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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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에 읽은 어떤 소설보다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이런 분류가 가능하다면) 현대 여성들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자로 산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책은 2004년도에 초판되었는데, 두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이들의 선택과 결정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으로 비춰졌을 듯합니다.


"여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무기로 삼는 여자, 그리고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약점으로 여기는 여자"(248).

스물아홉 살의 루리코와 모에는 20년지기 친구이지만 정반대 타입의 여성입니다. 루리코는 상냥하고 귀엽고 여자답지만, 껍질은 한 꺼플 벗겨내고 나면 늘 제멋대로고 자기만족에 빠져 살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여성입니다. 자기 생각대로 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고,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고, 남에게 태연하게 상처를 주고, 무슨 일이든 참지 못하는 성격이기도합니다. 무엇보다 참는 것을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자신을 불행하기 만드는 일을 왜 굳이 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이기적인이라는 것은 순순히 인정하지만, 왜 이기적이어서는 안 되는지는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입니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물건이든 남자든 빼앗아서라도 가져야 직성이 풀리고, 결혼한 남성이나 친구의 남자친구를 빼앗고도 그것이 나쁜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그것은 행복해지려는 노력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루리코는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자기만족의 덩어리 같은 여자입니다.

루리코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을 너무나 좋아하는 여자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습니다(10). 그녀는 행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타인이 싫어하든 조롱하든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루리코는 성가신 일을 하느니 좋은 남자를 붙잡아 결혼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문제는 모두를 그녀가 바라는 행복을 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결혼을 포기할 마음은 없습니다. 행복은 결혼으로 완성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래야 마땅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 속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 그보다 중요한 일이 또 뭐가 있을까"(96).

루리코와 달리 모에는 냉정하고 거칠고 거만하게 보이는 타입의 여성입니다. 공부든 일이든 언제나 열심히 하는데 재미가 없습니다. 독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눈 하나 까닥하지 않을 정도로 고집이 있지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기자가 되어 세계를 누비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꿈에 한발작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장여성인 모에는 딱히 여자로 태어난 것을 불행이라 여기지는 않지만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115). 학교에서 배운 남편 평등의 가치가 현실 세계에서는 허황된 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통감하며 여자라는 성 자체가 핸디캡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마다 '어차피 여자인걸 뭐' 하고 변명하며 포기하는 자신을 느낍니다. 그때마다 약해졌네, 라고 자조하지만 조금 더 긴장하며 살고 싶다고 느낍니다. 점점 더 시시하고 따분한 여자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모에는 "만약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역시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까"(114) 하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모에는 여성성을 내세워 남자에게 의존하며 살고자 하는 루리코의 삶을 좋아하진 않지만 결국 루리코 같은 여자가 인생을 재미나게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게으름뱅이에다 늘 남자에게 의존하고, 관심사라고는 연예인과 브랜드 제품, 그리고 멋 부리기밖에 없는 루리코가 늘 어처구니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비록 실패를 거듭하기는 했어도 그녀쪽이 오히려 행복을 거머잡지 않았나 생각"됩니다(118). 모에는 루리코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의문을 하나 품고 있습니다. "대체 내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뭘 원하는 걸까"(118).


루리코와 모에, 이 두 여성의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면 사랑에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남자와 사랑에 목을 멘 루리코도, 남자와 사랑을 믿지 않는 모에도 남자의 배신이나 이별 앞에서 심하게 상처받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자의식이 강해서일까요, 진짜 사랑을 해보지 못해서 일까요. 아무튼 '쿨'합니다.



"밤은 언제든, 아침을 데리고 온다는 약속을 지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심하고 잠 속으로 빠져든다. 모에와 루리코,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353).

복잡해지는 사회만큼이나 현대인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는 삶이 행복인거야, 라고 획일화할 수 없습니다. 생물학적 아버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정자 기증으로 아이를 낳고, 이혼 후에 아이들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고, 세 번의 결혼으로 성이 다른 아이 셋을 키우는 여성들의 삶을 두고 혀를 차는 사람도 있고 돌맹이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녀들이 만들어낸 세상의 균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균열이 반가웠습니다. 세상의 편견 때문에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상처투성이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에게, 다시 행복해지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도 돌을 던질 권리 따위는 없는 것입니다.

