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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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절대 강자, 기시 유스케!
역시 기시 유스케다! 이런 이름을 붙여도 된다면, 그를 ’심리 스럴러’의 대부라고 부르고 싶다. <13번째 인격>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그의 해박한 ’심리학’ 지식이 문학 작품 안에 녹아들면서 다시 한 번 그 진가를 드러냈다. 조심하라! 작가는 인간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 작가의 예리한 시선에서 독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후지키. 몸을 움직이다가 자신이 평소와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가 어디지?’ 혼란스러운 의식 속에서 눈을 뜨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마치 화성에라도 떨어진 듯, 심홍색(크림슨)으로 물들어 있는 괴이한 세계에 자신이 있다. "협곡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그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이런 곳이 존재하리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을 만큼 기이했다."(7)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며 끊긴 기억을 더듬으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는 그 옆에 물통과 도시락 통, 은색 파우치 하나가 놓여 있다. 파우치 안에는 휴대용 게임기가 들어 있었다. 게임기를 작동시키니 화면 가득 한 문장이 나타났다.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  

누가 있다, 그리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후지키는 누가 보냈는지도 모르는 게임기 속의 메시지를 진짜로 받아들이는 자신이 어이없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혼자가 아니다. 누가 있다! 후지키를 포함해 모두 9명의 일본인이 미궁 안에 갇혀 있다. 깨져버린 한 개의 게임기를 제외하고, 8명이 소지한 각각이 게임기에는 모두 다른 메시지가 들어 있고, 게임의 규칙을 알려 준다. 누구도 왜 이 게임에 참여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의도대로 게임에 임하는 수밖에 달리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서바이벌을 위한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동으로, 
호신용 아이템을 얻으려는 자는 서로, 
식량을 얻으려는 자는 남으로, 
정보를 얻으려는 자는 북으로 가라."(67)

9명의 게임 참가자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동서남북, 이렇게 4팀으로 나뉘게 된다. 후지키는 이런 상황에서 우선 순위는 식량이라고 생각하고 남쪽 루트를 선택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게임에서는 누구나 고를 확률이 높은 선택지는 대개 함정인 경우가 많다고 후지키를 설득하는 '아이'라는 여성의 의견에 따라 ’북쪽 루트’를 선택한다. 이로써 후지키와 아이는 한 팀이 된다.

제로섬게임(zero-sum game)! 모두가 경쟁자다. 살아남고 싶다면, 배신하라!
오직 한 명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게임의 규칙은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수록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자극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동쪽 루트를 선택한 팀은 서바이벌을 위한 일부 아이템을 감추고, 서쪽 루트를 선택한 팀은 호신용 아이템의 일부를 감추고, 남쪽 루트를 선택한 팀은 식량의 일부를 감추고, 북쪽 루트를 선택한 팀 역시 중요한 정보를 감춘다.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게임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게 오락이라고? 
인간은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을까? 배고픔의 욕망을 견디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식인귀’가 더 공포스러운가? 그런 장면을 오락으로 즐기는 인간이 더 공포스러운가? 기시 유스케는 <크림슨의 미궁>에 갇힌 9명의 사람을 지켜보며, 흥미진진해 하는 독자들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듯하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항상 이야기를 바란다. 영화, 소설, 만화, 게임 등 형식은 달라져도 이야기 자체가 소멸되는 일은 없다. 그 가운데서도 죽음을 그린 이야기는 변함없이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등장인물이 작품 속에서 실제로 죽는 영화가 있다면 그보다 더 스릴 넘치는 오락도 없을 것이다. ... 사는 게 지루한 부자들의 외도로서는."(400) 

요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인 가운데 몇몇 프로그램들이 재미를 위해 방송을 조작했다는 논란에 종종 휩싸이는 것을 본다. 리얼리티를 원하지만 단순한 영상만으로는 시시하고, 그렇다고 재미를 위해 조작된 이야기라면 흥미가 떨어진다. <크림슨의 미궁> 안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게임도 재미를 위한 어느 정도의 편집과 각색이 들어 있다. 게임참가자는 어느 정도 미리 의도되고 연출된 상황에 던져진 것이다. 공포스러울수록, 잔혹할수록, 재미는 배가 된다. 기시 유스케는 더 자극적인 공포를 원하는 독자의 심리를 비웃는 듯하다.

