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 -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 미국판 탈무드 생각 쑥쑥 어린이 시리즈 1
제임스 M. 볼드윈 지음, 김희정 옮김, 이정헌 그림 / 스코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는 역사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고, 
가르침과 지혜를 ’이야기’ 형태로 전수해왔다.
나는 ’이야기’가 지닌 교육의 힘을 알고 있다.
이야기는 재밌고 감동적이며,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에 한번 들은 이야기라도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며,
시간과 공간과 문화를 뛰어넘어 구전되고 전수되는 전달력도 강하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훈계를 듣고 야단을 맞았던 기억 중에, 
이야기를 통해 가르쳐주신 것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에 비유를 들어 이야기로 말씀하셨다.

’미국판 탈무드’라고 소개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저자 제임스 M. 볼드윈은 어린이책 저술과 심리치료로 많은 공을 세운 분인데,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고,
아이들의 놀라운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에는 
고전, 역사, 우화, 신화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한 
50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유명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50가지 중에 내가 아는 이야기는 10가지도 안 되었다.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골랐는데, 모르는 이야기가 많으니 갖고 싶은 욕심도 살짝 생긴다.
요즘 어린이 도서를 읽고 그 수준이 상당함을 느낄 때마다, 은근히 긴장하게 된다.

이 책은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이라는 부제에 맞게
50가지 이야기마다 제목에 이야기가 담고 있는 
핵심 가치(용기, 배려, 약속, 지혜, 믿음, 사랑, 자기계발 등)를 주제어로 제시해주고,
이야기 사이사이에 <역사 속으로 폴짝!>이라는 코너와 <생각꾸러미>라는 코너를 넣었다.
그런데 이러한 장치들이 원서에도 동일하게 있는지 궁금하다.
<역사 속으로 폴짝!>에서 간혹 한국적인 상황을 따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
번역 출판할 때 새롭게 구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원서와 동일한 코너인지, 새롭게 구성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생각꾸러미>라는 코너가 좀 아쉽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대한 보충설명을 담고 있거나, 질문을 통해 생각해볼 꺼리는 제공하는데,
나는 이것이 오히려 ’이야기’가 주는 상상력을 제한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내용이 틀에 박히게 계몽적이고 지시적이며,
어떤 적용 질문들은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과 교훈을 벗어나는 것도 있다.
나라면, 이야기의 무궁무궁진한 세계를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야기’를 통해 감동 받고, 무엇인가를 스스로 깨닫도록 말이다.
(물론, 교육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라 조심스럽기는 하다.)

또 한가지 ’아메리가 대륙을 찾아서’(pp. 166-168)라는 이야기를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는 백인이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국토는 온통 숲으로 덮여 있었고, 지금의 커다란 도시와 멋진  농장들이 들어서 있는 곳에는
당시 미개한 인디언들과 들짐승들이 어슬렁거리는 숲과 늪만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미국인 저자다운 표현이다.
다문화, 다인종 시대에 역행하는 이러한 표현에는 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앞에서 다룬 ’포카혼타스’의 이야기 제목은
’포카혼타스의 작은 용기’이다(그냥 용기도 아니고 작은 용기!).

재미있게 읽었는데 두 가지 딴지를 건 것이 좀 미안하지만,
교육하는 어른들이 함께 고민해보자는 뜻에서 용기 있게 의견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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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는 봄 (반양장) 지만지 고전선집 157
프랑크 베데킨트 지음, 김미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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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용어가 있다. 
’19금’과 ’성인전용'이라는 용어이다.
’19’라는 생물학적 나이에 도달하기까지 금해지는 것들이
’성인전용’에서는 무엇이든지 가(可)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건전'한 환경은 성인에게도 필요하다.
우리가 금지와 허용의 경계를 그어야 할 곳은
소비하는 대상보다 소비되는 내용이 더 먼저이여야 하지 않을까.
'진리'라는 개념 자체도 부정되고 의문시 되는 포스터모더니즘 시대에 
이러한 문제제기가 스스로도 상당히 고루하다고 느껴지지만 말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 의식이 눈뜨는 과정을 그렸다는 <눈뜨는 봄>이라는 극작품은
바로 이 둘의 경계를 모두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담고 있다.
'청소년기의 성'이라는 금기를 최초로 문학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작가는
선입견과 위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성 문제를 다룬 '선구자'의 자리를 점하고 있다.
<눈뜨는 봄>은 1890/1891년에 발표된 극작품인데, 1906년까지 초연을 할 수 없었고,
1912년에야 비로서 법원의 최종 결정으로 자유로운 공연 허가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눈뜨는 봄>은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를 이렇게 소개한다.
"프랑크 베데킨트는 동시대인들을 놀라게 하고 시민들을 두렵게 만든 존재였다. 
금기 안에서 보호받고 유지되던 사회는 베데킨트로 인해 도전과 충격을 받았다. 
사회는 그를 평화를 교란하는 자로 구분하고 검열과 판결로 박해했다.
왜냐하면 베데킨트는 성 문제를 원초적인 사건으로 묘사하며, 
성을 문명과 인습이 조종으로 소외된 시민 존재 속으로 침입한 
혼돈스러운 자연의 힘으로 묘사한 최초의 작가에 속한다."

