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지음 / 오아시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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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인문학, 여행,

이 셋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건 우리를 성장시켜 현실을 '낯설게 보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낯설게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 말하자면 본질 같은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성의 핵심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中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평소 책을 즐겨 읽지 않지만, 독서에 취미를 가져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으면 가장 먼저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읽는 재미, 보는 재미, 꿈꾸는 재미까지 일타삼피를 노릴 수 있는 책입니다. 게다가, 여행 사진을 예술적으로 찍는 법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는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롭고 아름다운 책입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시대를 달리하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네 도시를 방문하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다섯 명의 위대한 예술가를 찾아떠난 여행"입니다. 김태진 교수의 아트인문학 강연은 '열풍'이라 할만큼 이미 유명합니다. 덕분에 김태진 교수는 "귀에 착착 감기는 이야기꾼"이라 하여 "꿀구라"라는 애칭도 얻었습니다. 그가 아트인문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여행을 제안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낯설게 보기"에 있습니다. 낯설게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성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아트인문학 여행을 이끌며 르네상스의 본고장을 찾아 떠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창조력이 용솟음쳤던 시대", "약소국이 만들어낸 창조와 혁신의 한판 뒤집기"의 현장으로 독자를 인도하기 위함입니다(5).


<아트인문학 여행>은 피렌체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어떻게 "이탈리아 전역을 창조의 열기로 가득 채우고, 곧이어 주변의 다른 나라들로 빠른 속도로 펴져나가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 문화 예술의 일대 혁명"이 될 수 있었는지를 탐구하며 "불가능한 것들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를 묻습니다.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며" <아트인문학 여행>이 찾아낸 창조성의 핵심 키워드는 다섯 가지입니다. 도전, 과감한 투자, 몰입, 헌신, 개방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며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고 결론을 짓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르네상스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원동력을 피와 땀을 흘리며 분투한 개인들의 힘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가 르네상스 부흥이라는 기적을 일구어냈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종교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예술가의 선언!"



그런 의미에서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된 "마사초"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마사초는 원근법을 회화에 적용한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가 그린 <새 개종자들에게 세례를 주는 베드로>라는 그림이 재밌습니다. 파란 내복에 노란 외투를 두른 베드로가 물로 세례를 주는 장면인데, 저자는 "뒷편에 팔짱을 끼고 있는 사내의 반응이 심히 노골적"임을 읽어냅니다(50). 화가는 추운 겨울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인데, "이 그림은 수도사들로부터 불경하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합니다. "세례가 주어지는 엄숙한 순간을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이 시대적으로나 회화적으로 의미심장한 이유는 "더 이상 종교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예술가의 선언이 담긴 것"(60)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인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 화가의 그림 한 점이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후로, 화가들은 종교화 일색이던 중세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교도의 여신을 누드로 그려내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 조각이 보여주는 이상적인 몸매에 주목하며 고대 신화를 소재로 누드를 비롯해 인체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기 시작합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를 증명해보이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보티첼리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비너스의 탄생>으로도 유명한 보티첼리는 "당시 교양인의 기준"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하답니다(95). 꿀구라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보티첼리는 폴리치아노의 시를 그림에 담곤 했는데 그 시를 듣거나 읽어본 적이 없는 이들은 그림의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인문 교양이 있는 사람들은 척 보면 그림이 무슨 뜻인지 알고 미소를 지었는데 반대로 교양이 없는 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되었다. (...) 매번 이런 일이 벌어지자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대 신화를 포함한 인문 교양 공부가 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보티첼리가 '당시 교양인의 기준'을 제시한 셈이었다"(95).


