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는 봄 (반양장) 지만지 고전선집 157
프랑크 베데킨트 지음, 김미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용어가 있다. 
’19금’과 ’성인전용'이라는 용어이다.
’19’라는 생물학적 나이에 도달하기까지 금해지는 것들이
’성인전용’에서는 무엇이든지 가(可)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건전'한 환경은 성인에게도 필요하다.
우리가 금지와 허용의 경계를 그어야 할 곳은
소비하는 대상보다 소비되는 내용이 더 먼저이여야 하지 않을까.
'진리'라는 개념 자체도 부정되고 의문시 되는 포스터모더니즘 시대에 
이러한 문제제기가 스스로도 상당히 고루하다고 느껴지지만 말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 의식이 눈뜨는 과정을 그렸다는 <눈뜨는 봄>이라는 극작품은
바로 이 둘의 경계를 모두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담고 있다.
'청소년기의 성'이라는 금기를 최초로 문학의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작가는
선입견과 위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성 문제를 다룬 '선구자'의 자리를 점하고 있다.
<눈뜨는 봄>은 1890/1891년에 발표된 극작품인데, 1906년까지 초연을 할 수 없었고,
1912년에야 비로서 법원의 최종 결정으로 자유로운 공연 허가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눈뜨는 봄>은 작가 '프랑크 베데킨트'를 이렇게 소개한다.
"프랑크 베데킨트는 동시대인들을 놀라게 하고 시민들을 두렵게 만든 존재였다. 
금기 안에서 보호받고 유지되던 사회는 베데킨트로 인해 도전과 충격을 받았다. 
사회는 그를 평화를 교란하는 자로 구분하고 검열과 판결로 박해했다.
왜냐하면 베데킨트는 성 문제를 원초적인 사건으로 묘사하며, 
성을 문명과 인습이 조종으로 소외된 시민 존재 속으로 침입한 
혼돈스러운 자연의 힘으로 묘사한 최초의 작가에 속한다."

<눈뜨는 봄>은 청소년들 사이에 성 의식이 깨어남을 보여준다.
14살 되는 소녀 벤들라 베르크만은 어머니가 성에 대해 이야기해주기를 원하지만,
점잔을 빼는 베르크만의 어머니는 난처한 딸의 물음을 회피하며 뿌리칠 뿐이다.
김나지움 학생들인 멜히오어 가보어와 모리츠 슈티펠은 
생식과 출산에 관한 터부에 대해 추적하려고 한다. 

청소년기의 성의식과 더불어, 세대간의 갈등과 사회의 그릇된 교육 아래서,
죄의식과 억압과 혼란으로 파괴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눈뜨는 봄>은 
20세 초 청소년 비극들의 모범이 되었다고 한다.
모리츠라는 겁많은 청소년은 학교에서 낙제하게 되자,
부모의 압력을 피해 미국으로 도주하려다 실패하자 권총으로 자살한다.
멜히오어와 벤들라는 건초 창고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경험하고, 벤들라는 임신하게 된다.
벤들라의 어머니는 캔들을 막기 위해 돌팔이 산파에게 딸을 맡꼈다가 
결국 벤들라는 죽고 만다.

초연에서부터 스캔들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눈뜨는 봄>은
그 주제의식이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유효한 토론의 주제가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금기시 되었던 성 문제를 거침없이 다룬 최초의 문학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작품이다.
다만, 세밀한 묘사나 설명 없이 등장인물의 대사로 전달되는 극작품이라 
일반적인 독서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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