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성경책 - 역사 문화 인문지식이 업그레이드되는
나가오 다케시 지음, 전경아 옮김 / 카시오페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절대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이 책의 표지 앞날개에 보면, "죽기 전에 한 번은 성경을 읽어야 할 때가 온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경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논픽션 작가이면서 역사 작가라는 저자 '나가오 다케시'는 "성경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4)라고 소개합니다. 가장 오래된 베스트셀러라는 의미도 있고, 가장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 성경은 "미술, 음악, 문학,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가 되어"왔으며, "수많은 예술가가 '성경'에 매료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고 전합니다. 또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책"이며, "인간에 대해 배우고 나를 찾는 최고의 책"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294). 그러니 예수를 나의 구세주로 영접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고 성경을 읽으면 역사, 문화, 인문지식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고,  그렇게 역사, 문화, 인문지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 <유쾌한 성경책>입니다.

 

<유쾌한 성경책>은 구약성경의 '창세기'부터 신약성경의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의 역사를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놓았습니다. 성경은 크게 역사서, 시가서(서신서), 예언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쾌한 성경책>은 성경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역사서'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재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획은 탁월했으나, 내용(해석)적으로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을 때 1차적인 과제는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유쾌한 성경책>은 그 1차적인 과제에 실패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의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시각이 성경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왜곡이 심합니다.

 

<유쾌한 성경책>은 하나님과 인간(이스라엘)의 관계를 "하나님을 믿고 바르게 살면 지켜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벌하겠다는 약속을 교환"한 관계로만 봅니다. 또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악은 제어하지 못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또 '절대선'의 존재라고 하면서도 인간에게 거짓말(선악과를 먹으면 죽을 것이라는)을 했다고 해석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경고하기 위해 멀쩡한(?) 모세를 죽이셨으며, 예상이 빗나가기도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하는, 게다가 남성우월주위적인 성향을 가진 분으로 묘사합니다.

 

 성경에 위대한 이유 중 하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완성된 여러 장르의 책(역사서도 있고, 사랑의 편지도 있고, 잠언도 있고, 시와 노래도 있고, 법도 있고, 예언도 있고 등등)을 모은 것이면서도 놀라운 '통일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단순히 인간을 만들어놓고 말 잘 들으면 복을 주고, 말을 안 들으면 벌을 주시겠다고 하는 분이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언약의 관계로도 묘사하지만,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도 묘사합니다. 이 모든 관계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인간을 향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인간과 맺은 언약의 핵심은 (하나님 편의) "자비"(인애, 은혜)입니다. 그런 하나님께서 왜 세상에 '악'을 두고 보시는가, 인간에게 선악과 명령을 왜 주셨는가,라는 질문이 바로 우리가 성경을 읽어야 할 이유이며, 거기에서 얻은 해답이 세상을 보는 관점, 나를 보는 관점을 정립해줄 것입니다.

 

성경의 역사를 호방하게 훑어내려가면 뼈대를 잡은 것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내용에 오류가 많아 잘못된 성경 지식을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천지창조 첫째 날,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창조햇다(54), 하나님은 선악과뿐 아니라 생명의 나무 열매도 먹지 못하게 했다(64), 아브라함이 이집트에 들어갈 때 아내를 누이동생이라고 거짓말한 것은 아내를 이집트 왕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96), 이스라엘에게 경고하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모세를 죽었다(142-143), 가나안 전쟁을 통해 토착민족을 모조리 물리쳤다(146), 다윗이 처음부터 장로들의 만장일치로 왕으로 추대되어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다(156), 맹세하지 말라는 산상수훈을 "하나님에게 빌지 마라. 너무 감당하기 힘든 목표를 꿈꾸고 그것을 하나님에게 빌어봤자 소용없다"(210) 등등 다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많습니다. 

 

