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집쟁이들 - 고집스런 사람들의 멋진 인생 이야기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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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며 올곧게 걸어가는 사람들은 그 삶이 지겨우리만치 서럽고 슬퍼서, 꽃처럼 눈 즐거운 대상이 되지 못한다. 존경은 하되 나는 절대로 저렇게 살 수 없다는 식의 비겁한 다짐이 나올 정도로 지루하다. 그들이 피워내는 꽃들은 들판의 이름 없는 꽃처럼 구태여 품을 들여 꽃놀이를 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꽃들이 아프게, 아프게 땅에 떨어지고 나면 위풍당당한 열매가 되어 세상을 찬란하게 만든다." (들어가는 글 中에서)

오늘도 신문을 읽으며,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TV를 보며,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인생 이야기를 읽는다. 어떤 인생 이야기는 절로 한숨이 나오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부럽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욕이 튀어나오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내 일처럼 안타깝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여서 다행이다 싶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슬프다. 꿈도 시들고, 젊음도 시들고, 그렇게 사는 일에 지쳐갈 때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읽으며 욕심은 덜어내고 생각을 고치며 마음을 고친다. 그중에서도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행도 가지가지이고, 아픈 사연도 가지가지이고, 하는 일도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자신이 미칠 수 있는 '일'을 가졌다는 것이다. 사명은 발견해내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미쳐야지, 미쳐야지' 한다고 미쳐지는 것이 아니다. 미치니까 미치는 것이다.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미칠 수 있는 꿈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꿈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다.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꿈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정녕 '행복한' 고집쟁이인 것이다.

<행복한 고집쟁이들>의 저자는 여기에 담아낸 19가지 인생 이야기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고 말한다. 꽃들이 아프게, 아프게 떨어져야만 영글 수 있는 '열매 인생'이라고 말한다. 흉내낼 수 없는 땀방울이, 눈물로 견뎌낸 세월이 키워낸 열매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세상을 찬란하게 하는 열매'이다. '미쳐서 행복하다', '역경이 꽃피운 예술', '역사와 전통을 만드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세상은 희망을 품는다', 고독한 외길 명장의 길'이라는 다섯 가지 카테고리에 나누어 담긴 19가지 열매 인생을 읽으며 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 자신이 기초생활 수급자였던 빈한한 사람이, 발목지뢰에 두 손을 잃어버려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소금장수가 수입의 10%를 남을 돕는 일에 쓰고 있다(장엄한 소금장수 강경환).
감전 사고로 두 팔과 왼쪽 발가락 두 개를 잃은 전기기사가 화가로 다시 태어났다(팔 없는 화가 석창우).
미끄럼틀에 올랐다가 거꾸로 떨어져 척추가 부러지고 등이 휘고 140센티미터에서 성장이 멎었지만 눈물이 밥이다 생각하고 강하고 또 강해진 국악인 박공숙인 환갑을 넘긴 나이에 아직 이룰 '꿈'이 남았다고 말한다(키 작은 국악인 박공숙).
200년 동안 가난한 가업을 잇고 있는 무시무시한 고집쟁이 집안에서 천 년째 가격에 변함이 없는 '활' - 삼국시대 때부터 활 가격은 하나당 쌀 세 가마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 을 만들며 우리 역사를 지켜내는 사람이 있다(12대째 활 만드는 권무석).
'이 종이를 끝까지 지키라'는 아버지 말씀에 미쳐 돈 벌어 부자 되기보다 품질 불량을 더 걱정하는 한지 제작자가 있다(100년을 잇는 한지 장인 장용훈).
토요일만 되면 외식 한 번 못해보는 소외계층 시설을 찾아가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해주는 요리사가 있다(만인의 요리사 채성태).
사람들을 유혹하려고 조미료랑 설탕 팍팍 친 자장면을 만들 수도 있지만, 단 한 그릇을 팔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하는 자부심으로 자장면을 만드는 사장님이 있다(자장면 만드는 철학자 이문길).

