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5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철수 선생님,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 선생님의 곱고 고운 나뭇잎 편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나뭇잎 편지는 다 읽고 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풀내음도 나고, 꽃내음도 나고, 농부의 땀내음도 흠뻑했던 지난 번 편지와는 다르게 신음소리가 있고, 아픈 눈물이 있네요.

다정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무서워지고 있는 것을 저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요. 처음 선생님을 뵐 때, 요란한 세상을 피해 자연으로 숨어들었나 싶었습니다. 돈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에 등을 돌려 흙으로 돌아가셨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곳에서 땀 흘리시며 어지러운 세상,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세상, 돈 때문에 병이 깊어진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뜨거운 마음으로 울고 계시네요.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오는 내내 험한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겁 많고 어리석은 권력의 ’엄정한 법 집행’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고 한탄하시는 선생님은 그늘에서 먹는 시원한 국수 한 그릇에도 체할 것 같다 하셨는데, 저는 그저 제 입으로 들어가는 맛난 것만 생각하며 살았네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는 게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갈수록 힘든 세상입니다."(80) 
"농민은 분노도 없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인가 보다 할 만큼, 농민의 소리는 세상에서 참 작습니다. 농촌의 위기는 우리 사회의 속없는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줍니다."(15)
"이미 세상은, 가난한 사람과 억울하고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어지 않은 지 오랩니다".(31)
"죽음을 파는 일도 가능한 세상에서 우리가 사는 거지요."(38)

이런 세상에서 돌아앉고 싶은 건 오히려 저였나 봅니다. 그래서 모른 척, 안 들리는 척, 안 보이는 척,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살았습니다. 선생님 계신 마을에는 어디서나 밥보다 술에 먼저 손이 가는 이들이 마을에 두엇 더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결같이 여리고 순한 사람들이라 하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아침부터 밥이 아니라 술을 먼저 찾았다고. "세상 사람들보다 술기운이 더 따뜻하고 살가웠던가 봅니다"(19) 하시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술기운보다 못한 이웃인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작은 것들, 마음도 모으고 몸도 모아서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하셨지요. 그렇게 제 작은 마음도 모으고 싶습니다. 무명이 허명보다 낫다 하신 말씀 마음에 새기었습니다. 상식 있는 선택을 하며 살리라 다짐도 해봅니다. "그이가 나를 보고 계신다는 생각으로 문득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것도 좋은 스승을 마음에 모시고 있다는 뜻입니다"(87) 하신 말씀처럼, 제 마음에 선생님의 글이 스승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험악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새겨주는 선생님의 나뭇잎 편지 읽으며, 마음 오래 쉴 수 있었습니다. 모처럼 맑은 공기 흠뻑 들어마셨습니다. 짙은 어둠속에 반짝이는 하늘의 별을 헤며, 초록 향을 맡으며, 날파리 한 마리 응원하는 선생님의 존재가 고마웠습니다. 

"힘내시자고요!" 하신 선생님, 힘 내기 위해, 그리고 저기 어두운데서 울고 있는 누군가에게 가 닿기를 바라며 힘 내시라고, 선생님의 시 한편 기도문 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어봅니다.

"저 깊은 데서, 저 어두운데서 누군가 울고 있고, 거기서 누군가 깊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거기서 꼭 우리들 같은 사람들이 어쩌면 가난하고 외롭고 
그리고 우리는, 그 깊고 어두운데 있는 이들의 현실과 현재를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다면, 시대의 어둠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지요? 우리들 눈이 닿지 않고 우리 마음이 닿지 않는 저기 수많은 깊고 어두운 세계의 사람들 위해 짧은 기도라도 드리고 싶어지는 밤. 우리 마음이 그 깊은데 닿을 수 있기를."(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