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프리 베네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상대성 이론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기억나는 이야기는 하나입니다. 똑같은 1시간인데도 좋아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훨씬 짧게 느껴지고, 함께 있기 싫은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훨씬 길게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 이론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의미의 설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 책에서 배운 것에 의하면 아인슈타인 말하는 상대성 이론, 그러니까 정확히 그가 '상대적'이라고 말한 것은 "운동은 언제나 상대적이라는 아이디어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49). 운동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만일 초음속 비행기가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출발해 시속 1,670킬로미터의 속도로 에콰도르의 키도까지 날아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달에서 비행기를 본다면 비행기는 제자리에있고 그 아래 지구가 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실제로 비행기가 시속 1,670킬로미터로 날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가만히 있는데 그 밑의 지구가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요?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이 질문에 절대적인 답은 없다고 합니다. 두 관점 다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운동은 오직 어떤 기준에서 상대적으로만 묘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운동은 상대적입니다(49-50).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발표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중력의 영향을 무시한 특수 상대성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중력을 포함한 일반 상대성 이론입니다. 앞에서 말한 운동이 상대적이라는 아이디어는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 것입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두 가지 절대적인 아이디어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52). 첫째는, 자연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이고, 둘째는,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것입니다. 이것의 이해를 토대로 블랙홀과 우주의 팽챙, 시공간의 휘어짐 등의 개념으로 나아갑니다.

저자는 어떤 불가사의한 이유로 태양이 폭발해 블랙홀이 되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저자가 블랙홀 이야기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탐구를 시작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블랙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알아야 블랙홀에 다가갈 때 목격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극적인 왜곡을 목격할 수 있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상식을 깨뜨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일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살아온 허구와 현실을 구별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이 처음으로 이해했던 현실의 심오한 의미들을 생각"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7).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100주년이 다가오는 시점에 상대성 이론에 강의를 듣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일반 대중과 어린이들을 위해 많은 책을 쓰고 상을 받았다는 저자 제프리 베네트는 "상대성 이론과 관련된 수학을 거의 동원하지 않고도 상대성 개념을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는 어려운 책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게 과학은 학교 다닐 때부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과학(특히 우주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창조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신이 창조한 세계 안에서 나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묵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런 말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믿는다. 시공간의 이해에 근거해 볼 때, 시공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영원한 것으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 사건이 일어나면,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우주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고, 이들 사건을 함께 모으면 당신은 우주에 지울 수없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아마 우리가 남길 흔적이 자라스러워할 만한 것이 되도록 점 더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다"(242).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은 이 세계(자연)에 신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고 믿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도 우주에 지울 수없는 흔적을 남기면 산다는 사실이 삶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좀 엉뚱한 감상이지만)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좀 더 책임 있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은 제겐 너무 어려운 '상대성 이론'이지만, 어려운 철학 책도 계속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의미가 깨쳐지는 순간이 있다는 많은 이들의 증언에 힘입어, 이렇게 자꾸 관심을 가지고 하나라도 더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의 문이 열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상대성 이론은 단순히 자연법칙을 설명하는 과학이론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것이 우리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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