"길 없는 길을 걷다 뒤돌아보니 거기 길이 있었다. 그저 배 굶지 않으려고 살아온 인생인데, 그 여로가 한결같아서 문득 보니 벌판에 길이 난 것이다(238).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거창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에 미쳐 살았고, 자신을 덮쳐온 불행에 꺾이지 않았고, 돈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축구화 하나도, 고장난 카메라 하나도, 목선 하나도, 돌조각 하나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덕에 명장의 이름을 얻은 사람들이다. 저자의 말처럼, "존경은 하되 나는 절대로 저렇게 살 수 없다는 식의 비겁한 다짐이 나올 정도로" 험하고 거친 길을 한결같이 걸어온 진정한 '고집쟁이들'이다. 그 평범하지 않은 고집스러움이 새로운 '길'을 내었다. 거창하지 않아도, 화려한 업적이 아니여도, 부러워할 만한 자리는 아니여도, 높은 곳에 오르려 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끌어내리지 않아도, 인생이 오를 수 있는 숭고한 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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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유럽 100배 즐기기 - '10 ~ '11 최신개정판 100배 즐기기
홍수연.홍연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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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여행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랜덤 하우스의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소장하고 싶은 여행 서적 시리즈 중 단연 으뜸입니다! 이번에 나온 <핵심유럽 100배 즐기기>는 2010년 2월까지 수집한 정보를 담은 개정 3판입니다. 꾸준히 개정, 출간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 책의 영향력과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핵심유럽 100배 즐기기>는 유럽 여행 베스트 루트 12가지에서부터 유럽 각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할인쿠폰까지 실제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한마디로 '이 보다 더 유용할 수는 없다'입니다.

한창 배낭여행 바람이 불던 90년대에, 우리의 로망은 단연 유럽이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하여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1년이 지나도록 경험담을 들려주고도 더 들려줄 이야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파리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이야기, 이후 가족들이 독일로 필요한 물품 등을 보내주었는데 숫자 1과 7을 표기하는 방식이 달라 한참 동안 짐을 찾지 못했던 이야기, 주말이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을 몰라 미리 먹을 먹거리를 사두지 않아 주말 내내 굶어야 했던 이야기, 위험하면서도 즐거웠던 기차 여행 이야기,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운동화를 손에 들고 나와 잔디를 걸을 때는 하이힐을 벗고 운동화를 신는다는 이야기, 활기가 넘치다 못해 미친 듯이 돌아가는 서울에 비하면 죽은 도시 같았다는 유럽의 분위기 등 친구들에게 밤을 세워가며 들었던 여행 경험담들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아직 유럽 땅을 밟아보지 못했는데 어쩌자고 이렇게 세월만 빨리 흘러 가버렸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모두 아기 엄마가 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핵심유럽 100배 즐기기>는 12개국(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모나코,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이탈리아, 바티칸, 스페인)을 선별하여 유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정보를 테마별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여행자의 형편에 따라 여행 코스를 계획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7일, 10일, 15일, 22일, 25일, 29일 등으로 나누어 여행 일정을 계획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됩니다. 다음으로는 유럽에서 꼭 해볼 것, 꼭 먹어볼 것, 꼭 살 것, 꼭 볼 그림 등 여행의 큰 그림을 먼저 그려주고,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상식으로 알아야 할 유럽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후로는 국가별로 정말 상세한 여행 정보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책만의 장점은 여행 동선을 기준으로 2권으로 분권(1권은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2권은 독일,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 스페인, 바티칸) 이 가능하도록 꾸며졌다는 것입니다. 가벼운 여행을 원한다면 책을 나누어 짐의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족 여행,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 정보가 수록되어 있는 것도 차별적입니다.  