루리코의 삶의 방식이나 모에의 삶의 방식의 대비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어깨 너머의 연인>은 완결되지 않은 채 끝납니다. 그녀들은 정지해 있지 않고 계속 전진하고 움직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쓴소리 앞에 루리코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럼 불행을 생각하는 것은 현실이고, 행복을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란 말인가요?"(330) 삶에는 완성된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늘 교차하게 마련이고,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매순간 행복을 선택하며 살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상의 비난이나 편견에 갇히지 않는 루리코와 모에를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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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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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기억나는 이야기는 하나입니다. 똑같은 1시간인데도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훨씬 짧게 느껴지고, 함께 있기 싫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훨씬 길게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의미의 설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 책에서 배운 것에 의하면 아인슈타인 말하는 상대성 이론, 그러니까 정확히 그가 '상대적'이라고 말한 것은 "운동은 언제나 상대적이라는 아이디어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49). 운동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만일 초음속 비행기가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출발해 시속 1,670킬로미터의 속도로 에콰도르의 키도까지 날아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달에서 비행기를 본다면 비행기는 제자리에있고 그 아래 지구가 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실제로 비행기가 시속 1,670킬로미터로 날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가만히 있는데 그 밑의 지구가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이 질문에 절대적인 답은 없다고 합니다. 두 관점 다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운동은 오직 어떤 기준에서 상대적으로만 묘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운동은 상대적입니다(49-50).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발표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중력의 영향을 무시한 특수 상대성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중력을 포함한 일반 상대성 이론입니다. 앞에서 말한 운동이 상대적이라는 아이디어는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 것입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두 가지 절대적인 아이디어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52). 첫째는, 자연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이고, 둘째는,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입니다. 이것의 이해를 토대로 블랙홀과 우주의 팽챙, 시공간의 휘어짐 등의 개념으로 나아갑니다.

저자는 어떤 불가사의한 이유로 태양이 폭발해 블랙홀이 되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저자가 블랙홀 이야기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탐구를 시작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블랙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알아야 블랙홀에 다가갈 때 목격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극적인 왜곡을 목격할 수 있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상식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일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온 허구와 현실을 구별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이 처음으로 이해했던 현실의 심오한 의미들을 생각"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7).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100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상대성 이론에 강의를 듣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일반 대중과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책을 쓰고 상을 받았다는 저자 제프리 베네트는 "상대성 이론과 관련된 수학을 거의 동원하지 않고도 상대성 개념을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어려운 책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게 과학은 학교 다닐 때부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과학(특히 우주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창조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신이 창조한 세계 안에서 나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묵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런 말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믿는다. 시공간의 이해에 근거해 볼 때, 시공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영원한 것으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 사건이 일어나면,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우주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고, 이들 사건을 함께 모으면 당신은 우주에 지울 수없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아마 우리가 남길 흔적이 자라스러워할 만한 것이 되도록 점 더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다"(242).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은 이 세계(자연)에 신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고 믿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우주에 지울 수없는 흔적을 남기면 산다는 사실이 삶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좀 엉뚱한 감상이지만)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좀 더 책임 있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은 제겐 너무 어려운 '상대성 이론'이지만, 어려운 철학 책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의미가 깨쳐지는 순간이 있다는 많은 이들의 증언에 힘입어, 이렇게 자꾸 관심을 가지고 하나라도 더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의 문이 열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상대성 이론은 단순히 자연법칙을 설명하는 과학이론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이 우리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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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투잡 됩니다 - 친절한 세인씨의 마케팅 비밀 과외
박세인 지음 / 타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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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까지 이렇다 할 스펙, 빽, 돈도 없이 계약직, 영업직을 전전하던 저자는 노트북 한 대로 1인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지금은 '친절한 세인씨'라는 소셜 브랜드를 가지고 전국을 누비며 바이럴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개발해서 재미있게 놀면서 일하고 있는데요. 30살 무렵에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 페이스북에 반짝 눈을 떠서 투잡의 세계에 입문한 저자는 대기업 직원 연봉이 전혀 부럽지 않다고 합니다.

