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마개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5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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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팽은 이번 모험이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위험에 부딪혔음을 알았다. 그동안 사회 전체를 상대로 벌여온 뤼팽의 격렬한 싸움은, 새롭지만 끔찍한 단계를 맞이한 듯했다. 방향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뤼팽이 그토록 분노하는 살인사건인 데다 의심스러운 호화 생활자나 부패한 재정가를 골탕먹여 사람들을 통쾌하게 해 여론의 지지를 받는 유쾌하고 시원한 도난 사건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덧붙여 이번 모험에서 뤼팽은 누군가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는 동시에 심복 두 명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32).



<수정마개>는 지금까지 읽은 뤼팽 시리즈 중 가장 답답한 에피소드였습니다. 뤼팽은 부하들이 준비한 작전을 실행에 옮기며 알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엄청난 자산가인 도브레크 의원이 별장을 비운 사이 그의 별장을 털기 위해 잠입한 뤼팽 일당은 하인 한 명이 별장에 남아 있는 것을 알고 당황합니다. 재빨리 그를 제압해 꼼짝 못하도록 묶어 놓았지만 뤼팽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뿐만 아니라, 물건을 훔치는 동안 뤼팽의 부하 질베르와 보슈레이가 매우 수상쩍게 행동하는 것을 눈치챈 뤼팽은 더욱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에 떠밀립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별장에서 총소리 한 발과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려오고, 피를 끔찍히 싫어하는 뤼팽은 자신의 부하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분노를 쏟아냅니다. 하얗게 질린 질베르는 하인 레오나르를 죽인 것은 동료 보슈레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뤼팽 일당은 모두 체포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궁지에 몰린 대장 뤼팽은 두 부하를 반드시 탈옥시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홀로 달아납니다.


이 날 밤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제 뤼팽은 살인자에 피 냄새가 나는 야수, 부하들을 단두대에 대신 올리고 자신은 어둠 속에 숨어버린 비겁한 인간이 되고 맙니다. 뤼팽이 신출귀몰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한몫했습니다. 뤼팽은 홀로 움직이지 않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보스였습니다. 조직의 탄탄한 공모가 없었다면 그렇게 신출귀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부하 중에서도 정예 그룹에 속하는 두 요인이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궁리하던 뤼팽은 별장을 털던 날 밤, 두 부하의 행동이 수상쩍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질베르와 보슈레이가 도브레크 의원의 별장에서 진짜 찾아내려고 했던 것은 '수정마개'였으며, 뤼팽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수정마개가 두 사람에게 매우 큰 가치를 지닌 물건임을 확신합니다. 이 알 수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이번 사건에서 집중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수정마개라는 것을 직잠하고 수정마개의 원래 소유자 도브레크 의원을 주목하기 시작하는데 ….


뤼팽은 아는 것 하나 없이 치열하기 그지 없는 한가운데 던져졌는데, 그는 싸우는 두 패가 어떤 입장이고 어떤 무기를 가졌으며 어떤 비밀 계획을 세웠는지도 모른 채 알 수 없는 싸움에 끼어든 셈입니다. 그동안 뤼팽은 자신이 연출한 연극 무대의 배우처럼 활동하며, 관련 인물들마저도 그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배우로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 <수정마개>에서는 자신을 가지고 노는 미지의 인물에게 계속해서 농락 당하기 일쑤입니다. 농락 당할 때마다 뤼팽은 입에 거품을 물며 분노했지만, 새로운 적수의 힘과 능수능란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뤼팽>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다채로운 캐릭터의 항연에 경탄하게 됩니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을 "캐릭터 제조기", "캐릭터 제조의 신"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에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역시 주인공 '뤼팽'이겠지만요. 계속해서 당하고 헤매는 뤼팽 때문에 뤼팽만큼이나 독자들도 답답할 지경인데, 위기의 순간에도 감미로운 사랑의 감정에 젖어드는 못말리는 뤼팽의 엉뚱한 매력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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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4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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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공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르센 뤼팽이 사람을 죽였다. 그때까지 영웅적 미담처럼 전해오던 뤼팽의 신사적이며 때로는 감상적이까지 한 모험가의 이미지는, 그 야만적이고 잔혹하며 냉혹한 살인 사건으로 비인간적이고 피에 굶주린 야수의 형상으로 한순간에 추락해버렸다. 대중은 섬세한 기품과 기발한 재치를 지닌 뤼팽에게 그토록 열광했던 만큼 이제는 과거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뤼팽을 증오하고 두려워했다"(73).



