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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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답사가 이렇게 재밌는 여행이었어?"

문화유산답사의 깊은 맛을 배우다!

 
좀 썰렁한 이야기지만,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고도 받았는지도 모르고, 그것이 내 몫인지도 모르고, 그 가치조차 모르고 눈 뜬 장님으로 살아왔음을 실감했다. 유산을 서로 물려받겠다고 형제도 없이 싸우기도 하는 세상인데, 남의 나라 사람들도 눈독을 들이고 탐을 낼 만큼 귀한 것들인데, 우리의 것을, 내 것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반성을 깊이 했다. 이름까지 처음 들은 선암사, 영암사, 왕흥사는 물론 2010년에 1차 복원정비사업이 완료되었다는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에도 아직 가보지 못했으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 중 실제로 가본 곳이 한 곳도 없는 나는 할 말이 없는 독자이다. 그러면서 마음 한 켠으로는 자부심이 한껏 차오른다.

경북궁에서 광화문, 선암사, 도동서원, 거창, 합천, 부여, 논산, 부령으로 유홍준 교수님과 우리의 문화유산답사를 다니면서 무엇보다 감탄을 거듭하며 가장 뿌듯했던 것은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미학, 그 진가를 알게 된 기쁨이었다. 안목있는 외국인 건축전문가들도 한국의 전통건축을 보면서 찬사를 보낸다고 하는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프랑스 건축가협회장 로랑 쌀로몽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감동이다.

"한국의 전통건축물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자연이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중국의 건축물은 장대하지만 마치 벽처럼 느껴지고, 일본의 전통건축물은 정교하지만 나약해 보여 건축물이 아닌 가구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비해 한국의 건축은 주변 경관을 깎고 다져서 인위적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위에 그냥 얹혀 있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전통건축은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265).

단순히 중국의 것과 일본의 것과 비교하여 우리의 것이 더 우월하다는 자부심이 아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은 한 미술평론가가 감탄한 대로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 아름답습니다. 나는 여러 나라를 여행해보았지만 지금처럼 산과 들과 마을과 강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풍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신네 나라 사람들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156). 이런 정신과 멋과 여유를 잃어버리고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지은 건물에 사는 우리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 아쉽기만 하다.

유홍준 교수님은 "한국미술의 객관적 가치를 마음속에 갖고 있지 못"하면 상황에 휘둘리게 되는 얄팍한 애국심의 이중적 문화의식을 경계한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확고한 문화의식"(13)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광화문 광장에 나가 선다면 이전과는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리라는 것을 느낀다. "발돋움을 하느라 슬쩍 올라간" 귀엽기 짝이 없는 영암사터의 쌍사자석등의 궁둥이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앞에 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듯하고, 돌담길에 대한 유난한 사랑이 엿보이는 유홍준 교수님께 전염되었는지 돌담길 하나도 그 가치가 달라보인다.

책에 소개된 합천 촌부 '박주사' 님과 같이 문화재청장을 지내시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고, 널리 알려주시는 유홍준 교수님 같은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치를 알아보는 눈과 그것을 되살리고 지켜내고자 하는 열정과 우직함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나라 문화유산답사 여행이 유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눈이 떠지기를 바래본다. 문화유산을 되살리고,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어보니 이 시리즈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제대로 알 듯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밌게 읽었고, 가슴 뻐근해지는 뿌듯함과 차원이 다른 기쁨, 그러면서도 문화유산에 대한 여전한 과제가 안겨주는 초조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 책 자체가 우리의 또다른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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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 POWER made easy - 미국 대학 최고의 영단어 명강의 WORD POWER made easy
노먼 루이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윌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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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어원론적으로 접근하라!