- 표지 中에서 -


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아이디어만으로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을 만나면 부러워지기부터 합니다. <블로그 투잡 됩니다>는 온라인(블로그) 마케팅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저는 제 블로그에 대한 고민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는 6년 정도 되었습니다. 북카페에 가입하고 서평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블로그를 관리하고 꾸며여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단 이벤트를 알게 되었고, 체험단 활동을 하려면 포스팅 능력보다 일단은 블로그 지수가 높아야 한다는 사실에 눈을 떴습니다. 사실 블로그 지수라는 것도 블로그 개설하고 6년 만에 알게 된 사실인데, 방문자 수, 이웃과의 소통, 검색 상위 노출 빈도 등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은 친구들끼리 모임을 가질 때도, 여행지에서도 근처 맛집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이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 입소문의 영향력이 오히려 커지다 보니, 블로거들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업체는 홍보효과가 높은 파워블로그들을 선호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블로그 지수가 높을수록 인기제품이나 고가의 제품을 무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납니다. 포스팅을 대가로 원고료가 지급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파워블로거는 이미 하나의 권력이 된지 오래입니다.

파워블로그까지는 욕심이 없지만 블로그를 좀 가꿔야겠다고 생각한 건, 불로그 지수 때문에 자존심이 건드려진 탓도 있고, 또 블로그가 또다른 나의 얼굴이 되고 있구나 하는 자각 때문이기도 하고, 블로그를 통해 이웃과 세상과 소통하는 일의 중요성과 재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블로그 투잡 됩니다>는 블로그의 그러한 기능을 아주 영리하게 이용하여 성공을 거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는 책입니다. 여기 저기서 블로그 지수 높이는 법을 얻어듣기는 했지만 조각조각 떨어진 단편적인 지식들이다 보니 뭔가 체계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제게 가장 어려운 것은 블로그 주제 잡기였습니다. 우선적으로 잡다한 내용이 많은 것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좋다는데, 푹 빠져있는 취미나 이렇게 하게 내세울 개성이 없다 보니 블로그도 개성을 갖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블로그는 삶의 반영이며, 블로그가 개성있고 즐거운 곳이 되기 위해서는 내 삶이 먼저 변해야 하는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블로그 투잡 됩니다>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꾸미는 과정에서부터 블로그 지수 높이는 법, 블로그 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소셜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용하는 방법까지 큰 그림과 구체적인 방법을 친절하게 다뤄줍니다. 저자는 "쇼셜 브랜드는 쇼셜 미디어(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팟캐스트, 유튜브, 소셜 앱 방송 등)라는 거대한 네트워킹 안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어 내는가, 또 얼마나 '나'라는 상품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6-7). 단순히 성실하고 솔직한 포스팅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블로거의 경우 네이버 운영방침이나 상위 노출 팁 같은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좀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일종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편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는데, 예를 들면 검색엔진 최적화 글쓰기 노하우에서 글 제목은 짧고 간결해야 한다는 것, 본문에서 키워드를 최소 3회 이상 반복해야 한다는 것, 사진 수량이 너무 적으면 낚시성 포스트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것, 또 하루 포스팅은 최대 3건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매력적인 대표 이미지, 키워드를 포함한 문장, 끌리는 제목, 특별한 블로그 이름 등이 포스트 주목도를 결정짓는 요인이라는 것 등등 누구도 잘 가르쳐주지 않았던 노하우를 많이 배웠습니다.

