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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 - 실제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을 엿보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하버드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하버드대학의 새벽 4시 도서관'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는 가슴이 뛰기도 했다. 최근에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통해 알려진 하버드대 출신의 페이스북 창시자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열정을 불태우며 세계를 선도해가는 세계적인 수재들이 모인 곳, 하버드대는 여전히 내 마음의 로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학도도 아니면서 <하버드 경제학>이라는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맨큐, 서머스, 펠드스타인을 포함한 10여 명의 석학이 최고의 학생들에게 가르친 실제 수업 내용이 지면을 통해 생중계하는 책이라고 하니, 하버드대 강의실을 살짝 엿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경제학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하버드대에서 어떤 수업이 이루어지고,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지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마치 우등생의 노트를 엿보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하버드 경제학>은 영어를 잘하는 기자 출신의 한 중국 여성이 2008-2009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을 직접 청강하고, 수업 내용을 노트한 것이다. 수업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적은 '필기'가 아니라, 강의실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자신의 이해와 통찰로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학생들을 경제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외에, 비전공자들에게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분석의 틀로서 경제학을 소개하는 데 있다(24)는 하버드대학의 경제학 수업은 조교가 34명, 수강자가 900명에서 1000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클래스로 운영된다!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만으로도 학교를 하나 세울 수 있겠네요"(25)라는 맨큐 교수의 농담에서 빛이 난다.
비전공자가 포함된 새내기들의 강의답게 <하버드 경제학>은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경제학 원리에서부터 (미국적 입장에서) 실제 피부에 와닿는 경제 이슈와 정책의 문제를, 석학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해보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경제'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적인 경제 문제와 정책을 연결하여 고민해보는 데 초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를 선도할 '리더십'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한 그들의 책임감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학문적 자세와 태도가 부러울 따름이다.
<하버드 경제학>은 지금 세계적인 경제적 핫이슈가 무엇인지, 그와 관련된 정책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 안에 숨겨진 경제적 원리는 무엇인지를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정리된 우등생의 노트라도, 그 과목에 흥미가 전혀 없거나 기초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 훔쳐 본다면 별 소용이 없는 것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학을 배워보려는 계획으로 이 책을 선택한다면, <하버드 경제학>도 세계적인 경제 이슈와 경제학에 대한 기초적인 관심과 지식이 있을 때, 더 흥미롭고 재밌게 읽힐 듯하다. 잘못하면 하버드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학과 수업을 엿본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얻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하버드 경제학>을 통해 중계된 이번 학기의 강의는 프리쳇 교수와 서머스 교수가 처음으로 함께 진행한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이었다(160)고 한다. 그러니까 하버드 경제학 강의가 매번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