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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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인물에 목말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연과 인간 사회에 모두 통용되는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법칙입니다.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먹히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게 사는 이치이지"라고 관조하며, 힘 없는 백성들은 언제나 짓밟히고 당하며 살아야 할까요?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이 생명의 과제이고 운명이라고 하지만, 세상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시대마다 인물에 목마른 이유는, 가만 두면 언제나 힘(폭력)에 의해 다스려지기 마련인 세상에 평화와 공존과 나눔과 균형의 가치를 존중하고 실현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 우리는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약자의 편에 선 인물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지 말입니다.
 
나라의 리더를 두고 온 국민이 고민하는 이 때에 딱 이런 인물만 같으면 좋겠다는 하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 한 사람은 정조이고, 또 한 사람은 정약용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지만, 정약용은 정조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입니다.
 

"부친이 겨우 음직으로 지방관을 역임한 그는 부형의 음덕을 입을 수 없었고, 실세한 남인 가문의 후예로서 뚜렷한 스승이나 친구도 없었다. 그가 가진 것은 오직 자신의 재능이었고, 이를 알아주는 정조의 눈이었다"(295).

 
아버지 정재원은 정약용에게 귀농이란 아명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당쟁에서 벗어나 농촌에 귀의하라는 의미"(46)였습니다. 그러나 "탄생부터 좋든 싫든 당쟁의 비극에 연루된" 정약용의 운명은 귀농으로 끝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신하가 저군을 죽이는 불충의 시대, 장인이 사위를 죽이는 불륜의 시대, 부인이 남편을 죽이는 부정의 시대"가 그를 끌어내었다고 말합니다. "사도 세자의 훙서 직후 태어난 정약용과 세자를 살려달라고 애절하게 빌었던 세손 정조의 만남은 그래서 '시대가 만든 운명'이었다"(47)라고요.
 
전심으로 백성을 위하고자 했던 두 천재적인 인물은 시대의 축복이었지만, 조선은 그 축복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양반 사대부의 기득권 지키기를 당론"으로 삼은 노론, 그들의 탐욕은 먹이를 움켜줜 독수리의 발톱처럼, 깊이 뻗어있는 노송의 뿌리처럼 사납고 강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정약용의 운명을 뒤틀리게 만든 것은 '천주교'라는 큰 물줄기였습니다. 세계 교회사에서 조선은 매우 특별한 국가입니다. 정약용의 형 정약종과 함께 이 땅에 순교의 피를 흘린 이승훈은 세계 천주교 사상 자청해서 영세를 받은 최초의 인물입니다. 그러나 무슨 얄궃은 운명인지, 천주교는 그것을 반대한 노론에게 오히려 정치적인 '힘'을 보태주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조선에서 천주교 신앙이 민감한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한 데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정리합니다. 첫째는, 조선 성리학의 교조화입니다. 노론은 일당독재를 계속하면서 성리학 이외의 모든 사상체계를 사문난적으로 몰았습니다. 둘째는, 천주교를 신봉한 양반 대다수가 남인이라는 데 있었습니다. 정조가 즉위하면서 남인들을 중용하려 하자 노론은 천주교를 빌미로 남인들을 실각시키려 했습니다. 셋째는, 당시 교황청의 경직된 교리 해석과 그 기계적 강요입니다. 특히 제사와 장례 문지에 대한 교황청의 경직된 해석과 강요는 노론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조선인들에게 거부감을 주었습니다(120). 만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 천주교를 몰랐다면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망하기로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결말처럼, 조선의 운명은 정조와 정약용의 힘으로 돌이키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약용이 곡산부사에 임용된 때의 일입니다. 관리들의 무능과 아전들의 농간으로 세금에 짓눌려 있던 억울한 백성들이 '이계심'이라는 자를 필두로 관아에 호소를 하였습니다. 이 일로 이계심은 소요를 일으킨 주동자로 몰려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도, 사대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계심을 잡아 사형시킴으로 기강을 바로 잡으려고 혈안이었습니다. 이러한 때, 신임 부사로 임용된 정약용은 "조정 대신들이 때려죽이라고 주문한 이계심"을 무죄 석방했습니다.