처음부터 긴장과 불안 속에 시작되는 서바이벌 게임 <크림슨의 미궁>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게임을 둘러싼 미스테리가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든다. 드러나는 공포 이면에 숨겨진 미스테리, 작가는 그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독자와 한판 승부를 벌이듯 풀릴 듯 풀릴 듯 하면서도 좀처럼 그 실체를 밝혀주지 않은 채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불안과 의심이 불러오는 인간의 사악한 본성, 먹을 것이 많다는 정보를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상황, 게임에서는 예측가능한 합리적인 선택이 더 불리한 이유 등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자화상과 게임이론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벙글벙글 지역과 원주민 애버리진의 전설까지, 문학적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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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호퍼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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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 그가 왔다! 

작가에 대한 엄청한 명성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만으로도 설레였다. 이사카 고타로, 저자 프로필에 나와 있는 소개글을 빌어 잠깐 그에 대한 명성을 확인하면 이렇다.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 번이나 후보로 선정, 최초로 일본 서점대상에 5년 연속 후보에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작가로 일컬어진다. 기발한 상상력과 정교한 구성, 재치 넘치는 대화로 평단은 물론 젊은 세대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그가 스스로 "작가로서 가장 큰 성취감을 준 작품"이 바로 이 책, <그래스호퍼>(GRASSHOPPER)라고 하니 읽기도 전에 책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이 책은 목차가 없다. 3인의 등장인물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스즈키, 구지라, 세미. 각각 독립되어 있는 세 개의 퍼즐처럼,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세 명의 이야기가 차츰 거리를 좁혀오며 후반부에서 세 개의 퍼즐이 만나 완성된 그림을 보여준다.

스즈키. 2년 전 억울하게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실마리를 좇다가 ’프로이라인’(독일어로 영애(令愛)뜻을 가진)이라는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한지 한 달이 되었다. 복수의 대상은 그 회사 두목의 망나니 아들이다. 그 망나니 아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기 위해 불법영업을 일삼는 조직에 몸을 담았다. 그런데 그의 정체를 의심한 회사의 실험대 위에 막 올라선 위기의 순간에, 두목의 아들이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분명히 누군가 두목의 아들을 차도로 밀었다! 스즈키는 현장을 급히 빠져나가는 한 남자를 목격하고 뒤를 밟는다. 범인(밀치기)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조직, 그 범인의 소재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스즈키, 복수할 기회를 빼앗아가버린 범인의 정체, 그들의 숨막히는 (심리) 게임이 펼쳐진다. 

구지라. 자신은 ’누구나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을 도와줄 뿐’이라는 중년의 ’자살 유도 킬러’. 격투기 선수처럼 위압감을 주는 체격에 이 바닦에서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지만, 딱 한 번의 과오, 그 10년 전의 기억이 상처로 남아 있다. 그것을 청산하고 싶다. 그런데 자꾸만 그에 의해 자살을 한 사람들의 환영이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세미. 일가족 몰살이 특기인 피도 눈물도 없는 청년 ’칼잡이’. 세상 무서울 것이 없지만, 딱 한 사람 자신의 상사인 ’이와니시’에게 매여 꼭두각시 인형 노릇을 하고 있는 듯한 자신의 생활이 불만이다. 자신은 ’이와니시’의 인형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


"어떤 동물이든 밀집해서 살면 변종이 생기게 마련 아니오. 색이 변하기도 하고 안달하게 되면서 성질이 난폭해지지. 메뚜기 뗴의 습격이라고, 들어봤소?"(213)

작가는 도시에 군집해 서로 부딪히고 밀치며 살아가는 인간의 생활이 포유류가 아니라, 곤충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렇게 개체와 개체가 근접해서 생활하는 동물은 보기 드물지. 인간은 포유류가 아니라 오히려 곤충에 가까워."(7) 이렇게 보니 구지라와 세미의 이름이 재밌다. 구지라는 포유류에 속하는 ’고래’라는 뜻의 이름이고, 세미는 곤충에 속하는 ’매미’라는 뜻의 이름이다. 