보티첼리의 그림이 당시 교양인의 기준을 제시하고 인문 교양 공부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아트인문학 여행>은 인문 교양 공부 열풍을 넘어 아트인문학 여행이라는 새로운 열풍을 불러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여행이기도 합니다. 그 길은 과거(역사)라는 문을 통해야 들어갈 수 있는 길이지만, 우리를 어디로 인도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길이기도 합니다. 무리에서 낙오되더라도, 더디 도착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가고자 고집하는 모든 도전자들에게 <아트인문학 여행>은 흥미로운 푯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개인의 삶에서든 조직이나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든 때론 꼼꼼한 관리자를 내려놓고 지혜로운 바보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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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격려 - 열등감이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W. 베란 울프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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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열등감, 그 열등감이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아들러 심리학이 열풍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움받을 "용기"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말하는 아들러의 격려에서 많은 이들이 위로와 희망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강연이나 강의하는 것을 좋아한 아들러는 책 쓰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답니다. 때문에 우리에게 소개되는 아들러의 심리학은 대부분 그를 연구한 학자들의 것입니다. <아들러의 격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아들러의 심리학을 연구하거나 아들러의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은 특별한 권위를 가질 듯합니다. 저자 W. 베란 울프는 "아들러의 수제자이자 동료로서 개인 심리학을 연구하여 현대 심리학의 기초가 된 '아들러 심리학'을 정립"한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보다 아들러의 목소리를 가장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아들러의 격려>도 자기계발서처럼 읽힙니다. 저자는 이 책이 "용기를 가지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여러 가지 격려의 목록"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 법한 책이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라고 소개합니다(14). 아들러 심리학의 첫 번째 전제 조건은 "거의 모든 사람의 운명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29). 그래서 아들러 심리학은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인생의 기본 원칙들과, 멋진 인생으로 자신의 삶을 조각해갈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아들러 심리학이 자기계발서처럼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들러의 격려>는 인간 심리에 그치지 않고 인간 행동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동시에 그의 설명은 도식적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평생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로 "사회, 일, 성"을 꼽으며(57), "인간으로서 훌륭하고 멋지게 산다는 것은 인간 연대의 법칙을 지지하고, 유익한 노동을 통해 공공의 복리에 공헌하며, 사회적 책임에 기반을 두고 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용기와 지식"인데, "그 도구가 되는 것은 공감, 노동, 사랑, 상상력, 그리고 인간의 특질 가운데서 가장 드물고 귀중한 유머감각"(60)이라고 정리해줍니다. 현대 심리학의 눈으로 보면 그의 도식적인 설명은 인간 심리와 행동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단순화가 아들러의 천재성을 증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인간 심리와 사회를 이처럼 꿰뚫어볼 수 있다는 것에 말입니다.


<아들러의 격려>는 아들러 심리학의 정수를 모은 책이라 생각되는데, 이 책이 전하는 가장 놀라운 가르침은 우리를 괴롭혀 온 '열등감'이 사실은 우리 행동과 발달의 동력이라는 통찰입니다. 아들러가 주목한 것은 "자연은 '마이너스' 부분을 발견하면 두 배의 '플러스'를 만들어 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은 어떤 결함이든 상쇄시키려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65). 여기서 아들러는 "인간의 성격이 신체에 어떤 결함이나 불완전함이 있기 때문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즉,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경험하는 유일한 생명체인데, 이 "부족하다"는 느낌 때문에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약점을 보상하기 위한 방향으로 자신의 독자적인 성격을 발달시켜 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부족하다는 느낌, 즉 열등감이 바로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는 것입니다. 눈 먼 사람이 점자 책을 발견하고, 어릴 때 병약했거나 병약한 가족을 둔 사람이 의사가 되는 경우 등이 바로 아들러의 이론을 증명해줍니다.



"사람은 '어떤 결함을 지닌 기관이나 열등감을 보상해 주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 이것은 심리학에 가장 중대한 공헌을 한 발견 중 하나였다"(106).


부족하다는 느낌, 즉 열등감의 유익을 역설하는 아들러 심리학은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합니다. 열등감을 바라보는 아들러의 시각은 그동안 나 스스로를 괴롭혀 왔던 열등감의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을 경험하는 유일한 생명체라는 아들러의 말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모두 열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부족하다는 느낌에 괴로워하지만 말고, 거꾸로 그것을 동력 삼으면 열등감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이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적 천식, 기관지염, 폐렴에 걸린 적이 있는 프랑스의 어느 유명한 의사가 환기 장치를 프랑스의 학교에 도입한 예 등이 열등 상황을 가장 만족스럽게 보상한 사례입니다. "인류 행복에 가장 빛나는 공헌을 한 것은 어린 시절의 불운한 처지에 결코 굴복하려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112).       


아들러 심리학의 강점은 상처를 긍정하도록 만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행동하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미움받아도 괜찮다는 위로, 열등감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격려 속에서 우리는 내 자신과 잘 사귀는 방법을 습득해갑니다. 치유와 변화의 첫 걸음은 나를 긍정하고, 나아가 너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들러의 격려>는 시간의 간극이 가져온 시대적 편견과 과거 사례에도 불구하고, 아들러 심리학 이론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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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대한민국
조경자.황승희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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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봄이다



몰랐다. 그렇게 사랑스러울 줄.

김용택 시인이 어찌하여 그곳에 머물며 자꾸 읊조리게 되는 시를 쓰는지

봄남의 섬진강을 찾아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그곳에 그렇게 늘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을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어찌 보면 나이란 것을 먹어가면서 

무심했던 것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이를 먹는 일이 꼭 그렇게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전에는 소중한 줄 몰랐던 것들, 아름다운지 몰랐던 것들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고 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뭔가 뭉클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입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바로 그런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눈을 뜨는 여행말입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면서 여행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톡톡 튀는 이야기 속에 꼭 필요한 정보가 콕콕 숨어 있습니다. 일주일을 머리 싸매고 공부한 후에 3박 4일 울릉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나름 알찬 여행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놓친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고르고 골라 '추산일가'를 숙소로 정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곳을 추천하니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자부심이 생겹니다.