 

"한 고을에 모름지기 너 같은 사람이 있어서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백성을 위해 그들의 어려움을 대신 호소했구나. 천금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너 같은 사람은 얻기가 어렵다.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하겠다"(308-309). 

 

"천금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너 같은 사람은 얻기가 어렵다"는 이 한마디가 정약용 같은 인물에 목마른 우리의 한탄이 아닐까 합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잘못된 역사는 계속 되풀이 될 것입니다. 얼마전, 김훈의 소설 <흑산>을 읽었습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정조와 함께 천주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소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빼어남이 마음에 와닿으면 닿을수록 그래서 더 안타까워지는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고 하지만 인물이 시대를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을 보면 잘못된 시대가 인물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줍니다. 그 시대를 서러워하지만 시대가 어두울수록 인물은 더욱 빛이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다산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한 '개정 증보판'입니다. 알수록 그 빼어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그 빼어남에 마음을 빼앗길수록 더욱 안타까워지는, 우리의 인물이요, 우리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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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나카 칸스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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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 속에 가장 넓은 세상은 학교 운동장이었습니다. 아빠 손을 잡고 덕수궁에도 가고, 경복궁에도 가고, 동물원에도 가고, 식물원에도 가고, 대공원에도 갔었지만, 이상하게 내가 정복하지 못할 가장 너른 세상은 학교 운동장이었습니다. 그 큰 운동장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그 운동장에 서니 오지 말껄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기억 속 운동장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억 속의 그 넓은 운동장은 어느 새 손바닥만하게 쪼그라들어 있었습니다. 제가 훌쩍 커버린 탓이겠지요. 그래도 "어린 시절" 하면, 제 기억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은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았던 골목길과 그 운동장입니다.

 

당신 기억 속의 어릴 적 세상은 어떻습니까? 행복했습니까? 모든 것이 신비로웠습니까? 혹시 고통스러운 기억뿐입니까? 나카 간스케의 <은수저>는 내 어릴 적 세상은 어떠했는지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책입니다.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하고,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가 극찬한 "일본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하니 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맑은' 이야기 속으로 마음이 퐁당 빠져들었습니다.

 

"나는 항상 그런 어린아이다운 경탄을 품고 내 주위를 바라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많은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야말로 흔히 보아온 것이라는 듯 무심코 지나쳐버리지만, 생각해보면 해마다 봄이면 눈뜨는 새싹은 해가 갈수록 다시금 새롭게 우리를 놀라게 할 일이리라"(216).

 

<은수저>는 어린 아이의 눈이 바라본 세상을 '상상'으로 써내려간 소설이 아닙니다. 기억을 더듬고 있지만, 그것은 그대로 어린 아이가 보는 세상이었습니다. 어쩌다 꾸지람을 듣고 실컷 울고 난 후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만지작거리다 울음을 그친 게 억울해서 다시 쉴 새 없이 눈물을 훌쩍거리며 "내 편이 이렇게 많으니까 괜찮아, 괜찮아"라는 마음으로 집안 식구들을 하나하나 원망하며 앉아 있었다는 아이의 고백(55)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내 편이 이렇게 많으니까 괜찮아, 괜찮아"라는 아이의 마음이 귀엽고, 내게도 똑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병약하게 태어나 천성적으로 우울증이 있는 아이가 업어 키워준 이모님 옆에 찰싹 달라붙어 낯을 가리고, 그 이모님과 즐거운 놀이를 하고, 첫 친구를 사귀고, 처음으로 학교에 가고, 토라진 친구와 화해를 하고, 이성 친구와 괜히 서로를 툭툭 치며 놀고, 파도소리가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동생을 남자답게 교육시켜보겠다는 형과 대립을 하고, 자연과 소통하고,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과정이 은은한 울림을 주는 문장에 아름답게 담겨져 있습니다. "천진함이라든가 쾌활함 같은 보통 아이들이 누리는 행복의 대부분을 상실해버린 아이답지 않은 아이"가 바라보고 소통하는 세상은 위태하고 두려운 곳이면서도 따뜻한 햇살처럼 정답고 눈부신 곳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세상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형에게서 큰 비판을 받았던 그 성격을 북돋아 키워서 그 뒤의 나를 형성"(226)해 갑니다.

