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sartorialist  

재단사의 뜻을 지닌 라틴어 sartor에서 유래.
세계 최고의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의 명칭으로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라는 의미 



책을 받아보고 많이 당황스러웠다. 사진첩인가? 말 없이 그저 보여주기만 하는 책. 이 책이 왜 그렇게 유명할까? 날개글을 읽고 그 이유를 알았다. "2005년 가을 스콧 슈만은 카메라를 들고 뉴욕 거리로 나가 패셔너블한 보통 사람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는 사진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의 사진은 수많은 방문자들에 의해 스크랩되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모든 이들의 사랑으로 전설이 된 thesartorialist.com 블로그는 전 세계인의 패션 취향을 담은 전시실이다. 뉴욕, 파리, 스톡홀름, 밀라노, 도쿄 등 다양한 도시의 길 위에서 만난 자기만의 스타일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전 세계 패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토리얼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의 내면까지 포착하여 단순히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스타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옷과 진짜 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저자에 따르면 사토리얼리스트는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다. 책에는 이 시대의 사토리얼리스트 약 500인이 실려 있으며 그들이 패션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자신감이 넘친다."

기존의 패션 잡지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차별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무대 위에 올려진 패션 작품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책도 특별한 편집이나 디자인 없이 사진을 그대로 묶어 내놓았다. 책도 스타일도 자연스러운 연출이 돋보인다. "완벽하면 할수록 때로는 완전히 지루한 사진이 되기 때문"(163)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인위적인 연출보다 살아있는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어 사진마다 생동감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신의 사진들이 "사람들의 자기표현을 기념하는 사회적인 기록"이라고 해석한다(5). 이 책의 핵심 키워드, 작가가 보는 패션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자기표현'이다. 패션 쇼나 패션 관련 잡지를 볼 때마다 예쁘고 멋진 옷을 입은 모델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다음으로 많이 하는 생각이 '나도 따라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모델과 똑같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나오는 연예인들을 발견할 때마다 '소화를 잘 했구나' 또는 '모델이 더 낫다'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책 <사토리얼리스트>는 처음으로 '현재 나의 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다양한 도시의 다양한 사람들이 스스로 연출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보며, 그들의 자신감 넘치는 '자기표현'을 보며, "나도 이들 처럼 입고 싶다"가 아니라,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자기표현을 개발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겼다. 조화롭기도 하고,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는 '사토리얼리스트'는 '살아 있는 느낌' 바로 그것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딱 자기 옷을 입은 사람들 모두 어쩐지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선입견일까. 자신의 삶에 충실한 자신감이 나를 압도한다. 멋진 패션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즐거운 인생이었다. 쾌락이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껴안는 희열 같은 것 말이다. 많은 말이 없어도, 그 어떤 패션 책자에서보다 가장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자체로 한 편의 에세이가 된다.

"나는 사람들이 소라게 같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사회적인 역할로 가장하기 위해 겉껍질을 갈아입는 것 말이다. 우리는 '역할을 입는다"(27). 나는 복장이 자유롭지 못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 단체복이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젊잖은 정장을 요구하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패션으로 나를 표현하는 일에 게을렀고, 그 게으름의 탓을 사회적인 '제약'으로 돌렸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우중충한 옷들이 내 영혼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아 불편하다. 사치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색깔을 찾고 싶다. 전에는 패션 관련 책자를 보아도 보는 재미로 만족하는 선에서 그쳤었는데, <사토리얼리스트>는 적극적인 자기표현을 위한 영감을 가득 불어넣어준다. 유명 브랜드나 유명 모델이 등장하는 어떤 패션 책자보다 재밌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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