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순종 - 당신 삶에 복음이 살아 있습니까?
김병삼 지음 / 두란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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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교회가 부끄럽고 더러운 문제들로 고민하며 교회의 본질을 찾아갔듯이, 오늘 우리도 '치열함'으로 고민하며 교회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할 필요성을 느낍니다"(6).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를 마감하며 두란노가 내놓은 <치열한 순종>은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님의 고린도강해(설교집)입니다. <치열한 순종> 내용 중에 퍼펙트 스톰과 버팔로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퍼펙트 스톰이 여러 가지 형태로 온다고 합니다. 그 광풍이 지나가고 나면 일반 소들의 반 정도가 죽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버팔로라는 우직한 물소는 퍼펙트 스톰이 오면 그 돌풍의 핵심을 향해 돌진하는데, 놀라운 일은 그 소들은 거의 죽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177).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 교회가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아마도 '위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김병삼 목사님은 <치열한 순종>을 통하여 바로 그 위기의 핵심으로 파고 들어갔습니다. <치열한 순종>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고린도서를 읽어야 할 때이며, 하나님은 이 때를 위해 우리에게 이미 말씀을 주셨다고 말입니다. <치열한 순종>은 고린도교회에서 일어났던 많은 문제들이 오늘날 우리 교회의 현실(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 그것을 이겨낼 '말씀'을 다시 들려주십니다. 말씀을 보내어 우리를 위경에서 건지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또 한 번 깨닫습니다. 



"옛 생활습관과 전통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사도 바울은 끊임없이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 가운데 '사랑'이 있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에 '덕'을 세우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251).

<치열한 순종>은 성도도 많고, 은사도 많고, 지식도 많은 고린도 교회가 왜 신약의 교회 중에 가장 문제 많은 교회라는 악명을 남기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단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고린도교회를 보면서 사도 바울이 깨달은 것은 교회의 문제가 지식의 결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 없는 지식에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12). 그러니까 "조금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회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왜 이들이 문제가 됩니까? 교회 안에서 여전히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살며 은혜와 복음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린도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회됨의 진리, 즉 세상과 구별되는 교회의 독특성과 정체성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 데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열한 순종>은 고린도 교회를 돌아보며 고린도 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교회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치열함'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가로막는 게으름으로 그것의 가치를 하락시킬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계실 것입니다"(122). <치열한 순종>은 교회가 집중해야 할 치열함의 영역의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치열한 순종>을 통해 우리가 교회에서 나누어야 할 이야기는 무엇이고, 교회에 살아 있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며, 우리가 교회로써 성령님과 함께 써나가야 할 이야기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치열한 순종>을 읽으며 만나교회가 부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김병삼 목사님은 참 치열하게 설교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병삼 목사님 삶 자체가 설교가 되었다고 할 만큼, 많은 예화들이 김병삼 목사님의 삶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말씀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이 더 달고 맛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온전히 나를 던지기로 결심하고 교회 개척에 뛰어들고 보니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 지금, 하나님께서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에 작은 교회들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치열한 순종>은 바로 그 교회들이 자신을 든든히 붙들어 매야 할 닻이요,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야 할 나침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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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엽서북 : the FRAME 책밥 엽서북 시리즈
김소라 지음 / 책밥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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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의 엽서북>은 그림 엽서만으로도 
훌륭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소라의 엽서북>은
작가 김소라의
풍경 수채화를 엽서로 만들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그림 엽서가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림으로도 무엇인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글보다 더 많은 말을
담고 있는 것이
그림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소라의 엽서북>은
보기보다 훨씬 두껍고 무거운 책일지도
모릅니다.



<소라의 엽서북>이 보여주는 것은
소소한 보통날의 세계의 풍경, 
그리고 여행의 설렘,
그리고 하나 더,
마음에 잔상을 남기는
아름다운 순간들입니다.

누군가 사진은 빼고,
그림은 더하기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사각 프레임만 남기고
빠르게 풍경을 덜어내는 것이라면,

그림은 풍경 위에
색을 입히고 감성을 입히고
기억을 입히고 시간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라의 엽서북>은
여행지의 풍경을, 여행의 기억을
설레는 감성을 
여행 사진을 찍듯
수채화로 그려냈습니다. 



수채화로 만나는
세계 각국의 인상(표정)은
부드럽고 정겹고 따뜻합니다.

