(27) 그 신호를 보내는 간단한 방법으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근처에 있는 카페 드 랄로로 나와달라 부탁한다. (그때는 인터넷, 이메일, 인터넷폰, 메신저 따위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1995년 12월 24일, 마르탱은 하루 종일 그곳에서 가브리엘을 기다렸다. 마르탱은 그녀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녀는 오지 않았다. 왜 가브리엘은 왜 그날 그 자리에 오지 않았을까? 가브리엘은 그날 그 시간에 마르탱에게 가는 대신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브리엘을 포기하는 그 순간 마르탱의 얼굴에는 냉혹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그날 작가의 꿈을 접었다. 그리고 경찰리 되리라, 사냥꾼이 되리라 결심한다. "마르탱은 단지 사랑을 잃은 게 아니라 꿈도 희망도 함께 잃었다."(33)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내게 심장을 준 사람은 나의 아버지였지만 그 심장을 뛰게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245)

2008년. OCBC(프랑스 문화재 밀거래 단속국) 소속 경위인 마르탱은 3년 넘게 명화절도범 아키볼드를 추적해오고 있다. 아키볼드가 화가들의 사망일에 맞춰 그림을 훔쳐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마르탱은 이번만큼은 아키볼드를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보기 좋게 당하고 말았다. 그는 더욱 병적인 집착으로 아키볼드를 뒤쫓는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 검사 출신의 오문진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그녀의 제안으로 마르탱은 아키볼드를 잡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다.

그런데 마르탱은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오문진이 넘겨준 아키볼트의 신상 관련 서류를 읽으며 충격에 전율한다. 신출귀몰하는 세계 제일의 도둑 아키볼드가 사랑하는 여인 가브리엘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출생에 얽혀 있는 아픈 가족사를 알게 된다.

마르탱과 아키볼트는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가 되어, 자학에 가까운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가브리엘 앞에 나타난다.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가브리엘은 엄마와 아빠가 사랑했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게 된다. 가브리엘은 이제 방황을 끝내고 진심으로 행복하고 싶다. 그러나 가브리엘이 마르탱에게 가닿기도 전에 추격전을 벌이던 마르탱과 아키볼드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위에서 목숨을 건 최후의 승부를 펼치게 된다. 그리고 결국 ….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나니"(요한일서 4장 18절).

마르탱에게 가브리엘은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으나 아물지 않는 상처였고, 끝내 풀지 못한 수수께끼였고, 늘 추억이 되고 고통이 된 여인이었다(280). 가브리엘에게 마르탱은 "위대한 사랑"이었다(273). 그런데 그들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랑 앞에 두려워했다. 사랑받지 못했던 과거의 상처가 그들 안에 두려움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우리는 왜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랑 앞에 주저하고, 그 사랑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할까. 설레였지만 사랑 앞에 늘 두려웠던 나의 지난 날이 떠오른다. 사랑을 몰랐고, 사랑을 받을 줄도 모르고, 사랑을 줄 줄도 몰랐던 어설펐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늘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노래하지만 어쩌면 정말 사랑하는 법을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욤 뮈소는 마르탱과 가브리엘을 통해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는다는 성경 말씀이 진리인 것을 증명해준다. 

사랑 앞에 겁을 내고 있다면, 당장 기욤 뮈소의 ’두려움 없는 사랑’에 빠져보시기를!  그의 이야기는 사랑의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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