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 그저 좋아서 떠났던 여행의 모든 순간
안혜연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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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에서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일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그러니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누군가의 일상이 나에게 특별한, 선물같은, 여행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선물같은 여행이 될 수 있으니, 나의 일상을 조금은 더 사랑해주자고 말입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는 여행 같은 일상과 일상 같은 여행이 교차하는 가운데 6년 차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살아가며 "하루하루 쌓여갔던 생각과 여행의 풍경들"을 정갈하고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즉흥적으로 제주에 하룻밤을 더 머물며 제주에서 신사동으로 아침 출근을 감행했던 일,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고 외치는 에어비앤비 '덕후'라 100여 도시를 에어비앤비로 여행하며 이방인과 현지인의 경계를 묘하게 넘나들었던 날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안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 에펠탑의 아름다움, 네모난 틀에 갇힌 채 갖은 냄새 맡아가며 볼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막의 고요함을 한껏 누리며 항문에 집중하는 시간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된 사막의 경험까지, 때로는 아찔하고, 때로는 달달하고, 때로는 찡해서 참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소리 없이 가르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비밀을 알기 때문에 그녀의 여행과 나의 여행은 이토록 다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말입니다. 그 순간을 즐길 줄 모른다면
별나라로 여행을 떠나도 별 의미가 없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는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더 연습해보려 합니다. 






혼자 여행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 단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다. 혼자 여행하면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내 감정과 몸만 잘 추스르면 되니까 간단해서 좋다.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25).


하지만 낯선 바람을 따라나서 보면 단번에 안다.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인생은 그럭저럭 잘 굴러간다는 걸. … "지금으로부터 20년 뒤 당신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닻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에서 나와 항해를 시작하다.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27).


여행갈 때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게 없으면 절대 못 가!"라고 외칠 수 있는 물건은 단 세 가지. 여권과 항권과 그리고 약간의 돈뿐이다. … 떠나보면 알게 된다. 사는 데 필요한 게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걸. 그간 얼마나 많은 군더더기를 덕지덕지 붙인 채로 복잡하게 살아왔는지를(31).


마을을 타박타박 걷고 있으면 단지 산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걸 몸이 안다. 햇빛도 있고 자유도 있고 꽃도 있어야지. 그래야 사람 사는 거지(97).


봄의 끝을 알리는 분홍 비가 내리면 꽃 같은 계절이 금방 가겠지? 꼭 기다리는 것들은 더디게 오고 빠르게 지나가더라. 오래도록 기다렸던 봄날의 여행처럼(169).


인연은 그런 건가 보다. 이어질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끊어질 사람은 끊어내지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멀어져가는 것. 길 위에서 만난 당신들, 잘 지내나요?(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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