괴도신사 뤼팽이 또따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3권 <기암성> 이후, 돌연 자취를 감추었던 뤼팽이 4년만에 되돌아온 것입니다. 대중은 이를 두고 아르센 "뤼팽의 부활"이라고 불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뤼팽이 죽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뤼팽의 이번 재등장은 대중을 경악케 했습니다. 다이아몬드의 왕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케셀바흐 살인사건 용의자로 뤼팽이 지목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상천외하고 신출귀몰하며 예축할 수 없는 대담무쌍함으로 사회와의 무지비한 결전을 벌였던 도둑이지만, '신사적인 행동'으로 영웅대접을 받아왔던 뤼팽이 잔혹한 살인마로 돌아오다니! 뤼팽에게 열광했던 대중들의 열기는 이제 증오심으로 돌변해버렸습니다. 


과연 뤼팽은 억만장자 케셀바흐를 정말 살해했는가? 뤼팽이 범인이라면 그는 왜 케셀바흐를 죽었는가? 만일, 뤼팽이 아니라면 진범은 누구이며,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를 세 가지입니다. 담배갑과 L과 M이라는 머리글자, 그리고 호텔 관리소에 버려진 옷 꾸러미(148).


케셀바흐 살인사건을 맡은 "르노르망" 국장은 뤼팽은 살인범이 아님을 확신하는 가운데 사건을 풀어가고, 뤼팽은 다이아몬드의 왕 케셀바흐가 감추고 있는 비밀에 다가가기 시작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케셀바흐 살인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케셀바흐가 그토록 흥분하며 감추고 있는 정체불명의 엄청난 계획은 무엇이었는가? 그가 애타가 찾고 있었던 '피에르 르뒥'이라는 부랑자는 누구인가? "813"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는 라벨과 대문자로 "APPON"이라 인쇄된 글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거물이라고나 할까... 의지와 능력이 있고... 행동력이 있는 사람... 내 의지에는 한계가 없고... 내 능력에도 한계가 없지. 나는 이 세상 최고의 갑부보다 더 부자네. 그자이 재산이 곧 내 재산이니까. 난 이 세상 최고의 권력자보다 더 강한 권력자. 그자가 나를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할 테니까"(141).


<아르센 뤼팽 전집> 4권 <813>에서 뤼팽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자주 노출되지만, 또 그만큼 넘치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극적으로 나서고 통쾌한 승리를 거두는 삶을 사랑하는 뤼팽은 때로 지나친 자만심을 내비치는데, 시시때때로 스스로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이 남자 때문에 제 얼굴이 다 붉어질 지경입니다. "뤼팽은 자신의 능력과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 순간 생생히 절감할 수 있었다"(371). 작가는 왜 타인의 입을 통해 뤼팽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고, 뤼팽 스스로 자신에게 자화자찬을 하게 만들었을까요? 들어주기 민망할 정도로 과도하다 싶습니다. 




"이 사건은 광기에 의한 범죄다"(543).


그럼에도 불구하고 <813>은 "치밀한 수법, 넘치는 활력, 번뜩이는 재기의 대명사"로 통하는 뤼팽과, 뤼팽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듯 매번 뤼팽보다 한 발 앞서며 뤼팽의 뒤를 밟는 미지의 인물,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괴물 같은 살인자와의 한 판 대결이 흥미진진한 작품입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사사로운 이해나 시시한 도난, 하찮은 사적 감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서구의 세 강대국(프랑스, 영국, 독일)이 정치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할 수도 있는 세계적인 사건입니다. 그야말로 뤼팽은 여러 제국의 운명과 세계 평화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물급 괴도로서 그 존재감을 빛냅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로 뤼팽을 만난다면 뤼팽과 같은 '괴도'의 삶을 동경할 어린이들도 있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입니다!) 