익숙한 풍경은 익숙해서
낯선 풍경은 낯설어서 좋습니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졌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코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세상 사람 모두 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욕심 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
마치 그림처럼 행복하면 좋겠어

<소라의 엽서북>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와 잘 어울리는
감성입니다.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기념품으로 엽서를 사거나
엽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곤 합니다.

내게 이국향 가득한 엽서는
언제나 한 편의 '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낯선 시간 속에 숨어 있는 그리움이
한 번도 꾸어보지 못한 시간들을
꿈꾸고 상상하게 해주는
예쁜 서정시.


<소라의 엽서북>을 받고
기뻐할 누군가를 떠올리며
엽서를 써서 
그리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아직은 한 장,
한 장 모두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한 장도 뜯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서로 아무말 하지 않고 있어도
편한 친구처럼
<소라의 엽서북>은
그렇게 아무말 하지 않아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따뜻한 책입니다.
위로받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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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무는 밤
현동경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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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디로 여행을 떠난 것일까?

분명 '여행 에세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여행 에세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어디를 여행하는지 여행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정보도, 묘사도 없는 '여행 에세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행 에세이는 처음 만나봅니다. 

분명 그녀는 낯선 땅을 걷고 있고,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지만, 아마도 그녀가 진짜 여행을 떠난 곳은 어떤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기억이라는 공간, 밤이라는 시간 속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녀는 눈에 보이는 세상이 아니라, 기억 속에, 밤이라는 시간 속에 머물며 찾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을 찾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기억하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이 있는데, 이 책 <기억이 머무는 밤>이 여행 에세이인 것은, 그녀의 기억을 붙드는 그녀만의 기억법이 바로 여행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언젠가부터 떠나왔을 때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다 어딘가를 응시하며 사색하고 그림을 그려 가며 노래에 기억을 담고 냄새에 추억을 담아 오래 보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구태여 만들기 시작했다"(119).

그녀의 여행은 그렇게 기억의 창고가 되었습니다. 






결국엔 일상을 그대로 짊어지고 떠난 여행(27)

<기억이 머무는 밤>은

도시에 살고 도시에 살고 싶지만,
여행 중에는 도시에 가는 일이 그리 달갑지 않은 여행자의,
무거운 도시와 거대한 자연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유난히 신발이 빨리 닳는,
두 발로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의, 
낡은 신발에 먼지와 함께 묻어온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쓰는 건 좋아하지만
읽는 건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의,
밤의 감성을 담은 일기장 같은 책입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찍을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매일 같은 장면을 반복해 담는 것은 끔찍하게 싫어하는 여행자의,
빛바랜 사진 같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진첩 같은 책입니다. 


세상만큼이나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는 여행자의,
자신을 위한 작은 위로 같은 책입니다.

뒷모습을 좋아하는 여행자가
자신의 뒷모습을 스스로 더듬어 본 이야기입니다.

서로 책을 바꿔 읽기 위해,
종이책을 좋아하는 여행자가 
교환을 목적으로 종이 위에 써 내려간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눈이 떠질 때 눈을 뜬다는 여행자가
어디든 바라보고 싶은 대로 바라보고
여행 에세이입니다.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가 
할 거라고는 생각밖에 없을 때 했던 생각을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친구들이 놀러 오는 걸 좋아하고,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걸 좋아했던 외로운 여행자가의 
자신의 은밀한 외로움을
고백하는 이야기입니다. 

"기껏 채워 놓은 일상을 비워 내기 위해" 여행을 떠났으나
"결국 그렇게 일상을 그대로 짊어지고" 떠나는 바람에
언제나 고되었던 여행길의 기록입니다. 



부모님을 대신하여 저자를 키워준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
별거 아닌 우연의 연속이 나를 들뜨게 하는 그런 날(58).
별거 아닌 우연의 연속을 기대하게 하는 날 
열정을 강요 당하다가
대충 사는 게 당연시되는 세상에 
배낭 메고 먼 길 따나 온 한국인들의 마지막 대화가 끝끝내 한숨일 수밖에 없는 이유(43)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는 버릇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49)
나는 거꾸로 알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맡에서 자란 아이들은 예의가 있다. 
그녀가 가진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슬프지만 아름답고, 아프지만 따뜻한,
그녀가 흘리는 후회의 눈물, 후회의 기억에 나도 울다.


"시간 위에 시간이 덮여 갈수록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변해 간다"(84).

