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노미야 기획 사무소 니노미야 시리즈
구로카와 히로유키 지음, 민경욱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라이벌로 생각하는 작가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구로카와 히로유키'의 이름을 떠올린다."


대한민국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입니다. 이런 말을 듣고도 이 책이, 작가 구로카와 히로유키가 궁금하지 않다면 그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게 분명합니다.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를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게다가 작가 구로카와 히로유키는 이 작품과 연결되는 시리즈물로 2014년 나오키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특히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오는 소설일 겁니다.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는 남성적 소설입니다. 남성적 소설이라고 한 것은 (전문용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임시 방편으로 쓴 표현이기는 하지만) 영화로 치면 투 톱으로 만들어진 남자들의 본격 활극이기 때문이고, 두 남자의 서로 다른 개성이 묘하게 어우러진 우정인듯 우정 아닌 우정 같은 남자의 세계의 그렸으며, 이권다툼과 함께 야쿠자가 등장하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 편의 조폭 영화와 같은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니노미야'와 '구와바라'는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 이정재 브라더를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 <신세계>의 '정청'(황정민 역)을 닮은 구와바라는 패션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타입이지만 딱 봐도 뼈속까지 야쿠자이지만 은근히 의리와 정이 있는 사나이입니다. '이자성'(이재정 역)을 닮은 니노미야는 파친코를 좋아하고 공사장에 야쿠자를 소개해주는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지만 협박을 할 때조차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은 은근 바른 생활 타입의 남자입니다. (엇갈린 캐릭터로 재미를 선사했던 영화 <신라의 달밤>처럼) 구와바라는 교육자의 아들이지만 엇나기 시작해 아예 야쿠자까지 되어 버렸고, 알고보니 야쿠자의 아들이지만 그저 삶이 평온하기를 바랬던 니노미야는 원치 않게 야쿠자와 손을 잡게 되었다는 설정도 캐릭터에 매력을 더합니다.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는 니노미야와 구와바라가 등장하는 시리즈물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콤비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진저리치게 서로를 싫어하면서 (니노미야 쪽이 조금 더 심하지만)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캐미를 만들어냅니다. 당장 돈이 필요한 니노미야가 산업폐기물 처리장 유치문제에 관련 되면서 추리소설 같은 추격적이 시작되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이권 문제를 수준 높은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아마도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이 많은 외국소설에는 좀 취약한 편인데(외국어 이름을 외우기가 힘들어요 ㅠㅠ)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도 계보를 그려가며 읽어야 했습니다. 단, 친절하게 앞페이지가 굵은 계보를 그려주고 있기 때문에 많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들고 다니기가 무거워서 그렇지 잘 읽히는 책입니다. <니노미야 기획 사무소>에서 <국경>, <악과>에 이르는 시리즈로 총 다섯 번이나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가 드디어 그에게 나오키상을 안겨준 <파문>까지 그들은 또 어떤 문제 속에 휘말리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을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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