<그래스호퍼>에서 대결을 펼치는 세 명의 난폭해진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변종일 것이다. 밀도 높은 도시에서 서로 부딪히며 살다 보니, 어처구니 없는 교통사고도 발생하고, ’밀쳐서’ 사람을 죽이는 ’밀치기’라는 킬러도 탄생하는 것이다. 도시가 아니라면 밀치기가 칼잡이나 자살 유도 킬러에 맞서는 일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세 명의 킬러 중에 가장 약한 공격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밀치기, 그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스즈키의 목소리를 빌어 등장하는 ’밀치기’의 정체는 베일에 쌓여 있다. 어쩌면 언뜻 평온한 가정의 가장으로 보이는 ’밀치기’는, 평범한 수학 교사로 살아왔으나 어이없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스즈키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변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이, 그거 아나 몰라. 인간의 지혜나 과학은 인간한테만 도움이 된다는 거. 다른 어떤 개체도 세상에 인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런 생각은 안 한다, 그거야."(356)

이 책을 읽으며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내가 인간이라는 것이 모든 생명체에게 미안해진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연계의 청지기 사명을 맡겼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본분을 잊고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가. 그런데 조금 엉뚱하지만 이 대사를 패러디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이렇게 말이다. "그거 아나 몰라. 정치인의 지혜나 활동이 정치인에게만 도움이 된다는 거. 어떤 국민도 세상에 정치인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런 생각은 안 한다, 그거야." 특별히 이 책을 읽다 보면, 잔혹한 킬러에게는 오히려 동정심이 생기는 반면, 야비한 정치인에게 더 큰 거부감과 반감이 생긴다. 정치와 투표에 관하여 명언으로 꼽을 만한 작가의 촌철살인 풍자가 돋보인다. 


"당신, 왜 그렇게 축 처져 있어?"(442)

도시 사회의 변종, 킬러들의 흥미진진한 한판 승부, 그리고 최후의 승자는? 그러나 무엇을 위한 승부이고, 또 승패를 가려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목숨 걸고 덤벼들듯 치열하게 살았지만, 지나고 보면 대개의 경우 부질 없는 것들이었음을 새삼 새삼 깨닫는다. 스즈키의 아내가 뷔페 식당에서 음식 하나 하나와 대결을 벌여 접시에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잔뜩 쌓아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생(生)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생(生)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다. 밀려오는 허탈감은 모든 투지를 삼켜버린다.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깨닫고 분노할수록 결국은 맞설 마음을 잃어버리고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는 무기력한 타협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그래스호퍼>를 통해 그렇게 부질 없는 대결이라고 해도 ’죽은 듯이 사는 것’ 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듯 하다. 어째든 태어났으니 살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그렇게 축 처져 있지 말고 무모한 도전이라도 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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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엔젤리너스
이명희 지음 / 네오휴먼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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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가진 것을 나누는 당신이 천사입니다"


<호모 엔젤리너스>를 읽으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모의 수첩을 다시 읽는 느낌이 들었다. 사춘기가 막 시작될 무렵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은 나는 무엇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잃어버리고 하루 하루 인생의 무의미에 시달리며 사춘기를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다락방에서 상자 안에 들어있는 수첩 다발을 발견했다. 고모의 이름이 적힌 수첩 안에는 책에서 발췌한 글귀들과 명언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군데 군데 고뇌에 찬 고모의 낙서가 보였다. 그중 나를 울린 글귀가 있었는데, 그것은 "일생 동안 목 마른 한 사람에게 냉수 한 대접이라도 대접했다면 내 생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였다. 

<미친년 :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의 저자 이명희 씨가 또 다른 테마로 '호모 엔젤리너스'라 이름 붙인 11인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미친년>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에 더욱 반가웠다. 저자 이명희 씨의 이번 테마는 '나눔'이다. 착하디착한 심성으로 '나눔'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듯이 책을 썼다. 

저자는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나눔, 내가 참여하고 싶은 나눔에 관한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정신없는 내 삶에 사치스럽게 여겨지거나 오히려 죄책감을 더해 주기만 했다. 이 글은 편안하게 '나눔'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들어봄으로써 나눌 '인연'을 한번쯤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눔에 대한 11명의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 보았다"(9). 세상 진리를 저 혼자 깨달은 듯 열에 들떠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힘주어 외치는 그 어떤 주장보다, 마치 스스로의 고민을 차분하게 털어놓듯 이야기하는 저자의 진솔함과 그녀의 맛깔스러운 문장에 담긴 호소력이 읽는 이의 마음에 더욱 깊고 짙은 공명을 만들어낸다.  

<호모 엔젤리너스>가 겉으로 보여주는 주제가 '나눔'이라면, 안에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로 읽힌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인생의 의미를 물으며 잘 살고 싶다는, 후회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참 질기게 싸워온 질문이다. '이렇게 살아야지!' 결심했다가도 곧 '이것이 옳은 방향인가?' 하는 의문에 시달리며, 오늘도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매순간 끊임없이 고민한다. 