블로그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자존심이 건드려진 김에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놨던 블로그를 한 번 갈아엎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친절한 세인씨"와 더 자주 소통하며 배우고 싶다는 의미에서 이 책 별점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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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미야 기획 사무소 니노미야 시리즈
구로카와 히로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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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이벌로 생각하는 작가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구로카와 히로유키'의 이름을 떠올린다."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입니다. 이런 말을 듣고도 이 책이, 작가 구로카와 히로유키가 궁금하지 않다면 그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게 분명합니다.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를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게다가 작가 구로카와 히로유키는 이 작품과 연결되는 시리즈물로 2014년 나오키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특히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오는 소설일 겁니다.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는 남성적 소설입니다. 남성적 소설이라고 한 것은 (전문용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임시 방편으로 쓴 표현이기는 하지만) 영화로 치면 투 톱으로 만들어진 남자들의 본격 활극이기 때문이고, 두 남자의 서로 다른 개성이 묘하게 어우러진 우정인듯 우정 아닌 우정 같은 남자의 세계의 그렸으며, 이권다툼과 함께 야쿠자가 등장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 편의 조폭 영화와 같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니노미야'와 '구와바라'는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 이정재 브라더를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 <신세계>의 '정청'(황정민 역)을 닮은 구와바라는 패션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타입이지만 딱 봐도 뼈속까지 야쿠자이지만 은근히 의리와 정이 있는 사나이입니다. '이자성'(이재정 역)을 닮은 니노미야는 파친코를 좋아하고 공사장에 야쿠자를 소개해주는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지만 협박을 할 때조차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은 은근 바른 생활 타입의 남자입니다. (엇갈린 캐릭터로 재미를 선사했던 영화 <신라의 달밤>처럼) 구와바라는 교육자의 아들이지만 엇나기 시작해 아예 야쿠자까지 되어 버렸고, 알고보니 야쿠자의 아들이지만 그저 삶이 평온하기를 바랬던 니노미야는 원치 않게 야쿠자와 손을 잡게 되었다는 설정도 캐릭터에 매력을 더합니다.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는 니노미야와 구와바라가 등장하는 시리즈물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콤비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진저리치게 서로를 싫어하면서 (니노미야 쪽이 조금 더 심하지만)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캐미를 만들어냅니다. 당장 돈이 필요한 니노미야가 산업폐기물 처리장 유치문제에 관련 되면서 추리소설 같은 추격적이 시작되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이권 문제를 수준 높은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아마도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이 많은 외국소설에는 좀 취약한 편인데(외국어 이름을 외우기가 힘들어요 ㅠㅠ)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도 계보를 그려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단, 친절하게 앞페이지가 굵은 계보를 그려주고 있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들고 다니기가 무거워서 그렇지 잘 읽히는 책입니다.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에서 <국경>, <악과>에 이르는 시리즈로 총 다섯 번이나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가 드디어 그에게 나오키상을 안겨준 <파문>까지 그들은 또 어떤 문제 속에 휘말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을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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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황홀 - 우리 마음을 흔든 고은 시 100편을 다시 읽다
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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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노래 <가을편지>의 일부입니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한 번쯤 입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이 아름다운 노랫말이 고은의 시입니다.


내 시의 자유란 하나의 율동이며 춤의 상태인 것을
저 파도에의 강렬한 기억과 함께 확인한다.
절로 노래하고 절로 춤추었다(11).
우리에게 고은 시인은 소개가 필요없는 시인입니다. 이 시집에도 그에 관한 소개를 딱 두 줄, 두 마디입니다. "시인 생활 56년, 시집 여럿." 참 멋드러진 소개입니다.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싶습니다. 우리에게 고은은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며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되었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는 그의 시를 노래했고 사랑했습니다.


나의 내면의 마그마는 저 우주에 산재하고 있는 암흑물질 가운데
아직 태어나지 않은 별들의 가능성과 연결되기를 꿈꾼다.
그래서 나는 항상 뜨겁다.
나는 내 무수한 시들의 어제 그제 없는 가난과 내 시들의 내일 모레 글피의 무일푼으로 시 이전을 산다.
마침내 한 편의 시가 오리라.
그렇게 오는 시가 나이다. 나는 없다.
아, 내 시는 내 조국의 안과 밖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미래일 것이다(12-13)
<시의 황홀>은 고은 시인이 평생 써온 시 전편에서 100편의 시구를 고른 것입니다. 고인이 시인이 직접 쓴 시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짧은 글이지만 고은 시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고은 시인을 향한 얄퍅한 사랑이 부끄러워집니다. 시집 한 권 제대로 읽은 적이 없으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을 응원하고 염원한다 소란을 떨었으니 말입니다.



