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브레이킹 - 가슴 떨리는 도전
조일훈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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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그러나 영원한 1등은 없다.
네트워크를 파괴(넷브레이킹) 하는 빠꼼이가 살아 남는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 그룹인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이 자기계발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나름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야무진 아가씨가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다고 하니, 가장 많이 팔리는 장르 중 하나라고 하는 ’자기계발서’가 더욱 불티나게 팔리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인 불안 심리가 높아질수록 더불어 자기계발서의 판매고도 증가한다고 하는데, 올해도 사회적 ’불안 코드’는 여전히 우리 생활 전반에 확장되어가고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들 가운데 <넷브레이킹>이 눈에 띄는 이유는, 특이하게도 ’복잡계 이론’이라는 학계의 핫 이슈를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서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주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패턴을 설명하는 데 활용되는 ’복잡계 이론’을 자기계발서에 접목시킨 것으로 보인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 중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분야는 복잡계 이론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나비효과’로 대표되는 이론이기도 하고,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옷을 입은 ’붉은 악마’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응원전을 펼친 사회 현상을 분석할 때도 활용되는 이론이다. 

"네트워크에는 항상 불균형이 존재하며 그 불균형이 깨지는 순간에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한다"고 세상을 분석하는 기본적인 시각은 물론, 책의 전반에 ’복잡계 이론’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이론이 베이스로 깔려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에서 출발하여 우리가 처한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자기계발의 원리가 도출된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한마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워낙 복잡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은 스스로 변화를 창조해가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의 자율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으면 복잡다기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얘기다"(36).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인 변화의 폭과 양상이 유례없이 크고 넓다. 급속한 사회 변화는 점점 더 내일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앞날’에 대한 불안은 거의 공포 수준으로 사회를 잠식해들어가고 있다. 1등만 살아 남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는 세상,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은 그 1등의 자리마저 ’영원할 수 없다’는 새로운 불안을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때에 한 가지 주목해볼 만한 사회 현상은, 사회의 불안 심리가 높아질수록 네트워크는 열린 공동체가 아니라 닫힌 공동체의 성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인맥이 곧 권력이 되고, 기회가 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인맥 관리’라는 말이 유행을 하고, 인연 맺기에 혈안이 된다. 강남의 엄마들은 자녀의 평생 친구가 될 ’유치원’부터 신중하게 고르고, 부자들이 모여사는 지역일수록 담이 높고 견고하다. 요즘은 연예인계에도 ’소속사’ 파워가 절대 군주의 위치를 차지하며, 영향력 있는 연예인과 연결된 ’라인’이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제는 구시대의 산물처럼 여겨지는 ’연줄’이 오히려 그 힘을 더욱 막강하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넷브레이킹>의 저자는 바로 그 점에 주목하지만, 기발한 역발상을 제시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그 특유의 현상 유지 논리를 앞세워 끈임없이 복종에 가까운 무력감을 개인들에게 심어주지만, 네트워크는 결코 불변의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무수한 개인들의 연결로 얽혀 있는 복잡한 상호관계 네트워크 속에 다양한 기회와 위기, 변화와 도전이 공존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 단단한 네트워크 속에 안주하거나 쉽게 좌절하지 말고, 그 네트워크를 파괴하는 ’넷브레이킹’에 도전하라고 외친다.

저자는 실제 인물과 사례를 증거로 제시하며 어째서 우리가 ’넷브레이커’가 되어야 하는지 증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넷브레이커’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또라이가 아니라 창의적인 ’빠꼼이’가 되라고 조언하며, ’빠꼼이’를 이렇게 정의한다.

"좋은 팀은 역할 배분이 잘 돼 있다.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리더)이 있고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 있다. 웃기는 사람(harmonizer)이 있고 어디 가서 정보를 물어오는 데 귀신(일명 ’빠꼼이’)들도 있다. 빠꼼이는 경영학 용어로 ’경계확장자(boundary spanner)’다. 이질적인 지식과 생각을 결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이들이다"(171).

<넷브레이킹>은 우리에게 패배의식과 불안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사회 현상의 허를 찌르는 도전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안 코드에서 오히려 변화의 기회를 포착해낸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그 1등의 자리가 영원할 수 없는 현실이 불안 요소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성공의 기회라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이지만 세상을 움직여가는 성공 원리는 의외로 단순한 패턴을 나타낸다. ’혼돈 속의 질서’, 즉 ’열정의 프랙탈’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비밀 통로로 우리를 안내해 줄 것이다. 

복잡계 이론을 함께 공부하면 좋을 책이고, 복잡계 이론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저자가 전하는 진의를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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