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 - 대안학교를 꿈꾸는 학부모, 학생들을 위한 졸업생 15인의 리얼 보고서
김한성 외 14인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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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을 대신할 대안을 찾아


"대안교육은 '어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가, 즉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교육을 대하는가, 즉 '철학의 문제다"(10).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나와 내 또래의 보통 친구들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학교 생활을 보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올 때 인문계와 실업계로 한차례 걸러지며, 인문계에 진학한 우리에게는 '대입'이 당연하고도, 당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주어졌다.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며 대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미치 듯이 달리는 학교 생활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러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줄곧 1등급 성적을 유지했던 내 친구는 사춘기를 겪으며 성적이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내신을 위해 과감히 자퇴를 선택했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교문을 나서는 내 친구는 몹시도 서럽게 울었다. 숨막히는 학교 생활이었지만, 공교육이라는 제도권 밖으로 튕겨져 나가며 친구는 자유로움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느꼈던 것이다. 그것은 교문 안 운동장에서 친구를 보내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겁쟁이였던가.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행복은 성적순이고, 학교는 아직도 입시 전쟁 중이지만, 그래도 '대안학교'라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학교부적응 청소년들이 다니는 자율 학교인 줄 알았다. 이 책을 계기로, 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귀족학교'라고 불리는 대안학교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는 '대안교육의 현장에서 자라난 1세대 청년들 15명'에게 직접 듣는 '대안학교 이야기'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동기에서부터 대안학교를 거쳐 지금의 삶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직접 경험한 대안학교의 장단점은 물론 그들이 꾸었던 꿈, 직면했던 문제, 삶의 고민까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대학에 꼭 가야 하나에서부터,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 대안학교도 결국은 대입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잘 사는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가에 이르까지 여러 가지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삶의 고민으로 이어져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하나 같이 주도적이며 당차다. 대안학교 성공사례 분위기라고나 할까. 우리는 '교육'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가르침을 통해 영향을 미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한다. 그 사람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역량을 끄집어내어 길러주는 것도 교육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을 벗어나 대안교육의 현장에서 자라난 1세대 청년들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역량을 개발해줄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산 증인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들의 선택과 삶 뒤에는 '부모'의 절대적 지지가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성장 뒤에는 당사자 못지 않은 부모의 고민이 함께 녹아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가장 큰 행운은 바로 그들에게 '좋은 부모'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육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겠지만, 부모의 교육 철학만 바로 세워도 얼마든지 행복한 자녀를 길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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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슬픔 - 엉뚱발랄 과부 소피의 팍팍한 세상 건너기
롤리 윈스턴 지음, 송정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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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걸어보자.
"인생아, 다시 행복해져라! 이~얍!"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르게 다 읽었다. 남편을 암으로 잃은 서른여섯 미망인의 위태로운 일상을, 그 극한 상실의 고통을,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곧 무너져 내리고 말 것 같은 내면을, <좋은 슬픔>은 치밀하게, 그러나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이끌어가는 큰 줄기는 '상실의 고통'이다. 작가는 '부인,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이라는 슬픔의 다섯 단계를 차용하여(546 / 슬픔의 다섯 단계는 15가지 소제목 안에 끼어 있다), 주인공 '소피'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것을 이 책을 재밌게 읽는 하나의 포인트이다. <좋은 슬픔>은 소피의 '부인'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나는 겨우 서른여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 비로소 결혼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데, 지난 3년간 살면서 남편이라는 호칭에 겨우 익숙해졌는데"(8). 슬픔의 단계를 건너는 소피는 우리의 가벼운 위로가 슬픔을 당한 사람을 어떻게 괴롭힐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위로는 상처를 헤집는 비수가 된다. 상실의 고통, 그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괴로움인지, 그 슬픔이 너무나 선명하여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따가웠다.