하나님은 천지창조 둘째 날 하늘을, 셋째 날 땅을 창조하셨으며,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금지한 나무의 열매는 선악과뿐이며, 생명나무의 열매는 죄를 지은 후이며, 아브라함이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 것은 아름다운 아내를 빼앗기 위해 자신을 죽일까봐 두려워했던 것이며(실제로 아내 사라는 누이동생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멀쩡한 모세를 갑자기 죽이신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모세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120세) 하나님의 은혜로 눈이 흐리지 않고 기력이 쇠하지 않은 것이며,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토착민을 다 쫓아내지 못햇으며, 다윗은 처음에 남유다의 왕으로, 후에 이스라엘의 왕으로 추대된 것이며, "맹세하지 말라"는 산상수훈은 말에 진실성, 성실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성경 메시지에 대해 오해하기 쉽습니다. 잘 알려진 <신데델라> 이야기나, <백성공주> 이야기를 재해석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그 본래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을 때 재해석의 묘미가 살아난다고 봅니다. 특히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면 <성경>은, 이것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느냐,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달린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그런 책을 어떻게 대충 읽을 수 있겠습니까. 이왕 성경을 한 번 읽어보기로 작정하셨다면, 좀 더 신뢰할 만한 내용의 책을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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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 패턴 500 - 내 맘대로 골라 뜨는
고세 지에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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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따뜻함을 선물하세요. 

 

"세이브더칠드런"(전 세계 120여 개 국가에서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 구호개발 NGO)에서 하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생아 모자는 저체온이나 감기, 폐렴 등으로 사명하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한 것입니다. "신생아를 안고 털모자와 포대기로 감싼 후, 아기를 안고 있으면 아기는 따뜻한 체온과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에 맞추어 호흡을 하며, 마치 인큐베이터에 있는 듯 생명의 힘을 키워간다"고 합니다.

 

예전부터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여의치 않고, 뜨개질 실력도 자신이 없어 계속 미루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미루다 드디어 이번 겨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할수록 욕심이 납니다. 처음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담은 정성이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이왕 뜨는 것 예쁘게 만들어서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무늬'를 넣는 일인데 기본 꽈배기 정도밖에 해본 적이 없어 기본적인 뜨개 기술을 알아도 모양 넣기를 시도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때에 제 눈에 번쩍 뜨인 책이 바로 <(내 맘대로 골라 뜨는) 손뜨개 패턴 500>입니다.

 

 


 

 

"뜨개바탕의 무늬는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입니다."

 

 

<(내 맘대로 골라 뜨는) 손뜨개 패턴 500>은 손뜨개 중급자들을 위한 손뜨개 패턴북입니다. 손뜨개는 "뜨개바탕 무늬가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입니다. 그러므로 손뜨개를 하며 다양한 디자인으로 멋을 내고 싶다면 패턴을 익히는 일이 필수입니다. <(내 맘대로 골라 뜨는) 손뜨개 패턴 500>은 겉뜨기와 안뜨기, 교차뜨기, 비침무늬뜨기, 코바늘뜨기, 끌어올려뜨기와 걸러뜨기, 테두리뜨기로 나누어 다양한 손뜨개 패턴을 소개합니다.

 

 

 

 

 

"대바늘뜨기의 기본인 겉뜨기와 안뜨기를 한 코 한 코 조합해서 무한한 뜨개바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손뜨개 기술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겉뜨기와 안뜨기 기술만으로도 참으로 다양한, 그리고 멋진 디자인(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사진은 겉뜨기와 안뜨기만으로 만들어낸 패턴입니다. 이 책에는 겉뜨기와 안뜨기만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총 100가지 패턴을 소개하는데, 패턴 하나 하나가 굉장히 멋스럽고 우아합니다. 겉뜨기와 안뜨기를 정확하게 교차하는 순서만 잘 익혀놓으면 얼마든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초보자들은 "무늬뜨기 기호도"를 읽어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따라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을 듯합니다. "홀수단은 오른쪽에서 왼족으로, 짝수단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뜨고, "안면을 보며 뜰 때는 기호도와 반대되는 기법으로 떠"야 한다는 설명도 조금 어렵습니다. 저는 무늬 하나를 익히는데 몇 번을 풀렀다 다시 떴다 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보통 손뜨개를 가르쳐주는 실용서들은 하나의 작품을 뜨는 방법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패턴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 맘대로 골라 뜨는) 손뜨개 패턴 500>은 손뜨개 기술을 한단계 확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 책은 각종 패턴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배운 것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총 5가지 작품의 도안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가진 분이라면 '상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멋진 손뜨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책의 뒷부분에는 기본적인 뜨개 기호와 뜨는 방법는 물론 자주 쓰이는 기법도 아울러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뜨기방법이나 기호에 서투른 초보자들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친절한 그림 설명과 사진설명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연습 중

 

 

저는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이용해 오래된 털실을 가지고 가장 쉬운 패턴부터 하나씩 익혀보고 있는 중입니다. 무늬가 완성되어 나올 때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단순한 기술이지만 간단한 패턴 하나만 익혀도 분위기가 전혀 다른 작품(!)이 탄생합니다.