 


 

 

<핵심유럽 100배 즐기기>를 보니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유럽의 멋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테마이지만 종교, 예술, 건축, 쇼핑, 요리 뿐만 아니라 유흥과 레포츠까지 역사만큼이나 아름답고 풍부한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여자 혼자 떠나는 외국 여행이 위험하다며 말리는 부모님을 핑계로 떠나지 못했고, 이후로는 직장 생활과 계속되는 학업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때마다 '이 다음에' 나이들고, 안정되면, 세계일주를 하자며 계속 미루어온 것입니다. 세계일주나 하며 노년을 보내자고 친구들과 약속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에, 무엇을 먹어도 맛있고, 조금 고생이 되어도 즐거울 수 있을 때에 떠나야겠다는 조바심이 생깁니다. 청년도 노년도 아닌, 그렇다고 중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뭔가 억울한 딱 지금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믿을 만한 정보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저지를 수 있는 용기! 전세금을 빼서 여행을 하는 가족도 있는데, 비용과 시간은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리리라 믿어봅니다. '핵심유럽'을 100배로 즐기고 돌아와 이 책에 O, X를 그려가며 나의 의견을 보탤 수 있는 날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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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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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torialist  

재단사의 뜻을 지닌 라틴어 sartor에서 유래.
세계 최고의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의 명칭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라는 의미 



책을 받아보고 많이 당황스러웠다. 사진첩인가? 말 없이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책. 이 책이 왜 그렇게 유명할까? 날개글을 읽고 그 이유를 알았다. "2005년 가을 스콧 슈만은 카메라를 들고 뉴욕 거리로 나가 패셔너블한 보통 사람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는 사진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의 사진은 수많은 방문자들에 의해 스크랩되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모든 이들의 사랑으로 전설이 된 thesartorialist.com 블로그는 전 세계인의 패션 취향을 담은 전시실이다. 뉴욕, 파리, 스톡홀름, 밀라노, 도쿄 등 다양한 도시의 길 위에서 만난 자기만의 스타일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전 세계 패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토리얼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의 내면까지 포착하여 단순히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스타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옷과 진짜 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저자에 따르면 사토리얼리스트는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다. 책에는 이 시대의 사토리얼리스트 약 500인이 실려 있으며 그들이 패션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자신감이 넘친다."

기존의 패션 잡지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차별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무대 위에 올려진 패션 작품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책도 특별한 편집이나 디자인 없이 사진을 그대로 묶어 내놓았다. 책도 스타일도 자연스러운 연출이 돋보인다. "완벽하면 할수록 때로는 완전히 지루한 사진이 되기 때문"(163)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인위적인 연출보다 살아있는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어 사진마다 생동감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신의 사진들이 "사람들의 자기표현을 기념하는 사회적인 기록"이라고 해석한다(5). 이 책의 핵심 키워드, 작가가 보는 패션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자기표현'이다. 패션 쇼나 패션 관련 잡지를 볼 때마다 예쁘고 멋진 옷을 입은 모델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다음으로 많이 하는 생각이 '나도 따라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모델과 똑같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나오는 연예인들을 발견할 때마다 '소화를 잘 했구나' 또는 '모델이 더 낫다'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책 <사토리얼리스트>는 처음으로 '현재 나의 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다양한 도시의 다양한 사람들이 스스로 연출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며, 그들의 자신감 넘치는 '자기표현'을 보며, "나도 이들 처럼 입고 싶다"가 아니라,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자기표현을 개발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 조화롭기도 하고,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는 '사토리얼리스트'는 '살아 있는 느낌' 바로 그것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딱 자기 옷을 입은 사람들 모두 어쩐지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선입견일까. 자신의 삶에 충실한 자신감이 나를 압도한다. 멋진 패션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즐거운 인생이었다. 쾌락이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껴안는 희열 같은 것 말이다. 많은 말이 없어도, 그 어떤 패션 책자에서보다 가장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자체로 한 편의 에세이가 된다.

