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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심리학 - 당신은 어떤 생각에 끌려 다니는가
아우구스토 쿠리 지음, 김율희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생각을 지키라! 예수님처럼!
이 책을 읽으며 실제적인 치유를 경험했다. 얼마 전부터 어떤 생각과 불안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지나칠 문제였지만, 나에게는 꽤 심각했다.
몇 년 전, 교육 관련 일을 하게 되고 중요한 강의가 시작되는 첫 날, 아침에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동생이 간신히 내뱉은 말은 "소망이가 죽었어"였다. 소망이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동생이 아침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가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 어느 늦은 밤 친구에게서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놀라지 말라는 친구의 말에 오히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결혼을 했고, 첫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전화 연락이 뜸한 그 친구에게 오랫만에 안부전화를 했다가 어머니로부터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는데, 세상을 떠난지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다는 것이다. 그 말에 더 멍해졌다.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는 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울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그 소식을 들었던 다음 날은 몇 년 전 소망이가 죽은 날 아침에 처음 시작했던 그 강의를 다시 시작하는 날이었다.
작년의 일이다. 그 강의를 다시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주저했다. 소망이와 그 친구에 대한 기억 때문에 두려웠다. 당시 우리집에는 ’사랑이’라는 강아지가 새끼를 배고 있었다. 사랑이는 소망이 새끼였는데, 괜히 사랑이가 잘못될 것 같은 비이성적인 나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듭되는 요청이 있었고 계속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나는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이성적인 것이라 스스로 타이르며 강의를 수락했다. 그런데 거짓말 처럼 사랑이가 죽었다. 새끼를 낳다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하면서 어떤 병균에 감염이 되었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나를 괴롭히고 있는 불안감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나라의 큰 어른에서부터 존경하는 사회적 인사의 장례와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죽음’과 ’후회’ 코드를 접목시킨 신간을 몇 권 읽으면서 ’죽음’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나에게도 곧 닥칠 현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새, 60을 넘기신 부모님을 뵈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슬픈 이별에 대한 공포가 아무 때고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출퇴근 길에 있는 병원을 지날 때도 꼭 ’장례식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괜한 불길함을 떨쳐버리고자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쓴 적도 많다. 얼마 전부터 부모님이 외출을 하시면 전화가 울릴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면서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 나쁜 소식이면 어쩌나 하는 긴장이 꽉 들어차기 때문이다.
<생각의 심리학>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있는 것은, 나에게 불안감을 가져다 주는 생각의 실체에 정면으로 직면해보고자 함이다. 시간 관리나 돈 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는데 생각도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생각의 힘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만 나를 공격하는 불길한 생각이 더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생각의 심리학>은 표지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생각에 끌려 다니는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생각 관리를 못해서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12가지 생각 관리의 비결’을 정리해놓았다.
언젠가 친구가 자살을 심각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방송에서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CM송이 흘러나왔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브라질의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저자 아우쿠스토 쿠리는 "생각대로" 살려면 생각부터 감독하라고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내 생각의 주인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생각에 끌려다니는 노예일 때가 더 많다.
<생각의 심리학>은 생각 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그 원리를 ’다초점 심리학’의 틀 안에서 제시하고 있다. 생각은 자아의 ’의식적 결정’뿐 아니라, 기억 촉발, 자동 흐름, 기억 창문이라는 ’무의식적 현상’이 합쳐져 형성된다고 한다. 다초점 심리학은 불쑥불쑥 우리를 괴롭히는 부정적 생각과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원리를 제공해준다.
<생각의 심리학>은 특이하게도 생각 관리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성경의 ’예수’에게서 찾고 있다.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 예수’의 사례를 분석하여 생각 관리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면 거부감을 보일 독자들도 있겠지만, 신앙적 차원을 떠나서 ’예수’를 한 사람의 위인으로 설정하고 읽어도 흥미로운 연구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치유의 도움을 받은 기법은 생각을 감독하는 DCD(의심-비판-결심) 기법이다. 두려움을 가져다 주는 힘을 ’의심’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괴로운 생각을 ’비판’해보며, 자유와 통제력을 잃지 않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실천해보았다. 부정적인 생각에 대응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훈련을 배운 것이다.
정신적인 불안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잘 공감되지 않는다. 전에는 나도 그런 고백을 들으면 "힘들겠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관리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이러한 책이 꼭 필요한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