 





 

그런 곳 하나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말했다던가. 

인간사에 할퀴어 너덜너덜해지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남쪽의 한 섬으로 가야 한다. 

섬에 발을 들여놓기까지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나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섬이 주는 위로는 대단하다. 

나를 온전히 위로해줄 그런 곳 하나쯤, 있어도 좋다. 

 

그곳이 청산도라면.

 


"인간사에 할퀴어 너덜너덜해지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남쪽의 한 섬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왜 눈물이 날까요? 작은 섬이 줄 위로에 눈을 뜨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안달했던 마음이 저절로 내려놓아집니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는 이유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발도장 욕심에 여행에 목말라 했던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일 겁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참 신기한 가이드북입니다. 아마도 감각적인 문장들이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마음을 울렁이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절로 밑줄이 그어지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꽃샘바람이 벚꽃들을 죄다 흔들어댄 탓에 풍성한 벚꽃은 눈에 담지 못하였다. 

그러나 십리벚꽃을 보기 전 이미 섬진강의 봄기운에 마음의 온기를 쪼였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게다가 벚꽃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과꽃이 벚꽃이 할퀴어놓은 상처를 다독이니 서러울 것도 없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바다가 보이는 통영에서는 마음껏 울어도 좋다.



나이가 들수록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자연에 끌리게 된다는데 무주가 그렇다. 

정하게 고운 산골 마을과 산골 마을을 더 아름답게 수놓은 건축가의 숨결이 곱게 피었다.



느리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느린 삶의 시계를 선물 받는다. 

하늘을 보아도 푸르고 들녘을 보아도 푸르니 여행자의 마음에도 푸른 노을이 물든다.



남쪽 바다 끝에서 하루의 끝 무렵에 남김없이 타들어가는 노을과 만났던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드러내놓고 가르치진 않지만, <때때로 대한민국>을 읽으며 여행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여행을 한다면 이런 여행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무 곳이나 예의 없이 들이대는 카메라를 든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의 풍경 속으로,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여행하는 나그네가 되고 싶어집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를 소개하며, 여행에 꼭 필요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뛴 가이드북이 아니라, 오롯이 여행을 즐기며 살뜰하게 챙긴 여행팁들입니다. 뭔가 느낌 있는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이제 나의 여행은 이 책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나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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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맛 : 영어성경편 - 자꾸만 쓰고 싶어지는 잉글리시 핸드-라이팅 북
김경진.최나리.Ellie Oh 지음 / NEWRUN(뉴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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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위력!



필사는 사전적 의미로 "베끼어 씀"입니다. 나도 필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언젠가 소설가 신경숙 씨의 인터뷰를 읽고 나서입니다. 신경숙 작가는 영등포 닭장 집에 자면서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는 산업체 학교에 다니던 시절,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며 작가의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당시 심각한 노사분규 때문에 모든 생산이 중단된 컨베이어 벨트에 앉아 책을 필사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필사를 하면 문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고,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성경은 전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입니다. 서양 문화 근간이 되는 기독교 문화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어 문장의 구성이나 표현을 공부하기 위한 좋은 콘텐츠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손으로 직접 써보면서 성경의 내용을 느낄 수 있도록 구약성서 <창세기> 일부 구절을 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필사를 결심하기 전, 성경 필사에 관한 간증도 많이 들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은 성도가 있었는데, 이사야 53장 5절 말씀, 즉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라는 구절을 노트에 반복해서 필사하기 시작했는데 암이 자신도 모르게 씻은 듯이 나았다는 간증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성경 구절을 필사하는 동안 마음에 믿음이 생기고, 필사를 통한 기도가 하늘에 상달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필사를 한다면 꼭 성경으로, 그리고 이왕이면 영어성경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블로그에 보면 NLT 성경을 필사한 흔적이 있습니다. 대학원을 휴학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새로운 번역으로 성경도 읽고 영타 연습도 할 겸, 시작한 필사입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타이핑으로라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는데 컴퓨터 자판으로 하는 것이랑 손으로 쓰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필사의 맛 - 영어성경 편>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필사 노트가 있으면 진도를 정할 수 있고, 성경을 따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어디서나 시간 나는 대로 필사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더구나 창세기 내용을 필사하도록 꾸며진 <필사의 맛 - 영어성경 편>은 일단 성경구절을 한 번 필사한 후에, 다시 영어 문장과 모르는 단어를 확인하며 한 번 더 필사하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영어성경도 읽고, 영문장에도 익숙해지며, 영단어까지 공부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시작은 했는데, 컴퓨터나 핸드폰을 사용하고부터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별로 없어서그런지 필체가 영 엉망입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필사를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지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사용하지 않고 오래 방치한 만연필에 잉크도 좀 사다 채워서 필사노트 한 권 멋지게 완성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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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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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9).



