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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노트 -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제임스 히긴스 지음, 박수규 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오늘도 끊임없이 ’창의력’을 강요 당하며 살고 있다.
직장에서는 프로그램도 개발도, 기획서 하나도 창의적으로 작성하라고 다그친다.
성실성, 책임감, 협동심, 근면성 이런 자질보다 창의력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학문에서도 끊임없이 창의력을 요구한다.
대학원에서는 학위 과정을 끝낸 동기들이 창의적인 논문 주제를 찾지 못해
한 두 학기를 그냥 보내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일방적으로 창의력을 강요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끊임없이 타인에게 창의력을 요구한다.
기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쇼핑을 할 때도 제품이 창의적이기를 바라고,
TV를 볼 때도 모든 프로그램이 창의적이기를 바라고,
친구와 만나서 놀 때도 우리가 하는 놀이문화가 창의적이기를 바란다.
그런데 창의력은 타고나는 재능일까, 후천적인 개발이 가능한 재능일까?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는 창의력이 학습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창의력, 배우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개발 가능한 능력인 것이다.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는 경영학 이론을 응용하여
창의력을 학습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도표화하고, 법칙화해냈다.
이 책에는 창의력을 훈련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법들이 참 많이 나온다.
그중 구성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메모 쪽지에 적은 뒤,
의견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크로퍼드의 메모 활용법>은
나도 연습하고 경험한 적이 있는 방법이라 반가웠다.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에서 소개하는 창의력 기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조직 경영에서 사용하는 문제해결 프로세스(process)를 활용한 것이다.
이 프로세스를 창의력 과정으로 옮겨오는 관건은
저자도 당부하듯이 "이 기법들을 의식적으로 계획해서 활용하는 것"(p. 319)이다.
첫째, 프로세스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우선은 단계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둘째, 단계적으로 사고하되 동시에 전 과정을 통합할 사고할 줄 알아야 하며,
셋째, 그 사고의 과정을 익히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에 등장하는 사례 중에
하나의 아이디어로 세계를 재패한 경영계의 신화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로또에 당첨되듯이 순전히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어느 순간 섬광처럼 스치듯 떠오른 아이디어들도
사실은 끊임없이 사고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잉태된 행운일 것이다!
창의력, 사실 이렇게 저렇게, 바로 보고 뒤짚어 보고 하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다시 고민하는 것밖에 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MBA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창의력 노트]에서 소개하는
창의력 기법을 읽어가며 드는 생각은 창의력은 그 자체로 독립된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응용력, 이해력, 유머 감각, 유연성, 논리력 등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딪히는 실행능력, 저돌적이고 도전적인 자세,
게다가 서로 협력하고 다른 사람에게서도 배울 수 있는 겸손함까지
그야말로 여러 가지 덕목들이 버무려져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 창의력인 것 같다.
별로 가진 것도 없고, 특별한 재능도 없지만,
창의력 하나가 쑥쑥 자라서 빛나는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를 재패하고 인생이 통째로 장미빛으로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꾸어본다.
창의력은 원래 이렇게 엉뚱한 꿈과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