동갑내기 친구와 결혼을 했던 나의 이모는, 마흔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모부를 2년 동안 간호했고, 결국은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그렇게 이별해야 했다. 그후 매일 미친 듯이 산에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 장례식 후 석 달만에 다시 만난 이모의 몸무게가 30kg으로 줄어 있었다. 이모는 괜찮다며 웃었고, 나는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었다. 그때 이모가 혼잣말 처럼 자주 내뱉었던 말이 이것이었다. "어떻게 내가 미망인이 될 수 있지?"(8). 이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모의 부재가 더 크게 실감난다고 했다. 왜 미친 듯이 산에 오르는지 물었더니, '기억'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나면 남겨진 사람은 매일 밤 끝나지 않을 악몽과 함께해야만 한다"(147).

<좋은 슬픔>을 읽는 두 번째 포인트는 여성의 일상과 삶의 문제를 읽는 것이다. <좋은 슬픔>은 '아이러니'를 장치로 하여 누구의 삶에도(특히 여성), 언제라도, 갖가지 불행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소피는 혼자만 사막에 던져진듯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에단의 부재라는 고통을 홀로 겪으며 서 있다. 그러나 슬픔을 견디고 있는 것은 소피만이 아니었다. 소피의 친구 루스는 대학시절 최고의 퀀카였지만, 말도 안 되는 여자와 바람이 난 남편에게 버림받았다. 소피의 시어머니 마리온은 소피와 대조적으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우아한 미망인이었지만,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치매를 앓게 된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피가 '큰언니' 역할을 맡은 크리스털은 한창 꿈많을 청소년이지만, 부모님의 무관심 속에 자해를 하며 스스로를 학대한다.

"사실은 나도 우아한 미망인이 되고 싶다. 재키 케네디 같은 미망인이 되고 싶단 말이다. 가냘프고 차분하며 품위 있고 우아한 미망인. 하지만 나는 잭 다니엘스 유의 미망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슈퍼마켓에서 통곡하지 않나, 샐러드 바에 있는 샐러드는 몽땅 담아 오질 않나, 헝클어진 침대처럼 산발하고 있지 않나"(48). 소피의 일상은 슬픔의 무게에 짓이겨진다. 잇몸이 부을 정도로 오레오 쿠키를 먹어대고, 옷을 입은 채 잠이 들고, 슈퍼에서 일하는 10대 남자아이 손목을 붙잡고 울고, 목욕 가운을 입고 출근을 하는 이상 증세까지 보이고, 강박 신경증에 공항 장애까지. 그녀의 일상은 점점 더 무기력해져 간다. "하지만 난 상실을 겪으면서 너무 많이 지쳐버렸다"(55).

사춘기에는 엄마를 잃고, 서른여섯 살에는 남편을 잃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부심을 가졌던 직장까지 잃고,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일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소피. 상실의 고통으로 계속 무너져 내리는 소피. 이런 무기력한 소피를 다시 일으켜주는 것은, 타인의 슬픔이었다.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친구를 돕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화해하며, 버려진 크리스털에게 마음을 주면서, 그렇게 서로의 불행을 감싸 안으며, 소피의 슬픔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녀의 희망처럼 말이다. "일 년이 흐른 어느 날 아침, 에단과 함께 나누고 싶은 뉴스들이 알람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일이 있을 것이다. 월드 시리즈에서 어느 팀이 우승했는지, 누가 대통령에 출마했는지 같은. 하지만 에단을 생각하며 울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그를 떠올리며 미소 지을 것이다. 보플을 날려버리듯 슬픔을 살짝 튀겨 날리면서 말이다"(201).

<좋은 슬픔>의 작가 롤리 윈스턴은 "반드시 '슬픔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거예요"(547)라고 말한다. 슬픔은 이겨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타인에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치어리더가 될 필요가 있다. "내 앞에서는 그렇게 치어리더처럼 굴더니 왜 자신한테는 그렇게 못하는 거니?"(223)

<좋은 슬픔>은 5년에 걸쳐 집필되었다고 한다. 소피(여성)의 일상과 내면에 밀착된 묘사가 치밀하고 사실적이면서도, 슬픔을 풀어가는 해법이 경쾌하고 따뜻하다. 눈물을 흘리면서 웃을 수 있는 신비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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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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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대 직전만 해도 인간의 기대수명은 35세에 불과했다. 사람이 죽는 건 아주 흔했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죽음을 당연히 받아들였다"(171).