현대 과학수사에서는 통하지 않는 수법도 등장하지만, 도대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대담무쌍한 뤼팽의 활약과, "맹목적으로 광기에 사로잡혀 있을 때조차 명석하지 그지 없는 기묘한 정신병자"와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813>. 마지막 예상치 못한 반전에 뤼팽은 넋이 나가고 말지만, 오히려 <뤼팽> 덕분에 이런 소설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곳곳에 숨어 있는 반전의 단서들을 쉽게 눈치챌 수도 있겠습니다. 신사라기보다 '괴짜' 같은 영웅 뤼팽의 활약상, 4권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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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 - 성경 다음으로 읽어야 할 위대한 책 25
댈러스 윌라드, 리처드 J. 포스터 외 지음, 레노바레 편집위원회 엮음, 이종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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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다음으로 읽어야 할 위대한 책 25!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엘리사 선지자는 많은 기적을 행한 능력의 선지자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수넴이라는 곳에 사는 한 여인이 엘리사의 사역을 돕고 싶어 했습니다. 수넴 여인은 엘리사를 위해 작은 방을 하나 짓고 그를 위해 침상, 책상, 의자, 촛대를 준비합니다(열왕기상 4:10). 존경하는 선지자를 위해 그에게 꼭 필요한 것을 준비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룻밤 묵어가는 엘리사를 위해 책상과 의자를 준비합니다. 책상, 의자, 촛대는 독서를 위한 준비입니다. 수넴 여인은 엘리사를 가까이서 자주 보았습니다. 수넴 여인이 본 엘리사는 책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영적인 사람 또는 경건생활이라고 하면 '기도'부터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사람들은 모두 책의 사람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죽는 순간까지도 책을 필요로 했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책과 책읽기를 사랑한 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에게 율법을 기록한 책을 주셨고, 그것을 옆에 두고 평생 주야로 묵상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크리스천으로써 더욱 힘써 책을 읽으려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역사 내내 기독교인들은 영적 독서로 그들 자신을 변화시켜왔다. 우리의 일차적 원천은 성경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은 성경을 해석하고, 성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기독교적 삶을 살아가려 했던 많은 기독교인의 저작으로 형성되어 왔다"(7).


존 웨슬리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한 권의 사람, 만 권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한 권은 성경이고, 만 권은 일반책입니다. 크리스천의 일차적 원천은 당연히 성경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기독교 고전들은 그 성경읽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판 홍수라고 할 만큼 하루에도 수많은 신간들이 쏟어져 나오는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간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면 고전 읽기는 더욱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처한 크리스천을 안내하는 길잡이와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기독교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5권"이라고 하는데, 생존 작가들의 저서는 제외하고 기독교인 필독서로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불멸의 고전 25권을 엄선하였습니다.






 






"우리가 선정한 25권은 하나님과 생활을 영위하는 데 최고 길라잡이라고 생각되는 책이다. 이 책들을 함께 모아놓으면,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데 아주 풍성한 지혜와 조언의 보고가 될 것이다"(9).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와 같은 책들은 무엇보다 목차가 중요한 책입니다. 아마도 이 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목차부터 펴놓고 '내가 읽은 책은 무엇인가'부터 헤아려볼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 확실히 읽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책은 몇 권 되지 않았습니다(무지의 구름, 그리스도를 본받아, 천로역정,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 탕자의 귀향 정도).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는 아마도 많은 독자의 예상을 깨는 파격적인 리스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장 칼뱅의 <기독교 강요>와 같이 리스트에 당연히 포함되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책도 추천되어 있지만, 낯선 책 제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는 하나님의 현존에 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451).


가장 파격이라고 생각했던 추천도서는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시집>입니다. 기독교인 필독서를 뽑은 리스트를 많이 보았지만 추천 도서 100권도 아니고 25권 중에 시집이 포함된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편집인들은 "몇몇 사람은 이처럼 시를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는 방법을 잊어버렸거나 무시한다"고 꼬집어 말합니다(451). 그리고 홉킨스의 시들은 "하나의 기도'이며, "모든 훌륭한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홉킨스도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하나님의 훌륭하심과 삶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시간을 가지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하며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분명히 합니다.