 

책의 끝에 실린 '추천사'에 보면, "어느 고등학교의 국어교사가 정규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3년 동안 <은수저> 하나만 가지고 천천히 읽고 깊이 이해하는 수업을 함으로써" 이 책이 더욱더 주목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집니다. "그 수업에 힘입어 시골에 있는 그 학교가 일본 전체 고등학교를 통틀어 도쿄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279)고 합니다. 1910년대를 전후로 한 일본의 문화와 생활 풍경도 엿볼 수 있고, 아침 가을 하늘처럼 투명하고 청아한 문장을 읽으며 영혼의 때가 씻기는 맛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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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춘천산책 - 춘천에서 찾은 매력 만점 산책 코스.비밀 스폿 동네 한 바퀴 시리즈 3
김수진 지음, 김아람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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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길?

 

어느 여행 가이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행에는 세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발이 아프게 돌아다녀야 하는 발광이 있고, 눈에 보이는 즐거움이 가득한 눈광이 있고, 입이 즐거운 맛광이 있다고 합니다. 춘천은 이 세 가지 즐거움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춘천에 가면 카누와 카누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던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면서 우리 땅 걷기 여행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카누를 즐기던 장목순 소장은 춘천에 물레길을 만들면서 우리날 물길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353).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지 의심이 들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조용히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할 때, 무료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을 때, 많은 사람이 여행을 계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그러니까요. 그런데 훌쩍 떠날 만한 여력도 없고, 틀에 박힌 생활이 익숙해져 일탈이 쉽지 않을 때, 이런 책 한 권 옆에 두면 어떨까 싶습니다. 바로 <두근두근 춘천산책>입니다.  

 

 

  

<두근두근 춘천산책>은 "동네 한 바퀴 시리즈"로, <두근두근 서울산책>, <두근두근 종로산책>에 이른 세 번째 책입니다. 제가 랜덤의 여행 서적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행 '정보'에 매우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초보를 위해 루트를 짜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코스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놓치면 아까운 것들을 꼼꼼하게 일러주기도 합니다. 지도, 명소, 맛집, 예쁜 까페 등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나의 실정에 맞게 나만의 루트를 짜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춘천이 이렇게 '버라이어티'한 곳이었나 깜짝 놀랐습니다. 춘천을 조용한 호반의 도시 정도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춘천이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두근두근 춘천산책>을 통해 우리 나라에 2층 기차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춘천은 데이트를 위한 여행지로도 좋고, 자연, 문화, 이색 공간이 한 데 어우러져 캠핑이나 레포츠, 걷기 여행지로도 빠지지 않고, 레일바이크, 막국수 만들기 체험 등 가족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춘천 관광열차, 춘천 시티투어버스, 한옥 게스트하우스, 춘천 특화 거리 등 드라마 <겨울연가>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찾는 곳이라 그런지 즐길 만한 요소나 프로그램 등이 잘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행하면 맛집 투어를 빼놓을 수 없는데, 춘천을 먹거리 즐거움도 가득한 곳입니다. 유명한 춘천 닭갈비, 춘천 막국수는 물론, 춘천에 가면 꼭 맛봐야 할 막걸리도 있습니다. 춘천을 대표하는 시장이나 예쁜 카페 거리를 목적으로 한 여행도 색다른 즐거움이 가득할 듯합니다. 처음엔 당일 치기 여행을 계획했는데, 춘천의 즐거움을 알면 알수록 오래 머물고 싶은 욕심과 함께 놓치고 싶지 않은 코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여행이든 여행지를 모르고 가면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곳을 가도 시시하게 느껴지기 마련이고, 여행지를 알고 가면 별 것 아닌 것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법칙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두근두근 춘천산책>은 여행지로서 '춘천'의 매력을 100%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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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타 직원식당 - 세계 1위 체지방계 회사 직원들의 다이어트 레시피
주식회사 타니타 지음, 지희정 옮김 / 어바웃어북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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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직원식당 또 없나요? 이런 건 따라 해도 좋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맛 없는 밥은?"이라는 퀴즈가 있다면, 아마 우리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직원식당!"이라고 대답할 듯합니다. 직원식당 메뉴에 대한 불만이 식사 시간 절반을 채우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반찬을 보면 요즘 어떤 채소가 가장 싼 값인지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입니다. 메뉴를 보면 맛이나 영양에 대한 고민보다 오로지 단가 낮추기가 지상과제로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매일 사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먹어도 만족함이 없는 메뉴로 시장기만 달래다 보니, 군것질과 체중은 더 늘어나고, 살아가는 재미는 날마다 하향 곡선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직원식당 밥을 하루 한 끼 먹었을 뿐인데, 맛 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고 건강까지 챙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야?" 했는데, 정말 "딴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이 부러운 직원식당 이야기는 '타니타'라는 일본의 헬스 케어 기업 이야기였습니다. 타니타는 세계 최초로 체지방계를 만든 체지방계 세계 1위 기업이라고 합니다.

