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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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이라 불리는 분노, 슬픔, 까칠, 버럭, 소심 그리고 기쁨이 뒤죽박죽 섞이며 요동치는 감정을 겪지 않고 무던하게 민증을 얻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열병은 수두와 같아서 언제든 한 번은 앓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었나 보다. 28살이 되어서야 마주했던 큰 파도들을 '이십팔춘기'라 부르려고 한다"(133).

<이십팔 독립선언>은 28살에 독립을 선언하고 나 홀로 살아가는 씩씩한 '이십팔춘기'의 뜨거운 독립선언서, 풋풋한 청춘의 성장 보고서입니다.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인기만큼이나 1인 가구가 증가세이니, <나 혼자 산다>를 선언하는 '독립'은 더 이상 특별한 이슈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담긴 '독립기'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독립'이라는 공감의 고리가 팍팍한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모든 세대에게 요란하지 않은 위로를 건네기 때문입니다. 그 은근한 위로가 유독 마음에 따스하게 스미는 것은 이 책이 가진 '친근함'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온기조차 돈을 내야 하는 도시에선 관심이 약이 맞다"(32)는 이 독립운동가의 조용한 읊조림이 독자들에게는 그 자체로 '온기'가 되니까요. 외로운 독자들이 홀로 책을 뒤적이며 찾아 헤매던 그 온기 말입니다.

"나란 인간은 한번 갇힌 원 안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파악한 후로는 원을 조금씩 넓혀보기로 했다"(104).

독립만세를 외치며 달콤 쌉싸름한 독립을 권장하는 이 '이십팔춘기'의 독립운동가는 생각보다 소심하면서도 생각보다 용감했습니다. 소극적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꿈틀거림으로 자기 삶을 무던히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혹시 나는 끝없이 징징거리기만 한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란 인간은 한번 갇힌 원 안에서 도무지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파악한 후로는 원을 조금씩 넓혀보기로 했다"는 한 문장이 한 줄기 빛처럼 제 안에 스며들었습니다.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을 알지 못했던, 나를 가두고 있는 원, 그 밖으로 탈출하는 방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시작했으면 그 일을 좋아하세요'라는 말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190).

이 책은 독립을 권장하지만, 그에 따르는 대가가 있다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십팔 독립선언>이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공간적인 독립이 아니라, 정서적인 독립, 온전히 '나'를 마주하며 오롯이 '나'를 인식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립의 가장 큰 선물은, 무리에 휩쓸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혼란하기만 했던 여러 가지 것들이 명징해지는 그 순간이 아닐까요. 이런 순간은 홀로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이십팔 독립선언>을 읽으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무엇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시작했으면 그 일을 좋아하세요'라는 담백한 한마디에 밑줄을 그으며, 생각할 겨를 없이 나에게 강요되어졌던 모든 것으로부터, (혁명적인) 독립을 꿈꿔볼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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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2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장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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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교를 향해 던지는, 종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많다는 사실이 바로 종교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5).

이 세상에 '종교'라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의 저자는 "종교는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 질문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존재한다"(21)고 설명합니다.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이 종교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왜 살면, 어디로 가는가?", "죽음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등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이 종교라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신앙을 갖게 된 계기도 바로 이러한 질문들 때문이었고, 답을 얻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바로 제 안에 신앙이 싹트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는 것이고, 이제는 과학적 지식이 종교가 해오던 대답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종교적 믿음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지식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진리에 관한한 인간에게는 '믿음'이라는 비약(반응)밖에는 달리 그것을 판단할 (절대적) 기준(지식)이 없으니, 오히려 지식이 신으로 신봉되며,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하여 가고, 종교는 더욱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세상은 우리가 믿는 바, 또는 이 세상에 버젖이 존재하는 바 종교에 관한 깊은 성찰과 이해를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종교에 관한 이해에 세계 평화가 달려 있고, 또 우리의 구원(영원한 생명)이 걸려 있으니까요.