 
우리는 '죽음'이라는 끔찍한 운명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 같다. 당연하게 내일을 설계하고, 자주 오늘의 삶을 지루해하니 말이다. 기욤 뮈소는 우리가 입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불쑥 꺼내들었다. <그후에>를 통해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셨습니까?" 몇몇 작품을 통해 만나본 기욤 뮈소는 늘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사랑을 이야기했었다. 그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는 사랑을 믿지 않는 나의 얼음장 같은 마음을 녹이기에도 충분했었는데, 그는 왜 이처럼 어둡고 무서운 화두를 던지는 것일까. <그후에>를 다 읽고 난 뒤에 알게 된 사실은, 이것이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고,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죽을 준비가 되셨니까?"라는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졌던 화두였던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닐 것 같다. 잔인하지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별이 더할 수 없이 안타깝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욤 뮈소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방식으로, <그후에>도 날짜와 장소로 장면이 구별된다. 12월 9일 맨해튼의 아침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12월 25일 눈부시게 찬란한 크리스마스 날 끝이 난다. 행복해서 더 슬픈, 사랑해서 더 아픈, 그 정점에서 막을 내린다.

네이선 델 아미코는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하는 변호사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가렛 굿리치라는 낯선 의사가 그를 찾아오면서 모든 것이 혼란에 빠져들고 만다.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메신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굿리치. 굿리치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가 예견한 대로 두 사람이 차례로 죽음을 맞이하자 네이선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죽음을 예견하는 메신저가 왜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 네이선은 이혼했지만 여전히 끔찍하게 사랑하고 있는 아내 말로이와 딸 보니를 찾아간다. 굿리치의 말대로 죽기 전에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과 화해하고'(399) 떠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며 죽음을 준비하던 네이선은 굿리치의 정체를 알고 경악한다. 그와 함께 잊고 있었던 어릴적 기억과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되는 네이선!

"이야기 흐름을 단숨에 뒤집는 압도적 반전!"이라는 문구 때문에 마지막 장을 먼저 읽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그렇게 하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네이선이 느끼는 충격과 고통과 반응을 그대로 따라가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후에>는 '죽음'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네이선을 통해 죽음 앞에 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사실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직업적인 성공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지만 추운 밤에 그걸 베개 삼아 잠들 수는 없는 일"(마릴린 먼로, 23)이라고. "사는 법을 배우다 보니 어느새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아라공, 214)고 탄식하기 전에, 어서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과 화해하라고 말이다. 

기욤 뮈소는 "매일 매일 죽음을 향해 가다 마지막 날 거기에 이르는"(몽테뉴, 195) 우리의 잔혹한 운명을 차분하게 알린다. "사람들은 가슴 아픈 사실을 좀체 믿으려 하지 않지만"(오비디우스, 45) 우리 모두 반드시 그곳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부디, 밤낮으로 이것을 명심하라"(키케로, 170)고 말이다. 죽음의 여행을 앞둔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 하나 바로 사랑이다. 서로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랑!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 바닷물도 그 사랑의 불길 끄지 못하고, 강물도 그 불길 잡지 못합니다"(28).

<그후에>를 읽으니, 기욤 뮈소의 사랑 이야기가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 같다. '죽음' 앞에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반응 중에, 기욤 뮈소는 그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택했다. 그러나 내가 읽은 그의 사랑 이야기 중에 <그후에>가 가장 잔인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더 미치도록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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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영어 큐티 매일 영어 큐티 1
박은영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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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성경으로 매일 큐티해요!





