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언제나 - 무례하고 불편하고 싫은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사랑 실천하기
밥 고프 지음, 김은지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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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우리가 모두를, 언제나 사랑하기를 바라신다(13).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양의 삶을 살든 모두가 동일한 질문 하나는 품고 살고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하는 원색적인 질문말입니다. 이 책은 <모두를, 언제나>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에서 삶의 이유와 가치를 찾고, 대담하고, 맹렬히, 그리고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웃을 사랑한 날들의 기록입니다. 밥 고프의 전작 <사랑으로 변한다>를 통해 엉뚱하고 기발하고 무모하고 담대하게 삶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한 괴짜 변호사를 만난 뒤로 내 삶에도 큰 변화가 있었음으로, 이 책이 바로 그 밥 고프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의 이야기는 여전히 나를 뜨끔하게 하고, 뜨겁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도전하는 것은 나에게 잘해주고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내가 피하고 싶고, 참아내기 어려운 사람들, 심지어 악한 사람들까지도, <모두를, 언제나>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사랑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다면, "예수님이 누구신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대신, 예수님처럼 사람들을 사랑하라"(8)는 것이 이 책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외침입니다. 

밥 고프는 예수님이 평생 가까이 했던 사람들을 평생 피하기만 했던 사실을 깨닫고 그들 '모두'와 '언제나' 친구가 되기로 결심하고, 당장 실천하는 일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가 사랑을 실천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누구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그것을 그 사람에게 말해줌으로써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는 아드리안과 친구가 되는 데는 3분이 걸렸습니다. 그에게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함으로 말입니다. "열두 번도 넘게 당신을 지나쳤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정말 훌륭해요. 당신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예수님의 사랑이 생각나더라고요"(144).  
<모두를, 언제나>는 이웃을 향해 나의 삶을 열어놓는 방식, 이웃과 삶을 나누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항암 치료를 받는 이웃을 위로하기 위해 알록달록한 우산들을 가져가 펼쳐놓고 자기도 팔에 링거를 맞으며 하와이에 있는 수영장에 앉아 있다고 상상을 하기도 하고, 주술사에 의해 희생 당하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간다까지 날아가 직접 재판에 뛰어 들기도 합니다. 밥 고프는 이웃을 사랑하는 이런 기발하고 엉뚱하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일들이 결코 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도 실제로 양동이 하나를 들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그 양동이 안내를 담기도 합니다.
자신이 재판에 뛰어 들어 법의 심판을 받게 한 주술사(사형수 카비)까지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 망설임과 어려움을 느끼지만 결국 어떻게 사랑에 굴복하며 믿음을 실천해가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줍니다. 


원대한 꿈을 이루겠다는 말은 멈추고 원대한 믿음을 실천해 보자(91).

<모두를, 언제나>는 예수님의 방식대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교리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뜨끔했던 사실은, 많은 사람이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다른 사람의 행동에 간섭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교훈이었습니다. 좋은 판단력을 가진 것과 다른 사람을 판단하며 사는 일은 다르다는 것, 사랑하는 것과 상대방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언제나>는 우리가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를,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더불어 어떤 삶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도록 인도합니다. 그의 전작 <사랑으로 변한다>가 인생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불러일으킨 책이었다면, 이 책 <모두를, 언제나>는 마음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단순히 '모두를' '언제나' 사랑'하기로' 할 때, 우리 삶이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를 놀라운 감동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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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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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부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괌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데 저는 아직 한 번도 안 가본 1인입니다. 정말로 괌을 다녀온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의지가 불끈 솟습니다. 그런데 겁이 많은 여행자이기 때문에 정작 여행을 즐기는 시간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이 더 길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여행을 가기 전부터 다녀온 것보다 더 지치는 스타일이라고 주변에서 놀립니다. 이런 저를 위해 기획된 가이드 북이 있습니다. 상상출판의 <셀프트래블 괌>입니다. 여행 준비부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완벽 가이드 북입니다. 







"괌 여행 전 가장 많이 묻는 질문 8가지"는 무엇?


<괌 셀프트래블>의 가치는 이 한 페이지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8가지를 뽑아 친절하게 답해주고 있습니다. 처음 괌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여행비용이겠지요? 괌 여행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항공료(25-60만 원), 호텔(1박 15-30만 원), 렌터카(1일 5-10만 원 선, 완전자차보험과 주유비 포함하면 1일당 2-4만 원 추가)에 기타 간식과 입장료, 잡비를 포함하면 2인 성인 여행 기준, 3박 4박에 1인당 100-150만 원 정도로 예상합니다. 