<기억이 머무는 밤>은 세상만큼이나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서, 변해 가면서도 변해가는 것을 모르고,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다고 믿는 당신에게,
"누군가의 능력은 부러워하면서 내가 뭘 잘하는지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타인의 일에는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위로는 없"(91)는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나의 기억이 소환되는 순간, 그리하여 그녀의 기억과 나의 기억이 겹쳐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당신은 괜찮다고 믿어왔던 것들을 의심하고, 정말 괜찮은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밤에는 읽지 않도록 합시다. 밤의 감성은 위험하니까요. 밤에 감성이 잘 못 터지면 오히려 자신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흔일곱 번째 밤           시간

목적지가 없으니 길을 찾을 필요가 없다.
길을 찾지 않으니 길을 잃을 이유가 없다.
길을 잃지 않으니 조급해 할 이유가 없었고
조급해 하지 않으니
그제야 시간이 곁에 머무르기 시작했다(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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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
조웅연 지음, 청공(이성은) 그림 / 더도어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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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 엔딩 노트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자가 써나가는 인생 이야기도 시간과 함께 쌓여가고 있지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아냅니다. 돌아보면,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이야기도 있고,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순간들도 있지만, 그런 고비가 없었다면 우리 이야기가 얼마나 밋밋할까 하는 어른스러운(?), 아니면 작가스러운(?) 생각도 해봅니다.


<엔딩 노트>는 그렇게 "살아온 날들"과 "살아가고 있는 날들"을 돌이켜보며 "살아갈 날들"을 그려보는 나만의 다이어리입니다. 질문에 답하며 조용히 노트를 채워갈 때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마법과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빈 칸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에 따라, 아직 누구도 만나보지 못했고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의 결망이 내가 소망하는 해피엔딩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신중하고도, 정성스럽게 대답할 일입니다. 이 다이어리의 제목이 <엔딩 노트>인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지 않나요? ^^


 


 




"당신의 이름을 알려줄래요?"

"이름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도 알려줘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고 하면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시작이 특히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질 텐데요, <엔딩 노트>의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기소개로 시작하거든요.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이 단순한 질문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 것은, 다음과 같은 한 줄 문장에 가슴이 울컥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누군가 고민해서 만든 소중한 이름이에요"(10). 참 따뜻한 노트지요? ^^


이렇게 따뜻하게 나를 마주하게 해주는 <엔딩 노트>라니,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내 별명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별로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특별한 관심사나 취미는 무엇인지, 나의 슈퍼 히어로는 누구인지,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은 언제인지,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가장 실컷 웃었던 날은 언제인지, 무엇이 그리 즐거웠는지, 살면서 가장 승부욕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뭐 이런 시시콜콜한 걸 묻는 <엔딩 노트>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빈 페이지를 채우기가 망설여지는 건, 또다른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쉽게 쉽게 대답을 하면 후회하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쉽게 쉽게 흘려버린 순간들을 지금 후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엔딩 노트>는 이 세상 누구보다 '나'를 제대로 만나야 한다는 걸, 그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걸, 내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쉬운 질문에도 <엔딩 노트>의 빈 페이지를 성급하게 채울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도 모르고 있는 나와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낯선 두려움이 방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순간에 웃고, 어떤 순간에 울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며, 어떤 꿈을 꾸어왔는지, 글로 적어놓으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나를 객관화하면 내가 아주 낯설어질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아직도 <엔딩 노트>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 채, 대답이 아니라 질문만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대답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대답이기보다, 살아가는 날들, 그리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대답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 때문인 듯합니다.


<엔딩 노트>는 예쁘고, 따뜻하고, 기발한 다이어리입니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나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가는 특별한 다이어리지만, 아직은 나만 알고 싶은 비밀 일기장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엔딩 노트>는 유독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 메시지 안에는 '너를 알고 싶어'라는 또다른 메시지가 숨어 있으니까요. 너를 알고 싶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고백이기도 하니까요. 자서전을 쓰고 싶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책이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고, 무엇인가 쓸 수 있게 하는 신비로운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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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통합교육 - 가정과 함께 하는교회 다음 세대가 자라나는 교회
주경훈 지음 / 두란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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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자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부모들이 정작 자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을 자주 경험한다"(87). 