 

아마 요즘 처럼 옷들이 흔한 세상도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 저기 눈만 돌리면 옷 가게이고, 온라인 세계에서도 옷을 파는 쇼핑몰이 넘쳐나고, 거리마다 지역마다 옷이 쌓여 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어렸을 때는 외투 한 벌로 겨울 한 철을 난 기억도 있는데, 요즘은 비싼 겨울 외투를 몇 벌씩 가지고 갈아입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한 겨울에 든든한 외투 한 벌 없이 추위를 견디는 이웃이 아직 있습니다. 제가 손뜨개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능 기부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손뜨개 패턴을 부지런히 익혀 따뜻함 나눔을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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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어록 - 전 인류의 스승, 넬슨 만델라 최초의 공인 어록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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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롤리랄라 만델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리고 또 가장 많이 잘못 인용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5).

 

 

넬슨 만델라가 남긴 명언 중에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말은 "가장 위대한 무기는 평화입니다"라는 말입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에서 이 말을 만나볼 수 있을까 기대하였는데, 원래의 말(?)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998년의 연설에서는 "평화는 모든 국민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401)라고 했고, 동지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적이 절대로 격퇴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평화라네"(402)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의 편집자는 서문에서 넬슨 만델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그리고 또 가장 많이 잘못 인용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고 밝힙니다. 지금도 "넬슨 만델라 재단 메모리 센터에는 넬슨 만델라 인용문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문의가 수천 건이나 들어오고 있다"고 전합니다. 편집자는 "이 책을 내는 우리의 목적은 첫째, 정확하고 폭넓은 자료를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고 둘째, 상당히 다양한 영역에 걸친 만델라의 말들을 한데 모아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물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발언들을 모은 어록이 탄생했다"(8)고 소개합니다. 이 책에는 넬슨 만델라의 2,000여 개의 발언이 수록되어 있으니, 그의 말을 인용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백과사전 역할은 물론, 인용문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바이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제된 문장 안에 담긴 세계적인 지도자의 사상과 투쟁과 의지와 고뇌와 신념을 읽을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넬슨 만델라, 그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말을 신중하게 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말 속에 담긴 정신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의 어록을 읽는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말을 내뱉었으면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587).

 

 

사람들이 내뱉는 말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성품과 인격이 배여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말로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말만 번지르르할 뿐 행동이 따라주는 않는 말쟁이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실망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언제나 말뿐이고 자신의 말대로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들이 쏟아내는 지켜지지 않는 약속들, 공허한 비전들이 국민의 마음에 미래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데도, 그런 거짓된 행위들이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 그런 위선적인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우리에게는 말에 책임을 지는 지도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넬슨 만델라가 존경스러운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고, 진심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그의 진의를 쉽게 파악하기를 바"(8-9)랬던 인물었습니다. "나는 말을 가볍게 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보낸 27년 동안 고독의 침묵 덕분에 말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 사람들의 생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587).

 

진실한 말의 힘을 알고 있었던 넬슨 만델라는 적군들과의 대화(협상)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최선의 무기는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382). 이러한 습관은 그의 "글쓰기" 철학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는 큰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조언합니다.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하루는 편지 쓰기에 할애해서 글 쓰는 습관을 잘 기르도록 하렴. 먼저 편지의 초안을 잡은 다음, 쭉 훑어보면서 실수를 확인하고 네 생각을 명확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게 좋다"(591).

 

 

 

 

 

"때로는 한 세대에게 위대한 일을 성취해야 할 책임이 따르기도 한다. 여러분이 바로 그 위대한 세대일 수 있다. 여러분의 위대함을 활짝 꽃피워라"(273).

 

 

<넬슨 만델라 어록>은 위대하고 멋진 말만 수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넬슨 만델라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말들도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라도 즐거움을 잃지 않는 유머 감각"입니다. 그의 유머 감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세계적인 지도자다운 여유와 그가 가진 긍정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참 유쾌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44살에 감옥에 들어가 28년을 갇혀 있다 72세의 나이에 풀려난 인생의 골곡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외모>라는 주제어로 부류된 어록을 읽으며, 그가 옷을 잘 입는 지도자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와 나는 이 문제를 논의했다. 대주교가 내게 "------ 대통령 각하, 저는 각하가 옷차림만 빼면 모든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존경해 맞않는 대주교에게 이렇게 답했다. "음,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꺼내지 맙시다"(91-92). 그의 조카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델라의 옷차림에 대해 "아주 망신스럽다. 대통령은 언제나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에 모자를 써야 하는데, 우리 삼촌의 옷차림새는 보기 흉하다. 꼭 술주정뱅이 같다"(92)라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교도소에 있을 때 쓴 편지를 보면, "체중이 급격히 늘어 점심식사와 오후 간식을 끊없었습니다"(91)라고 고백합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 편집자들의 유머 감각도 만델라 못지 않은 듯합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는 공인으로서 그가 했던 말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백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자서전 <나 자신과의 대화>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대의를 위해 개인사를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뇌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반박이 있는데,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 그것을 포기하는 건 아주 고통스럽더군. 마음이 아팠어"(233)

