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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구글 당하고(Googled) 있는 세상!
(구글드 = ’구글 되다’, ’구글 당하다’,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
무서운 책이다. 한 기업의 이야기가 제대로 공포스럽다. 검색 엔진 ’구글’의 탄생에서부터 무엇이 그들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했는지 분석한 한 기업에 관한 이야기에서 영화 ’큐브’가 떠오른다. 단 11년 동안 막강한 입지를 구축한 구글의 베일을 벗겨낸 이 책을 읽고 나니, 노출과 감시, 그리고 통제라는 키워드 안에 갇힌 느낌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한참 ’세계 유일의 낙서 실명제 나라’라는 글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낙서는 ’악플’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비판하는 이 글이 무엇보다 내게 경각심을 심어준 내용은 이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게시자의 신상 정보를 국가가 사찰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게시물을 작성한 이용자의 신상정보를 경찰과 정부가 수집하고 공유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이 소식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러한 관행이 당연시되는 사회는 이미 감시 사회이다."
감시 사회!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이라는 다소 과격한 부제목을 달고 있는 <구글드>를 읽으며 내가 느끼는 공포가 바로 이것이다. 감시 사회! 구글은 세계 곳곳에서 비밀리에 작동되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지난 10년간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그 데이터와 막대한 소비자 정보를 무기로 광고, 신문, 방송(유튜브 인수), 도서, 무료 컴퓨터 OS, 통신사가 필요 없는 휴대전화(안드로이드) 등 전 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현재 구글은 미국 전체 인터넷 검색의 2/3를, 전 세계의 거의 70%를 장악했다고 한다. 외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데이터를 검색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드>는 이렇게 경고한다. "전 세계는 바야흐로 ’구글 당하고(Googled)’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와 최신 기술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훨씬 더 큰 걸음으로 달려오고 있다."
<구글드>는 이 변화의 중심에 ’구글’이 있다고 밝힌다. "전 세계에 비밀리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지금도 4시간마다 국회도서관 분량의 정보를 수집하는 구글은, 지금 우리가 알고 대비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폭발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팔짱을 끼고, ’그래도 구글이 아직 한국에선 힘을 못 쓰잖아?’라고 말하는 기업이 있다면, 몇 년 후에는 삼성과 똑같은 한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구글의 막강한 힘의 비밀, 우리가 경계해야 할 심각한 문제는 날로 거대해지는 구글의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 사업하는 방식이다. 구글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매커니즘에 주목한다. 그들이 어떻게 세계 경제의 판도를 뒤집고 있는지 <구글드>의 저자는 밀착취재, 생생 인터뷰 등으로 정보를 끌어모아 구글의 비밀을 분석적으로 밝히고 있다.
"구글은 간단하고 싸고 편리하고 효율적이면서 파괴적인 광고 모델을 내놓았다. 그들에게 광고대행사는 필요조차 없었다. 그룹M의 CEO 어윈 고틀립은 자신의 사업이 직면한 최대의 문제가 바로 구글의 시장지배력이라고 했다. (...) ’마이크로소프트 때가 그랬지요. 구글은 더 심합니다. 구글의 탁월함은 대중들이 구글을 사랑한다는 점이지요. 소비자는 MS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광고주들은 예전보다 더 남는 장사를 하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나은 검색을 하게 됐죠. 게다가 무료로요.’ 미디어 기업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구글이 새로운 사업으로 파고드는 ’능력’과 ’욕구’다. 이동전화에서 시작해서, 컴퓨터 OS, 비디오, 광고, 심지어 은행 업무에 이르기까지"(218).
영화 ’큐브’에서 보면, 그 정육면체의 방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한 가지이다. 시스템보다 더 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세계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구글, 그 막강한 지배력 밑에서 노예처럼 살지 않으려면 그들보다 더 영리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현장에 있는 독자가 아니라고 해도 <구글드>의 일독을 권한다. <구글드>는 일종의 경고의 나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