이 책은 추천도서로 선정된 25권이 기독교 전통의 관점에서 왜 중요한지, 독자의 영성 수련에는 어떤 유익함이 있는지도 설명하며, 추천도서를 읽어나가는 전략과 함께 책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맛보기로 보여줍니다.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라는 멋진 제목 때문에 저절로 품게 되었던 기대감은 조금 배반 당한 느낌이나, 그 기대감은 여기 추천된 책들을 성찰하듯 읽어갈 때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고백컨데, 칼 뱅의 <기독교 강요> 같은 책들은 몇 번을 도전했다 포기해버린 책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시집도 포함되어 있지만 모두 읽어내기 녹록지 않은 책들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포기했던 기독교 고전들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주는데,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은 책은 <사막 교부들의 말씀>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맛보기로 읽었을 뿐인데도, 짧은 문장 속에 담겨진 지혜가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도전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던 책들도 맛보기로 읽어보며 그 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새겨볼 수 있었던 것도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가끔 보면 명작으로 손꼽히나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에 숨은 의미를 알고 나면 지루하기만 했던 내용과 영상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는 바로 그 고전의 가치에 눈 뜨게 해주는 책입니다. 시간을 절약하며 꼭 읽어야 할 보석 같은 책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먼저 만나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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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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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운명이라는 도끼는 우리 삶을 산산히 조각내 버릴 수 있다!



<영혼의 수업>은 홀로 산 속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일기처럼 적어내려간 글입니다. 이 글은 '사랑하는 노라'를 향한 것임을 곧 알게 되는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풀어질 때마다 무엇인가 굉장한 과거의 사건이 그의 현재를 지배하고 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가 사랑했던 노라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그의 인생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는 왜 홀로 산 속에 들어와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아름다움은 연약한 외형에 불과했어. 그것을 파괴하는 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쉬웠지"(38).

어느 날, 운명은 도끼로 내리치듯 그의 삶을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아내는 동료에게서 중고차를 한 대 샀고, 그 날은 그와 아내와 아들이 그 중고차를 가지러 간 날이었으며, 아내는 들뜬 마음으로 이제 자신의 것이 된 차를 몰았고, 그는 자신의 차를 몰며 아내를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게 순식간이었습니다. 넓은 고가도로에서 아내의 자동차가 왼쪽으로 벗어나더니 가드레일을 그대로 들이받고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131). 그리고 차가 추락한 난간 아래서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아내의 차에는 그의 아들도 타고 있었습니다. 



"모든 비극에는 '만일'이라는 비가 쏟아져 내리지. 그리고 이 '만일'은 그 비극을 함께한 사람에게 돌덩이 같은 배낭이 되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걸 메고 다녀야 해"(94).

그를 가장 견딜 수 없게 만든 고통은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차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고가 자살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삶과 생명을 사랑하는 아내였기에, 그가 아는 한 아내는 자살한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그는 그와 같은 결론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아내가 정말 자살한 거라면 도대체 왜? 내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었다는 말인가? 






 





의문에서 멀어진 사람들을 위한 영원의 수업!



운명이라는 도끼가 그의 삶을 이처럼 잔혹하게 내리치지 않았다면 그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인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생명의 뒷편에 숨겨진 의문 같은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사람들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쉽게 유혹 당하는 사람들은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확실해 보이니까요. 외형이 바로 실재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해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55-56). 다른 의문을 품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마테오'는 운명이란 놈이 자신이 꿈꾸던 삶과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해 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운명을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소음과 거울들 속에 빠져 웃고 춤추며 소음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길을 잃었기에, 길을 찾아야만 했기에, 그는 길을 찾기 위해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고, 아무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멋질 겁니다. 삶에 선택의 길이 있어서, 삶이 시작되어 악과 피로와 질병을 없앨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지요. 삶이 시작되면 정의와 젊은이와 힘센 이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파괴합니다. 우리는 이것에 저항할 수가 없어요"(149).



도전적인 사람들은 운명이란 우리가 개척할 수 있는 것이며, 삶은 의지의 문제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하는 게 차라리 위안이 될 때, 우리는 나를 덮친 운명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항할 수는 없지만 성찰할 수는 있다는 것 말입니다.


오랜 몸부림 끝에 영원과 대화를 시작한 '마테오'는 어느 날 문득 "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를 본 바로 그 순간" 아내가 죽은 이유를 알게 됩니다(268). 의사였던 그는 그 이유를 훨씬 일찍 알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부용 시신에 메스를 들이대듯 그날을 해부하고 또 해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마침내 이유를 알게 된 마테오의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책을 읽다 말고, 이 책의 장르를 찾아보았습니다. 실화처럼 생생해서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원의 수업>은 삶의 의문에서 멀어진 사람들을 흔들어 깨우는 지혜서입니다. 소음과 거울에서 벗어나, 그리고 우리 자신한테서 벗어나 삶의 의문과 마주하게 해줍니다. 한 번은 꼭 물어야 할 질문, 내 삶을 덮친 고통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의 삶은 어디로 나아가는가? 우리는 주인공(혹은 저자)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해답은 하나가 아니니까요. 