 
깜빡 깜빡한다는 영단어학습기를 살까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환갑을 지난 지금도 매일 아침 새로운 영어 단어 5개씩을 외우는 은사님이 계시다. 중학교 때부터 가져온 습관이라고 하셨다. 꾸준히 공부하는 것밖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고 늘 강조하시는 은사의 가르침대로 나도 매일 영어 단어 5개씩을 외워야지 하는 야무진 결심을 한 것이 벌써 몇 십년 전이다. 친구들끼리 '바퀴벌레'라고 불렀던 <vocabulary>를 한창 외우던 대학교 시절 이후, 영단어는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한 적이 없다. 졸업 후, 영어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독해를 위한 문법 공부를 하거나 회화에 집중하던가, 아니면 문장을 통째로 외운다거나 낭독 훈련을 한다거나 하는 유행하는 영어 공부법을 따라 가다보니 영단어만 따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영어라는 밭의 지뢰는 '낯선 단어'이다. 가장 중요하다는 그놈의 '꾸준함'이 안 되는 탓에 지금도 사전 없이 영문장을 쭉쭉 읽어내려가는 일이 꿈으로 남아 있다. 영단어만 좀 되면 어느 정도 막힘 없이 원서를 읽어내려 갈 것 같은데, 사전을 통째로 놓고 외우는 무모한 방법에 도전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고, 외운 것도 생각이 가물가물한 낯선 단어를 마주칠 때마다 외워보려고 하니 뭔가 체계가 없어 아쉬웠다.

<WORE POWER made easy>는 "60년 연속 베스트셀러!, 미국 대학 최고의 영단어 명강의, 어원으로 이해하는 단어 학습법의 원조, 한국 100만 부 돌파 베스트셀러의 원서, SAT, GRE, TOEFL 고득점 필독서"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반짝 반짝 빛이 나는 책인데, 이제껏 이 책을 몰랐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핵심만 간추렸다는 슬림한 교재가 대세인 요즘, 6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위용에 가격도 24,800원(여기서 20% DC 가능)이나 하는 대작이다!

<WORE POWER made easy>의 가장 큰 특징은 영단어를 '학습'한다는 것이다! 영단어 강의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어휘력 확장을 위해 고안된 학습법이다. 저자는 어휘력 향상을 위해 '어원론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권하며, 그 장점을 이렇게 정리해준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 어원론적으로 접근하면,
- 접두어, 어근, 접미어에 대해 알게 되고
- 낯선 단어라도 단어의 구조, 즉 단어를 구성하는 단위들을 분석해서 그 뜻을 추측할 수 있으며
- 구성 단위들을 적절히 결합시키는 방법을 통해 단어들을 정확히 만들 수 있고
- 명사에서 동사를, 형용사에서 명사와 동사를, 명사에서 형용사를 정확히 유도할 수 있습니다(9).

이 책도 역시나 학습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암기'가 필수적으로 따라오지만, 암기 이전에 단어의 태생(어원)을 이해하면 그것에서 파생된 단어의 뜻이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원을 이해하면, 방사능으로 그물이 펼쳐지듯 여러 갈래로 파생되는 단어를 보다 쉽게 암기할 수 있으며, 낯선 단어를 만나도 어원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뜻이 짐작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는 법과,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개념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7). 또 하나 저자가 강조하고 교재가 집중적으로 연습시키는 것 중 하나가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익히는 것이다. 나는 '발음 기호'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영어 공부의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평생을 헤매며 고생하는 중이다. 철자와 뜻을 아무리 외워도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WORE POWER made easy>는 공식 블러그를 통해 mp3 파일을 지원하며,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알고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끝까지 공부를 끝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책의 효과성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기대감과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저자인 노먼 루이스 선생님이 서문에서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데 늦은 나이는 없다고 강조하시며, "의무적으로 해낸 것과 강한 의지를 갖고 적절한 지도를 받아 해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해주신 격려가 큰 힘이 된다.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뭔가 손에 잡히는 듯한 확신을 준다. 이번에야말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꾸준한' 학습으로 단어를 끝장내보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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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00배 즐기기 : 제주시.서귀포시.중문관광단지.한라산 외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홍연주.홍수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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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초보 여행자에게 강추합니다!!!