<호모 엔젤리너스>는 인생의 의미란 큰 것에서가 아니라, 작은 것에서 찾아진다고 말하는 듯하다. 작은 나눔에 담긴 행복의 파장을 느끼며, 여기 11인의 '호모 엔젤리너스'가 실천하고 있는 그리 거창하지 않은 나눔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11인의 '호모 엔젤리너스'는 재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나눔은 그저 실천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내게는 시골교회의 임락경 목사님의 나눔 이야기가 특별히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다. 아마도 임락경 목사님의 삶의 자리가 내가 지향하는 삶의 자리이나, 늘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나의 내적 번민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인 듯 하다. 

<호모 엔젤리너스>는 인생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인생의 수단을 혼동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참된 '가치'와 '풍요'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 나눔,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늘 그런 삶을 살 여유를 갖지 못한다 핑계하는 사람들에게 <호모 엔젤리너스>는 여유가 있을 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눌 때 여유로워지는 역설을 마음에 새겨준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 참된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또한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사회적인 시선이나 편견으로 고민하는 사람, 내게는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생생한 나눔의 현장 한가운데로 우리를 초청하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성공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성공 이유는 '오늘, 지금부터 시작하자'는 신조라는 말을 기억하며, 오늘 지금 내가 나누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고민하는 사이로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네가 주저하는 동안 저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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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영어회화 이렇게 공부하자
김한성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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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영어회화>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가 나왔다. 선교의 가장 큰 물리적인 장벽 중에 하나가 ’언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기나 단기로 선교를 준비하는 크리스천 지체들마다 준비할 때 가장 고생하는 부분이 ’언어’이니 말이다. 이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사역의 협력과 효과, 그리고 외국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현지어는 물론 ’영어’까지 필수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다. 선교지에 나가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바벨탑 사건으로 ’언어’가 혼잡케 된 것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우리 교회는 매년 단기 선교를 준비하는 담당 기관에서 분기별로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 영어회화반을 개설한다. 선교지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공용어로 통하는 영어를 미리 훈련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회화반을 개설할 때마다 마땅한 교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매년 일반적인 영어회화를 열심히 공부하지만 막상 선교 현장에 나가면 현지에서 필요한 영어회화가 따로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벼운 인사나 일상적인 소통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영어회화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성경적인 용어들과 교회에서 사용하는 단어들, 그리고 복음 전도에 필요한 표현을 따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복음을 전하려면 말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성경(복음)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토기장이에서 발간한 <선교영어회화 이렇게 공부하자>는 선교사들과 단기선교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안성맞춤인 책이다. 단기선교여행을 떠나는 팀들이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공부할 때나, 오랜 시간 동안 영어를 공부한 선교사님들도 선교를 떠나기 전에 그동안 익힌 영어회화를 점검해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선교사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 20가지로 정리하여 상황별로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선교지에서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필요한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별히 이 책은 "TESOL 학계의 전문가들이 크게 호평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상황에 기초한 접근 방법(Situation-based Approach)과 과제 중심 교육 방법(Task-oriented teaching)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러한 방법에 기초하여, "각 과마다 실제 상황에서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표현들, 각과마다 상황과 관련된 단어 중 빈번히 사용되거나 꼭 알아야 할 단어들을 선별해서 주제별로 엮었고, 각 과의 마지막에는 그 과에서 소개된 문법에 대한 설명과 활용을 담아 선교회에서 소속 후보생들을 위한 교재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도록 만들었다"(서문 中에서).





 특별히 이 책을 통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영어 간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트였다. 이것은 이 책만의 차별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간증이란 무엇인지에서부터, 간증할 때 주의할 사항들, 영어 간증문 예시까지 선교를 준비하며 꼭 필요했던 내용인데 어떤 영어 교재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것이라 무척 반가웠다. 단기 선교를 준비하며 최단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영어회화 교재를 찾던 중 만난 책이라 내게는 ’하나님의 응답’으로 여겨지는 책이다! 이 책 한 권만으로 선교에 필요한 영어회회가 모두 익혀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첫걸음을 떼기에도 유익하고, 배운 내용을 점검하기에도 좋은 책이라 본다.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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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다니엘처럼 - 크리스천 직장인의 7가지 영성
원용일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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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직장인의 7가지 영성

