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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ㅣ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지음 / 오아시스 / 2015년 5월
평점 :

아트, 인문학, 여행,
이 셋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건 우리를 성장시켜 현실을 '낯설게 보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낯설게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 말하자면 본질 같은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성의 핵심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中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평소 책을 즐겨 읽지 않지만, 독서에 취미를 가져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으면 가장 먼저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읽는 재미, 보는 재미, 꿈꾸는 재미까지 일타삼피를 노릴 수 있는 책입니다. 게다가, 여행 사진을 예술적으로 찍는 법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는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롭고 아름다운 책입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시대를 달리하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네 도시를 방문하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다섯 명의 위대한 예술가를 찾아떠난 여행"입니다. 김태진 교수의 아트인문학 강연은 '열풍'이라 할만큼 이미 유명합니다. 덕분에 김태진 교수는 "귀에 착착 감기는 이야기꾼"이라 하여 "꿀구라"라는 애칭도 얻었습니다. 그가 아트인문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여행을 제안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낯설게 보기"에 있습니다. 낯설게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성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그가 아트인문학 여행을 이끌며 르네상스의 본고장을 찾아 떠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창조력이 용솟음쳤던 시대", "약소국이 만들어낸 창조와 혁신의 한판 뒤집기"의 현장으로 독자를 인도하기 위함입니다(5).
<아트인문학 여행>은 피렌체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어떻게 "이탈리아 전역을 창조의 열기로 가득 채우고, 곧이어 주변의 다른 나라들로 빠른 속도로 펴져나가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 문화 예술의 일대 혁명"이 될 수 있었는지를 탐구하며 "불가능한 것들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를 묻습니다.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며" <아트인문학 여행>이 찾아낸 창조성의 핵심 키워드는 다섯 가지입니다. 도전, 과감한 투자, 몰입, 헌신, 개방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며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고 결론을 짓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르네상스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원동력을 피와 땀을 흘리며 분투한 개인들의 힘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가 르네상스 부흥이라는 기적을 일구어냈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종교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예술가의 선언!"
그런 의미에서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된 "마사초"의 이야기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마사초는 원근법을 회화에 적용한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가 그린 <새 개종자들에게 세례를 주는 베드로>라는 그림이 재밌습니다. 파란 내복에 노란 외투를 두른 베드로가 물로 세례를 주는 장면인데, 저자는 "뒷편에 팔짱을 끼고 있는 사내의 반응이 심히 노골적"임을 읽어냅니다(50). 화가는 추운 겨울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인데, "이 그림은 수도사들로부터 불경하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합니다. "세례가 주어지는 엄숙한 순간을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이 시대적으로나 회화적으로 의미심장한 이유는 "더 이상 종교에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예술가의 선언이 담긴 것"(60)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인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 화가의 그림 한 점이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후로, 화가들은 종교화 일색이던 중세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교도의 여신을 누드로 그려내기도 하고, 고대 그리스 조각이 보여주는 이상적인 몸매에 주목하며 고대 신화를 소재로 누드를 비롯해 인체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기 시작합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를 증명해보이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보티첼리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비너스의 탄생>으로도 유명한 보티첼리는 "당시 교양인의 기준"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하답니다(95). 꿀구라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보티첼리는 폴리치아노의 시를 그림에 담곤 했는데 그 시를 듣거나 읽어본 적이 없는 이들은 그림의 내용을 알기 어려웠다. 인문 교양이 있는 사람들은 척 보면 그림이 무슨 뜻인지 알고 미소를 지었는데 반대로 교양이 없는 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되었다. (...) 매번 이런 일이 벌어지자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대 신화를 포함한 인문 교양 공부가 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보티첼리가 '당시 교양인의 기준'을 제시한 셈이었다"(95).
보티첼리의 그림이 당시 교양인의 기준을 제시하고 인문 교양 공부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아트인문학 여행>은 인문 교양 공부 열풍을 넘어 아트인문학 여행이라는 새로운 열풍을 불러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길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여행이기도 합니다. 그 길은 과거(역사)라는 문을 통해야 들어갈 수 있는 길이지만, 우리를 어디로 인도해갈지 예측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길이기도 합니다. 무리에서 낙오되더라도, 더디 도착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가고자 고집하는 모든 도전자들에게 <아트인문학 여행>은 흥미로운 푯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개인의 삶에서든 조직이나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든 때론 꼼꼼한 관리자를 내려놓고 지혜로운 바보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