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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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세월도 있다. 사람은 산 시간만큼 과거에서 반드시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돌아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맞닿은 손끝의 따스한 열기를 느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매듭, 155).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것, 누구나 당연하게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사실이 회한으로 사무쳐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헤어지고 난 후에야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그 인연이 나에게 정말 소중했음을 깨닫게 된다든지,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 후에야 뒤늦게 그 사람의 진심 혹은 나의 진심을 깨닫고 후회하게 되는 순간이지요.

그런데 모리 에토의 최신작 <다시, 만나다>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이 단순한 공식(사고)을 살짝 비틀어 인생이 경험하는 만남과 헤어짐은 그보다 훨씬 다이내믹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다시, 만나다, 39)라는 한 줄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여기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단순히 늙어가거나 시간(세월)이 흘러가는 것뿐 아니라, 죽음 저 이후의 생(生)까지 확대됩니다.

"지난 8개월 동안 아무리 회한에 찬 밤을 지냈어도, 폭주하는 외로움에 통곡하는 때가 있었어도,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떠오르는 것은 아야의 웃는 얼굴이었다. 나와 교스케 옆에서 깔깔거리고 웃던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이었다"(파란 하늘, 244).

총 6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데, <다시, 만나다>는 단순히 일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 일러스트 작가와 편집자가 우연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서로의 인생(변화)을 지켜보는 증인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던 한 여인이 혼잡한 길거리에서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진 단순한 사고 때문에 우연히 백화점 지하에 들렀다가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를 사온 날의 이야기입니다. 가볍게 사온 반찬거리 하나 때문에 백화점 직원과 한참 실랑이를 벌인 후, 자신이 오늘 살인범과 부딪혀 넘어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모두가 평온한 일상을 연기하고 있지만, 인연과 인연이 얽히고 설키며 운수 나쁜 날이라고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없는 위태로운 일상이 그려집니다. <마마>는 어렸을 때 돌아가신 '마마'가 남편과 아내의 기억 속에서 새롭게 부활하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입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누군가의 기억(상상) 속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공유될 수 있는 것일까요?

<매듭>은 초등학교 때 풀어내지 못한 어두운 기억을 다시 만난 반상회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때의 그 꼬맹이들은 15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만나 비로소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과거로부터 해방됩니다. <꼬리등>은 이 생에서 저 생으로 만남과 헤어짐, 다시 만남을 반복하는 어떤 인연을 보여줍니다.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남은 그렇게 초월적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같은 사람을 몇 번이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이 생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파란 하늘>은 아내를 잃고 자책으로 괴로워하던 남자가 큰 사고를 당할 뻔한 현장에서 죽은 아내가 자신과 아들을 구해주었음을 깨닫고 자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빛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실제였을까요? 환영이었을까요?

"거미집처럼 금이 좍좍 간 눈부신 파랑.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것, 소실된 것은 두 번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이킬 수 없지만, 저 균열들 사이로 빛을 찾으며 살아갈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파란 하늘, 245).

만남과 헤어짐,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짐을 반복하는 6편의 이야기는 그것이 가벼운 만남이든, 중요한 만남이든, 우연한 만남이든, 한 번 이어진 인연은 헤어졌다고 끊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헤어짐이 꼭 아프고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더불어 말입니다. 그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도 있듯이, 헤어짐이 두려워 만남을 거부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만나다>는 잔잔한 이야기 속에 따스한 위로와 뜨거운 열정과 아름다운 슬픔이 녹아 있는 책입니다. 마치 평범해 보이지만 격렬한 우리 인생과 닮았다고나 할까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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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 - 하나님의 지혜로 인생을 항해하다
팀 켈러.캐시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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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약품 수납장이라면

시편은 덧난 피부에 발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연고라 볼 수 있고,

잠언은 의식 잃은 사람을 강한 냄새로 정신 차리게 하는 약에 가깝다.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두란노) 中에서