Identity
(세상 속 크리스천의 정체와 신분을 드러내라)
Intercession (일터에서 중재자와 중보자가 되라)
Image (크리스천 직장인의 이미지를 당당하게 드러내라)
Influence (업무 능력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라)
Integrity (탁월한 윤리 기준으로 정직함을 드러내라)
Intimacy (하나님과 친밀하여 험한 세상에서 승리하라)
Impact (복음의 임팩트로 세상을 향해 도전하라)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은 나라를 잃고 적국에 끌려가 적국 위해 살아야 했던 전쟁 포로였다. 그러나 그들은 특별한 포로들이었다. <직장인이라면 다니엘처럼>의 저자 원용일은 당시 다니엘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라가 망했지만 상대 정부의 요직에서 일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 것이었고 아마도 다른 포로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다의 다른 포로들은 이들보다 더 고된 일을 했겠지만 유대인들만의 공동체 안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을 추정해보면 다니엘과 세 친구들은 영적으로 매우 힘든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율법대로 살아야 할 유대인으로서는 엄청난 영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20).

전쟁 포로의 신분으로 적국에서 생활해야 했던 다니엘에 대입하여 크리스천 직장인의 7가지 영성을 뽑아낸 저자의 통찰력이 탁월하다. 책을 읽을수록 다니엘만큼 현대 직장인들에게 적합한 성경적 롤모델도 없는 듯하다! 성경적인 가르침과 충돌하는 직장 문화와 직장 안에 작동하는 룰(rule)의 지배 아래서 겪는 직장인의 신앙적 어려움은 '전쟁 포로 생활'과 견줄만큼 엄청난 도전일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며 정금같이 순결한 신앙을 지키려 하는 자에게는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한 크리스천 직장인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분명한 두 나라 정체성으로 무장하라고 전한다. 약속의 땅을 잃고 세상 속으로 흩어져 떠돌면서도(diaspora) 분명한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identity)을 붙잡고 살아야만 했던 다니엘과 세 친구들처럼, 우리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그 정체를 확실히 해야 할 때는 신앙인들끼리 모였을 때가 아니라, 바로 '세상 속'에서이다.

<직장인이라면 다니엘처럼>에서 전하는 크리스천의 7가지 영성은 '수비'가 아니라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는 전략이다. 저자는 '뭔가 다른 영적인 티를 내며 일하는 크리스천'이 되라고 권한다. 이 땅의 모든 크리스천들은 세상과의 격리가 아니라 구별되어서 일터를 정복하고, 세상을 정복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경적인 문화와 가장 많이 충돌한다고 할 수 있는 직장 내 회식도 '회식사역'이라고 이름 붙인다. 회식 자리를 피하지 말고 꼭 참석하라는 것이다. 성경과 충돌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다니엘처럼 '뜻을 정하고(단 1:8) 지혜를 통해 방어하되, 적극적으로 '착한 행실'(마 5:16)을 보여주어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식도 일종의 사역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어렵겠지만 얼마든지 도전해볼 가치가 생긴다.

크리스천이라는 한가지 이유 때문에 직장 내에서 핍박을 받고 미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차라리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이면서도 게으르고, 불성실하고, 무책임해서 핍박을 받고 미움을 받는 것은 나의 고난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크리스천은 남보다 못 해도 욕을 먹고, 남과 똑같아도 욕을 먹는 것 같다. 크리스천들은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남과 달라야 한다. 다니엘과 그 친구들도 그렇게 남달랐다. 적국의 사람들도 수긍할 만큼 능력으로 확실하게 인정받았으며, 어떤 위협과 회유에도 크리스천다운 신실함으로 승부했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조차 정직하게 행동했다. 

예수님이 제자에게 주신 "천국 열쇠"(마 16:19)는 예수님을 대적하는 세력의 활동을 결박하고, 그들에게 매여 있는 자를 풀어놓아 다니게 할 수 있는 권세이다. 이 땅을 살아가는 크리스천은 비록 적국에 끌려와 있는 포로와 같이 세상의 문화와 법의 지배 아래 있지만, 우리는 하나님 나라에 속한 자들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천국 열쇠'를 주셨다. "직장인이라면 다니엘처럼" 7가지 영성으로 무장하여 담대하게 세상을 정복해나가자!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과 충돌하며 일터를 사역지로 하나님의 뜻을 이뤄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크리스천 직장인을 응원하며, <직장인이라면 다니엘처럼>을 기쁘게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직장인선교사'로 거듭나는 크리스천 직장인의 수가 날마다 늘어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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