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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권함 - 21년 연속 대만대학교 최고 인기 강의
쑨중싱 지음, 김지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도 공부해야 하나요?
물론입니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에리히 프롬은 "삶이 기술인 것처럼 사랑도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13).
첫 눈에 반하는 사랑, 쿵 하고 떨어지며 심장이 먼저 알아보는 사랑을 꿈꾸었던 내가 철(?)이 들고서야 폭풍 공감을 한 노랫말이 있습니다. "사랑에도 연습은 있는 거기에 / 아주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써주는 / 사랑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겠어 // 한번쯤은 실연에 울었었던 / 눈이 고운 사람 품에 안겨서 / 뜨겁게 위로받고 싶어"(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中에서). 이 노래가 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되며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이 가사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은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고 하지만, 한번쯤 실연에 울었었던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입니다. 사람이야말로 얼마나 사랑에 서툰 동물인지 말입니다.
<사랑을 권함>은 대만대학교에서 1996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21년 동안 최고 인기 강의로 뽑히고 있는 '사랑의 사회학'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입니다(8). 관계에 서툰 사람을 위한 "사랑의 사회학"이라는 데에 관심을 가졌는데, 막상 읽어보니 '사회학'적 느낌(?)보다는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연애상담소에서 진행하는 사랑학 (실전) 강의처럼 느꼅니다. 영화 <시나노, 연애조작단>을 떠올리게 한다고 할까요. (본격적으로?) 사랑을 시작할 나이가 되어 설렘을 간직하고 있거나, 사랑이라는 감정에 혼란을 느끼거나, 선천적으로 사랑에 무능력하다고 좌절하고 있거나,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연인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대만대학교의 청춘들이 이 강의에 열광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이것은 실전입니다!
<사랑을 권함>은 사랑의 정의에서부터 고백, 시작, 관계 발전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관련된 '과정'을 다루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호감인지 사랑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사랑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어떻게 사랑을 확신할 수 있는가, 연애 법칙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우리가 연애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는가 등에 답합니다. 사랑의 의미와 역할을 사회학 관점으로 통찰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하게 사랑을 시작하고 가꾸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기대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사랑은 때로는 희망이고 배신이며 갈망이자 질투다."
- 엘리지베스 벡 게른스하임
사랑의 가장 큰 비극은, 내가 꿈꾸었던 모습이 배반 당할 때가 아닐까요? 사랑(연애)에서 환상을 빼버리면 앙꼬 없는 진빵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랑에 또 환상만큼 위험한 요소도 없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사랑에 덧씌워진 환상을 걷어내버리는 작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사랑에 대한 진정한 안목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호감인지, 사랑인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질문지도 제시하고, 사랑을 이루는 구성 성분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결혼 후 왜 낙타의 혹처럼 결혼 2년 차와 9년 차에 이혼의 고비를 맞게 되는지 흥미로운 설명도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랑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상대를 평등하게 대하고 함께 노력하는 자세"(242)라는 것, 그러니까 사랑은 한마디로 두 사람이 함께 가꿔가는 것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두사람이 서로 사랑해야 행복이다'라는 말처럼 좋은 출발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오래도록 행복하게 유지되려면 두 사람이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같은 방향이란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하고 추구하는 그 무엇이다"(150).
사랑을 경험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배워본 적이 없는 청춘들에게는 아주 좋은 연애 입문서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사회학'에 더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진지한 '잡지책'을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생사의 거리도,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아닌 그대 앞에 서 있음에도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지 모르는 마음이다."
-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