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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언제라도 운명이라는 도끼는 우리 삶을 산산히 조각내 버릴 수 있다!
<영혼의 수업>은 홀로 산 속에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일기처럼 적어내려간 글입니다. 이 글은 '사랑하는 노라'를 향한 것임을 곧 알게 되는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풀어질 때마다 무엇인가 굉장한 과거의 사건이 그의 현재를 지배하고 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가 사랑했던 노라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도대체 그의 인생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는 왜 홀로 산 속에 들어와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나?'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아름다움은 연약한 외형에 불과했어. 그것을 파괴하는 건 세상 그 어떤 일보다 쉬웠지"(38).
어느 날, 운명은 도끼로 내리치듯 그의 삶을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아내는 동료에게서 중고차를 한 대 샀고, 그 날은 그와 아내와 아들이 그 중고차를 가지러 간 날이었으며, 아내는 들뜬 마음으로 이제 자신의 것이 된 차를 몰았고, 그는 자신의 차를 몰며 아내를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게 순식간이었습니다. 넓은 고가도로에서 아내의 자동차가 왼쪽으로 벗어나더니 가드레일을 그대로 들이받고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131). 그리고 차가 추락한 난간 아래서 불기둥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아내의 차에는 그의 아들도 타고 있었습니다.
"모든 비극에는 '만일'이라는 비가 쏟아져 내리지. 그리고 이 '만일'은 그 비극을 함께한 사람에게 돌덩이 같은 배낭이 되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걸 메고 다녀야 해"(94).
그를 가장 견딜 수 없게 만든 고통은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차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고가 자살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삶과 생명을 사랑하는 아내였기에, 그가 아는 한 아내는 자살한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그는 그와 같은 결론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아내가 정말 자살한 거라면 도대체 왜? 내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었다는 말인가?

의문에서 멀어진 사람들을 위한 영원의 수업!
운명이라는 도끼가 그의 삶을 이처럼 잔혹하게 내리치지 않았다면 그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인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생명의 뒷편에 숨겨진 의문 같은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사람들말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쉽게 유혹 당하는 사람들은 의문을 품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확실해 보이니까요. 외형이 바로 실재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만족해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55-56). 다른 의문을 품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마테오'는 운명이란 놈이 자신이 꿈꾸던 삶과 전혀 다른 인생을 준비해 놓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운명을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소음과 거울들 속에 빠져 웃고 춤추며 소음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길을 잃었기에, 길을 찾아야만 했기에, 그는 길을 찾기 위해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고, 아무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삶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멋질 겁니다. 삶에 선택의 길이 있어서, 삶이 시작되어 악과 피로와 질병을 없앨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지요. 삶이 시작되면 정의와 젊은이와 힘센 이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파괴합니다. 우리는 이것에 저항할 수가 없어요"(149).
도전적인 사람들은 운명이란 우리가 개척할 수 있는 것이며, 삶은 의지의 문제라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죽음을 생각하는 게 차라리 위안이 될 때, 우리는 나를 덮친 운명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항할 수는 없지만 성찰할 수는 있다는 것 말입니다.
오랜 몸부림 끝에 영원과 대화를 시작한 '마테오'는 어느 날 문득 "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를 본 바로 그 순간" 아내가 죽은 이유를 알게 됩니다(268). 의사였던 그는 그 이유를 훨씬 일찍 알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부용 시신에 메스를 들이대듯 그날을 해부하고 또 해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마침내 이유를 알게 된 마테오의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책을 읽다 말고, 이 책의 장르를 찾아보았습니다. 실화처럼 생생해서 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원의 수업>은 삶의 의문에서 멀어진 사람들을 흔들어 깨우는 지혜서입니다. 소음과 거울에서 벗어나, 그리고 우리 자신한테서 벗어나 삶의 의문과 마주하게 해줍니다. 한 번은 꼭 물어야 할 질문, 내 삶을 덮친 고통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나의 삶은 어디로 나아가는가? 우리는 주인공(혹은 저자)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해답은 하나가 아니니까요.
<영원의 수업>은 운명의 도끼날에 찢겨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떤 고통 속에서도 절대 작아지지 말기를, 절대 자신의 존엄을 손상시키지 말기를, 기원하며 함께 기도드리는 기분이랄까요. 그녀의 대표작 <마음가는 대로> 만큼 임팩트 있는 감동은 없었지만, 그녀의 글은 여전히 아름다우며 깊은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구도자자적인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