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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 - 대안학교를 꿈꾸는 학부모, 학생들을 위한 졸업생 15인의 리얼 보고서
김한성 외 14인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공교육을 대신할 대안을 찾아
"대안교육은 '어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가, 즉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교육을 대하는가, 즉 '철학의 문제다"(10).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나와 내 또래의 보통 친구들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학교 생활을 보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올 때 인문계와 실업계로 한차례 걸러지며, 인문계에 진학한 우리에게는 '대입'이 당연하고도, 당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주어졌다.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며 대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미치 듯이 달리는 학교 생활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러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줄곧 1등급 성적을 유지했던 내 친구는 사춘기를 겪으며 성적이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내신을 위해 과감히 자퇴를 선택했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교문을 나서는 내 친구는 몹시도 서럽게 울었다. 숨막히는 학교 생활이었지만, 공교육이라는 제도권 밖으로 튕겨져 나가며 친구는 자유로움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느꼈던 것이다. 그것은 교문 안 운동장에서 친구를 보내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얼마나 겁쟁이였던가.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행복은 성적순이고, 학교는 아직도 입시 전쟁 중이지만, 그래도 '대안학교'라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부럽기도 하다.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학교부적응 청소년들이 다니는 자율 학교인 줄 알았다. 이 책을 계기로, 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귀족학교'라고 불리는 대안학교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는 '대안교육의 현장에서 자라난 1세대 청년들 15명'에게 직접 듣는 '대안학교 이야기'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동기에서부터 대안학교를 거쳐 지금의 삶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직접 경험한 대안학교의 장단점은 물론 그들이 꾸었던 꿈, 직면했던 문제, 삶의 고민까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대학에 꼭 가야 하나에서부터,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 대안학교도 결국은 대입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잘 사는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가에 이르까지 여러 가지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대안학교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삶의 고민으로 이어져서인지, 이 책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하나 같이 주도적이며 당차다. 대안학교 성공사례 분위기라고나 할까. 우리는 '교육'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가르침을 통해 영향을 미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한다. 그 사람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역량을 끄집어내어 길러주는 것도 교육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을 벗어나 대안교육의 현장에서 자라난 1세대 청년들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역량을 개발해줄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산 증인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들의 선택과 삶 뒤에는 '부모'의 절대적 지지가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성장 뒤에는 당사자 못지 않은 부모의 고민이 함께 녹아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가장 큰 행운은 바로 그들에게 '좋은 부모'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육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겠지만, 부모의 교육 철학만 바로 세워도 얼마든지 행복한 자녀를 길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