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성경책 - 역사 문화 인문지식이 업그레이드되는
나가오 다케시 지음, 전경아 옮김 / 카시오페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절대 권해드리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이 책의 표지 앞날개에 보면, "죽기 전에 한 번은 성경을 읽어야 할 때가 온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경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논픽션 작가이면서 역사 작가라는 저자 '나가오 다케시'는 "성경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4)라고 소개합니다. 가장 오래된 베스트셀러라는 의미도 있고, 가장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덧붙여, 성경은 "미술, 음악, 문학,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가 되어"왔으며, "수많은 예술가가 '성경'에 매료되어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고 전합니다. 또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책"이며, "인간에 대해 배우고 나를 찾는 최고의 책"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294). 그러니 예수를 나의 구세주로 영접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고 성경을 읽으면 역사, 문화, 인문지식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고,  그렇게 역사, 문화, 인문지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 <유쾌한 성경책>입니다.

 

<유쾌한 성경책>은 구약성경의 '창세기'부터 신약성경의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의 역사를 쉽고 간결하게 정리해놓았습니다. 성경은 크게 역사서, 시가서(서신서), 예언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쾌한 성경책>은 성경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역사서'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재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획은 탁월했으나, 내용(해석)적으로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을 때 1차적인 과제는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읽어내는 일일 것입니다. <유쾌한 성경책>은 그 1차적인 과제에 실패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의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시각이 성경 메시지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왜곡이 심합니다.

 

<유쾌한 성경책>은 하나님과 인간(이스라엘)의 관계를 "하나님을 믿고 바르게 살면 지켜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벌하겠다는 약속을 교환"한 관계로만 봅니다. 또 성경에 등장하는 하나님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악은 제어하지 못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또 '절대선'의 존재라고 하면서도 인간에게 거짓말(선악과를 먹으면 죽을 것이라는)을 했다고 해석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경고하기 위해 멀쩡한(?) 모세를 죽이셨으며, 예상이 빗나가기도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하는, 게다가 남성우월주위적인 성향을 가진 분으로 묘사합니다.

 

 성경에 위대한 이유 중 하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에 의해 완성된 여러 장르의 책(역사서도 있고, 사랑의 편지도 있고, 잠언도 있고, 시와 노래도 있고, 법도 있고, 예언도 있고 등등)을 모은 것이면서도 놀라운 '통일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단순히 인간을 만들어놓고 말 잘 들으면 복을 주고, 말을 안 들으면 벌을 주시겠다고 하는 분이 아닙니다. 성경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언약의 관계로도 묘사하지만,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도 묘사합니다. 이 모든 관계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인간을 향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인간과 맺은 언약의 핵심은 (하나님 편의) "자비"(인애, 은혜)입니다. 그런 하나님께서 왜 세상에 '악'을 두고 보시는가, 인간에게 선악과 명령을 왜 주셨는가,라는 질문이 바로 우리가 성경을 읽어야 할 이유이며, 거기에서 얻은 해답이 세상을 보는 관점, 나를 보는 관점을 정립해줄 것입니다.

 

성경의 역사를 호방하게 훑어내려가면 뼈대를 잡은 것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내용에 오류가 많아 잘못된 성경 지식을 전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천지창조 첫째 날,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창조햇다(54), 하나님은 선악과뿐 아니라 생명의 나무 열매도 먹지 못하게 했다(64), 아브라함이 이집트에 들어갈 때 아내를 누이동생이라고 거짓말한 것은 아내를 이집트 왕에게 빼앗길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96), 이스라엘에게 경고하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에 모세를 죽었다(142-143), 가나안 전쟁을 통해 토착민족을 모조리 물리쳤다(146), 다윗이 처음부터 장로들의 만장일치로 왕으로 추대되어 이스라엘 왕위에 올랐다(156), 맹세하지 말라는 산상수훈을 "하나님에게 빌지 마라. 너무 감당하기 힘든 목표를 꿈꾸고 그것을 하나님에게 빌어봤자 소용없다"(210) 등등 다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많습니다. 

 

하나님은 천지창조 둘째 날 하늘을, 셋째 날 땅을 창조하셨으며,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금지한 나무의 열매는 선악과뿐이며, 생명나무의 열매는 죄를 지은 후이며, 아브라함이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 것은 아름다운 아내를 빼앗기 위해 자신을 죽일까봐 두려워했던 것이며(실제로 아내 사라는 누이동생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멀쩡한 모세를 갑자기 죽이신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모세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120세) 하나님의 은혜로 눈이 흐리지 않고 기력이 쇠하지 않은 것이며,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토착민을 다 쫓아내지 못햇으며, 다윗은 처음에 남유다의 왕으로, 후에 이스라엘의 왕으로 추대된 것이며, "맹세하지 말라"는 산상수훈은 말에 진실성, 성실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성경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하나님에 대해, 그리고 성경 메시지에 대해 오해하기 쉽습니다. 잘 알려진 <신데델라> 이야기나, <백성공주> 이야기를 재해석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그 본래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을 때 재해석의 묘미가 살아난다고 봅니다. 특히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면 <성경>은, 이것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느냐,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달린 중요한 갈림길입니다. 그런 책을 어떻게 대충 읽을 수 있겠습니까. 이왕 성경을 한 번 읽어보기로 작정하셨다면, 좀 더 신뢰할 만한 내용의 책을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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