이 밖에에도 렌터카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나 ESTA로 입국심사를 받는 것이 대체로 대기 시간이 짧다는 것, 라면은 원칙적으로 반입불가라는 것, 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 등등 괌 여행에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여행은 완벽하기 보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저의 여행 철학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상상출판의 <셀프트래블> 시리즈가 굉장히 고맙고 친절한 친구입니다. 숙소나 맛집 선택은 물론, 꼭 가봐야 할 명소나 추천코스까지 시행착오의 확률을 확 줄여주니까요. 이번 <셀프트래블 괌>은 특별히 괌 여행을 처음 떠나는 초보 여행자들을 위해 '나만의 여행 스타일'을 더 쉽고, 더 알차게 계획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넘쳐나는 정보 때문에 어떤 코스로 여행을 계획해야 할지, 어떤 곳을 우선순위로 방문해야 할지 선택 장애를 겪고 있다면 <셀프트래블 괌>을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음껏 욕심부리면서도 뺄 것은 뺄 수 있도록 확실하게 도와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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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인가 우연인가 -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을 파헤치다
리 스트로벨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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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론자가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인정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374-375).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초자연적인 기적에 관한 한 저에게는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증거만 해도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극적인 증거 중 하나는, 소아마비로 목발을 의지했던 친구가 예배 중에 목발을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을 직접 보았고, 그 뒤로 목발 없이 생활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지만, 저에게는 그야말로 기가막힌 타이밍에 주어졌던 하나님의 응답들도 많습니다. 하나님의 기적을 안 믿는 게 저에게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이 책은 "하나님께서 '지금도' 기적을 행하시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연의 산물일 뿐 기적은 없다고 믿는 회의론자에서부터,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을 증거하는 증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견해와 증거를 모으며, 기독교 내에서도 은사폐지론과 같이 기적을 불편해하는 현대 복음주의의 문제점과 하나님을 신뢰함에도 불구하고 기적을 주시지 않는 문제까지 폭넓고 심도있게 기적의 문제를 고찰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답을 추구하라!

전직 <시카코 트리뷴> 법률 전문 부장으로 무신론자였으며 냉소적 회의론자였던 유능한 저널리스트 리 스트로벨은 이번에도 온갖 자료들을 파헤치며, 충분한 자료를 모으며, 열린 마음으로 답을 찾아나섰습니다. (개인적으로) 초자연적 창조주의 존재를 유력하게 증거하는 우주의 기원(우주에는 시작점이 있다)과 미세 조정(설계자가 있다)에 관한 마이클 G, 스트라우스 박사와의 인터뷰와, 베테랑 형사로서 수사 기술로 복음서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한 후 어떻게 회의에서 믿음으로 옮겨갔는지를 고백한 J. 워너 월리스 형사와의 인터뷰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도전이 되었던 것은 무슬림들의 비범한 꿈을 증언한 톰 도일 선교사와의 인터뷰였습니다. 하나님의 긴박한 선교 현장을 여기서 목격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정직하게 진리를 구하는 무신론자들이나 회의론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는데, 톰 도일 선교사와의 인터뷰는 모든 교회와 꼭 나누고 싶은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선교사님들의 보고를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이 책을 통해 직접 소식을 전해주시는 것만 같아서 더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제는 기독교 변증가이자 목회자로 살고 있는 리 스트로벨은 잠언에 나오는 다음 약속으로 이 책을 마칩니다.
기적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기독교가 진리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입견을 품고 미리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증거들을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증거들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책 한 권으로 당장 창조주 하나님을 나의 구원자로 고백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분명 흥미를 느끼며 더 알고 싶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식을 불러 구하며 명철을 얻으려고 소리를 높이며
은을 구하는 것같이 그것을 구하며 
감추어진 보배를 찾는 것같이 그것을 찾으면
여호와 경외하기를 깨달으며 하나님을 알게 되리니(잠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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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 그저 좋아서 떠났던 여행의 모든 순간
안혜연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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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일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그러니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나에게 특별한, 선물같은, 여행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선물같은 여행이 될 수 있으니, 나의 일상을 조금은 더 사랑해주자고 말입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는 여행 같은 일상과 일상 같은 여행이 교차하는 가운데 6년 차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살아가며 "하루하루 쌓여갔던 생각과 여행의 풍경들"을 정갈하고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즉흥적으로 제주에 하룻밤을 더 머물며 제주에서 신사동으로 아침 출근을 감행했던 일,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고 외치는 에어비앤비 '덕후'라 100여 도시를 에어비앤비로 여행하며 이방인과 현지인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들었던 날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안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에펠탑의 아름다움, 네모난 틀에 갇힌 채 갖은 냄새 맡아가며 볼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막의 고요함을 한껏 누리며 항문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된 사막의 경험까지, 때로는 아찔하고, 때로는 달달하고, 때로는 찡해서 참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소리 없이 가르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비밀을 알기 때문에 그녀의 여행과 나의 여행은 이토록 다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말입니다. 그 순간을 즐길 줄 모른다면
별나라로 여행을 떠나도 별 의미가 없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는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더 연습해보려 합니다. 






혼자 여행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 단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다. 혼자 여행하면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내 감정과 몸만 잘 추스르면 되니까 간단해서 좋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25).


하지만 낯선 바람을 따라나서 보면 단번에 안다.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인생은 그럭저럭 잘 굴러간다는 걸. … "지금으로부터 20년 뒤 당신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닻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에서 나와 항해를 시작하다.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27).


