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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 인생의 아름다움을 즐긴 인상주의 화가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17
가브리엘레 크레팔디 지음, 최병진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로 좋아한 사람!
어떤 화가는 그의 작품보다 '그'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지는 화가가 있다. 그런데 마로니에북스의 <르누아르>를 읽기 전까지 내게 르누아르라는 화가는 그의 이야기보다, 그의 작품을 앞에 두고 그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지는 화가였다. 르누아르의 삶에 대해서는 '지병인 관절염(만성류머티즘)이 점점 악화되어 결국 말년에는 붓을 손가락에 묶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내가 그에 대해 아는 전부일 뿐이여서 더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 그 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보다는 어디선가 읽은 글 때문에,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나만의 은밀한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르누아르 그림에 대한 나의 가장 첫 번째 관심은, 그가 즐겨 사용했다는 "선명한 녹색 및 순수한 청색에 의해 돋보이는 적색, 귤색, 황색"을 발견하는 일이다. 마로니에북스의 <르누아르>를 읽으면서도,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나의 눈은 계속해서 '선명한 녹색 및 순수한 청색에 의해 돋보이는 적색, 귤색, 황색'을 찾고 있었다. 그 매력적인 색체는 마음과 기분까지 맑게 해주는 강렬한 힘이 있다.
르누아르는 결국 인상파와 결별하고 말지만, 그의 초기 작품들은 인상파 그림의 전형답게 반짝이는 색채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 르누아르는 사랑스럽고 신선한 느낌의 이미지를 그린 화가라고 평가 받는다. 르누아르는 파리의 즐거운 주말 풍경, 센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 저녁나절의 오페라 극장 공연, 무도회, 금발 소녀의 유쾌한 일상, 삶을 관조하는 소녀의 시선 등 생기에 가득찬 일상생활의 단편을 작품에 담았다. 평론가들은 이것을 "빛나는 삶의 환희"라고 묘사하는데, 그 묘사만으로도 눈이 부시다.
마로니에북스의 <르누아르>를 읽으며, 르누아르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내게 인상적인 것은 그림에 대한 그의 태도이다. 그는 그림 그리기를 정말로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다. 특히나 노년에 날이갈수록 자유를 구속하는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열정이 경이롭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환경 속에서도 그의 그림은 쾌활하다는 것이다. 그림의 배경은 신선하고 밝은 빛이 가득해서 생동감을 준다.
책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그의 욕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노년에 그의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으며 팔이 캔버스에 닿을 수 있도록 특별하게 설계된 의자를 타고 캔버스 앞까지 가야 했다. 그의 손은 붓을 더 이상 잡을 힘이 없었고 종종 가브리엘레가 약해진 그의 손이 상하지 않도록 하려고 손에 천을 감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해졌다."
꿈 같은 일이지만 그의 작품 중에 하나를 소장할 수 있다면, <라브리엘레, 장, 여자아이>라는 작품을 고르고 싶다. 책은 '일상의 한 장면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구도는 매우 종교적'이라고 해석하는데,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림에 가득한 따뜻한 정감과 평화로운 분위기에 도취되어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