<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는 24가지 질문을 통해 종교의 역할과 종교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인간다움과 이웃을 사랑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윤리), 그리고 인간 사회를 유지시키는 사회적 결속 등등 종교의 효용에서부터, 종교의 대답과 과학의 대답은 어떻게 다른지, 또 종교의 과오와 한계까지 종교를 다층적인 측면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자의 설명 중에 가장 관심이 끌렸던 부분은, "우주의 창조를 설명하는 과학적 이론들은 오히려 신의 존재와 창조 작업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다. 무에서 나온 세계의 탄생은 불가해한 신이 없고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118)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빅뱅을 '신의 사건'이라 부릅니다. 또한 "신은 세상을 창조했고, 인간은 세상 속에 악을 창조했다"(139)는 설명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도록 이끌었습니다. 저자는 "세상의 악은 신의 의지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수학을 '창조의 언어', '신의 언어'라 부르며, "종교인은 시작 지점에서 신을 만나고, 과학자는 마지막 지점에서 신을 만난다"(189)는 저자의 시선도 신선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한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저자 자신도 자신이 가진 종교적 가치관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 동양의 종교보다는 서양의 종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인간의 마음 안에 일어나는 신앙적인 역동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책을 읽어가며 반박하게 되는 지점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기독교가 종교적 목적을 위해 복음을 '회개'의 개념으로 바꾸면서, "이제 기쁨을 전하는 것은 기독교의 관심사가 아니다. 기독교는 지난 수백 년 동안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노력했다"(76)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제가 믿는 기독교 신앙은 그렇게 우울한 신앙이 아닙니다. 복음이 주는 '자유함'이 이 신앙의 핵심이며, 그 자유함의 다른 이름은 '기쁨'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종교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단언합니다. "무엇 때문에 종교가 필요한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종교의 가장 깊은 본질에 사랑의 약속이 있다"(34). 저자는 인류가 간직한 모든 가치는 종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종교가 없다면 우리 삶은 그 어떤 가치와 의미도 품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그저 우연에 의한 우연일 뿐일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종교는 여전히 우리 삶에 유의미하며, 신에 관한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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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푸꾸옥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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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휴양지, 나트랑과 푸꾸옥에 관한 책입니다.

베트남의 다낭도 좋았지만 이번엔 새로운 휴양지를 가고 싶다고 생각하신 분,

혹은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치안은 좋았으면 하는 분에게

추천하는 여행지입니다(프롤로그 中에서).

<셀프트래블, #나트랑, #푸꾸옥>이 동남아의 휴양지 중 나트랑과 푸꾸옥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비행시간이 짧고, 둘째, 항공요금이 저렴하며, 셋째 그럼에도 신나게 즐길 거리가 많고, 넷째, 안전한 여행지인 데다가, 다섯째, 날씨도 매우 온화하거든요. 다낭이 호이안과 함께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았다면, 나트랑과 푸꾸옥은 휴양지 그 자체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동남아 가이드북만 네 권째인 저자는 나트랑과 푸꾸옥이 "자꾸만 생각나는 여행지"라고 표현합니다. "리조트의 수영장이나 해변에서 느긋하게 뒹굴다가 지겨워지면 스노클링을 하거나 머드 스파에서 몸을 풀고, 저녁에는 바나 클럽에서 음악과 음료를 즐기며 시간을 흘래버내도 죄책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이라고 소개하며 말입니다.

이밖에 저자가 꼽는 나트랑 & 푸꾸옥만의 매력은, "최신 리조트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일 년 내내 따뜻한 바다를 둘러보는 호핑 투어와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스쿠버 다이빙에다, 해산물과 맛있는 쌀국수,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까지, 그야말로 휴양에 최적화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트랑, 푸꾸옥 셀프트래블을 통해 처음으로 푸꾸옥이라는 여행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11월에서 4월 사이가 여행의 최적기라고 하니 마음이 조금 급해집니다. 저와 제 동생에게는 지금 뒹굴뒹굴 뒹굴거리며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나름 자영업(작은 카페)으로 몇 년 동안 휴가 한 번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몸고생, 마음고생을 했던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은 여행지가 바로 나트랑&푸꾸옥입니다.

일단 <셀프트래블 나트랑, 푸꾸옥>으로 미리 가본 푸꾸옥은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여행지라는 점, 한적한 시골 마을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한창 계발 중인 활기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것,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각종 휴양지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립니다. 많이 돌아다니지 않으니 수많은 여행 정보보다는 숙소(리조트)와 추천 맛집 외에는 여행 꿀팁이나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챙기를 것이 더 중요하고 급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셀프트래블 나트랑, 푸꾸옥>은 아주 만족스러운 가이드북입니다. 이 책 한 권 들고 언제든 훌쩍 떠나도 믿음직할 만큼이요. 저자의 조언대로 호텔과 항공권, 각종 투어를 모두 묶은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열심히 찾아 비교해보는 것도 알뜰하고 지혜로운 여행이 될 듯합니다. 해외 여행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경험치도 늘어나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지만, 낯선 곳은 여전히 우리의 모험심을 요구합니다. 상상출판의 셀프트래블 시리즈가 대박을 치는 이유도 여기 있겠지요. 우리의 모험심을 자극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도록 도와주니까요.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된 푸꾸옥, 꾸욱 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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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배우다 - 내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 더 사랑하기
수잔 스테빌 지음, 강소희 옮김 / 두란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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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는 그것이 정말 중요한 관계이든, 아니면 하찮은 관계이든 통역이 필요하다"(11).

관계훈련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 알았더라면, 내게 소중했던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무조건 착하게 굴어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치지 말고,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 다르다는 것은 잘못도 아니요, 틀린 것도 아니요, 고쳐야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를 배우다>는 '에니어그램'이라는 이론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는 것이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저자는 우리가 모두 어딘가에 소속되고, 또 우리 삶이 의미 있기를 바라는데, "이 소속감"과 의미를 찾는 일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유지시키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12)고 단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사실은, 저 사람은 나와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사실 하나면 제대로 이해해도 우리 마음이 그렇게 너덜너덜 하도록 상처를 입어가며,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서로를 이해해가는 이 과정을 관계의 '통역'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성격 유형을 9가지로 분류하고 있는 에니어그램이 관계 훈련의 아주 훌륭한 도구(통역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에니어그램이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할 수 없는 것, 또한 우리가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할 것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56).