<잠언>은 지혜를 얻게 하는 책이라 하여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가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읽히는 성경 말씀 중 하나일 것입니다. 총 31장으로 되어 있어서 보통 하루에 한 장씩 읽고 묵상하도록 지도합니다. 두란노의 신간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은 매일 잠언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도록 구성된 매일의 묵상집입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잠언은 개인 독서용이 아니라 나이가 있고 지혜로운 스승과 더불어 학습 공동체에서 공부할 지침서로 기록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팀 켈러는 이 매일의 묵상집을 "사람들과 함께 묵상하는 모임을 만들어 활용하기를 권"하는데(10), 팀 켈러의 이 묵상집 자체가 지혜로운 스승이 되어 <잠언>을 보다 깊이, 보다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이제서야 솔직히 고백하건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하여 어릴 때부터 <잠언>을 열심히 읽어오긴 했지만, 큰 감흥을 느끼거나 재밌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겐 그냥 비슷한 말이 반복되는 일종의 '잔소리'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을 읽으며 <잠언>이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잠언은 시라는 예술 형태를 띠고 있어서 당신 안에 지혜가 방울지려면 잠언과 씨름해야 한다"(7)고 조언합니다. <잠언>의 이러한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잠언>을 읽어 왔으니 묵상이 제대로 되었을 리 없습니다.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에 의하면, <잠언>에서 말하는 지혜(호크마)는 "어떻게 하라고 분명하게 제시된 도덕법(규범)이 없을 때에도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지혜로워진다(명철)는 말은 "남이 한두 가지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개의 선택 방안과 행동 노선을 인지한다"는 뜻입니다. 즉, "명철함은 옳고 그름만의 차이가 아니라, 선, 최선, 그리고 차선의 차이까지도 구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잠언>에서 말하는 지혜(분별력)은 "전략적인 계획 하에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비전뿐 아니라 그 목표를 어떻게 이뤄야 할지를 아는 것, "무언가에 성공하는 법을 아는 것"이 바로 지혜라는 것입니다.

성경 말씀에 보면, 하나님께서 인생들에게 "구하라"고 명하신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성경에 아예 책 한 권(잠언)을 따로 만들어 "지혜를 구하라"고 명하고 계십니다.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은 지혜는 결국 하나님의 선물이지만, 우리가 힘쓰고 애쓸 때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2018년을 마무리하며, 2019년을 새롭게 준비하고 계획해야 하는 요즘, 잘 살기 위해,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이 지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은 "하나님과 생생히 살아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지혜의 절대 필요조건"임을 일깨웁니다. 이 책을 묵상하며, 지혜를 구하는 삶이란 결국 하나님의 사랑에 푹 잠겨 말씀의 인도를 받는 삶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생깁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성경의 가르침을 어떻게 삶으로 옮겨야 할지를 가르치는 데 특별한 은사를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는 데는 채 2-3분이 걸리지 않는 분량입니다. 그러나 그 교훈의 깊이는 '영원'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을 읽으니,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다" 주셨음을 깨닫습니다. 이 책은 절로 예수님이 진정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심을 고백하게 해줍니다. 그 말씀의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서 진한 감동과 전율로 마음에 부딪혀 옵니다. "2019년"이라는 새 날과 함께,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은 나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이 될 듯합니다.





지혜가 우리 안에서 어떻게 길러지는지

잠언 2-4장에 많은 가르침이 나온다.

우선 역설이 등장한다.

한편으로 우리 쪽에서 지혜를 구해야 한다.

지혜가 우리를 향해 외치듯이(1:20-21),

우리도 지혜를 얻고자 소리를 높여야 한다(2:3).

감추어진 보배를 찾듯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2:3-4).

그런데 바로 다음을 보면

지혜란 결국 하나님의 선물이다(2:6).

이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이다.

이 역설 자체도 지혜다.

전적으로 우리 몫이라면 불안에 짓눌려 애쓰다 탈진할 것이고,

우리와 상관없이 하나님 혼자 하시는 일이라면

우리는 주도권 전체를 잃을 것이다.

이 역설이 충분한 동기와 확신 둘 다 가져다주기에

우리는 평생 하나님을 알아 가는데 힘쓸 수 있다.

-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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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브랜드 전도 - 문턱을 낮추면 사람이 보인다
김성태 지음 / 교회성장연구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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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브랜드 파위를 가져야 한다. 교회 이름이 지역에서 호감이 되고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 되어 모두에게 마음껏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브랜드 파워를 가질 때, 그 교회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며, 지역의 중심이 된다. 또 그 교회는 지역을 살리는 중심이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브랜드 전도'라 부르고 싶다(7).

