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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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가벼운 책


<SF + 성경 + 정신분석 + 음모론?> 책의 띠지에 적혀 있는 문구이다. 그러나 마지막 물음표는 내가 붙이고 싶다.

<변신>은 44세의 다소 지쳐보이는 남자가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비금도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파블로프' 씨의 안내를 받아 늙은 곤충학자인 '미켈란젤로' 씨를 찾아간다. 미켈란젤로 씨와의 대화에서 남자의 이름은 '차연'이며, 직업은 '목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는 미켈란젤로 씨의 도움으로 공간의 차원을 훌쩍 넘어 '켈라커닐링 행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과거는 현재의 이유다. 헝컬어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독백이 힌트일까? '차연'이라는 남자의 불안이 궁금하여 빠른 속도로 책을 읽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변신>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이 모든 것은 화요 신앙 토론회가 있었던 날 차연이 그를 찾아온 왜소한 체구의 'A'라는 청년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차연이 쓴 <예수님, 알려 주세요! 성경에 대한 70가지 궁금증>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A는, 어느 날 불쑥 차연에게 전화를 걸어 꼭 보여줄 것이 있다며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뜬금없이) A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A는 지구 밖 우주, 다른 차원에서 온 지적 외계 생명체이자, 지구별 여행자였다(33).(그리고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는 차연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지구 밖 세상을 접할 기회, 즉 우주 여행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선택은 차연의 몫이다. 

고민하던 차연은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서는 아내 소연을 데리고 드디어 시간 여행, 즉 우주 여행을 감행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82437년 11월 허무한다르아한다르. 세상 그 무엇보다 독서를 사랑하는 그곳에서 앎의 탑과 도서관들의 도서관을 여행한 소연은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을 때, 55시간의 짧은 여행이 아쉬어 자신은 그곳에 남겠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홀로 귀환한 차연은 예상 못 했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시공간의 끔찍한 틈새! 그렇게 시간은 엉클어졌고, 이유도 모른 채 금빛 역십자를 상징으로 하는 오직예수혈맹단에 쫓기면서 소연을 다시 찾기 위해 무리한 우주 여행을 감행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를 다시 만났지만, 이미 아내는 예전의 아내가 아니었다. 지구로의 귀환을 거부하며 기독교와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펠커교'를 신봉하게 된 아내를 남겨두고 차연은 홀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우주 여행 때문에 교회에서 파문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변신>은 "내가 진실로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할 이가 있을 것입니다"라는 차연의 말로 새 역사를 예고하며 이야기를 맺는다.

 SF? 성경? 정신분석? 음모론? 모르겠다. '발문'에서 문학평론가인 방민호 선생님은 (거창하게도)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인식의 우주적 확장이다"라고 말한다. 그럼, 인식의 우주적 확장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 <변신>의 모든 설정은 하나의 타켓을 향하고 있다. 특정한 믿음, 특정한 종교, 즉 '기독교'에 대한 공격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에서 좀더 깊은 문학적 성찰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작가의 '치기'로 탄생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읽었고, 가벼운 재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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