"나는 사람들이 소라게 같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사회적인 역할로 가장하기 위해 겉껍질을 갈아입는 것 말이다. 우리는 '역할을 입는다"(27). 나는 복장이 자유롭지 못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 단체복이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젊잖은 정장을 요구하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패션으로 나를 표현하는 일에 게을렀고, 그 게으름의 탓을 사회적인 '제약'으로 돌렸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우중충한 옷들이 내 영혼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아 불편하다. 사치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색깔을 찾고 싶다. 전에는 패션 관련 책자를 보아도 보는 재미로 만족하는 선에서 그쳤었는데, <사토리얼리스트>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을 위한 영감을 가득 불어넣어준다. 유명 브랜드나 유명 모델이 등장하는 어떤 패션 책자보다 재밌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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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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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가벼운 책


<SF + 성경 + 정신분석 + 음모론?> 책의 띠지에 적혀 있는 문구이다. 그러나 마지막 물음표는 내가 붙이고 싶다.

<변신>은 44세의 다소 지쳐보이는 남자가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비금도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파블로프' 씨의 안내를 받아 늙은 곤충학자인 '미켈란젤로' 씨를 찾아간다. 미켈란젤로 씨와의 대화에서 남자의 이름은 '차연'이며, 직업은 '목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는 미켈란젤로 씨의 도움으로 공간의 차원을 훌쩍 넘어 '켈라커닐링 행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과거는 현재의 이유다. 헝컬어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독백이 힌트일까? '차연'이라는 남자의 불안이 궁금하여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변신>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 모든 것은 화요 신앙 토론회가 있었던 날 차연이 그를 찾아온 왜소한 체구의 'A'라는 청년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차연이 쓴 <예수님, 알려 주세요! 성경에 대한 70가지 궁금증>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A는, 어느 날 불쑥 차연에게 전화를 걸어 꼭 보여줄 것이 있다며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뜬금없이) A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A는 지구 밖 우주, 다른 차원에서 온 지적 외계 생명체이자, 지구별 여행자였다(33).(그리고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는 차연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지구 밖 세상을 접할 기회, 즉 우주 여행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선택은 차연의 몫이다. 

고민하던 차연은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서는 아내 소연을 데리고 드디어 시간 여행, 즉 우주 여행을 감행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82437년 11월 허무한다르아한다르. 세상 그 무엇보다 독서를 사랑하는 그곳에서 앎의 탑과 도서관들의 도서관을 여행한 소연은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때, 55시간의 짧은 여행이 아쉬어 자신은 그곳에 남겠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홀로 귀환한 차연은 예상 못 했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시공간의 끔찍한 틈새! 그렇게 시간은 엉클어졌고, 이유도 모른 채 금빛 역십자를 상징으로 하는 오직예수혈맹단에 쫓기면서 소연을 다시 찾기 위해 무리한 우주 여행을 감행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를 다시 만났지만, 이미 아내는 예전의 아내가 아니었다. 지구로의 귀환을 거부하며 기독교와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펠커교'를 신봉하게 된 아내를 남겨두고 차연은 홀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우주 여행 때문에 교회에서 파문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변신>은 "내가 진실로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할 이가 있을 것입니다"라는 차연의 말로 새 역사를 예고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SF? 성경? 정신분석? 음모론? 모르겠다. '발문'에서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선생님은 (거창하게도)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인식의 우주적 확장이다"라고 말한다. 그럼, 인식의 우주적 확장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변신>의 모든 설정은 하나의 타켓을 향하고 있다. 특정한 믿음, 특정한 종교, 즉 '기독교'에 대한 공격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에서 좀더 깊은 문학적 성찰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작가의 '치기'로 탄생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읽었고, 가벼운 재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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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 - 완역결정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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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인 개념이 없어짐으로써 완전히 자유스러워진 세계, 이것이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향이다"(99).

