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의 비밀
댄 버스틴.아르네 드 케이저 지음, 김홍래.황혜숙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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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댄 브라운의 소설을 주석하는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영화화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을 때, 우리 교회 목사님은 1인 시위를 벌였었다. 일간에서는 교회의 그러한 대응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극하게 되고, 결국 영화를 홍보하는 역효과를 내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또 소설이란 원래 ’허구’를 전제로 한 문학 작품인데, 종교계의 반응이 너무 민감하다며 그 ’유난함’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런데 만일 일본이 우리나라의 실제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독도가 일본 땅이었다는 소설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것을 읽은 독자들이 실제 역사와 ’허구적인’ 소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작가의 상상력이 있음직한 역사라고 느끼고, 나아가 실제 역사에 의문을 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실제로 <다빈치 코드>를 읽은 많은 독자가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이루는 예수에 대한 믿음과 성경이 전하는 ’역사적 예수’에 많은 의심을 품고, <다빈치 코드>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었었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 하는 여러 주장들이 인터넷을 떠돌기도 했고, 교회에 문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다빈치 코드>가 흡입력이 강한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게다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에 그 파급 효과가 더욱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설이 ’허구’로 읽히지 않을 만큼 실제적인 소재 위에 토대를 두었다는 것이다. 실재하는 예술 작품, 유명한 박물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과 건축물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려나갔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리얼’하게 읽혔다. 그처럼 ’리얼’한 배경 위에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마지막 조각이 맞춰질 때에는 ’역사적 예수’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양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었기 때문에 마치 진짜로 숨겨져 있던 역사적 비밀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이 얼마나 ’리얼’한 고증이었는지는 <다빈치 코드>의 추적과 논리에 반박하는 책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현상이 반증해준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쓴 작가 댄 버스틴과 아르네 드 케이저는 <다빈치 코드의 비밀>을 쓴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면서, 댄 브라운의 소설에 있어 최고의 권위자고 할 만 하다.

이번에 출간된 <로스트 심벌의 비밀>은 댄 브라운의 소설 <로스트 심벌>을 ’읽어내는’ 또다른 작품이다. 아직 <로스트 심벌>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이 재밌게 읽힐지 조금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역사학자, 종교이론가, 과학자, 철학자, 기호학자, 암호 전문가, 미술사가 등 세계적 권위자들을 한 팀으로 묶어서 ’원작의 배경과 현실을 넘나드는 방대한 인문백과사전’이라는 스스로의 설명처럼, 실제로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만나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로스트 심벌>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재미가 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소설적 허구와 문화 예술적 사실을 가려내고 싶었던 독자라면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다루어지는 논쟁이 인류 문명사의 가장 심오한 이슈라는 점에서 종교와 과학, 예술, 철학을 넘나드는 대화를 읽으며, 교양과 상식의 폭도 넓히고, 비판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나에게는 이 책의 ’9장’에서 다루어지는 ’댄 브라운과 움베르토 에코’의 싸움이 흥미로웠다. 댄 브라운이 에코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그의 소설적 재미를 더 했기 때문에, 에코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댄 브라운에게 보복을 가했을 정도로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가들의 반응은 물론, 댄 브라운의 소설에 숨어 있는 ’코드’와 ’수수께끼’를 주석하는 책들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 (약삭빠른 인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댄 브라운이라는 소설가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이 밝혀주는 것을 역으로 추적하면, 댄 브라운의 소설에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고, 수많은 상징과 역사와 예술을 간직한 ’워싱턴 D.C.’의 매력에 끌린다. 솔직히 댄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에서 건드린 것은 치명적인 ’신성’이었고, 종교적 믿음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허구적인 소설을 ’리얼’하게 만드는 댄 브라운의 기가 막힌 솜씨는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읽으며 허구와 실제 사이의 균형을 잘 익힌다면,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독자의 위치에서 댄 브라운의 작품에 담긴 재미를 한층 깊이, 그리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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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브레이킹 - 가슴 떨리는 도전
조일훈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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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그러나 영원한 1등은 없다.
네트워크를 파괴(넷브레이킹) 하는 빠꼼이가 살아 남는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 그룹인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이 자기계발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나름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야무진 아가씨가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다고 하니, 가장 많이 팔리는 장르 중 하나라고 하는 ’자기계발서’가 더욱 불티나게 팔리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인 불안 심리가 높아질수록 더불어 자기계발서의 판매고도 증가한다고 하는데, 올해도 사회적 ’불안 코드’는 여전히 우리 생활 전반에 확장되어가고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 가운데 <넷브레이킹>이 눈에 띄는 이유는, 특이하게도 ’복잡계 이론’이라는 학계의 핫 이슈를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서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패턴을 설명하는 데 활용되는 ’복잡계 이론’을 자기계발서에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 중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분야는 복잡계 이론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나비효과’로 대표되는 이론이기도 하고,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옷을 입은 ’붉은 악마’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응원전을 펼친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도 활용되는 이론이다. 