영유아부부터 청소년부에 이르기까지 연령별로, 그리고 학년별로 예배를 드리다 보니 아무리 대형 교회라도 언제나 공간 부족이라는 어려움이 있었고, 공간이 부족하니 늘 쫓기듯 예배를 드렸습니다. 다음 모임을 위해 장소를 비워주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해, 청소년부 담당 목사님이 부서 통폐합이라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충분히 예배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장 큰 저항은 '부모님들'에게서 나타났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예배시간을 늘리느냐"며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이유는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공부할 시간을 방해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담당목사님은 조용히 물었다고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사랑하는 자녀가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와 1시간 예배를 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 시간 동안 몇 분이나 기도할까요? 그렇게 기도해서 이 어둠고 악한 세상을 상대할 수 있을까요?" 신앙적 고민이 있는 부모님들, 신앙적 양심이 있는 부모님들은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으셨지만, 모든 것을 무시하고 끝끝내 항의하는 부모님들도 많았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 교회, '다음 세대'를 위해 고민하지 않는 교회는 없을 것입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교회는 아무 준비 없이 다음 세대를 세상에, 가상현실에 뺏앗기고 말았고, '다음 세대'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다른 세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실패가 신앙전수의 실패였음을 생각할 때,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원 포인트 통합교육>은 다음 세대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현장 목회의 치열한 고민 속에 완성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교회가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지만, 신앙 교육에 무관심하고 교회 교육을 무시하는 부모님들이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원 포인트 통합교육>은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할 1차적인 책임이 교회가 아니라, 바로 부모에게 있음을 강하게 일깨우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가정의 믿음이 세대를 통해서 확장되길 원하신다"(66).

<원 포인트 통합교육>은 'why', 즉 '왜 교육하는가'를 묻고 또 물으며 그 답을 찾기 위해 신경기 6장의 쉐마 말씀, 즉 하나님의 교육원론으로 다시 돌아가 얻은 결과물입니다. 성경에서 발견한 교육은 '가정이 주도하는 교육'이고, 가정이 주도하는 교육을 이루기 위한 교육 방법이 '원 포인트 통합교육'인 것입니다. 

<원 포인트 통합교육>의 시작은 교육의 중심을 이동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자녀 교육의 제일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원 포인트 통합교육>의 중심은 교실 중심에서 가정 중심으로(어디에서 교육할 것인가), 교사 중심에서 부모 중심으로(누가 교육할 것인가), 지식 중심으로 관계 중심(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바로 하나의 말씀으로 교육 내용을 통합하는 '원 포인트 통합교육'인 것입니다.

<원 포인트 통합교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하나님이 정해 두신 네 가지 때"(133)가 있다는 통찰이었습니다. 그 네 가지 때는 집에 앉았을 때, 길을 갈 때, 누어 있을 때, 일어날 때입니다. 오륜교회에 여기에 주목하여 교육 전략을 세웠는데, 그 전략이 매우 탁월합니다. 혹시 <원 포인트 통합교육>이 우리 교회의 목회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역자들일지라도  오륜교회의 이 네 가지 때 교육 전략만큼은 꼭 배워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원 포인트 통합교육>은 그 동안 교회학교 교육이 왜 실패했는지, 어쩌다 다음 세대가 교회를 지루해하고 교회 교육을 무시하게 되었는지를 뼈 아프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성격적 대안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전략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교육이란 다른 사람의 것을 쉽게 내 것으로 따라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철학'이 중요하고, '방향'이 중요한 것이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교육 현장에 있는 '책임자' 모두가 동일한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지 않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교육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원 포인트 통합교육>이고, 많이 배우기보다 적게 가르치더라도 더 많이 행할 수 있는 교육을 목표로 "모든 교육을 단순화"시켰다고 말하지만, 오륜교회의 사역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쉽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원 포인트 통합교육>은 반드시 "교회와 가정"이 공통된 사명으로 하나를 이루어야만 시도할 수 있습니다. <원 포인트 통합교육>은 반드시 교회와 부모가 함께 읽고 고민해야 할 책입니다. 교회마다 '하나의 말씀으로 세대를 통합'하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나타나고 있기도 하지만,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바랐는지, 아니면 더디더라도 말씀 안에 제대로 뿌리 내리기를 바랐는지는 열매가 말해줄 것입니다. 이 책 덕분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덕분에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제대로 그 줄기를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힌트를 얻었을 뿐 해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이 고민 속에 답이 있다는 확신 속에 기쁨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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