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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간다 인도 ㅣ 세계를 간다
중앙M&B 편집부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인도는 신들과 신앙의 나라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곳이 천국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이 사는 곳은 지옥일까?
그곳을 지옥이라고 한다면, 이곳은 천국일까?(11)

그때부터이다. 내가 인도를 여행하려고 처음 마음 먹은 것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븐 잡스가 어렵게 취직한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온 후, 대학 졸업장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때부터이다. 그때부터이다. 내가 인도를 여행하려고 꼭 다짐을 한 것은.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기에 빠져들며 <황천의 개>를 처음 읽었을 때, 그때부터이다. 후지와라 신야가 들려준 인도 여행 이야기 중에서 '시체 태우는 장면' 부분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처음 그 광경을 봤을 때는 정말 이렇게 해도 상관없단 말인가, 하고 생각했어. 이렇듯 아무렇지 않게 보여줘도 괜찮다는 건가, 하고. 그때까지 내가 자라난 일본에서는 인간이 좀 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고. 인간의 목숨은 지구보다 무겁다는 말을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 목숨을 중히 여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최우선이라는 과대평가 때문에 과보호와 에고이즘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나약하게 만든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과 시체를 금기로 여기고 철저히 은폐해왔지. 어리석은 선택이었어. (...) 우리는 지나치게 목숨을 과대평가했고, 죽음이 우리 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믿어왔지. 그 믿음이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희석시킨 주범이었어. 부모의 기대와 과보호에 노출된 아이들이 커갈수록 자신의 소중함을 증명하려고 초조해하듯, 현대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살아 있다는 진실 앞에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게 된 거야."(후지와라 신야, 황천의 개, p.132)
이후로 나는 살아 있다는 진실 앞에 초조해질 때마다 인도를 생각했다. 강가에 시체가 떠다니고, 떠돌이 개가 시체를 핥고, 사람이 소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나라는 불결한 이미지가 강했지만, 그곳에 가고 싶었다. 죽음과 시체의 금기가 해제된, 그곳에 가고 싶었다. 힌두교인은 생과 사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강, 강가(Ganga) 강에 몸을 맡기는 안도감에 잠기고, 죽었을 때는 어머니에게 안겨 히말라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한다(195). 그 강가(Ganga) 강의 가트로 가장 많은 순례자가 찾아온다고 한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 하셨다. 많은 여행자가 말하기를, 인도를 다녀와야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된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 '철든' 사람들이 많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그들이 얻은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순례자의 나라 인도, 구도자의 나라 인도, 동시에 IT 강국이기도 한 인도, 그곳에 가보고 싶다. 그곳에 다녀오면 새털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인도 세계를 간다>는 "해외여행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현지에서 바로 이용 가능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여행 정보지"이다. 랜덤하우스의 <100배 즐기기> 시리즈와 더불어 <세계를 간다> 시리즈를 줄기차게 손에 들고 탐닉하고 있는 것은, 이것이 '실전' 여행을 위한 모든 정보를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여행을 계획하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출국에서 입국까지, 여행 루트 짜기에서부터 예산까지, 예약부터 100배 즐기는 법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서부터 반드시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 것까지, 여행의 시작과 끝이 여기에 있다. 또 여행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함께 여행지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소개글을 읽다 보면, 상식까지 풍부해지는 유익이 있다. 지루했던 세계사, 세계지리, 문화와 풍속이 신기하게도 쏙쏙 머릿속에 들어오니 공부가 절로 된다. 예를 들면, 인도는 덥기만 한 나라가 아니라, 크게 3가지 - 우기, 건기, 혹서기 - 로 나뉜다고 한다. 또 인도가 처음은 사람은 겨울(11-2월)이 여행하기 좋다는 깨알같은 정보도 함께 알 수 있다. 건기이므로 우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이동도 편리하지만, 저렴한 숙소에서는 찬물만 나온다는 사실이나 야간열차를 이용할 때는 침낭이나 담요가 없으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일러준다.
<인도 세계를 간다>를 통해 미리 인도 여행를 해보니, "여행은 인생 공부이다"라는 명제를 나도 모르게 갖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여행을 목적으로 해도 좋지만, 나를 비우며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원한다면 인도 여행이 제격일 듯하다. 인도가 처음인 사람은 바로 지금(11-2월)이 여행의 적기라고 하니 몸은 일상에 매여있지만 마음을 매일 조급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