"네트워크에는 항상 불균형이 존재하며 그 불균형이 깨지는 순간에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한다"고 세상을 분석하는 기본적인 시각은 물론, 책의 전반에 ’복잡계 이론’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이론이 베이스로 깔려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처한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자기계발의 원리가 도출된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한마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워낙 복잡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은 스스로 변화를 창조해가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의 자율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으면 복잡다기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36).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인 변화의 폭과 양상이 유례없이 크고 넓다. 급속한 사회 변화는 점점 더 내일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앞날’에 대한 불안은 거의 공포 수준으로 사회를 잠식해들어가고 있다. 1등만 살아 남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은 그 1등의 자리마저 ’영원할 수 없다’는 새로운 불안을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때에 한 가지 주목해볼 만한 사회 현상은, 사회의 불안 심리가 높아질수록 네트워크는 열린 공동체가 아니라 닫힌 공동체의 성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인맥이 곧 권력이 되고, 기회가 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인맥 관리’라는 말이 유행을 하고, 인연 맺기에 혈안이 된다. 강남의 엄마들은 자녀의 평생 친구가 될 ’유치원’부터 신중하게 고르고, 부자들이 모여사는 지역일수록 담이 높고 견고하다. 요즘은 연예인계에도 ’소속사’ 파워가 절대 군주의 위치를 차지하며, 영향력 있는 연예인과 연결된 ’라인’이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제는 구시대의 산물처럼 여겨지는 ’연줄’이 오히려 그 힘을 더욱 막강하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넷브레이킹>의 저자는 바로 그 점에 주목하지만, 기발한 역발상을 제시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그 특유의 현상 유지 논리를 앞세워 끈임없이 복종에 가까운 무력감을 개인들에게 심어주지만, 네트워크는 결코 불변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무수한 개인들의 연결로 얽혀 있는 복잡한 상호관계 네트워크 속에 다양한 기회와 위기, 변화와 도전이 공존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 단단한 네트워크 속에 안주하거나 쉽게 좌절하지 말고, 그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넷브레이킹’에 도전하라고 외친다.

저자는 실제 인물과 사례를 증거로 제시하며 어째서 우리가 ’넷브레이커’가 되어야 하는지 증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넷브레이커’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또라이가 아니라 창의적인 ’빠꼼이’가 되라고 조언하며, ’빠꼼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좋은 팀은 역할 배분이 잘 돼 있다.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리더)이 있고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웃기는 사람(harmonizer)이 있고 어디 가서 정보를 물어오는 데 귀신(일명 ’빠꼼이’)들도 있다. 빠꼼이는 경영학 용어로 ’경계확장자(boundary spanner)’다. 이질적인 지식과 생각을 결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이들이다"(171).