 

이 밖에도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야"(233)와 같이 이것도 기억할 만한 명언인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 말들도 있지만, "에이즈는 이제 그냥 병이 아니다. 그것은 인권 문제이다"(77)라거나 "기초 의료 시설 같은 사회 기반 시설이 부족하면 평화가 있을 수 없다. 대다수의 의사와 의료 시설이 소수의 국민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면, 평화가 있을 수 없다"(400)와 같이 그의 말들은 곱씹을수록 우리에게 던져주는 묵직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현실이 될 것이다"(295).

 

1999년 2월 5일에 한 이 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에는 평생 아프리카 사람들의 투쟁에 헌신했고, 백인의 지배와 흑인의 지배에 맞서 싸웠고, 이상을 품었고, 그 이상을 실현하고 싶었으며, 필요하다면 죽을 준비도 되어 있었던 한 사람의 위대한 꿈이 담겨 있습니다. 위대한 꿈을 좋아헀던 그처럼 저도 위대한 꿈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한 꿈보다 넬슨 만델라가 꾸었던 위대한 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넬슨 만델라 어록>은 그가 품었던 이상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그가 신중하게 말을 하고 진심으로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한마디, 한마디에 감동을 더합니다. 말한 대로 살고, 말에 책임을 질줄 알았고, 자신의 신념과 꿈을 말에 담을 줄 알았던 지도자가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이 더 없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가 남겨진 유산을 가슴에 품고 그의 길을 따르는 지도자가 세계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기를 기도해봅니다. 넬슨 만델라, 그의 진실했던 일생에 경의를 표합니다.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나는 똑같이 할 것이다. 자신을 인간이라 부를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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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균 2014-07-1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셜록 홈즈 MINI+ 전집 세트 - 전6권 셜록 홈즈 MINI +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꿈꾸는 세발자전거 옮김, 시드니 패짓 외 그림 / 미다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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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책!

 

 

뛰어놀기 좋아했던 제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책이 바로 이 책,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도록 지칠 줄 모르고 뛰어다니던 저를 책상 앞에 몇 시간이고 붙어앉아 있게 했던 책입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기 위해 도서관으로 직행하곤 했습니다. 도서관 문을 닫을 때까지 책에 열중하다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던 그 골목길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친구들은 먼저 가버리고 꽤 긴 거리를 혼자 걸어야 했지만, 셜록 홈즈와 함께 시간을 보낸 뒤라 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습니다.

 

요즘은 일본, 유럽의 추리소설까지 밀려 들어와 다양한 추리소설을 만나볼 수 있지만, 언제나 제 마음속의 명탐정은 '셜록 홈즈'이고, '셜록 홈즈'의 매력을 따라갈 만한 캐릭터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나의 첫사랑이니까요. 이런 제게 미다스북스에서 나온 <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는 무조건 소장하고 싶은 책입니다.

 



 

 

 

 

 

"초중고 필수 단어 학습"

 

 

