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트렌드 웨이브 - MBC 컬처 리포트
MBC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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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 대중문화의 ’주요장면 미리보기’


MBC가 2010년 한국 대중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고 분석한 트렌드 서적을 내놓았다. "방송의 소비자인 5천만 인구가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것에 관심을 갖게 될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MBC는 이 책이 "2010 대중문화의 흐름을 짚어줄 예상 답안지가 되기를 바라며,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획거리를 제공하고, 콘텐츠 공급자에게 기획에 직접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트렌드 서적이 되기를 바라"는 야심찬 의도를 가지고 기획했다.

객관적이고 생생한 결과 도출을 위해 ’발로 직접 뛰며’ 조사했다고 한다. 설문조사, 표적 집단 면접,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정서적 허기’, ’디지털 네이티브’, ’뷰티풀 루저’, ’콘셉트 워킹’, ’일상적 안심, ’집단지성’, ’아트 넥스트 도어’, ’착한 저항’, 신 남녀공학’, ’세컨드 라이프’, ’체감형 시대’, ’코드 그린’, ’쌩얼의 시대’ , ’한식 한류’, ’손바닥 IT’, ’게릴라 크리에티브’라는 16개의 주요 트렌드 범주 안에 54개의 키워드를 도출하여 정리했다.

<머리말>을 보면, 2010 트렌드 퍼즐을 완성한 큰 그림에서 세 가지 특징적인 현상을 예측하고 있는데, 첫째는, 2010년 트렌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안 코드’를 담은 현상들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갖가지 충격파로 인해 한껏 높아진 심리적 경계의 벽이 2010년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둘째,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의 단절로 인한 병리현상의 꿈틀거림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으로 치닫는 여론몰이와 온라인 공간의 잔인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셋째는, 정서적으로 퇴행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IT 전문가들은 2010년이 그동안 축적됐던 기술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화려한 꽃을 피울 ’테크놀로지 빅뱅’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이 책의 강점은 잡지처럼 유행의 물결을 관람하듯 단순히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의 방향을 감지하고 그 방향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특별히 16개의 주요 트렌트마다 각계각층의 최고 전문가 30인의 심층 인터뷰를 실어주고 있는데, 그들의 분석을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어 좋았다. 

2010년 트렌드의 웨이브에서 내가 특별히 관심있게 읽은 것은 ’정서적 허기’와 ’뷰티풀 루저’ 트랜드이다.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해야 할 일이 넘치는 시장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서적 허기’를 느끼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위기 때문에 괜한 불안을 느끼며, 앞으로 점점 더 진정한 관계를 통한 정서적 허기를 메울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그렇지 않아도 허기만 나의 마음을 더욱 허기지게 한다. 관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점차 자신에게 집중하며 유령 위장을 달려보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안스럽다. 누군가는 테크놀로지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기도 했지만,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개인을 더욱 개인으로 고립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10년도에는 서로의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획기적인(!) 그 무엇이 혜성처럼 나타나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모한 일일까. 

어쩌면 ’뷰티풀 루저’ 문화는 한 명의 성공자와 다수의 실패자를 양산하는 사회에서 나름대로 숨통을 트여보려는 발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째튼 원하는 결과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삶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박수해줄 수 있는 긍정의 힘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겉절이 중 으뜸인 ’쩌리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어쩐지 조금 씁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1인자에게만 집중되었던 조명에 반기를 들었던 2인자, 그리고 넘버 쓰리의 서열을 지나 ’쩌리짱’도 행복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존의 존(Zone)이 확대되는 현상이라 보고 싶다.

서른 살을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더욱 위기로 내몰리는 듯한 20, 30대 젊은이들이 팔팔한 젊음의 기운을 회복하는 2010년이 되었으면 한다. "컴퓨터만 하고 공부는 언제할래?"라는 꾸중을 듣고 자랐던 디지털 네이티브는 역사상 가장 진화된 인류로 여겨진다고 하니, 가장 진화된 인류의 파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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