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집쟁이들 - 고집스런 사람들의 멋진 인생 이야기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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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며 올곧게 걸어가는 사람들은 그 삶이 지겨우리만치 서럽고 슬퍼서, 꽃처럼 눈 즐거운 대상이 되지 못한다. 존경은 하되 나는 절대로 저렇게 살 수 없다는 식의 비겁한 다짐이 나올 정도로 지루하다. 그들이 피워내는 꽃들은 들판의 이름 없는 꽃처럼 구태여 품을 들여 꽃놀이를 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꽃들이 아프게, 아프게 땅에 떨어지고 나면 위풍당당한 열매가 되어 세상을 찬란하게 만든다." (들어가는 글 中에서)

오늘도 신문을 읽으며,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TV를 보며,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인생 이야기를 읽는다. 어떤 인생 이야기는 절로 한숨이 나오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부럽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욕이 튀어나오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내 일처럼 안타깝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여서 다행이다 싶고, 어떤 인생 이야기는 슬프다. 꿈도 시들고, 젊음도 시들고, 그렇게 사는 일에 지쳐갈 때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는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읽으며 욕심은 덜어내고 생각을 고치며 마음을 고친다. 그중에서도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행도 가지가지이고, 아픈 사연도 가지가지이고, 하는 일도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자신이 미칠 수 있는 '일'을 가졌다는 것이다. 사명은 발견해내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미쳐야지, 미쳐야지' 한다고 미쳐지는 것이 아니다. 미치니까 미치는 것이다.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미칠 수 있는 꿈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꿈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다.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꿈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그들은 정녕 '행복한' 고집쟁이인 것이다.

<행복한 고집쟁이들>의 저자는 여기에 담아낸 19가지 인생 이야기는 '화려한 꽃'이 아니라고 말한다. 꽃들이 아프게, 아프게 떨어져야만 영글 수 있는 '열매 인생'이라고 말한다. 흉내낼 수 없는 땀방울이, 눈물로 견뎌낸 세월이 키워낸 열매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세상을 찬란하게 하는 열매'이다. '미쳐서 행복하다', '역경이 꽃피운 예술', '역사와 전통을 만드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세상은 희망을 품는다', 고독한 외길 명장의 길'이라는 다섯 가지 카테고리에 나누어 담긴 19가지 열매 인생을 읽으며 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그 자신이 기초생활 수급자였던 빈한한 사람이, 발목지뢰에 두 손을 잃어버려 자기 앞가림하기도 바쁜 소금장수가 수입의 10%를 남을 돕는 일에 쓰고 있다(장엄한 소금장수 강경환).
감전 사고로 두 팔과 왼쪽 발가락 두 개를 잃은 전기기사가 화가로 다시 태어났다(팔 없는 화가 석창우).
미끄럼틀에 올랐다가 거꾸로 떨어져 척추가 부러지고 등이 휘고 140센티미터에서 성장이 멎었지만 눈물이 밥이다 생각하고 강하고 또 강해진 국악인 박공숙인 환갑을 넘긴 나이에 아직 이룰 '꿈'이 남았다고 말한다(키 작은 국악인 박공숙).
200년 동안 가난한 가업을 잇고 있는 무시무시한 고집쟁이 집안에서 천 년째 가격에 변함이 없는 '활' - 삼국시대 때부터 활 가격은 하나당 쌀 세 가마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 을 만들며 우리 역사를 지켜내는 사람이 있다(12대째 활 만드는 권무석).
'이 종이를 끝까지 지키라'는 아버지 말씀에 미쳐 돈 벌어 부자 되기보다 품질 불량을 더 걱정하는 한지 제작자가 있다(100년을 잇는 한지 장인 장용훈).
토요일만 되면 외식 한 번 못해보는 소외계층 시설을 찾아가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해주는 요리사가 있다(만인의 요리사 채성태).
사람들을 유혹하려고 조미료랑 설탕 팍팍 친 자장면을 만들 수도 있지만, 단 한 그릇을 팔더라도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하는 자부심으로 자장면을 만드는 사장님이 있다(자장면 만드는 철학자 이문길).

"길 없는 길을 걷다 뒤돌아보니 거기 길이 있었다. 그저 배 굶지 않으려고 살아온 인생인데, 그 여로가 한결같아서 문득 보니 벌판에 길이 난 것이다(238).

<행복한 고집쟁이들>은 거창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에 미쳐 살았고, 자신을 덮쳐온 불행에 꺾이지 않았고, 돈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축구화 하나도, 고장난 카메라 하나도, 목선 하나도, 돌조각 하나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덕에 명장의 이름을 얻은 사람들이다. 저자의 말처럼, "존경은 하되 나는 절대로 저렇게 살 수 없다는 식의 비겁한 다짐이 나올 정도로" 험하고 거친 길을 한결같이 걸어온 진정한 '고집쟁이들'이다. 그 평범하지 않은 고집스러움이 새로운 '길'을 내었다. 거창하지 않아도, 화려한 업적이 아니여도, 부러워할 만한 자리는 아니여도, 높은 곳에 오르려 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끌어내리지 않아도, 인생이 오를 수 있는 숭고한 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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