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
조웅연 지음, 청공(이성은) 그림 / 더도어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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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 엔딩 노트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자가 써나가는 인생 이야기도 시간과 함께 쌓여가고 있지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아냅니다. 돌아보면,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이야기도 있고,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찔한 순간들도 있지만, 그런 고비가 없었다면 우리 이야기가 얼마나 밋밋할까 하는 어른스러운(?), 아니면 작가스러운(?) 생각도 해봅니다.


<엔딩 노트>는 그렇게 "살아온 날들"과 "살아가고 있는 날들"을 돌이켜보며 "살아갈 날들"을 그려보는 나만의 다이어리입니다. 질문에 답하며 조용히 노트를 채워갈 때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마법과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빈 칸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에 따라, 아직 누구도 만나보지 못했고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의 결망이 내가 소망하는 해피엔딩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신중하고도, 정성스럽게 대답할 일입니다. 이 다이어리의 제목이 <엔딩 노트>인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지 않나요? ^^


 


 




"당신의 이름을 알려줄래요?"

"이름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도 알려줘요."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고 하면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시작이 특히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질 텐데요, <엔딩 노트>의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기소개로 시작하거든요.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이 단순한 질문에 왈칵 눈물이 쏟아진 것은, 다음과 같은 한 줄 문장에 가슴이 울컥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누군가 고민해서 만든 소중한 이름이에요"(10). 참 따뜻한 노트지요? ^^


이렇게 따뜻하게 나를 마주하게 해주는 <엔딩 노트>라니,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내 별명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별로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특별한 관심사나 취미는 무엇인지, 나의 슈퍼 히어로는 누구인지,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은 언제인지,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는지, 가장 실컷 웃었던 날은 언제인지, 무엇이 그리 즐거웠는지, 살면서 가장 승부욕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뭐 이런 시시콜콜한 걸 묻는 <엔딩 노트>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빈 페이지를 채우기가 망설여지는 건, 또다른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쉽게 쉽게 대답을 하면 후회하게 될 것만 같았습니다. 쉽게 쉽게 흘려버린 순간들을 지금 후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엔딩 노트>는 이 세상 누구보다 '나'를 제대로 만나야 한다는 걸, 그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걸, 내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쉬운 질문에도 <엔딩 노트>의 빈 페이지를 성급하게 채울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나도 모르고 있는 나와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낯선 두려움이 방해를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순간에 웃고, 어떤 순간에 울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며, 어떤 꿈을 꾸어왔는지, 글로 적어놓으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게 나를 객관화하면 내가 아주 낯설어질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아직도 <엔딩 노트>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 채, 대답이 아니라 질문만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대답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대답이기보다, 살아가는 날들, 그리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대답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 때문인 듯합니다.


<엔딩 노트>는 예쁘고, 따뜻하고, 기발한 다이어리입니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나의 이야기,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가는 특별한 다이어리지만, 아직은 나만 알고 싶은 비밀 일기장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엔딩 노트>는 유독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 메시지 안에는 '너를 알고 싶어'라는 또다른 메시지가 숨어 있으니까요. 너를 알고 싶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고백이기도 하니까요. 자서전을 쓰고 싶거나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책이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고, 무엇인가 쓸 수 있게 하는 신비로운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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