 
해외여행 바람 덕분에 신혼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절감된 이후, 찬 바람만 날렸다는 제주도에 다시 훈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그 시작은 제주 올레길 덕분인데, 제주도!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랜덤하우스에서 발간하는 여행자를 위한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실전'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그러니 여행지의 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여행자라면 가이드가 필요 없듯, 이 책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보 여행자에게는 이보다 더 완벽 가이드는 없다고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다. 
 

 

 

제주도는 어떤 여행의 테마를 가지고 떠나느냐를 미리 결정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멋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여행의 테마'를 먼저 선정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은데, <제주 100배 즐기기> 이 한 권의 책 안에 다양한 테마의 여행 정보가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제주의 명소, 먹을거리, 체험 여행, 드라이빙 뿐만 아니라, 핵심 지역 가이드는 물론, 주제가 있는 테마 여행이라 하여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족히 한 달은 잡아야 하는 제주 올레길, 신나는 액티비티 레포츠, 영화와 드라마 속의 제주 탐방, 문화와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의 건축물, 휴식과 디톡스를 위한 제주 休 여행"에 관한 정보까지 제주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의 모든 것이 여기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작년에 제주도를 처음 여행하며 3박 4일 동안 '카페'에 가입을 하고, '블로그'를 검색하며 정보를 모아봐서 아는데, 책 한 권으로 알찬 정보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편리하고 간단하며 감사한 일인지 직접 여행을 해보면 더 실감이 나리라.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제주도 여행의 핵심 테마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제주 여행 아젠다', 곳곳이 모두 명소이지만 그래도 이곳만 둘러보고 와도 '남는' 여행이라 자신할 수 있는 '제주도 베스트 명소', 여행의 즐거움을 100배로 만들어주는 풍성한 먹거리들, 한 번쯤 욕심내고 싶은 올레길 완주, 한라산 등반, 낚시, 승마와 잠수함, 돌하루방 열쇠고리와 제주 감귤밖에 몰랐지만 더욱 풍성한 제주도 기념품, 외국과의 비교로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지는 제주도의 매력에 숙박 정보, 쇼핑 정보, 할인쿠폰, 면세점 이용까지 제주도를 100배 즐길 수 있는 정보로 정말 빼곡하게 채워놓았다. 날짜별 베스트 코스나 '초간단 셀프 요리'를 위한 레시피는 여행의 고수들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정보가 여행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된다. 
 

 

 

구성도 알차다. 여행의 짐을 줄여주면서도 간편하게 소지하여 핵심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제주 포켓북', 제주도를 한 눈에 파악하는 '제주 관광 전도'까지 3종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 100배 즐기기>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아마도 어설프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본 덕에, 가본 곳이 나오면 그때의 그 흥분을 다시 떠올려주고, 가보지 못한 곳이 나오면 당장 가보고 싶은 셀레임으로 마음을 동동거리게 하기 때문인가 보다. 또 정보를 수집하며 고생(?)을 좀 했기 때문인지, 읽기에 지루할 수도 있는 숙박시설이나 박물관, 교통편, 음식점의 가격과 전화번호 하나까지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년에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하루는 드라이브를 하고, 하루는 올레길을 걷은 후 하루만에 포기를 선언하고, 남은 하루는 한라산 등반을 하느라 녹초가 되고, 다음날 몇 군데 관광을 하고 돌아와야 했다. 동생은 지금도 예정에 없던 한라산 등반 때문에 바다 낚시를 포기해야 했던 일을 두고 두고 아쉬워한다. 지난 번 여행에서는 남쪽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느라 다 가보지 못한 북쪽 코스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바다 낚시를 위해서라도 올해 꼭 다시 한 번 제주도 땅을 밟아보고 싶다. 해외 여행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부담이 덜 할 뿐만 아니라, 높은 퀄리티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제주도! 우리에게 이런 소중한 섬이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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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 - 실제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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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을 엿보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하버드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하버드대학의 새벽 4시 도서관'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는 가슴이 뛰기도 했다. 최근에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통해 알려진 하버드대 출신의 페이스북 창시자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열정을 불태우며 세계를 선도해가는 세계적인 수재들이 모인 곳, 하버드대는 여전히 내 마음의 로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학도도 아니면서 <하버드 경제학>이라는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맨큐, 서머스, 펠드스타인을 포함한 10여 명의 석학이 최고의 학생들에게 가르친 실제 수업 내용이 지면을 통해 생중계하는 책이라고 하니, 하버드대 강의실을 살짝 엿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경제학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하버드대에서 어떤 수업이 이루어지고,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지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마치 우등생의 노트를 엿보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하버드 경제학>은 영어를 잘하는 기자 출신의 한 중국 여성이 2008-2009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을 직접 청강하고, 수업 내용을 노트한 것이다. 수업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적은 '필기'가 아니라, 강의실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자신의 이해와 통찰로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학생들을 경제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외에, 비전공자들에게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분석의 틀로서 경제학을 소개하는 데 있다(24)는 하버드대학의 경제학 수업은 조교가 34명, 수강자가 900명에서 1000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클래스로 운영된다!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만으로도 학교를 하나 세울 수 있겠네요"(25)라는 맨큐 교수의 농담에서 빛이 난다.