여행갈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게 없으면 절대 못 가!"라고 외칠 수 있는 물건은 단 세 가지. 여권과 항권과 그리고 약간의 돈뿐이다. … 떠나보면 알게 된다. 사는 데 필요한 게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걸. 그간 얼마나 많은 군더더기를 덕지덕지 붙인 채로 복잡하게 살아왔는지를(31).


마을을 타박타박 걷고 있으면 단지 산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걸 몸이 안다. 햇빛도 있고 자유도 있고 꽃도 있어야지. 그래야 사람 사는 거지(97).


봄의 끝을 알리는 분홍 비가 내리면 꽃 같은 계절이 금방 가겠지? 꼭 기다리는 것들은 더디게 오고 빠르게 지나가더라. 오래도록 기다렸던 봄날의 여행처럼(169).


인연은 그런 건가 보다. 이어질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끊어질 사람은 끊어내지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 길 위에서 만난 당신들, 잘 지내나요?(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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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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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내 핸드폰 번호랑 생일을 좋아하는 것뿐야"(35).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어렸을 때 많이 있던 '하이틴 로맨스'와 닮았습니다. 찾아보니, 중-고등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하여 읽기 쉽게 쓰인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하는데, 라이트노벨이란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 정도로 이해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친구를 만들지 않는 인종"(그)과 "친구를 만들 수 없는 인종"(그녀)이 서로에게 '운명'을 느끼며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뻔할 수도 있는 로맨스가 특별해지는 건 그들의 운명이 '수식'(수학)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쉬는 시간이면 언제나 교실에 홀로 있고, 혼자서 조금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읽으며, 누구와도 엮이려 하지 않고, 누구와도 친해지려 하지 않는 '나'에게 어느 날, '아키야마 아스나'라고 하는 같은 반 여학생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녀가 건넨 첫 마디는 "전향성 건망증"이었습니다. 수학 천재이며, 예쁘기도 한 아키야마 아스나가 다소 엉뚱해 보였던 건, 그녀가 전향성 건망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향성 건망증이란, "사고나 상처, 병으로 뇌에 손상을 입음으로써 그 시점을 경계로 새로운 기억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기억 장애"(19)를 말합니다. 아키야마 아스나가 전향성 건망증을 앓기 시작한 것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부터입니다. 

아카야마 아스나의 경우에는 기억이 한 달밖에 유지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그녀의 기억은 한 달을 주기로 매달 리셋됩니다. 전향성 건망증을 앓기 전, 수학을 사랑하는 아이였던 아키야마는 그래서 숫자밖에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인 건, '나'의 생일과 핸드폰 번호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의 생일과 핸드폰 번호가 친화수라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숫자로 친구를 고른 아키야마 아스나는 '그'를 기억하기 위해 기억이 리셋되고 되고 난 '다음 달의 나'에게 일종의 편지를 써둡니다. 아무도 읽을 수 없게 암호로 적어두는 두툼한 일기장. 이것이 그녀가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한 달이 지나면 '그'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아키야마 아스나는 자신에게 다가와 생일과 핸드폰 번호를 말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그가 가진 친화수(생일과 핸드폰 번호)는 아스나와 그를 연결시키는 사랑의 연결고리가 됩니다. 


"아카야마 양은 2라는 숫자를 좋아하는구나."
"응. 고독한 숫자니까. 왜 2가 고독한 숫자인지 알아?"
"소수 중에 유일하게 짝수니까"(83).

아키야마 아스나는 기억이 리셋되는 날을 경계로 다시 타인으로 돌아가 버리지만, '다음 달의 나'와도 친구가 되어 달라는 아스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나'는 그렇게 그녀와 매번 새로운 달을 시작합니다. 그는 멋진 숫자를 가지고 있고, 그녀는 숫자를 사랑하고 있고, 숫자는 영원히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매달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그와 그녀에게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누구와도 친해지려 하지 않았던
'그'가 아키야마 아스나와 엮이기 시작하면서 그가 묻어 두었던 상처가 드러납니다. 그가 누구와도 친해지려 하지 않았던 것은 나름의 속죄였던 것입니다. 한 달이라는 기억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알게 된 아스나는 언젠가 내가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 속에서 그녀의 심장이 그의 어두운 상처와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합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2가 고독한 숫자라고 통감하게 됐다.
홀로 있었을 때,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품은 적이 없었다.
다만 그녀를 알게 된 후 고독을 알게 됐다.
2라는 숫자를 알아버린 사람이 1이 되었을 때 
얼마만큼의 고독을 맛보게 되는지 나는 매달 새삼 절감한다(99).


서로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된 그와 그녀는 "제로가 아닌 이상 도전해볼 만한" 내일을 위해, 약속을 남긴 채, 잠시 이별을 택합니다. 그들은 새끼손가락을 걸며 '서로를, 서로의 심장 고동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수학의 신 앞에 남겼습니다. 수식으로 연결된 그들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아니 어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까요?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책상 밑에 숨겨 두고 몰래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처럼, 한 번 잡으니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가볍게 잘 읽혀서 그야말로 '시간 순삭'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오랜만에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 젖어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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