미다스북스의 <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가 반가웠던 것은 그 구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가 시리지의 첫 권인 <주홍색 연구>에서부터 가장 유명한 시리즈이기도 한 <네 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의 개>, <공포의 계곡> 등 총 4편의 장편이 수록되어 있고, 또한 저자인 아서 코난 도일이 56편의 단편 중, 직접 베스트로 꼽았다는 12편의 단편이 한 권으로 모아져 있습니다. 거기에 4편의 장편을 원서로 읽을 수 있도록 원서 모음집 한 권이 추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셜록 홈즈와 왓슨이 처음 만나게 되는 <주홍색 연구>부터 다시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저자가 뽑은 단편 베스트 중에 <얼룩끈>와 <악마의 발>은 읽자 마자 그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기억이 생생한 시리즈 중 파란 페인트(물감)가 단서가 되는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가 없는 것이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미다스북스의 <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는 초중고 필수 단어(국어)를 익히기 위한 학습 교재로 기획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중 미니북으로 제작된 <MINI +>는 수능국어 빈출 단어를 컬러가 있는 고딕체로 강조해두었습니다. 혹시 학습을 통해 처음 익힌 단어가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습니까? 저는 '단절'이라는 낱말을 학습을 통해 처음 익혔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낯선 단어를 발견했는데 그 의미를 몰라 사전을 찾아보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여러 번 발음을 해보기도 하고, 의미를 유추해보기도 하면서 말을 배워서인지 기억 속에 또렷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MINI +> 시리즈는 그렇게 책을 읽어가며 초중고 국어 필수 단어를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런 목적을 가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오타가 다소 많은 것이 흠입니다.

 

 


 

 

 

 

 

"추리를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선각자"

 

 

어른이 되어 '셜록 홈즈'를 다시 만나보니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그의 모습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조울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입니다. 어릴 때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성격(?)인데, 시리즈를 다시 읽어보니 확연하게 보입니다. "그는 열정적이고 의욕에 차 있었다. 그에게는 늘 이런 격양된 상태가 더할 나위 없이 어둡고 우울한 상태에 뒤이어 찾아오곤 했다"(네 사람의 서명, 35).

 

그의 추리력은 처음에는 굉장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사람들은 별 것 아닌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의 입을 빌어 "이상적인 탐정에게 필요한 세 가지"를 말합니다. 그것은 관찰, 추리력, 지식입니다. 셜록 홈즈는 누구보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며, 관찰을 통해 찾아낸 단서를 바탕으로 "결과에서 원인을 추적하며 거슬러 올라가는 분석적 추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며, 특정 분야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말할 수 없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과학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던 셜록 홈즈는 "추리를 과학의 경지로 끌어올린 선각자"입니다.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그 점에 관심을 기울이고 충분히 생각해본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열쇠가 될 가능성이 높지"(바스커빌 가의 개, 312). 문제가 복잡할수록 그 '복잡함' 안에 단서가 숨어 있다는 셜록 홈즈의 신조가 새삼 마음에 남습니다. 내로라하는 추리소설이 범람하고 있지만, "명불허전"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셜록 홈즈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는 건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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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신에게 정직해지면 우리 또한 도전해야 할 크고 작은 투쟁에, 정치적이거나 개인적인 투쟁에 직면해 있음을 알게 된다. 두려움과 의심을 떨치고, 성과가 불확실할 때에도 계속 열심히 노력하며,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면서 도전해야 할 투쟁말이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 만델라의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류 없는 인간이 거둔 필연적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건 사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버락 오바마, 7).

 

 

대한민국의 2013년도 만큼 지도자에 대한 목마름이 심했던 해가 또 있었을까 싶습니다.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이제는 좋은 지도자인 '척'도 하지 않는, 대놓고 자기 배불리기 급급한 저급한 정치 현실에 많은 국민이 저항보다 환멸에 빠져드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2013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전 세계에서 정의와 평등, 인간의 존엄을 위한 투쟁의 상징"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그토록 안타까웠던 것은 우리의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망적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남아프리키와 브라질의 현대사에 등장한 위대한 지도자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해주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첫 번째 "28"은 넬슨 만델라가 감옥에 갇혀 있던 총 햇수이고,

두 번째 "44"는 그가 처음 감옥에 갇혔을 때의 나이며,

세 번째 "72"는 그가 마침내 감옥에서 풀려났을 때의 나이다.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이지선 씨가 이런 고백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은 그저 화상(장애)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견딘 것'밖에 없다고. 그런데 유명해졌고, 많은 사람에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위대한 점은 시련 속에서도 꿈이 꺾이지 않고, 고통을 희망으로 견디어낸 인물들을 "위인"이라고 부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가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데에는 종신형을 받고 28년 간 옥살이를 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그의 삶이 서사시적 규모를 지닌 것은 그가 27년 넘게 감옥에 있었을 때다. 만델라는 전 세계에서 정의를 위한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죄수였다"(176). 

 

 

"육체의 쇠사슬이 정신에는 날개일 때가 많다오"(75).