<넷브레이킹>은 우리에게 패배의식과 불안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사회 현상의 허를 찌르는 도전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안 코드에서 오히려 변화의 기회를 포착해낸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그 1등의 자리가 영원할 수 없는 현실이 불안 요소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성공의 기회라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이지만 세상을 움직여가는 성공 원리는 의외로 단순한 패턴을 나타낸다. ’혼돈 속의 질서’, 즉 ’열정의 프랙탈’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비밀 통로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복잡계 이론을 함께 공부하면 좋을 책이고, 복잡계 이론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전하는 진의를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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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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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당하고(Googled) 있는 세상!
(구글드 = ’구글 되다’, ’구글 당하다’,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


무서운 책이다. 한 기업의 이야기가 제대로 공포스럽다. 검색 엔진 ’구글’의 탄생에서부터 무엇이 그들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했는지 분석한 한 기업에 관한 이야기에서 영화 ’큐브’가 떠오른다. 단 11년 동안 막강한 입지를 구축한 구글의 베일을 벗겨낸 이 책을 읽고 나니, 노출과 감시, 그리고 통제라는 키워드 안에 갇힌 느낌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한참 ’세계 유일의 낙서 실명제 나라’라는 글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낙서는 ’악플’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비판하는 이 글이 무엇보다 내게 경각심을 심어준 내용은 이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게시자의 신상 정보를 국가가 사찰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작성한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경찰과 정부가 수집하고 공유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이 소식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러한 관행이 당연시되는 사회는 이미 감시 사회이다."

감시 사회!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이라는 다소 과격한 부제목을 달고 있는 <구글드>를 읽으며 내가 느끼는 공포가 바로 이것이다. 감시 사회! 구글은 세계 곳곳에서 비밀리에 작동되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그 데이터와 막대한 소비자 정보를 무기로 광고, 신문, 방송(유튜브 인수), 도서, 무료 컴퓨터 OS, 통신사가 필요 없는 휴대전화(안드로이드) 등 전 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현재 구글은 미국 전체 인터넷 검색의 2/3를, 전 세계의 거의 70%를 장악했다고 한다. 외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데이터를 검색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드>는 이렇게 경고한다. "전 세계는 바야흐로 ’구글 당하고(Googled)’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와 최신 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훨씬 더 큰 걸음으로 달려오고 있다."

<구글드>는 이 변화의 중심에 ’구글’이 있다고 밝힌다. "전 세계에 비밀리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지금도 4시간마다 국회도서관 분량의 정보를 수집하는 구글은, 지금 우리가 알고 대비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폭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팔짱을 끼고, ’그래도 구글이 아직 한국에선 힘을 못 쓰잖아?’라고 말하는 기업이 있다면, 몇 년 후에는 삼성과 똑같은 한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구글의 막강한 힘의 비밀, 우리가 경계해야 할 심각한 문제는 날로 거대해지는 구글의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사업하는 방식이다. 구글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매커니즘에 주목한다. 그들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판도를 뒤집고 있는지 <구글드>의 저자는 밀착취재, 생생 인터뷰 등으로 정보를 끌어모아 구글의 비밀을 분석적으로 밝히고 있다.

"구글은 간단하고 싸고 편리하고 효율적이면서 파괴적인 광고 모델을 내놓았다. 그들에게 광고대행사는 필요조차 없었다. 그룹M의 CEO 어윈 고틀립은 자신의 사업이 직면한 최대의 문제가 바로 구글의 시장지배력이라고 했다. (...) ’
마이크로소프트 때가 그랬지요. 구글은 더 심합니다. 구글의 탁월함은 대중들이 구글을 사랑한다는 점이지요. 소비자는 MS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광고주들은 예전보다 더 남는 장사를 하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나은 검색을 하게 됐죠. 게다가 무료로요.’ 미디어 기업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구글이 새로운 사업으로 파고드는 ’능력’과 ’욕구’다. 이동전화에서 시작해서, 컴퓨터 OS, 비디오, 광고, 심지어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218).

영화 ’큐브’에서 보면, 그 정육면체의 방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한 가지이다. 시스템보다 더 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세계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구글, 그 막강한 지배력 밑에서 노예처럼 살지 않으려면 그들보다 더 영리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현장에 있는 독자가 아니라고 해도 <구글드>의 일독을 권한다. <구글드>는 일종의 경고의 나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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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오류 사전
조병일.이종완.남수진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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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거짓!