새로 이사한 집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었습니다. 노끈으로 질끈 묶은 아버지의 책들은 그곳에 두었습니다. 부도로 우린 살던 집을 내주어야 했고, 살림을 모두 버리다시피 이사를 하면서도 아버지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던 문학전집을 버리지 못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먼저 풀풀나던 다락방에서 처음 읽은 아버지의 책이 바로 카프카의 <변신>이었습니다.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었던, 그 강렬했던 첫 문장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 위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도 성실한 영업사원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하며 살아온 그레고르는 오직 제 시간에 기차를 타지 못할까봐 걱정입니다.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가장 견딜 수 없어 하는 사람은 그레고르 자신이 아니라 바로 그가 부양해온 가족들입니다. 특히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방에서 나오자 발을 쿵쿵 굴러대고 지팡이와 신문을 흔들어 대면서 그레고르르 다시 방 안으로 몰아넣으려 애를 씁니다. 그에게 그레고르는 더 이상 든든한 아들이 아니라, 한 마리 흉측한 벌레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레고르의 변신과 함께 가족의 평온하고 유복하며 만족스러웠던 삶은 졸지에 종말을 고했습니다. 그동안 이처럼 훌륭한 집에서 편히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레고르의 헌신 덕분이었으나, 그레고르를 돌봐야 할 처지에 놓인 가족들은 그 흉측한 벌레가 역겨울 뿐입니다. 벌레로 변해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그레고르는 이제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끔찍한 재앙이었습니다. 처치곤란한 짐짝처럼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어요. 아버지, 어머니는 모르실지 몰라도 저는 알아요. 저란 괴물을 오빠 이름으로 부르고 싶진 않아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떻게 해서든 저것한테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저것을 돌보고 참아 내느라 인간으로서 할 짓은 다 했어요. 조금이라도 우리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90).


카프카의 <변신>이 제게 그처럼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이 이야기의 결말,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방에서 기어나온 그레고르에게 화가 난 아버지는 그에게 무작위로 사과를 집어던졌고, 연이어 날아온 사과 한 알이 그레고르의 등에 정통으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사과 한 알이 그의 등에서 썩어가면서 그레고르는 그렇게 힘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집에서 내쫓아서라도 그 끔찍한 벌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가족들은 비로소 안도하며 계속 살아가기 위해 기지개를 활짝 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동생은 원래 그레고르에게 기식하는 인물들이었으나 그가 갑충으로 변하자 억압자로 변한다"(241).


카프카의 <변신>이 독자에게 던지는 일차적인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레고르의 식구 중 하나였다면 흉측하고 거대한 갑충에게 정말로 다른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비록 지금은 역겹고 흉칙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식구이며, 그가 지금껏 가족을 위해 헌신했듯이 우리도 그를 돌봐야 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죽었을 때 진정으로 안도하면서 행복감마저 느끼는 가족들의 모습이 불편한 것은, 그들 안에 숨어 있는 이기심이 바로 나의 이기심이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성인이 되어 카프카의 <변신>을 다시 읽으며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그때 아버지의 다락방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의 모습을 왜 그레고르의 모습에 대입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버지 덕분에 누리며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는 온데간데 없고, 하필 한참 예민한 시기에 사업에 실패해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더 컸습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해 불려가고, 작은 교복을 참아내고, 친구들 생일에도 초라하고 궁색한 내 현실만이 괴롭고 힘들었지, 하루아침에 그 큰 사업을 접고, 빚에 시달리며, 가족들을 위해 비참하게 일자리를 구걸해야 했던 아버지의 괴로움은 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한 번도 위로해드린 적이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225).


이 책에 덧붙여진 해제에 보면 카프카의 <변신>은 그동안 사회학적, 신학적, 실존주의적, 그리고 정신분석학적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어져 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는 것은 "현대 문학의 연구나 비평에서는 흔히 등장한다는 '카프카스러움' 때문일 것입니다. "독일어 사전을 보면 이 말은 "수수께끼 같으면서 섬뜩하고 위협적인"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달리 말해 그의 작품은 정말로 수수께끼 같으며, 따라서 독자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다"(226).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을 만큼 <변신>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변신>에서 실존주의적 허무와 절망을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카프카의 말대로 <변신>은 제게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였습니다. 한 때는 이 책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으로 분류를 할 만큼 집착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고전문학이라고 하면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인상이 강한데 카프카의 <변신>은 비교적 쉽고 재밌습니다. 더구나 <꿈결 클래식>은 번역도 부드럽고 수준높은 해제가 붙어 있어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은 꼭 읽어줘야 하는 책입니다. 카프카의 <변신>, 소외와 단절이 더 이상 철학적인 주제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오늘 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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