<눈뜨는 봄>은 청소년들 사이에 성 의식이 깨어남을 보여준다.
14살 되는 소녀 벤들라 베르크만은 어머니가 성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를 원하지만,
점잔을 빼는 베르크만의 어머니는 난처한 딸의 물음을 회피하며 뿌리칠 뿐이다.
김나지움 학생들인 멜히오어 가보어와 모리츠 슈티펠은 
생식과 출산에 관한 터부에 대해 추적하려고 한다. 

청소년기의 성의식과 더불어, 세대간의 갈등과 사회의 그릇된 교육 아래서,
죄의식과 억압과 혼란으로 파괴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눈뜨는 봄>은 
20세 초 청소년 비극들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모리츠라는 겁많은 청소년은 학교에서 낙제하게 되자,
부모의 압력을 피해 미국으로 도주하려다 실패하자 권총으로 자살한다.
멜히오어와 벤들라는 건초 창고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경험하고, 벤들라는 임신하게 된다.
벤들라의 어머니는 캔들을 막기 위해 돌팔이 산파에게 딸을 맡꼈다가 
결국 벤들라는 죽고 만다.

초연에서부터 스캔들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눈뜨는 봄>은
그 주제의식이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유효한 토론의 주제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금기시 되었던 성 문제를 거침없이 다룬 최초의 문학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작품이다.
다만, 세밀한 묘사나 설명 없이 등장인물의 대사로 전달되는 극작품이라 
일반적인 독서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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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도 법칙이 있다 - 우연을 기회로 바꾸는 인생
요시히코 모로토미 지음, 정세환 옮김 / 앱투스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커리어 심리학’에서 배우는 행운을 부르는 지혜


당신은 행운을 불러들이는 타입인가? 행운을 놓치는 타입인가? 만일 당신이 '목표 지향형' 사람이라면, 당신은 지금 수많은 우연이 가져줄 행운을 차버리는 '서툰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목표 지향형' 사고를 바탕으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이 방법은 의외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또 노력만큼 큰 결실을 맺기도 어렵다. 목표 지향형 방법이 통용되는 환경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사고방식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목표 달성'뿐이고, 인생은 그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 지향적'인 삶을 성실한 삶의 모범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저자의 이러한 설명은 충격에 가까웠다.

<행운에도 법칙이 있다>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고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큰 고비에 직면했을 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을 때, 이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요인의 80%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우연한 사건과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증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우연히 친구를 따라간 오디션 현장에서 발탁되어 인기 스타가 되었다든지, 우연한 계기로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든지, 인생의 큰 전환점을 이루는 계기가 '우연'을 통해 찾아온 사례가 많다.

<행운에도 법칙이 있다>는 한마디로 '우연을 기회로 바꾸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우리를 '행운체질(성공체질)'로 바꾸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힌다. 이 법칙은 커리어 심리학(계획된 우연성 이론 : Planned Happenstance Theory)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가 관건이다. 첫 번째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 ’이런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순수하고 강한 갈망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연히 나에게 일어난 사건이나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몸에 익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연을 기회로 바꾸려면, '열린 마음', '결단력', '위험을 감수하는 능력', '유연성'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우연(운 좋은 사건이나 만남)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그만큼 기회도 자주 다가온다는 뜻이다. 진정한 행복과 성공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과 성공을 이루는 데 계기가 되었던 사건(만남)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끌렸다면 망설이지 않고 즉시 행동에 옮기는 특별한 행동력을 가지고 있다. 

우연을 기대하는 마음은 '요행'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탄력적이고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인 삶의 자세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줄지 모르니 사소한 만남도 소중하게 여기고, 목적 없이 대형 서점을 거니는 등 세상과 소통하는 더 많은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계획된 우연성 이론’에서 말하는 진정한 성공자란 우연한 만남이나 사건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보다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심리학에 기반한 <행운에도 법칙이 있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우리를 무장시켜 세상 속으로 들여보낸다. 갇힌 방 안에 홀로 앉아서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변화를 원한다면, 행운을 원한다면 '밖으로' 나가자. 사소한 만남도 소중히 여기며, 세상과 부딪치자. 행운은 우리가 "Yes"라고 말할 때, 응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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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as Brand Vol.10 : 디자인 경영 유니타스브랜드 10
유니타스브랜드 잡지 기획부 엮음 / (주)바젤커뮤니케이션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21세기는 Digital, DNA, Design으로 구성된 3D의 시대이다. - 스티브 잡스 - 

<유니타스 브랜드> 시리즈는 스스로를 잡지가 아니라, ’참고서’라고 소개한다. 2008년 9월 1일부터 정부에서 인정한 독서 통신 교육의 브랜드 교재로 채택된 우리나라 최초이며, 유일한 브랜드 전문 매거북시리즈란다.