 

넬슨 만델라가 어떤 사람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있는 편지가 한 통있습니다. 인생의 가장 절망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는 감옥에서 쓴 편지인데, 넬슨 만들라는 남아프리카 대학교에 "라틴어 1의 면제"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설령 언젠가 변호사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더라도, 실제로 그렇게 할 리가 거의 없습니다. 현재 나는 종신형을 살고 있으니까요. 만일 이 요청을 받아 준다면, 라틴어 1 대신 아프리카 정치를 수강 신청하겠습니다"(52). 그는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법학사 학위를 따기 위해 계속 공부했고, 1989년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피부색 편견이 낳는 악을 마침내 없앨 수 있는지, 이와 관련해 내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내가 규율 있는 자유 운동에 참여하고 싶으면 어떤 조직에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우연히 배워야 했다"(54).

 

 

<나 자신과의 대화>는 넬슨 만델라가 직접 쓴 기록들과 녹음된 대화,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의 속편으로 쓴 미완성 원고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만델라는 "거의 언제나 부지런히 기록을 하고 강박적일 정도로 기록을 보존했다"고 하니, 훌륭한 인물들은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또 한 번 확인됩니다.

 

이 책의 '서문'을 쓴 미국의 버락 오바마는 이 책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 책은 몇십 년에 걸친 그의 일기와 편지, 연설, 인터뷰 등을 통해 그가 살었던 삶을,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된 평범한 일상부터 그가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7). <나 자신과의 대화>는 "넬슨 만델라의 최후의 자서전"이라고 소개되지만, 기록의 단편들이라 통합된 이야기를 읽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사적인 기록들 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한 글 모음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글들을 읽으며 넬슨 만델라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통합해내야 하고, 이곳에 그 부분이 인용된 '의도'를 알아채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넬슨 만델라는 전혀 모르는 독자에게보다 넬슨 만델라에 관한 통합된 하나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입니다.

 

그러나 <나 자신과의 대화>는 공개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사적인 기록들"이기 때문에 "날 것"으로서의,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넬슨 만델라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서양 문물이 아니라, 초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리 지어 일하고 놀았던 경험, 공동체의 어른들 주위에 모여 그들의 풍부한 지혜와 경험에 귀를 기울이던 관습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치의식이 자라는 과정과 투쟁의 과정, 동지들과의 교류와 다정한 기억들, '비폭력과 폭력에 관한 입장, 현실적인 어려움(심정)은 물론, 그리스 희극을 좋아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성격과 그의 이혼에 대한 잘못된 소문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정치인으로서, 가족으로서, 아버지로서의 고뇌와 고민도 엿볼 수 있는데, 무엇보다 한 어머니의 아들로서 그가 가졌던 고민를 읽으며, 늘 비판에 노출되어 있지만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되어야 하는 지도자의 아픔에 우리가 많이 소홀하다는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위해 싸우면서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않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육십이 다 된 어머니를 돌보고, 어머니에게 꿈같은 집을 지어 드리고, 어머니에게 좋은 음식과 좋은 옷, 자신의 사랑을 모두 드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정치 활동은 그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문득문득 그런 질문을 하게 하는 양심을 지니고 사는 것은 쉽지 않다"(96-97). 

 



 

 

"혁명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혁명을 지속하기란 무척 어렵다"(147).

 

 

넬슨 만델라는 "사람들이 더는 피부색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웠습니다(164). 그가 꾼 꿈은 피부색에 상관 없이 누구나 "집에서 편히 쉬며 조용히 책을 읽고, 냄비에서 나오는 달콤한 냄새를 맡고,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지극히 당연한 권리였는지 모릅니다. 그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괴로워했던 그 시절의 간절한 소망처럼말입니다.

 

넬슨 만델라의 꿈은 어쩌면 대단할 것 없는 것일지 몰라도 "가장 고귀한 이상을 위해 싸우고 그것을 위해 죽"고자 했습니다.  위대한 꿈을 좋아했던 그를 보며, 환상과 환멸의 과정을 겪으며 한 때 그토록 갈망했던 이상을 모두 잃어버린 채 냉소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우리의 현실의 돌아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성인"으로 여겨지는 것을 불편해했습니다. "감옥에서 심히 걱정했던 것 하나는 내가 나도 모르게 바깥 세상에 투사한 허상, 내가 성인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며,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는 세속의 정의를 따르더라도 아니다"(518). 자신을 "노력하는 죄인"으로 여겼던 넬슨 만델라는 우리에게 작은 것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찾아 그 일을 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삶이라는 교훈을 남겨주었습니다. 세상에 내 이름을 내보자 하는 허명을 좇는 것이 아니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얼마나 큰 일을 이룰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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