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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의 비밀
댄 버스틴.아르네 드 케이저 지음, 김홍래.황혜숙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왜 우리는 댄 브라운의 소설을 주석하는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영화화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을 때, 우리 교회 목사님은 1인 시위를 벌였었다. 일간에서는 교회의 그러한 대응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극하게 되고, 결국 영화를 홍보하는 역효과를 내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또 소설이란 원래 ’허구’를 전제로 한 문학 작품인데, 종교계의 반응이 너무 민감하다며 그 ’유난함’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런데 만일 일본이 우리나라의 실제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독도가 일본 땅이었다는 소설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것을 읽은 독자들이 실제 역사와 ’허구적인’ 소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작가의 상상력이 있음직한 역사라고 느끼고, 나아가 실제 역사에 의문을 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실제로 <다빈치 코드>를 읽은 많은 독자가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이루는 예수에 대한 믿음과 성경이 전하는 ’역사적 예수’에 많은 의심을 품고, <다빈치 코드>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었었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 하는 여러 주장들이 인터넷을 떠돌기도 했고, 교회에 문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다빈치 코드>가 흡입력이 강한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게다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에 그 파급 효과가 더욱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설이 ’허구’로 읽히지 않을 만큼 실제적인 소재 위에 토대를 두었다는 것이다. 실재하는 예술 작품, 유명한 박물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과 건축물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려나갔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리얼’하게 읽혔다. 그처럼 ’리얼’한 배경 위에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마지막 조각이 맞춰질 때에는 ’역사적 예수’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양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었기 때문에 마치 진짜로 숨겨져 있던 역사적 비밀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이 얼마나 ’리얼’한 고증이었는지는 <다빈치 코드>의 추적과 논리에 반박하는 책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현상이 반증해준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쓴 작가 댄 버스틴과 아르네 드 케이저는 <다빈치 코드의 비밀>을 쓴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면서, 댄 브라운의 소설에 있어 최고의 권위자고 할 만 하다.
이번에 출간된 <로스트 심벌의 비밀>은 댄 브라운의 소설 <로스트 심벌>을 ’읽어내는’ 또다른 작품이다. 아직 <로스트 심벌>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이 재밌게 읽힐지 조금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역사학자, 종교이론가, 과학자, 철학자, 기호학자, 암호 전문가, 미술사가 등 세계적 권위자들을 한 팀으로 묶어서 ’원작의 배경과 현실을 넘나드는 방대한 인문백과사전’이라는 스스로의 설명처럼, 실제로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만나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로스트 심벌>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재미가 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소설적 허구와 문화 예술적 사실을 가려내고 싶었던 독자라면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다루어지는 논쟁이 인류 문명사의 가장 심오한 이슈라는 점에서 종교와 과학, 예술, 철학을 넘나드는 대화를 읽으며, 교양과 상식의 폭도 넓히고, 비판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나에게는 이 책의 ’9장’에서 다루어지는 ’댄 브라운과 움베르토 에코’의 싸움이 흥미로웠다. 댄 브라운이 에코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그의 소설적 재미를 더 했기 때문에, 에코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댄 브라운에게 보복을 가했을 정도로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가들의 반응은 물론, 댄 브라운의 소설에 숨어 있는 ’코드’와 ’수수께끼’를 주석하는 책들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 (약삭빠른 인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댄 브라운이라는 소설가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이 밝혀주는 것을 역으로 추적하면, 댄 브라운의 소설에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고, 수많은 상징과 역사와 예술을 간직한 ’워싱턴 D.C.’의 매력에 끌린다. 솔직히 댄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에서 건드린 것은 치명적인 ’신성’이었고, 종교적 믿음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허구적인 소설을 ’리얼’하게 만드는 댄 브라운의 기가 막힌 솜씨는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읽으며 허구와 실제 사이의 균형을 잘 익힌다면,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독자의 위치에서 댄 브라운의 작품에 담긴 재미를 한층 깊이, 그리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