김성태, Lest's 브랜드 전도 中에서

전도에 관해 떠돌아다니는 이야기 중에 "못난이 과일이 일으킨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과일 행상을 하던 할머니를 놀라게 하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과일을 살 때는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고르려고 애쓰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 손님은 못난이 과일만 골라 담았기 때문입니다. 깜짝 놀란 할머니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손님이 이렇게 대답하더랍니다. "저희 교회 목사님이 시장에 가면 반드시 제일 안 좋은 물건을 제 가격에 사라고 하셨어요. 다들 너무 고생하는데 우리가 심하게 깎으면 어떻게 생활하겠냐고요." 이 말을 듣고 감동한 할머니는 이후 그 교회의 홍보대사가 되었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그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궁금했었는데, 그 교회가 삼척에 있는 큰빛교회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Let's 브랜드 전도>는 큰빛교회 이야기입니다. 2명의 성도에서 1,500명으로 부흥했다고 하니 과연 그 교회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올만합니다. <Let's 브랜드 전도>의 핵심은 착한 행실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호감 가는 교회 이미지를 만들고, 칭찬받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들이 교회를 환영하며, 알아서 교회를 홍보해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큰빛교회가 직접 체험한 역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큰빛교회가 삼척 지역에서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하는지, 성도들이 지역에서 얼마나 봉사를 열심히 하는지, 그들의 믿음과 삶이 어떻게 일치하는지에 관한 소문을 듣고 큰빛교회를 찾아온 성도들의 간증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김성태 목사님은, 삶의 모든 순간을 전도의 귀한 기회로 사용하기 위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큰빛교회 김성태 목사입니다"(112)라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척 어색해하다가도 매일 인사를 주고받으면 주민들이 인사를 받아주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누다, 안부를 묻게 되고,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에 마음이 열리게 되면 복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전도 접촉점을 만드는 굉장히 좋은 전도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큰빛교회는 좋은 소문이 넘치는 교회입니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할 때도, 모든 서빙을 도움은 물론 직원들을 존중하는 태도로 자존감을 높여주어 어떤 식당을 가든지 큰빛교회 성도라고 하면 환영을 받는다고 합니다. 좋은 소문이 넘치는 큰빛교회 이야기가 우리 교회에도 많은 도전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 지역을 복음화하는 데 교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큰빛교회 부흥을 이끌어온 김성태 목사님은 "전도의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명하는 것"(90)이라고 말합니다. 매일의 삶 자체가 전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믿음 생활이라고 하면 교회 안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는데, "교회 밖으로 행군하라"는 김성태 목사님의 메시지도 마음에 뜨겁게 와닿았습니다. 신음하는 영혼들, 갈급한 영혼들이 있는 현장(세상)을 향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고민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없이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교회 밖으로 행군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거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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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엮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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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번역은 제각각이지만) 지옥문 입구에 써 있다는 이 구절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단테의 신곡>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이 책은 <단테의 신곡>을 "주석 없이도 읽어 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으며", "한 권으로 원작을 압축하여 정리"한 것이라 저와 같이 이런 고전이 초면인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내자'가 되어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단테의 신곡>은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두려워하던 단테가 세 안내자(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짝사랑했던 여인 베아트리체, 성 베르나르도>의 도움으로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거쳐 마침내 지상낙원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단테와 세 안내자를 따라 아홉 개의 구역으로 분류된 지옥과 일곱 개의 구역으로 구성된 연옥, 그리고 열 개의 구역으로 되어 있는 천국을 따라가다 보면, 주호민의 웹툰 <신과 함께>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신과 함께>가 동양편이었다면, <단테의 신곡>은 서양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다 그렇게 어두운 숲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두려워하던 단테가 빛(불꽃)으로 거하시는 하나님과 대면하기까지의 여정을 지켜보며 한 친구를 떠올렸습니다. 지독히도 가난한 어린 시절에는 돈만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수십 억을 쌓아 놓고도 다툼과 불화가 끊이지 않는 가정을 돌아보며 자기는 절대 행복할 수 없었구나 절망했다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큰 배신을 당한 이후로 공항장애가 시작된 후, 대인기피와 불안증,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으며 동굴 속에 칩거하듯 자기 방안으로 숨어버렸던 친구입니다. 그러던 친구에게 어느 날, 하나님의 빛이 찾아왔고 그 빛이 그 친구 안에 있던 어두움을 거짓말처럼 내몰았다고 했습니다. 그 빛을 경험한 친구는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망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말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증인이라고요. <단테의 신곡>은 그와 같은 어둠 속에서 "제발 저를 좀 구해주십시오"라고 외치며 구원을 갈망하는 한 영혼의 호소 속에서 읽어야 그 내용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책 제목 그대로 명화를 통해 <단테의 신곡>을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꾸며진 책입니다.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도 있고, 또 <단테의 신곡>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단테의 신곡> 속으로 들어가는 '지도'와 같은 책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단테의 신곡>을 꼭 완독하리라 결심했으나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신 분들에게, 그리고 고전을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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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길이 되다
이원식 지음 / 두란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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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우리는 우리말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하나님이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말씀하시기 시작했을까?