에니어그램으로 분석을 해보면, (물론 다른 유형의 특징들도 조금씩 복합적으로 나타나지만) 저는 8번 유형 '모험가 또는 보스'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런 특징이 강하게 나타날 때는 '공격적인 상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에 마음이 뜨끔했습니다. 조직생활을 하며 제가 겪었던 어려움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당신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 "당신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들으며, 저에게 강하고 독단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늘 방어하고 이해받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면, 이 책을 통해 저의 모습과 대면하며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마도 저자의 '조언'이 진심어리고, 따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한가지, 에니어그램의 정확한 유형을 분석해볼 수 있도록 도구도 같이 제공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설명을 듣고 대충 나는 몇 번 유형이겠구나 싶었지만, 정말 그러한지 좀 더 정확하게 저의 유형을 알고 싶더라고요. 저자의 조언대로 이런 훈련을 받을 때는 9가지 유형 안에 모든 사람을 우겨 넣는, 다시 말해 지나친 단순화를 조심해야 합니다. 그 점만 염두에 둔다면, 나는 물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에니어그램의 상당한 설명력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테니까요.


에니어그램은

이 세상을 경험하는 아홉 가지 각기 다른 방식과

삶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아홉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나는 누구일까? 왜 여기 있을까? 왜 나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있을까?"

- 수잔 스테빌, <관계를 배우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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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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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노자의 <도덕경>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과연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지혜의 길잡이이기도 하였다. 가히 '천 년의 사상'이고, '삶의 지혜'이자 일종의 '잠언'이다(7).

지식은 많은데 답답할 정도로 미련한 사람이 있습니다. 지혜가 없는 것이지요. 선하고 도덕적인데 그다지 지혜롭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혜란, 지식과도, 심지어 선함(도덕)과도 다른 그 무엇인 것이지요. 평생 지식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살아보니 사는 데에는 지식보다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하는 대답 앞에 지식은 무력해지더라고요. 무조건 착하게 사는 것도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지식을 가르쳐주는 데는 많은데 지혜를 가르쳐주는 데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도덕경>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것이 동양의 지혜이고, 보이지 않는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구나!"

거둬들이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확장시켜야 한다.

약화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없애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흥하게 해야 한다.

빼앗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줘야 한다.

이것을 일러 '미묘한 조짐'이라 한다.

유약함은 강함을 이긴다.

물고기는 연못을 떠날 수 없으며,

국가의 형벌과 정책은 백성들에게 가벼이 적용하여 위협해서는 안 된다(126-127).

<도덕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에 역행하는, 역설적인 진리가 주는 통쾌함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극에 이르면 반전하게 된다"(128는 <도덕경>의 가르침을 보면, 거둬들이는 데에만 혈안인 사람들에게 거둬들이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힘을 뺏아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약화시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강하게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없애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흥하게 해야 한다니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상식, 일반적인 이치와는 맞지 않는 말입니다. 그런데 도덕경은 이런 가르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완전한 것은 결핍된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쓰임은 끊어짐이 없다.

가장 충만한 것은 비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쓰임은 다함이 없다.

가장 곧은 것은 굽은 것처럼 보이고,

가장 교묘한 것은 서투른 것 같으며,

가장 뛰어난 웅변은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

청점함은 소란함을 이겨내며, 한기는 열을 이긴다(157).

우리는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이기고, 단단한 것이 부드러운 것을 이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덕경>은 그러한 지식을 뒤집습니다. 마치 눈에 보이는 현상밖에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근본을 보라고 재촉하는 것 같습니다. 서양사람들이 볼 때, 노자의 <도덕경>이야말로 가장 동양적인 철학, 동양적인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헬레니즘적 지식에 물든 우리에게 노자의 <도덕경>은 전혀 다른 인생길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노자는 우리에게 '물'처럼 살라고 초청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물보다 더 약하고 약한 것은 없지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에는 물을 넘어서는 것이 없다고 말입니다(249-250).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더불어 살아갈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현대지성에서 나온 <도덕경>은 지금까지 번역되어 나온 그 어떤 책보다, 고전을 날 것 그대로 읽는다는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그 뜻이 무엇인지 알아들 수 있을 정도의 해설도 붙어 있지만, 원문을 해치지 않습니다. 한자를 몰라도 음역이 되어 있어, "대성약결, 기용불폐. 대영약충, 기용불궁. 대직약굴, 대교약졸, 대변약눌" 이런 식으로 운율을 맞춰 음미해보는 재미도 있는 책입니다. 자세한 해설이나 현대적인 적용이 붙어 있는 다른 책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덕경>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현대지성의 클래식 시리즈를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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