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대한민국
조경자.황승희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나의 봄이다



몰랐다. 그렇게 사랑스러울 줄.

김용택 시인이 어찌하여 그곳에 머물며 자꾸 읊조리게 되는 시를 쓰는지

봄남의 섬진강을 찾아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

그곳에 그렇게 늘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을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어찌 보면 나이란 것을 먹어가면서 

무심했던 것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이를 먹는 일이 꼭 그렇게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전에는 소중한 줄 몰랐던 것들, 아름다운지 몰랐던 것들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고 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뭔가 뭉클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입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바로 그런 여행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과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눈을 뜨는 여행말입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면서 여행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톡톡 튀는 이야기 속에 꼭 필요한 정보가 콕콕 숨어 있습니다. 일주일을 머리 싸매고 공부한 후에 3박 4일 울릉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책을 보니 다시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나름 알찬 여행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놓친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고르고 골라 '추산일가'를 숙소로 정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곳을 추천하니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자부심이 생겹니다.





 





 

그런 곳 하나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고 말했다던가. 

인간사에 할퀴어 너덜너덜해지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남쪽의 한 섬으로 가야 한다. 

섬에 발을 들여놓기까지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나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섬이 주는 위로는 대단하다. 

나를 온전히 위로해줄 그런 곳 하나쯤, 있어도 좋다. 

 

그곳이 청산도라면.

 


"인간사에 할퀴어 너덜너덜해지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남쪽의 한 섬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왜 눈물이 날까요? 작은 섬이 줄 위로에 눈을 뜨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안달했던 마음이 저절로 내려놓아집니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는 이유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발도장 욕심에 여행에 목말라 했던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일 겁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참 신기한 가이드북입니다. 아마도 감각적인 문장들이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마음을 울렁이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절로 밑줄이 그어지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꽃샘바람이 벚꽃들을 죄다 흔들어댄 탓에 풍성한 벚꽃은 눈에 담지 못하였다. 

그러나 십리벚꽃을 보기 전 이미 섬진강의 봄기운에 마음의 온기를 쪼였으니 아쉬울 게 없었다. 

게다가 벚꽃보다 더 사랑스러운 사과꽃이 벚꽃이 할퀴어놓은 상처를 다독이니 서러울 것도 없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바다가 보이는 통영에서는 마음껏 울어도 좋다.



나이가 들수록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자연에 끌리게 된다는데 무주가 그렇다. 

정하게 고운 산골 마을과 산골 마을을 더 아름답게 수놓은 건축가의 숨결이 곱게 피었다.



느리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느린 삶의 시계를 선물 받는다. 

하늘을 보아도 푸르고 들녘을 보아도 푸르니 여행자의 마음에도 푸른 노을이 물든다.



남쪽 바다 끝에서 하루의 끝 무렵에 남김없이 타들어가는 노을과 만났던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드러내놓고 가르치진 않지만, <때때로 대한민국>을 읽으며 여행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여행을 한다면 이런 여행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아무 곳이나 예의 없이 들이대는 카메라를 든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의 풍경 속으로,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여행하는 나그네가 되고 싶어집니다. <때때로 대한민국>은 꼭 가봐야 할 국내여행지를 소개하며, 여행에 꼭 필요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위해 열심히 발로 뛴 가이드북이 아니라, 오롯이 여행을 즐기며 살뜰하게 챙긴 여행팁들입니다. 뭔가 느낌 있는 여행을 원하는 분들에게 강추합니다! 이제 나의 여행은 이 책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로 나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