비전공자가 포함된 새내기들의 강의답게 <하버드 경제학>은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경제학 원리에서부터 (미국적 입장에서) 실제 피부에 와닿는 경제 이슈와 정책의 문제를, 석학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해보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경제'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적인 경제 문제와 정책을 연결하여 고민해보는 데 초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를 선도할 '리더십'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한 그들의 책임감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학문적 자세와 태도가 부러울 따름이다.

<하버드 경제학>은 지금 세계적인 경제적 핫이슈가 무엇인지, 그와 관련된 정책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 안에 숨겨진 경제적 원리는 무엇인지를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정리된 우등생의 노트라도, 그 과목에 흥미가 전혀 없거나 기초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 훔쳐 본다면 별 소용이 없는 것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학을 배워보려는 계획으로 이 책을 선택한다면, <하버드 경제학>도 세계적인 경제 이슈와 경제학에 대한 기초적인 관심과 지식이 있을 때, 더 흥미롭고 재밌게 읽힐 듯하다. 잘못하면 하버드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학과 수업을 엿본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얻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하버드 경제학>을 통해 중계된 이번 학기의 강의는 프리쳇 교수와 서머스 교수가 처음으로 함께 진행한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이었다(160)고 한다. 그러니까 하버드 경제학 강의가 매번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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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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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뜨거웠을까? 무엇 때문에 뜨거웠을까?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

 
살면서 심장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온몸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분노, 내 심장 안에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고통, 그것은 무엇 때문의 분노였고, 어떤 종류의 고통이었나?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피가 끓어본 적이 있는가? 조각으로 나눠어진 현대인들은 공공의 이상을 잃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에 등장하는 꼬마 주인공은 심장이 불꽃에 휩싸이는, 아니 불이 심장을 집어삼키는 경험을 한다. 그 불꽃을 경험하는 순간, 그 꼬마는 '성장'한다. 그의 온몸을 삼켜버린 삶의 불꽃은 개인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작가 '베벌리 나이두'를 이 소설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그녀는 꽤 유명한 작가인가 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불평등을 깨닫고 직접 저항 활동에 뛰어든 참여적 작가이다. 흑인과 백인 청소년들을 위한 범상치 않은 소설을 많이 썼다는 그녀는 이번에도 아프리카의 문제를 소재로 결코 가볍지 않은 '폭풍 성장소설'을 내놓았다.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1950년대 케냐,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그리 멀지 않은 땅에서, 우리가 모르는 불평등과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음을 고발한다. 당시 케냐에서는 백인들에게 빼앗긴 땅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흑인들이 모여 '마우마우'라는 집단을 결성했다. '마우마우'는 폭력으로 백인들에게 대항했다. 마우마우는 32명의 백인 정착민을 살해했고, 이 때문에 1950년 10월에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그리고 반 마우마우들에게 1800명 이상의 아프리카인들이 살해당했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채) 수백 명이 실종됐고, 영국 경찰은 적어도 1만 2000명(어쩌면 2만 명)에 달하는 마우마우와 용의자들을 죽였다. 뿐만 아니라, 적어도 15만 명의 키쿠유족 사람들이 마우마우 지지란 죄목으로 수감되었고, 1090명의 키쿠유족 남자들의 목이 매달렸고, 30명의 여성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210-211). "독립 투쟁이 일어났던 영국의 다른 어떤 식민지보다 케냐에서 훨씬 더 폭압적인 진압이 이루어졌다." 아직은 '동시대'라고 할 수 있는 '그때에' 벌어진 실제 역사이다.

