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2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장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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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종교를 향해 던지는, 종교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많다는 사실이 바로 종교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5).

이 세상에 '종교'라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의 저자는 "종교는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 질문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존재한다"(21)고 설명합니다.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이 종교라는 것입니다.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왜 살면, 어디로 가는가?", "죽음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등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것이 종교라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신앙을 갖게 된 계기도 바로 이러한 질문들 때문이었고, 답을 얻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바로 제 안에 신앙이 싹트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종교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는 것이고, 이제는 과학적 지식이 종교가 해오던 대답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종교적 믿음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지식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진리에 관한한 인간에게는 '믿음'이라는 비약(반응)밖에는 달리 그것을 판단할 (절대적) 기준(지식)이 없으니, 오히려 지식이 신으로 신봉되며,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하여 가고, 종교는 더욱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세상은 우리가 믿는 바, 또는 이 세상에 버젖이 존재하는 바 종교에 관한 깊은 성찰과 이해를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종교에 관한 이해에 세계 평화가 달려 있고, 또 우리의 구원(영원한 생명)이 걸려 있으니까요.

<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는 24가지 질문을 통해 종교의 역할과 종교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인간다움과 이웃을 사랑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윤리), 그리고 인간 사회를 유지시키는 사회적 결속 등등 종교의 효용에서부터, 종교의 대답과 과학의 대답은 어떻게 다른지, 또 종교의 과오와 한계까지 종교를 다층적인 측면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자의 설명 중에 가장 관심이 끌렸던 부분은, "우주의 창조를 설명하는 과학적 이론들은 오히려 신의 존재와 창조 작업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다. 무에서 나온 세계의 탄생은 불가해한 신이 없고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118)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빅뱅을 '신의 사건'이라 부릅니다. 또한 "신은 세상을 창조했고, 인간은 세상 속에 악을 창조했다"(139)는 설명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도록 이끌었습니다. 저자는 "세상의 악은 신의 의지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수학을 '창조의 언어', '신의 언어'라 부르며, "종교인은 시작 지점에서 신을 만나고, 과학자는 마지막 지점에서 신을 만난다"(189)는 저자의 시선도 신선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한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저자 자신도 자신이 가진 종교적 가치관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 동양의 종교보다는 서양의 종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인간의 마음 안에 일어나는 신앙적인 역동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책을 읽어가며 반박하게 되는 지점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기독교가 종교적 목적을 위해 복음을 '회개'의 개념으로 바꾸면서, "이제 기쁨을 전하는 것은 기독교의 관심사가 아니다. 기독교는 지난 수백 년 동안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노력했다"(76)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제가 믿는 기독교 신앙은 그렇게 우울한 신앙이 아닙니다. 복음이 주는 '자유함'이 이 신앙의 핵심이며, 그 자유함의 다른 이름은 '기쁨'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종교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단언합니다. "무엇 때문에 종교가 필요한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종교의 가장 깊은 본질에 사랑의 약속이 있다"(34). 저자는 인류가 간직한 모든 가치는 종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종교가 없다면 우리 삶은 그 어떤 가치와 의미도 품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은 그저 우연에 의한 우연일 뿐일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종교는 여전히 우리 삶에 유의미하며, 신에 관한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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