<영원의 수업>은 운명의 도끼날에 찢겨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떤 고통 속에서도 절대 작아지지 말기를, 절대 자신의 존엄을 손상시키지 말기를, 기원하며 함께 기도드리는 기분이랄까요. 그녀의 대표작 <마음가는 대로> 만큼 임팩트 있는 감동은 없었지만, 그녀의 글은 여전히 아름다우며 깊은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구도자자적인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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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성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3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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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록 숌즈의 라이벌, 천재 소년 탐정 보트를레의 등장!



"모든 점에서 보트를레가 앞서 확신한 내용이 실제와도 들어맞았다. 뤼팽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제대로 만난 셈이다"(163).



1권에서 괴도 신사 뤼팽의 탄생을 알리고, 2권에서 오랜 숙원이었던 듯, 곧바로 영원한 맞수, 아르센 뤼팽과 헐록 숌즈의 맞대결을 그린 작가는, 이제 몸풀기는 모두 끝났다는 듯, 아르센 뤼팽을 주인공으로 한 본격적인 추리문학의 대서사를 시작합니다.


긴 호흡의 이 장편은 앙브뤼메지 수도원장들이 대대로 살았으나 대혁명 당시 파괴되었다가 20년 전부터 새로운 주인, 제스브르 백작이 복구한 대저택에서 시작됩니다. 모두가 잠든 이 고성에 어느 날 밤, 의문의 소리가 들려오고 백작의 조카 레이몽드와 백작의 딸 쉬잔이 불안과 공포에 떨며 백작의 침실로 향하는 가운데 백작의 비서 장 디발이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레이몽드는 달아나는 범인을 쫓으며 장총을 조준해 방아쇠를 당기는데, 도망치던 남자는 총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레이몽드는 하인들과 함께 도주로를 막으며 총상을 입은 남자를 쫓아가지만, 도망갈 곳이 전혀 없는 곳에서 총상을 입은 남자는 마부용 가죽 모자 하나만을 남겨 놓은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레이몽드와 쉬잔은 지난 밤, 분명 뒤 남자가 꽤 무거운 것을 들고 정원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정작 제스브르 백작의 대저택에서는 도난 당한 물건이 없고, 홀연히 자취를 감춘 남자를 추적하지만 도망칠 곳이 전혀 없는데도 끝내 추적이 실패하고 맙니다. 그런데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 우연히 함께했던 '보트를레'라는 수사학급 학생은 이번 사건은 너무 뻔해서 금방 결론을 지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애송이에 불과한 한 소년이 수수께끼의 답을 찾았다고 하니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이 당돌한 소년은 도난 당한 물건은 없지만 도난 당한 물건이 무엇인지, 살인범은 체포되지 않았지만 살인범의 이름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합니다. 이 천재 소년은 총상을 입고 사라진 남자가 바로 아르센 뤼팽임을 확신하고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합니다.


보트를레는 가히 헐록 숌즈의 라이벌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논리적인 분석과 절묘한 추리력으로 미궁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데, 가니마르 형사나 숌즈도 어린아이를 다루듯 가지고 놀았던 아르센 뤼팽도 보트를레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간파하고 필사적인 결투를 벌입니다. 순수한 보트를레가 정의의 편에 있어도 독자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괴도 신사 뤼팽을 응원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빠져들게 되는 것도 이 대결을 읽는 묘미일 것입니다.


<기암성>은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하나의 거대한 대서사를 완성해나갑니다.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보트를레의 등장으로 헐록 숌즈는 단역에 불과한 조연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지만, 순수해서 더 강할 수 있는 보트를레의 활약이 이야기에 막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굉장히 스케일이 큰 영화가 될터인데 프랑스와 영국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특별히 <기암성>에서는 사랑에 빠진 뤼팽의 수순한 모습과 감추어진 사생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하나 뤼팽이 신출귀몰할 수 있는 이유는 그에게 조력자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 활동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뤼팽의 수법도 실체를 드러냅니다.


<기암성>은 왜 아르센 뤼팽 시리즈가 추리문학의 고전 명작으로 칭송받아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최고 추리문학가들도 모리스 르블랑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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