이 책을 받았을 무렵, 아픈 일을 겪었습니다. 가족처럼 사랑했던 강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그 어미 강아지를 잃은 것이 겨우 1년 전이었기 때문에, 1년 만에 다시 이런 일을 겪으며 마음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일을 허락하신 하나님에 대한 원망까지 차올라 더욱 괴로웠습니다. 아프게 울고 있는 가족들에게 한마디 위로도 건네지 못했습니다.

기도조차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마음으로 가만히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을 때, 책상 위에 올려진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00일 동안 영어성경을 읽으며, 영어로 큐티를 할 수 있도록 꾸며졌는데, 두 번째 날의 말씀이 "Thanks in Everything"(모든 일에 감사를)이었습니다. 본문 말씀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첫 문장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하나님은 "all"이라고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감사하라고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내게 허락하신 모든 일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라고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매일영어큐티>에 제시된 기도문은 바로 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신앙고백을 드리는 심정으로 기도문을 따라 읽을 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Lord God, I knew that I had to give thanks in everything, but that was not easy for me. When the things I don't really want happened, I grumbled a lot. Now I want to give thanks for all things which you allow. Let me be grateful no matter what happens. In Jesus' name, Amen." 이상하게도 뜻을 생각하며 영문으로 기도를 하니, 제 마음이 더욱 정확하게 하나님께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은 영어를 통해 말씀을 새롭고 깊게 묵상하도록 도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양으로 말씀 묵상을 매일, 그리고 지속적으로 하게끔 만들어졌습니다"(4).

한마디로 이 책은 일석삼조의 책입니다. "말씀 묵상 + 영어실력 향상 = 영적 유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책입니다. 다시 말해, '매일' 말씀을 묵상하며, 더불어 영어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고, 깊은 은혜를 경험하는 영적 유익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시간을 절약하면서 말입니다.

저자가 의도한 바대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어성경으로", "매일", "큐티"를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는 것입니다. 묵상해야 할 본문 말씀이 짧아서 '매일' 시간을 내는데 부담이 적고, 비교적 쉬운 영단어와 영문장으로 꾸며져 있어 영어 큐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묵상과 적용을 위한 길잡이는 물론 영단어까지 친절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어 사전을 들추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습니다. 덧붙여, 말씀을 묵상하고 적용한 내용을 영작해보도록 Tip까지 제공하고 있어, 영작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책은 신뢰할 수 있는 영성과 영어 실력을 갖춘 저자의 책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교재입니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이력도 그것을 검증해주고 있습니다. 영어 실력은 있으나 영성이 부족한 교재도 많고, 영성은 깊으나 영어 실력이 부족한 교재도 많은데, <매일영어큐티>는 깊은 영성과 최고의 영어 실력이 만나 만들어진 책입니다. 저자의 또 다른 책 <선교영어>를 읽고, 교회 내 간사님들에게 추천해주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글로벌 시대는 특별히 부름받은 선교사님뿐만 아니라, 복음을 맡은 모든 자에게 '영어 실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의 일꾼으로 준비된 사역자가 되기 위해 영어 실력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만큼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영어성경을 통해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 많은 분의 간증을 알고 있습니다. 오직 영어성경만으로 영어를 공부해서 미국 유명 대학으로 유학을 가신 선배님도 알고 있고, 고급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산 증인이 제 친구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 속에 감추어진 비밀스러운 능력이 영어성경을 통해서도 입증된 셈입니다. <매일영어큐티>를 통해서도 많은 증인이 나타나기를 중보합니다.

<매일영어큐티>로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이 책을 통해 말씀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깊은 은혜와 더불어 살짝살짝 유머도 숨어 있습니다. "Thanks in Everything"(모든 일에 감사를)에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For what couldn't I be thankful?" 말씀 묵상을 위한 질문인데, 저자가 제시하는 예문 중에 "weight gaining"(체중증가)이라는 표현을 보고 혼자 웃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만난 하나님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나의 모든 것에 함께하시는 하나님, 그 모든 것(!)으로 인해, 그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매일영어큐티>가 시리즈로 계속 발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매일영어큐티>를 통해 매일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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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코드 - 너와 나를 우리로 만나게 하는 소통의 공간
신화연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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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에 관한 사회학적 성찰

 


"나는 부끄러움의 그 내밀한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도무지 현대인의 필수교양일 수 없을 것 같은 부끄러움이, 실은 선한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회복하게 해주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리고픈 마음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다"(19).