즐기듯 읽으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는데 내용이 묵직하다. 실제로 구성은 잡지처럼 되어 있지만, 내용은 디자인 이론과 실무, 그리고 정보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과 ’경영’에 관해서 최신의 이론을 배우게 하고, 치열한 디자인 현장을 체감하게 하고, 따끈한 정보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독보적인 디자인 경영 ’참고서’라 할만하다. 관련 잡지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추어인 내가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참신하며 권위 있는 내용을 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디자인 경영을 ’뫼비우스 경영’이라고 정의내린다. "디자인 경영의 컨셉 용어인 뫼비우스 경영은 말 그대로 브랜드(내부)를 디자인(외부)으로 연결하는 무한 개념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그 자체의 가치가 무한하며 브랜드 경영의 무한 가치의 근원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디자인은 통합과 무한의 실체이다." 

이 책의 편집장인 권민은 "디자인 경영과 브랜드 경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따라서 디자인 경영을 단순히 경영 트렌드로 인식하거나, 아니면 여러 개의 전략 중 하나로 생각하면 잘못 판단한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서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학술 세미나 또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하는 나는 전공 분야도 아닌 디자인 관련 업무를 많이 맡아왔다(판권에 이 책의 스탭으로 소개된 PHOTOGRAPH STUDIO H의 PHOTOGRAPHER 김학중 실장님과도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그분의 이름을 발견하니 무척 반갑다). 어떤 일도 디자인과 관련 되지 않은 업무가 없고,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가 없다. 교육 교재는 물론, 팜플릿, 초청장, 포스터, 현수막, 순서지, 하다 못해 명찰에 방명록까지 모든 업무의 최종 가치와 결과는 모두 디자인에서 좌우된다. 요즘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할 때도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는다. 똑같은 내용도 어떤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담아내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호감도, 호응도, 경쟁력이 달라진다. 

유니타스 브랜드(Unitas BRAND)의 열 번째 책은 특집으로 디자인 경영이 무엇인가에서부터,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어주고 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경영의 모델로 항상 거론되는 브랜드 ’애플’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애플의 디자인 경영 관련 글은 특히나 반가웠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현대카드(M)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상당히 전문적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내용의 책이 아니지만, 우리 생활에 디자인과 관련 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신선하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경영을 다루는 책답게 여느 잡지보다 구성과 자체 디자인도 과감하고 재미있어 그것 자체로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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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 인생의 아름다움을 즐긴 인상주의 화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7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로 좋아한 사람!


어떤 화가는 그의 작품보다 '그'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지는 화가가 있다. 그런데 마로니에북스의 <르누아르>를 읽기 전까지 내게 르누아르라는 화가는 그의 이야기보다, 그의 작품을 앞에 두고 그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지는 화가였다. 르누아르의 삶에 대해서는 '지병인 관절염(만성류머티즘)이 점점 악화되어 결국 말년에는 붓을 손가락에 묶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내가 그에 대해 아는 전부일 뿐이여서 더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 그 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보다는 어디선가 읽은 글 때문에,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나만의 은밀한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르누아르 그림에 대한 나의 가장 첫 번째 관심은, 그가 즐겨 사용했다는 "선명한 녹색 및 순수한 청색에 의해 돋보이는 적색, 귤색, 황색"을 발견하는 일이다. 마로니에북스의 <르누아르>를 읽으면서도,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나의 눈은 계속해서 '선명한 녹색 및 순수한 청색에 의해 돋보이는 적색, 귤색, 황색'을 찾고 있었다. 그 매력적인 색체는 마음과 기분까지 맑게 해주는 강렬한 힘이 있다.

르누아르는 결국 인상파와 결별하고 말지만, 그의 초기 작품들은 인상파 그림의 전형답게 반짝이는 색채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 르누아르는 사랑스럽고 신선한 느낌의 이미지를 그린 화가라고 평가 받는다. 르누아르는 파리의 즐거운 주말 풍경, 센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 저녁나절의 오페라 극장 공연, 무도회, 금발 소녀의 유쾌한 일상, 삶을 관조하는 소녀의 시선 등 생기에 가득찬 일상생활의 단편을 작품에 담았다. 평론가들은 이것을 "빛나는 삶의 환희"라고 묘사하는데, 그 묘사만으로도 눈이 부시다.

마로니에북스의 <르누아르>를 읽으며, 르누아르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내게 인상적인 것은 그림에 대한 그의 태도이다. 그는 그림 그리기를 정말로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다. 특히나 노년에 날이갈수록 자유를 구속하는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열정이 경이롭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그의 그림은 쾌활하다는 것이다. 그림의 배경은 신선하고 밝은 빛이 가득해서 생동감을 준다.

책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그의 욕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노년에 그의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으며 팔이 캔버스에 닿을 수 있도록 특별하게 설계된 의자를 타고 캔버스 앞까지 가야 했다. 그의 손은 붓을 더 이상 잡을 힘이 없었고 종종 가브리엘레가 약해진 그의 손이 상하지 않도록 하려고 손에 천을 감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졌다."

꿈 같은 일이지만 그의 작품 중에 하나를 소장할 수 있다면, <라브리엘레, 장, 여자아이>라는 작품을 고르고 싶다. 책은 '일상의 한 장면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구도는 매우 종교적'이라고 해석하는데,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림에 가득한 따뜻한 정감과 평화로운 분위기에 도취되어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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