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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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답사가 이렇게 재밌는 여행이었어?"

문화유산답사의 깊은 맛을 배우다!

 
좀 썰렁한 이야기지만,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고도 받았는지도 모르고, 그것이 내 몫인지도 모르고, 그 가치조차 모르고 눈 뜬 장님으로 살아왔음을 실감했다. 유산을 서로 물려받겠다고 형제도 없이 싸우기도 하는 세상인데, 남의 나라 사람들도 눈독을 들이고 탐을 낼 만큼 귀한 것들인데, 우리의 것을, 내 것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반성을 깊이 했다. 이름까지 처음 들은 선암사, 영암사, 왕흥사는 물론 2010년에 1차 복원정비사업이 완료되었다는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에도 아직 가보지 못했으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 중 실제로 가본 곳이 한 곳도 없는 나는 할 말이 없는 독자이다. 그러면서 마음 한 켠으로는 자부심이 한껏 차오른다.

경북궁에서 광화문, 선암사, 도동서원, 거창, 합천, 부여, 논산, 부령으로 유홍준 교수님과 우리의 문화유산답사를 다니면서 무엇보다 감탄을 거듭하며 가장 뿌듯했던 것은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미학, 그 진가를 알게 된 기쁨이었다. 안목있는 외국인 건축전문가들도 한국의 전통건축을 보면서 찬사를 보낸다고 하는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프랑스 건축가협회장 로랑 쌀로몽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감동이다.

"한국의 전통건축물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자연이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중국의 건축물은 장대하지만 마치 벽처럼 느껴지고, 일본의 전통건축물은 정교하지만 나약해 보여 건축물이 아닌 가구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비해 한국의 건축은 주변 경관을 깎고 다져서 인위적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위에 그냥 얹혀 있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전통건축은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265).

단순히 중국의 것과 일본의 것과 비교하여 우리의 것이 더 우월하다는 자부심이 아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은 한 미술평론가가 감탄한 대로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 아름답습니다. 나는 여러 나라를 여행해보았지만 지금처럼 산과 들과 마을과 강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풍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신네 나라 사람들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156). 이런 정신과 멋과 여유를 잃어버리고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지은 건물에 사는 우리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 아쉽기만 하다.

유홍준 교수님은 "한국미술의 객관적 가치를 마음속에 갖고 있지 못"하면 상황에 휘둘리게 되는 얄팍한 애국심의 이중적 문화의식을 경계한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확고한 문화의식"(13)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광화문 광장에 나가 선다면 이전과는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리라는 것을 느낀다. "발돋움을 하느라 슬쩍 올라간" 귀엽기 짝이 없는 영암사터의 쌍사자석등의 궁둥이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앞에 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듯하고, 돌담길에 대한 유난한 사랑이 엿보이는 유홍준 교수님께 전염되었는지 돌담길 하나도 그 가치가 달라보인다.

책에 소개된 합천 촌부 '박주사' 님과 같이 문화재청장을 지내시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고, 널리 알려주시는 유홍준 교수님 같은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치를 알아보는 눈과 그것을 되살리고 지켜내고자 하는 열정과 우직함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나라 문화유산답사 여행이 유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눈이 떠지기를 바래본다. 문화유산을 되살리고,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어보니 이 시리즈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제대로 알 듯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밌게 읽었고, 가슴 뻐근해지는 뿌듯함과 차원이 다른 기쁨, 그러면서도 문화유산에 대한 여전한 과제가 안겨주는 초조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 책 자체가 우리의 또다른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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