"국사가 무슨 골라 먹는 아스크림이야?" 개그콘서트의 ’동혁이형’이 2011년부터 국사가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이 된다는 교육 개정안을 향해 날린 한마디이다. ’동혁이형’은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가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 대처할 것 아니냐.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걸 노래방에서만 배울 거야? 자꾸 외로운 섬 하나 더 외롭게 만들 거야?" 어떤 시사 칼럼보다 더 시원하고 통쾌했다. 개그지만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풍자이다. 

인류의 ’역사’는 그 자체로 진실과 거짓의 또 다른 싸움터가 되어 왔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만큼이나 힘써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 왜 한편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의 역사를 만들어내려 그렇게 애를 쓰고, 왜 한편에서는 진실을 파헤치려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로 투쟁을 하는가. ’오늘’의 삶은 ’어제’에 뿌리 내리고 있고, ’내일’의 열매를 잉태하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지배를 받고, 현재는 미래를 결정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거짓과 진실의 싸움은 그만큼 ’역사’가 가진 힘이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중국와 일본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우리는 왜곡하려고 애쓰는 그들보다 역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진실을 지키고 밝히려는 노력보다 왜곡하려는 노력이 큰 것을 보면, 왜곡을 통해 얻어지는 이해 관계가 크기는 큰가보다.

<세계사 오류사전>은 개그콘서트의 ’동혁이형’ 같은 느낌의 책이다. 역사 교육이라는 중요한 교육 현안이 개그의 소재로 다루어지고,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이 웃음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중요한 일침을 날린 ’동혁이형’처럼, <세계사 오류사전>은 세계사의 ’오류’라는 다소 심각한 소재에 ’흥미’를 더했다. 

그림 형제의 유명한 동화 ’일곱 마리 양을 먹은 늑대’는 앞부분이 삭제되었다든지, 밀레의 ’만종’은 원래 죽은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그림이었다는 것처럼 사실이 드러나도 역사적으로 그리 큰 충격이 되지 않는 오류에서부터, 남북전쟁은 원래 노예해방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이미 다 알고 있는 오류, 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거나, 마라톤 거리는 원래 42.195km가 아니었다는 다소 가벼운(!) 세계사의 오류와 뉴턴은 숫자 조작의 명수였다는 다소 충격적이면서 불쾌한 오류 등이 백과사전 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목차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사 상식에 도전하는 흥미로운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칭 ’오류의 사냥꾼’들이 밝혀낸 역사의 진실은 우리가 가진 세계사 지식의 토대를 흔들만한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세계가 발칵 뒤집힐 만큼 엄청난 음모가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보며 역사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개정하는 것이 옳은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요즘 역사의 진실을 역사 책이나 역사 수업이 아닌 ’생뚱’ 맞은 곳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아지는 듯하다. <세계사 오류사전>과 같은 책이 발간되는 속도에 비해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는 일은 왜 이리 더딘지 한번 잘못 굳어진 역사는 화석처럼 단단하기만 하다. 세계사는 물론 국사의 오류가 교육의 ’주변부’에서 흥미꺼리로 다루어지지 않고, 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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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 1 - 천하제일상 상도 1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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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신철학(新哲學)을 말하는 <상도>,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다!



나는 어째서 최인호 선생님이 아프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을까. <상도> 개정판을 만나며 쓸쓸해졌다. 부모님이 DVD까지 구매해서 외울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상도>이다. 그 드라마의 원작이기도 한 최인호 선생님의 <상도>를 집에 들고 들어가니 기대했던 것보다 부모님이 더 기뻐하며 반기신다. 서로 먼저 읽겠다고 잠시 아옹다옹 했으나, ’서평’을 핑계로 첫 차례가 나에게 주어졌다. 우리 어머니와 동갑내기이기도 하신 최인호 선생님의 쾌차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읽었다. 