 

이런 기업의 직원식당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야기의 시작점이 재밌습니다. 사장님의 눈에 "소비자에게 '비만은 암과 같은 질병'이라며 다이어트를 독려하는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몸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볼록한 직원의 배가 눈에 띈 것입니다. 게다가,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직원식당의 메뉴는 한 눈에도 "맛없다!"는 것을 알 정도로 식욕이 느껴지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사장님은 "다음날부터 매일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직원식당의 문제점을 찾기 시작했다"(16)고 합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메뉴가 바로 <타니타 직원식당>에 담긴 레시피입니다. <타니타 직원식당> 레시피의 철칙은 '저칼로리', '저염분', '저지방'입니다(20). "저칼로리와 저염분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맛있고 배불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음식과 조리법을 연구했다'(17). 그리고 이 레시피가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1년 동안 직원식당 밥을 꾸준히 먹은 직원 중 한 명이 1년 만에 21킬로그램을 감량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고, 식당 이용자들 대부분이 체중 변화,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 신체 연령 변화 등 몸에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며, 이 직원식당은 '식사를 바꾸면 몸도 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식당이 되었다고 합니다(18). 지금은 전국에서 "직원식당 투어"를 오고, 일반인들이 직원식당 밥을 먹으려고 문을 열기 2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타니타 직원식당>은 건강하고 맛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레시피입니다. 타니타 직원식당이 소개하는 첫 번째 음식은 연근, 당근, 토란 세 가지 뿌리채소로 만든 맛있는 조림인데, 뿌리채소는 섬유질이 풍부해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또 땅콩은 기름기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피하는 음식 중 하나였는데, "견과류에 들어 있는 지방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식사하기 전에 몇 알씩 먹으면 과식을 막아"(69)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양배추는 비타민, 식유섬유, 미네랄 등을 고루 함류하고 있어 '가난한 사람들의 의사'로 불렸던 식품인데, 특히 유럽에서는 올리브, 요구르트와 함께 3대 장수식품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75).

 

사실 내 몸을 건강하게 해줄 레시피가 있어도, 시간이 없다, 요리를 못 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직원식당들이 <타니타 직원식당>과 같은 노력을 해준다면, 열심히 일하면서, 규칙적으로 챙겨주는 식사도 맛있게 하면서, 저절로 다이어트도 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저칼로리와 저염분이라는 원칙은 지키되, 맛있고 배불러야 한다"는 <타니타 직원식당>의 레시피 철칙을 모든 직원식당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정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바람도 가져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단가가 높을 수도 있고, 너무 맛이 있어서 예산이 더 소모될 수도 있겠지만, 직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투자가 기업이윤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을 가져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따로 연구해야 할 필요도 없이 이미 검증된 레시피도 있으니, 실행만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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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맥스 루케이도 지음, 윤종석 옮김 / 포이에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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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계신 예수님, 그런데 우리 동네에서 만난 예수님!

