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장면 경제학 - '짬짜면' 같은 경제입문서
오형규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일상에 작동하는 경제 원리를 배우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선생님은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이론을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었다. 사실 강아지도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보듯이, 선생님이 어떠한 마음으로 학생을 대하고, 수업을 진행하는지, 철부지라 여겨지는 시절의 우리였지만 선생님의 배려와 열정이 충분히 감지되었다. 어떤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의 열정 속에 모르던 것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순간의 희열이란 얼마나 숭고한 것이던가. "배움의 기쁨이란 이런 것이구나" 알게 해주신 선생님의 은혜가 새삼 가슴에 새겨진다.
반대로, 가장 인기가 없었던 선생님은 학생들을 무시하며 잘난 척만 하는 선생님이었다. 가르쳐주려 하기 보다 못 알아듣는 학생들의 실력을 탓하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른 자신의 모습은 반성하지 못하면서 배우는 일에 게으른 학생들만 꾸짖고, 그래서 대학은 가겠냐는 비웃음 속에 자신은 명문대를 나왔다는 오만함이 가득했던 선생님.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교실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진짜 명강의는 쉬운 강의라는 말이 있다. <자장면 경제학>은 그런 면에서 명강의이다. 이 책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 원리를 친근한 일상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한 경제입문서이다. "경제학은 할머니가 꿰고 계신 속담이나 중국집 메뉴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는 우리가 즐겨먹는 자장면처럼 친근한 사례를 접목하여 세상 흐름을 읽는 경제 원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수요와 공급, 인센티브, 대체재와 보완재, 한계효용, 거래비용과 측정비용, 기회비용, 매몰비용 등 주류 경제학의 기본개념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거창한 경제이론이나 수식을 알아야 읽을 수 있는 경제서적이 아니라, 일상을 돌아보며 그 속에 작동하는 원리를 깨우침으로 경제원리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실제를 이론으로 정리해내는 기법은, 일상 속에 숨어서 작동하는 경제현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다.
모두 재미있었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들어갈 때, 나올 때 왜 마음이 달라질까’라는 제목으로 설명된 ’모럴 해저드’에 관한 가르침이었다. 사람들은 정말 아쉬울 때의 행동과 아쉬움이 해소된 뒤의 행동이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런 행태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부른다고 한다. 얼마 전, 함께 일하다 그만 둔 팀원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중 두 사람이 근무시간에 게임을 연결하여 함께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팀장으로 있으면서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모두가 힘들게 일하던 시기였는데, 두 사람이 몰래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정말 나쁜 사람들이었다고 비난했는데, <자자명 경제학>은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는 도덕적 해이는 인간의 선악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거나 부도덕한 인간이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데, 조직에서는 무엇이 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는지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경제학의 과제라고 하는 가르침에서 문제를 해결한 길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말로 설명할수록 더욱 수준이 있어 보인다는 착각을 할 때가 많다. 자신이 아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다시 설명하더라도 일부러 어렵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식의 수준이 높아서 어쩔 수 없이 불친절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장면 경제학>은 무척 친절한 책이다. 경제학이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게 느끼는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고해준 저자가 고맙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경제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경제원리를 발견하는 기쁨이 컸음을 전하고 싶다. 친절한 선생님에게 중요한 배움을 얻은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