대학원 행정학과에 '정부와 신뢰'라는 과목이 있었다.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신뢰'(trust)를 연구하는 과목이었다. 전공도 아니었지만, 일단 그 강도조차 측정해내기 어려운 '신뢰'(trust)를 학문의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부끄러움 코드>라는 책을 접하며, 이것이 가장 먼저 생각난 이유는 과련 '부끄러움'을 학문적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것도 도덕적, 심리적 성찰이 아닌 사회학적 담론이 형성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 반으로 이 책을 읽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은 물론 체면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에 대한 비판, 적극적인 사고 방식, 개성 시대의 자기 주장, 당당함과 자신감을 강조하는 자기계발 등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심리학에서 다루는 '수치심'은 일반적으로 극복해야 할 감정이고, 윤리적으로도 '부끄러움'은 죄(잘못)에 근거한 현상이기 때문에 권장할 만한 감정이 아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지점, 즉 부끄러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깨는 작업을 시도한다.

"부끄러움은 패자(敗者)의 감정이며, 희생자에게 강요된 사회적 족쇄 같은 감정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 부끄러움은 내 인식의 넓이 안에 다른 사람의 시각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재의 한계를 깊게 그리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강자(强者)의 감정이라는 주장으로 이 책을 시작해 본다"(19-20). 

심리학을 전공하기도 한 저자는, 부끄러움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사회적응적인 부끄러움이고, 다른 하나는 비적응적이고 자기파괴적인 부끄러움이다. 물론, <부끄러움 코드>가 복원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응적인 부끄러움'이다. 이것은 부끄러운 일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인간의 미덕이며, 소중한 능력임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정신병리학적인 위험한 증후로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부끄러움의 '기능'에 관심을 두고 있다.

<부끄러움 코드>는 다양한 각도에서 "부끄러움이 작동하는 방향과 그 기능"(22)을 재조명하며 사회학적 함의를 만들어낸다. '부끄러움'은 '너'에게 보내는 '나'의 소망의 메시지(38)라는 측면에서 저자는 부끄러움이 가진 사회적 '소통'의 기능에 주목하고, 인간의 심리적 거리뿐만이 아니라 신체적 거리에도 개입(82)한다는 측면에서 부끄러움이 가진 '생존적 기능'에 주목하기도 한다. 한편, 개인으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사회적 익명성의 그늘에서 '부끄러움'을 모른 채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하는 사례를 들어 '부끄러움'이 가진 사회적 통제기능이 미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135). 또한 한국사회와 같은 권위주의 문화에서는 허풍과 허세가 부끄러움을 관리하는 임시방편이 되면서(167), 그러한 방어기제가 사회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고찰한다. '가면 쓴, 또는 포장된 부끄러움'을 지닌 '명품족들'이 그 한 예이다(169-170).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건강하고, 도덕적인 인간의 감정이라는 점에서 '부끄러움'은 하나의 미덕이요, 소통의 장인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개인의 차원에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의 실제는 도망치고 싶은 '절대적 부정(나쁜)'의 감정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부끄러움'은 잘못된 행동을 조건으로 하니 말이다. 그에 반해 사회적 부끄러움은 당위적인 행동, 즉 사회적으로 옳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 기능해야 하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또한 공동체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부끄러움' 같은 것 말이다.

학문적 입장에서 보자면 <부끄러움 코드>는 심리학과 사회학적 통섭으로 이루어진 탐적인 연구라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저자의 말대로 부끄러움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부끄러움'이 가진 사회적 기능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학문적 고찰이지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새롭게 조명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양도서로도 재미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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