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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부부 세계일주 프로젝트 - 오늘을 여행하는 부부, 지구 한 바퀴를 돌다
김미나.박문규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29/pimg_7685591861704061.jpg)
"2014년 9월 9일. 그렇게 우리 부부의 인생 최대 이벤트, 세계일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함께 여행한 곳이 강원도 봉평이었고, 그래서 '메밀꽃 부부'라는 닉네임을 가진, 평범한 20대 후반의 맞벌이 부부가, 둘만의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결혼한 지 2년 7개월, 평범한 20대 후반의 맞벌이 부부는 사직서를 냈다. 우리가 가진 건 커다란 배낭 두 개가 전부였지만,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벅차고 행복했다. 여행 이후에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는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 우리는 젊고 맨땅에 헤딩할 용기가 있으니 불확실한 미래는 걱정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 확실한 건, 우리가 분명 조금 더 행복해지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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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부부의 <세계일주 프로젝트>는 아시아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넘어갑니다. 아시아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넘어가는 루트가 시차 적응에도 좋고, 육로이동에도 편리하다고 하니, 메밀꽃 부부처럼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가동시킬 분들은 참조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정리해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비우게 될 집 정리에서부터, 직장 문제와 같은 신변 정리, 보험료, 예비군 훈련, 현지에서의 자금관리와 같은 것들입니다.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휙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29년간 살았던 한국을 몇 년 간 떠난다고 하니 정리해야 할 것도, 준비해야 할 것도 왜 이리 많은지. 지도를 들여다보고 가고 싶은 곳을 표시하며 설레고 들떴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 이러다 여행 시작도 전에 지치겠어!"
메밀꽃 부부가 전하는 세계일주 체크리스트는 대략 이렇습니다. "테마 정하기, 루트 정하기, 예산 정하기, 항공권 발권하기, 여행 중 생길 문제들 대처방법 숙지, 숙박 네트워크 확인, 건강검진, 예방접종, 장기여행자 보험 가입, 보험 정리, 통장 정리 및 온라인 인증서 발급, 카드 준비, 휴대전화 해지, 각종 증명서 사본 만들기, 국제운전면허증 발급 등." 그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
<세계일주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대략 3가지 필요에 의해서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리얼 여행기, 여행지에 대한 정보, 그리고 예산! 저처럼 여행 경험이 별로 없는 왕초보들에게는 여행지 정보만큼이나 궁금한 것이 여행 경비, 즉 예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보통 여행 관련 책자들 중에 구체적인 예산안을 제시하는 책들이 별로 없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같은 곳을 다녀온다 해도 개인의 취향, 여행 테마 등에 따라 그 색깔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보며 가장 먼저 눈길이 가고, 관심이 갔던 것은 부부의 리얼 여행 경비이었습니다. 메밀꽃 부부가 공개한 <세계일주 프로젝트> 경비는 대략 2천5백만 원 정도 선입니다. 뚜벅이 여행자라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비가 많이 들지 않았지만, 먹는 데엔 아까지 않았다는 것. 단, 외식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는 주방이 있는 숙소에 머물며 요리를 했다는 것. 메밀꽃 부부처럼 똑같이 여행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가져가야 할지, 이게 적당한지 가늠해볼 기준이 필요하다면 메밀꽃 부부의 <세계일주 프로젝트>의 경비 지출 내역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메밀꽃 부부가 일러주는 세계여행을 위한 깨알팁 중에는, 여행 중 유용했던 것들로는 "침낭, 스포츠 타월, 슬리퍼"를 꼽으며, 없어도 괜찮았던 것들로는 "휴대용 방석, 드라이기"를 꼽고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 듯합니다. (부부의 특별한 여행 스타일이긴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했던 한인 마트의 위치였고, 라면이었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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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러더라. 행복은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나중에 몰아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해 가을. 우리는 떠났다.
오늘, 지금, 행복하기 위해서.
메밀꽃 부부의 리얼 여행기를 읽으며 느낀 것은 여행도 여행자의 성격을 닮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하기보다 설레고, 낯선 이들이라 경계하기보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인연이 소중하고, 서툰 한국어가 반갑고 고마우니 더듬더듬할지라도 서툰 현지어를 건네는 부부를 보며 여행자의 성격대로 여행의 추억이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습니다. (글자만 읽어도 끔찍한) 네팔의 거머리, 인도의 똥밭도 추억으로 만들어버리는 메밀꽃 부부는 최강 긍정의 아이콘이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바빴던 여행자에서, 긴 여행을 통해 게으른 여행자가 되어 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오늘을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위험한 버스를 타도, 짜증이 나도, 생각지도 못했던 트레킹에 도전하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도, 다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도, 소매치기를 당한 당혹스러운 순간에도, 그 소매치기를 잡아 카메라를 다시 찾은 안도의 순간에도, 스위스의 어마어마한 벌금 때문에 살 떨렸던 순간에도, 그 모든 순간을 함께 공유하며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여행을 돌아보고, 새로운 나라로 가기 전에 설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의지가 되어 주는 여행의 동반자, '짝'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메밀꽃 부부(김미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 시도 때도 없이 세계지도를 들여다보고 전 세계의 가이드북을 정독하는 이상한 취미(!)를 가졌다고 고백합니다. 시원한 도서관에 앉아 <세계일주 프로젝트>를 정독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가이드북을 정독한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여행을 책으로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함께 여행을 떠날 '짝'이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메밀꽃 부부의 리얼 여행기는 '함께'여서 더 좋았던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메밀꽃 부부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지혜로운 여행만큼이나 글과 사진이 재밌는 책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니라서 더 생생하고 더 예쁘고 더 흥미로운 여행기입니다. 여기에 알뜰한 정보는 덤! 일상을 살아가는 데 보다 큰 자극,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메밀꽃 부부처럼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나의 현실이 될지, 또 누가 알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