 

 

어떤 사람들이 마치 나를 잘 안다는 듯이 떠들어대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제멋대로 해석하며 넘겨짚고 오해하는 그 입 좀 닥쳐 달라고, 제발 좀 아는 척하지 말아 달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참느라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넘칩니다. 그런데 "내가 너를 잘 아노라"는 단 한마디에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한마디 음성에 견고한 탑처럼 쌓아 올렸던 마음의 담이 와르르 무너져내렸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음성이었다. "나도 겪어서 안다." 예수의 주제가 후렴구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예수는 속삭이신다. "나도 겪어서 안다." 낙심한 사람들에게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하신다. "나도 겪어서 안다."(27) 그분이 나를 잘 아신다는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을 그분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아신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나는 치유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친구 있으신가요? 말하지 않아도 내 심정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토닥여주는 친구,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주는 친구, 함께 기뻐하고 함께 웃어주는 친구!

 

<우리 동네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는 주님이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에 계신 분인가를 생생하게 말해줍니다. 그분은 천상을 거니시고, 우리와 다른 차원에 속해 계신 거룩하신 '신'이 아니라, 나와 같이 숨 쉬고, 나와 같이 울고, 나와 같이 동네를 걷고, 나와 같이 먹고, 나와 같이 웃는 그런 구세주이십니다.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예수"를 영적이고, 거룩한 개념으로 포장하여 상상 속에나, 머릿속에나, 교리책 속에 가둬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수, 그가 얼마나 우리 삶에 친근하며, 친숙한 분이신지를 현대인들의 언어로 보여줍니다. 그분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 가까워도 너~무 가까워서 그분을 만나게 되는 장소는 "뜻 밖"입니다. 예수님은 마음속에 계시고, 일상 속에 계시고, 하늘에 계시고, 외로운 광야에 계시고, 저 높은 곳에도 계시고, 버려진 장소에도 계시고, 피하고 싶은 장소에도 계시고, 믿을 수 없는 곳에도 계십니다. 그분이 그렇게 하시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마구간에서 나시고도 부족할까 봐, 30년이나 이 땅을 걸으며 기적을 행하시고도 모자랄까 봐, 우리가 하나님의 지극하신 사랑을 조금이라도 의심하까 봐, 그분은 이런 일들을 하신다. 심난한 걸인을 찾아가신다"(65).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책은 예수를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지만, 예수를 오랫 동안 신앙해온 성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예수님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면, 신앙생활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면,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책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를 읽으며 많은 위로를 얻은 부분이 있습니다. 혹시 내가 정말 거듭났는지 의심스러운 분이 계십니까? 자주 넘어지는 자신에게 실증이 나신 분이 계십니까?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첫 출생을 생각해보라. 당신은 걸음마를 배우며 넘어졌다. 그런데 넘어졌다고 자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의심했는가? 첫돌 무렵에 바닥에 나동그라질 때마다 당신은 고개를 저으며 이런 생각을 했는가? '또 넘어졌군. 나는 인간이 아닌 게 분명해.' 말도 안 된다. 걸음마 아이가 넘어졌다 해서 출생 사실이 백지화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이 실족한다 해서 영적 출생이 백지화되는 것도 아니다"(91).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위로'에 탁월하신 분입니다. 어떤 메시지는 무서운 경고가 되기도 하고, 어떤 메시지는 무거운 교훈이 되기도 하는데,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메시지는 언제나 따뜻한 위로가 넘칩니다. 그렇다고 듣기 좋은 말만 골라낸 값싼 복음도 아니고, 구걸하는 사랑도 아닙니다. 우리 삶으로 침투하여 들어오는 살아있는 복음입니다. <우리 동네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역시 따뜻한 위로를 담은 책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우리와 함께하시며 언제나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계시는, 어디에나 계시며, 우리 가까이에 계시는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의 눈을 열어줍니다. 그 사랑에 눈뜨게 되면 우리는 알게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말입니다. "이래도 우리가 평범한 사람인가?"(131) 이 짧은 한 문장이 내 마음을 으쓱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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