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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오류 사전
조병일.이종완.남수진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2월
평점 :
진실 혹은 거짓!
"국사가 무슨 골라 먹는 아스크림이야?" 개그콘서트의 ’동혁이형’이 2011년부터 국사가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이 된다는 교육 개정안을 향해 날린 한마디이다. ’동혁이형’은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과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가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 대처할 것 아니냐.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걸 노래방에서만 배울 거야? 자꾸 외로운 섬 하나 더 외롭게 만들 거야?" 어떤 시사 칼럼보다 더 시원하고 통쾌했다. 개그지만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풍자이다.
인류의 ’역사’는 그 자체로 진실과 거짓의 또 다른 싸움터가 되어 왔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만큼이나 힘써 역사를 왜곡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 왜 한편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의 역사를 만들어내려 그렇게 애를 쓰고, 왜 한편에서는 진실을 파헤치려고 때로는 목숨까지 걸로 투쟁을 하는가. ’오늘’의 삶은 ’어제’에 뿌리 내리고 있고, ’내일’의 열매를 잉태하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지배를 받고, 현재는 미래를 결정한다. ’역사’의 현장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거짓과 진실의 싸움은 그만큼 ’역사’가 가진 힘이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중국와 일본이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우리는 왜곡하려고 애쓰는 그들보다 역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진실을 지키고 밝히려는 노력보다 왜곡하려는 노력이 큰 것을 보면, 왜곡을 통해 얻어지는 이해 관계가 크기는 큰가보다.
<세계사 오류사전>은 개그콘서트의 ’동혁이형’ 같은 느낌의 책이다. 역사 교육이라는 중요한 교육 현안이 개그의 소재로 다루어지고,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이 웃음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중요한 일침을 날린 ’동혁이형’처럼, <세계사 오류사전>은 세계사의 ’오류’라는 다소 심각한 소재에 ’흥미’를 더했다.
그림 형제의 유명한 동화 ’일곱 마리 양을 먹은 늑대’는 앞부분이 삭제되었다든지, 밀레의 ’만종’은 원래 죽은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그림이었다는 것처럼 사실이 드러나도 역사적으로 그리 큰 충격이 되지 않는 오류에서부터, 남북전쟁은 원래 노예해방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처럼 이미 다 알고 있는 오류, 나폴레옹은 키가 작지 않았다거나, 마라톤 거리는 원래 42.195km가 아니었다는 다소 가벼운(!) 세계사의 오류와 뉴턴은 숫자 조작의 명수였다는 다소 충격적이면서 불쾌한 오류 등이 백과사전 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목차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사 상식에 도전하는 흥미로운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칭 ’오류의 사냥꾼’들이 밝혀낸 역사의 진실은 우리가 가진 세계사 지식의 토대를 흔들만한 것들이지만, 그렇다고 세계가 발칵 뒤집힐 만큼 엄청난 음모가 드러나고 있지는 않다.
예능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보며 역사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개정하는 것이 옳은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요즘 역사의 진실을 역사 책이나 역사 수업이 아닌 ’생뚱’ 맞은 곳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아지는 듯하다. <세계사 오류사전>과 같은 책이 발간되는 속도에 비해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는 일은 왜 이리 더딘지 한번 잘못 굳어진 역사는 화석처럼 단단하기만 하다. 세계사는 물론 국사의 오류가 교육의 ’주변부’에서 흥미꺼리로 다루어지지 않고, 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