 
"장자는 노자와 마찬가지로 도(道)를 천지 만물의 근본 원리로 삼고, 어떤 대상에 욕심을 내거나 어떤 일을 이루려 하지 않으며(無爲), 자기에게 주어진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여야 한다(自然)고 주장하여, 노장사상이라고도 하는 도가(道家)를 이룩하게 되었다"(표지 날개글 中에서)

<장자>는 몇 번을 읽어도 어렵다. 내겐 너무 어려운 <장자>. "<한서> 예문지와 <여씨춘추> 필기편 고유의 주에서는 '<장자> 52편'이라 하였으나, 지금 우리에게는 33편의 <장자>가 전해지고 있다"(16-17)고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장자의 가르침은 읽어서 알 수 있는 사상이 아닌 듯 하다. 경전을 읽듯이 주야로 읽고 묵상하는 가운데 깨달음을 얻어야 할 득도(得道)의 경지를 요구한다. 장자의 것 중 가장 유명한 '장자의 '나비 꿈' 우화, 그 한 대목을 들어보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와 나비에는 반드시 분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만물의 조화'라 부른다"(98-99). 장자에게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 귀함과 천함,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상대적인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상대적인 개념을 초월한다면 거기에는 아무런 차별도 없게 될 것이다. 상대적인 개념이 없어짐으로써 완전히 자유스러워진 세계, 이것이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향인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물이 한결같게' 여겨질 때, 자연에 완전히 융화될 수 있을 것이다"(99). 장자가 생각하는 이상향은 모든 것을 초탈할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깨달음이 없다면, <장자>를 읽었으나 읽은 것이 아니요, 듣기는 들었으나 들은 것이 아닌 것이 된다.

<장자>의 사상을 논할 실력은 되지 못하고, 기껏 그의 사상을 설명하는 주요 개념을 요약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한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장자, 그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바로 '자유'였다고 본다.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라는 표지의 한줄 글처럼 말이다. 완전한 자유! 장자가 말하는 "완전한 자유의 경지란 사람들을 둘러 싸고 있는 모든 행위와 사상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 장자는 사람이 타고난 그대로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부담조차도 거부하면서 순수한 자연에 모든 것을 맡기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아보자는 것이었다"(11). 어떻게 이런 경지의 실현이 가능할까? 빠른 걸음으로 바쁘게 지나는 사람을 붙잡고 "도(道)를 아십니까?"라고 물어오는 것만큼이나, 낯설고 이질적이다.

<장자>의 사상을 더욱 미궁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짊(仁)이나 의로움(義) 같은 것도 사실은 사람의 본성을 그르치는 면에서 도적질 같은 악덕과 다를 바 없다"(11-12)고 하는 주장이다. 어짊과 의로움은 타고난 사람의 본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쓸데없는 것이라는데, 어째서 그런가? 알 듯, 모를 듯하다. <장자>의 우화는 내게 수수께끼이다.

"지극히 올바른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의 본성과 운명의 진실함을 잃지 않는다.  (...)
그러므로 물오리의 다리는 비록 짧지만 길게 이어 주면 걱정이 될 것이며, 학의 다리가 비록 길지만 짧게 잘라 주면 슬퍼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본성이 길면 잘라 주지 않아도 되고, 본성이 짧으면 이어 주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이다.
어짊과 의로움은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진 사람이란 얼마나 많은 걱정을 지니고 있는가?
(...)
지금 세상의 어진 사람들은 눈을 똑바로 뜨고서 세상의 환난을 걱정한다. 어질지 않은 사람들은 타고난 성질과 운명의 진실한 모습을 버리고 부귀를 탐내고 있다. 그러니 어짊과 의로움은 사람의 진실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227)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며 홀연히 떠나신 어떤 분을 기억나게 하는 <장자>. 절대적인 것도 상대적인 것도 부정하며 일체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을 꿈꾸었던 <장자>. 그의 가르침은 논해서 알 일이 아니라, 깨달아 알 일이라는 한 가지만 내게 남았다. 실현은 어렵겠지만, 머리에 담아야 할 가르침이 아니라, 삶에 담아야 할 가르침이라는 한 가지만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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