이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 두 소년이 있다. '무고'와 '매슈'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그들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장벽이 있다. '무고'는 '종'(하인)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흑인 소년이고, '매슈'는 주인의 아들인 백인 소년이다. 이 둘은 이 서로를 가로막는 장벽을 극복하고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는 매슈와 무고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백인(영국인)들은 증명서라는 서류 한 장으로, 합법적(?)으로 아프리카 땅을 삼켜버렸다. 그곳에서 '원래' 살았던 사람들은 조상들의 무덤을 보여줬지만, 그 증명서에는 이 남자가 땅값을 지불했기 때문에, 이 땅이 그 남자의 소유라고 쓰여 있었다. 백인들은 '할아버지들의 땅이자 신성한 장소였던, 조상 대대로 키리냐가산(케냐) 아래에 자리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땅'을 빼앗아 울타리를 치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종'으로 만들었다. 잃어버린 땅과 자유를 찾으려고 결성된 '마우마우'와 '마우마우'의 출현을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그곳에서의 권리와 풍요를 지켜가려는 백인들 사이에 생명을 건 싸움과 긴장이 가득하다. 땅과 자유를 찾으려는 동족과 주인(백인)과의 신의(우정)를 지키고 싶은 무고의 갈등, 자신의 잘못으로 무고 가족을 큰 위기로 몰아넣은 매슈의 고통이 큰 울부짖음이 되어 우리 마음을 울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현명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가장 안타깝게 만드는 인물은 무고의 아버지인 '바바'이다. 바바의 이름 카마우는 '조용한 전사'를 의미(53)한다. 바바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와준구의 언어를 배워라! 그들이 가진 힘의 비밀을 배워라! 그들을 쫓아낼 방법을 배워라!"(52) 바바는 아버지를 이렇게 말한다. "바바에겐 꿈이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와준구의 지식을 배워 오는 것. 그러면 자식들은 땅을 되찾는 방법을 배워 올 것이라는 믿음! 또한 와준구도 우리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기대!"(205) 바바가 이런 꿈을 꾸었던 것은 '그들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바의 방법이 옳았을까? 여전히 옳은 것일까? 

마우마우의 활동과 이에 대항하는 백인들의 무자비함을 겪으며, 무고의 심장은 뜨겁게 타오른다. 그는 이제 어느 길로 가게 될까? "하지만 이제 나는 아이가 아니었다. 바바가 없어 이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싸카나 위야씨, 즉 우리들의 땅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형과 다른 사람들에게 합류하라는 부름을 받게 된다면, 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온몸 깊은 곳에서 맹령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떨었다. 그 불이 모든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 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209).

책의 내용과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라는 제목을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작가가 던져주고자 하는 질문은 케냐 땅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자신과 가족과 동족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뜨며 맹열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이는 무고와 자신이 낸 불 때문에 무죄한 사람이 고통 당하는 모습을 보고 불 붙은 듯 고통스러워 하는 매슈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삶에 대해, 우정에 대해, 믿음에 대해, 얼마나 뜨거울 수 있느냐고 묻는 듯하다. 무엇보다 '옳음' 때문에 한 번이라도 뜨거웠느냐 묻고 있는 듯하다.

내용에 비하면 제목은 다소 생뚱맞아 보이고, 기대했던 것만큼 그리 스펙터클한 내용은 아니지만, 성장소설을 통해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진실과 질문(의문)의 문학적 수준은 High-level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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