2000년에 초판된 5권 짜리 <상도>가 최인호 선생님에 의해 3권으로 다시 태어났다. "천 매 정도 더 털어 내고 문장도 다듬어 다섯 권짜리 대해소설을 세 권짜리 장편소설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는 최인호 선생님은 "이번 개정판이야말로 작가인 내가 봐도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리된 느낌이다. 새로 낳은 내 늦둥이 새끼를 예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 담긴 선생님의 남다른 애정과 개정판에 대한 만족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3백 50만 부가 판매된 이 책은 최인호 선생님이 쓴 작품 중 독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소설이라고 한다. 이 책이 그처럼 독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참고로, 드라마 설정과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독자는 <상도>를 읽으며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물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역사적 실존인물이기도 한 ’임상옥’은 우리 시대의 갈증이요, 그리움이다. 경제적 위기를 최고의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국가를 통치하는 최고 통치자도 ’경제 대통령’을 요구하는 경제의 시대에 우리는 ’임상옥’과 같은 한 사람이 아쉬운 것이다. 또한 누구보다 많이 벌었으나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임상옥’의 삶은 무조건적인 ’이윤 추구’에 지쳐가는 우리의 고달픔을 달려준다.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긴’ 임상옥의 상도가 우리의 마음과 삶을 환기시키며 신성한 삶의 공기를 주입해주기 때문이다. 

<상도>에서 ’임상옥’의 삶을 추적하는 화자는 작가인 ’나’이다. 어느 날,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에 독일에서 신차 시험운행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김기섭 회장의 유품 중에 그의 지갑에서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란 문장이 발견되고, 회사는 작가인 ’나’에게 그 문장의 출처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조선 중기의 무역왕 임상옥(林尙沃)임을 알아내고, 그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낳은 최대의 무역왕이자 거상이었던 임상옥의 삶이 역사적인 베일을 벗는다.

오래 전, <상도>를 읽은 독자들의 전화 때문에 최인호 선생님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했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김정희 선생이 그린 ’상업지도’는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석승 스님이 임상옥에게 전해주었던 ’계영배(戒盈盃)’가 현재까지 전해지는지, 대학로 뒷골목을 다 찾아보아도 여수(如水)기념관을 찾을 수 없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왔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설정이었으나 독자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만큼 역사적인 묘사가 뛰어나고, 흡입력이 강한 이야기라는 반증일 것이다.

최인호 선생님은 이 책의 주제가 ’경제의 신철학(新哲學)’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그 해답을 시대의 거상 ’임상옥’의 삶에서 찾았다. 나는 <상도>를 읽으며 ’세 가지로 짜인 두 조합’에 관심을 두었다. 인물로는 임상옥을 비롯하여 홍경래와 김정희라는 세 인물이 한 조합을 이루고, 상징적으로는 석숭 스님이 평생 맞이할 세 번의 위기를 구해줄 비책으로 임상옥에게 내려준 ’죽을 사(死)’자와 ’솥 정(鼎)’자, ’계영배(戒盈盃)’가 한 조합을 이룬다. 이 조합은 부와 명예와 권력이라는 인간의 세 가지 욕망과 다시 맞물린다. ’죽을 사(死)’자와 ’솥 정(鼎)’자, ’계영배(戒盈盃)’에 숨겨진 의미, 책을 관통하며 이 세 가지 조합이 빚어내는 <상도>의 빛깔이 감탄스럽다. (어쩌면 최인호 선생님이 원고를 덜어내는 수고를 다시 하며 이 책을 ’3’권으로 엮어낸 것에도 깊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본다.)

부와 권력과 명예의 ’위기’를 지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빈손의 가객으로 죽어 묻힌 임상옥. 그러나 이(利)가 아니라 의(義)를 추구하는 상업으로 그가 남긴 것은 결국 사람이었고, 우리에게는 ’상업의 부처’(商佛)로 남았다.

나의 삶에도 ’계영배(戒盈盃)’ 하나 놓아두고 살아야겠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소장하고 싶은 이 책, <상도>가 내 삶의 ’계영배(戒盈盃)’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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