<그리스도의 길이 되다>는 2천 년 기독교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게 우리나라에 부어주셨던 은혜를 추적한 책입니다. 보통은 선교사님들이 먼저 들어가서 그 나라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익혀 성경을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교의 과정인데, 우리나라는 선교사님보다 한글로 번역된 성경이 먼저 들어온 이상한(!) 국가였음을 상기시킵니다. 선교사님들이 들어왔을 때는 (선교사를 통해 성경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이미 성경을 읽고 변화받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을 정도였다니, 정말 기이하고도 기이한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님은 이렇게 고백했다고 합니다. "나는 한국에 복음의 씨를 뿌리러 왔는데 열매를 거두기에 바쁘다"(156).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은혜였는지, 존 로스의 동료였던 웹스터도 이런 기록을 남겼습니다. "한 명의 선교사도 찾아온 일이 없는 이곳에, 다만 선양에 와서 진리의 영향을 받았던 몇 사람의 개적인 증언과 함께, 로스에 의해 준비되고 보내진 복음서와 소책자들이 이 놀라운 결과를 일으킨 도구들이었다. 우리가 본 일들은 우리를 겸손하게 하였다. … 우리는 다만 가만히 서서 하님의 구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146).

언제부터 우리는 우리말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리스도의 길이 되다>는 우리말로 된 성경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그 일 속에 얼마나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부어져 있는지를 일깨워줍니다. 우리말로 된 성경 번역 작업은 전혀 다른 두 지역, 만주와 일본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번역되어 이 땅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만주에서는 중국 땅에 와 있던 선교사와 의주 상인들을 통해 한글(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된 성경이 번역되었으며, 일본에서는 일본 땅에 와 있던 선교사와 일본 수신사로 파견된 이수정을 주축으로 처음엔 한문성경에 토를 다는 형식으로, 나중엔 국한문 혼용체를 택해 식자층이 반길만한 성경으로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배운 사람이든 못 배운 사람이든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수 있도록 섭리하신 것을 볼 때,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에게, 우리말로 말씀하고 싶으셨는지 깨달아지며, 그 하나님의 열심에 전율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길이 되다>는 우리가 얼마나 말씀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는지를 기억하게 합니다. 전 재산을 잃고,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 오직 말씀을 읽고 배우기 위해 모든 일을 중단했던 사경회의 유래, 말씀 공부를 하는데 일어났던 놀라운 회개운동과 그 일이 이 땅에 어떤 부흥을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렇게 복음을 받은지 20여 년만에 노회(총회)가 조직되고, 놀랍게도 총회가 조직되자마자 처음으로 한 일이 선교사 파송이었다는 이야기까지 가슴 벅차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국으로 파송된 3명의 선교사 이야기를 읽으며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나라를 읽은 작은 나라에서 왔다고 중국인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우며 선교를 하는 서양 선교사들은 이 가난한 선교사들을 파트너로도 여기지 않았다는데, 성경책 하나 가슴에 품고 그 척박한 땅에 하나님의 말씀을 심겠다는 오직 그 한 가지 목표로 나아간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길이 되다>는 이 땅 가운데 부어진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그 은혜의 첫 단추는 한글성경 보급에 있었음을 기억하게 하며 아직 우리에게 사명이 있음을 일깨웁니다. 이렇게 놀라운 유산을 가졌으면서도 모르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릅니다. 복음과 함께 이 놀라운 하나님의 이야기도 전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극성스러울 정도로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했던 그 열심이 이 책을 통해 다시 회복되어지기를 기도합니다. 







한국 개신교는
성경반포로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이 교회가 되어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성경이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기도하게 했고,
세례 받기 원하게 했고,
교회가 되게 했다.
사람이 교회 건물을 건축하고
세운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교회를 세운 것이다(141).

- 이원식, <그리스도의 길이 되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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