 

 

 

바람이 사람일 때가 있다
그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화> 일부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 시를 읽었습니다. 내려야 할 곳에 내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감각을 잊고 살만큼 마음이 둔해져 있었는데 그게 건드려졌나 봅니다. 시가 읽고 싶은 날은 외로운 날입니다.


폭포 소리 한 복판에서
나는 폭포를 잊어먹었다 하

언제 내가 이토록 열심히
혼자인 적이 있었더냐

<폭포> 일부
폭포 소리 한 복판에서 폭포를 잊은 시인처럼, 나는 사람들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틈바구니에서 세상을 잊었습니다. 세상의 소란이 제거되고 오롯이 나를 마주했을 때 당황했고,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난데 없는 물음이 튀어나왔습니다. "너는 누구냐?"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순간의 꽃> 한 토막
비평가 김형수는 이 시를 이렇게 읽습니다. "말도 많이 퍼내면 존재가 비워지는지 모른다. 실컷 떠들고 났을 때 찾아오는 공복감. 정신적 공허뿐 아니라 육체적 허기까지 곁들여진 허망의 느낌. 우리는 자주 그런 상태로 귀가한다"(65). 이제는 귀가길이 아니라 출근길까지 나를 좇아오는 허망의 느낌. 아침마다 정신 없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사람들의 물결을 보면 숨이 막혀옵니다. 저는 저들이 온 방향으로 가려 하고 저들은 내가 지나온 방향으로 가려 하고. 그때 찾아오는 현기증이 이 시에서 느껴졌습니다. 서커스단의 어린 코끼리는 말뚝에 매여놓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길들여지면 자기 힘으로 그 말뚝을 뽑아버릴 만큼 힘이 세져도 도망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내가 반복되는 공허로부터 힘써 도망가지 못하는 건,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자각,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더했습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국밥을 사 먹는다
SNS에서 본 글입니다. 영화 <변호사>를 보았을 때도, 외할머니가 안타깝게 돌아가셨을 때도, 세월호 사건 때도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누군가 세월호 사건 때 이 시를 SNS에 올리며 "고은의 시인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답니다(107). 나는 이것이 고은의 시인줄도 몰랐는데, 이 시는 처음부터 제목이 없었다고 합니다. 공감이란 깊은 위로이기도 하다는 것을, 시인의 자기 혐오의 감정에서 위로를 받았을 때 알았습니다.


옷소매 떨어진 것을 보면
살아왔구나! 살아왔구나!

<여수 158 전문>
고은 시인의 시에는 인생감이 서려 있습니다. 김형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은의 인식 속에서 도덕이나 지식보다 우선하는 것은 언제나 살아있음 그 자체이다. 그것은 번개처럼 번뜩이고 물결처럼 출렁이고 심연처럼 고요해지는 동사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삶에서 사소하고 의미 없는 순간은 없다"(83).


갓난아기로 돌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왜 없으리
삶은 저 혼자서
늘 다음의 파도 소리를 들어야 한다

<두고 온 시> 일부

<시의 황홀>은 나에게 "다음의 파도 소리"와 같았습니다. 그의 시는 웅변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햇살처럼 마음에 스미고 파도처럼 강렬하게 밀려들고 외로운 바람처럼 온몸을 스쳤습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자 싶습니다. 100편의 시구말고 전편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어릴 때는 절로 외워지는 시구도 있었고, 애써 외우고 싶은 시구도 있었고, 노트마다 옮겨 적었던 시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검색만 하면 바로 시가 뜨는 세상이다 보니 오히려 마음에 담아둔 시가 적어졌습니다. 여기 옮겨 적은 시들은 절로 마음에 담긴 시입니다. 이제 진심으로 고은 시인을 응원할 때 조금은 덜 부끄럽고,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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